# 51
군주회귀록 051화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반란군들이 계단을 막아선 오크들을 뚫고 펜루스, 브레드, 로든이 합세하자 순식간에 뚫렸다.
“가시죠.”
아서는 카탈로크가 팔을 뻗어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갔다.
곧 카샤스가 군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군주의 방은 왕좌가 있는 곳을 뜻했다.
아서와 병력들이 군주의 방까지 오크들을 밀고 들어갔다.
벌컥 문이 열리자 오크들에게 둘러싸인 카샤스가 보였다.
“막아, 저 새끼 막으라고. 이 병신 새끼들아.”
“취이익, 군주님. 제발 체통을…….”
“닥치고 막으라고!”
한 오크의 말에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카샤스가 외쳐댔다.
아서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오크들은 허무하게 쓰러져 갔다.
[혈혈단신 240의 병력을 사냥하셨습니다.]
더 이상 리스크는 생기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이 기록을 만들 때 이 정도까지 침범 불가의 기록을 달성할 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자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취이익.”
그래도 오크들은 꽤 충성심이 짙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몸을 내던져 혼신의 힘을 다해 막고 있었다.
정반대로.
“으아아아, 이 멍청한 새끼들아. 제발 좀 막아내애애!”
카샤스는 머리를 쥐어짜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느덧 터벅터벅 걷던 아서와 카샤스가 마주 섰다.
“으으으…….”
벽을 등에 기대고 있는 카샤스가 겁에 질려 주르륵 바닥으로 쓰러졌다.
줄줄줄.
결국 놈이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네 대리인이 내 영지의 영지민의 머리에 빵을 던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제, 제발 살려주십쇼.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아아, 이렇게 하죠. 저희들이 함께 힙을 합쳐 군주 뜯기를 하는 겁니다. 6:4, 아니, 8:2를 드리겠습니다!”
그는 아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오크들은 분명히 말했다.
체통을 지켜라.
자신들을 이끄는 군주로서 죽어도 명예롭게 죽어달라는 뜻이었을 거다.
아서는 힐끗 기둥 뒤에 숨어 있는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일레나는 놀랐다.
그 잔혹하고 무서운 군주 카샤스가 한 소년 앞에서 더 어린 꼬맹이처럼 겁에 질려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를 본 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질문을 바꾼다. 한 중년 여인이 나에게 부탁했다. 널 죽여달라고. 그것도 아르한 영지의 영지민이. 또 네가 이제까지 죽이고 겁탈했던 여인들에 대해서,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지?”
“9:1! 아니, 10:0! 모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
수우웅.
툭!
데구르르.
카샤스의 눈이 부릅떠진 상태로 머리가 몸과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나도 참 바보 같군.’
이런 자들이 어떤 줄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까지 숱하게 보아왔으면서 뭘 기대한단 말인가.
허무하게 힘을 잃고 기울어진 카샤스의 육체.
아서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가 걷는 곳엔 일레나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아서는 부드럽게 웃었다.
“모두 끝났다. 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그 말에 일레나는 왈칵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고마워요.”
그 말을 남기고 일레나는 성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집으로 아마 쉴 새 없이 달릴 거다.
아서는 반란군 한 명에게 명령했다.
“카샤스의 머리를 영지민들에게 가장 잘 보일 곳에 걸어두어라.”
“예!”
잔혹해 보였지만 적장이 죽었음을 알리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가 가는 장소는 바로 ‘로열 코드’가 있는 곳이다.
이 영지전에서의 최종 승리는 로열 코드를 파괴해야 한다.
만약 군주가 죽었다고 할지라도 로열 코드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승리라고 할 수 없다.
‘11개월 차의 군주. 과연 로열 코드 수호자는 뭘 부리려나?’
영지 현황표에서도 로열 코드 수호자는 대개 확인 불가다.
그만큼 로열 코드 수호자는 군주에게 중요하다.
이 로열 코드 수호자는 총 두 번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군주보호기간 때, 두 번째는 그 기간이 끝난 후. 그다음부터는 절대 불가능하다.
로열 코드 수호자는 다양하다.
말 그대로 군주가 원하는, 때로는 자신들이 사냥한 가장 강력한 몬스터, 또는 보편적인 골드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열 코드 수호자 중 ‘로드 수호자’라고 불리는 놈들은 일반 수호자들과 다르게 강력한 무력을 부리면서도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영지에 버프 능력을 주기도 한다.
아서는 로열 코드 수호자의 방 앞에 멈추어 섰다.
로열 코드 수호자가 있는 방은 성 바깥에 만들 수도, 안에도 만들 수도 있는데 모두 군주 마음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로열 코드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아아아!
“오우거?”
아서는 피식 웃었다.
오우거를 사냥한 적이 있단 말인가?
군주보호기간의 군주가 오우거를 로열 코드 수호자로 부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뭐, 자칸이 도왔으면 그럴 만도 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아서는 뒤를 돌아봤다.
시체를 업고 있는 반란군 한 명이 아서의 표정에서 뜻을 읽고 앞으로 나섰다.
업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로든의 시체였다.
죽음의 그림은 시체를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시체는 보존되고 그려진 형상이 그 힘을 발현하는 거다.
쿵쿵쿵!
아서는 거칠게 달려오는 로열 코드 수호자인 오우거를 보면서 권능 우로보로스의 팔찌를 발동시켰다.
첫 번째 권능인 피 폭발.
왼쪽 손목에 차여 있는 팔찌가 붉은빛을 머금었다.
우우우웅!
로든의 시체에서 피가 스멀스멀 흘러나와 허공에 방울을 여러 개 만들어내더니 곧 방울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아서는 손가락으로 오우거를 겨냥했다.
주먹만 한 핏빛 구가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고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방 안이 크게 진동했다.
“내 생각보다…….”
엄청난데?
대단한 폭발력이었다.
C급.
군주보호기간에 있기 때문에 높아 보이는 수준이지 실제로 나중에 가면 C급은 쉬이 부릴 수 있는 녀석이다.
한데 그 정도로 이만한 폭발력이라니.
아서가 문을 열자 육체가 완전히 아작 나 벽에 부딪쳐 죽어버린 로열 코드 수호자가 보였다.
그 뒤로는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검지 손톱만 한 크기의 초록색 보석이 보였다.
로열 코드의 색은 군주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영지 총레벨 5까지가 E급으로 분류되어 초록색을 띠고 총레벨 10까지가 D로 분류되어 푸른색, 15까지가 C급인 노란색, 20까지가 B급인 붉은색, 25가 A급 군주 등급이고 보라색. 마지막 30이 군주 등급 S를 나타내며 로열 코드 색은 검은색이다.
도전 군주들은 어지간해서는 검은색의 로열 코드를 소지하는 게 보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로열 코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승리의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나 발카스 영지의 군주 아서 더 프레스는 아르한 영지와의 정당한 싸움에서 승리하여 로열 코드를 손에 쥐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정정당당한 군주게임 내의 규율 안에서 싸울 것을 약속하고 아르한 영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선포한다.”
로열 코드가 초록빛을 흩뿌렸다.
아서가 힘을 꽉 주자 로열 코드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아르한 영지의 로열 코드를 파괴하셨습니다.]
[발카스 영지가 아르한 영지와의 전쟁 모드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발카스 영지의 승리는 현재 1회입니다.]
“와아아아아!”
“이겼다!”
반란군들이 검을 치켜들고 승리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때마침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쨍쨍한 햇빛이 아르한 영지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서는 환호하는 병력들을 쓰윽 돌아보다가 그대로 벽에 기대어 주르륵 쓰러져 버렸다.
“피곤해…….”
아서로서도 무리한 것이 분명히 맞았다.
반란군 중 한 명이 아서를 서둘러 부축하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 막았다.
‘자, 이제 뭘 줄 것이냐.’
아서는 침범 불가의 기록 그 이상을 달성했다.
이제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 그리고 기록의 탑.
너희는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
아서는 퀘스트 창 하나를 홀로그램으로 오픈했다.
아서의 입에 빙긋 미소가 자리 잡았다.
혈혈단신 영지 깨부수기 완료.
‘이제 하나 남았군. 뭐, 저건 금방 할 것 같고.’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영지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게 혈혈단신 영지 깨부수기였을 것이다.
웅웅웅웅!
[발카스 영지의 기록의 탑이 진동합니다.]
“음?”
아서의 군주 육성기가 빛을 뿌렸다. 곧이어 아서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홀로그램은 발카스 영지의 기록의 탑을 비추고 있었다.
기록의 탑이 하얗게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탑의 꼭대기.
그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빛이 쏘아져 올라갔다.
파아아앙!
빛은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로 번쩍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침범 불가 이상의 기록 달성자.]
[인간 중 유일하게 별의 탄생자가 나타났습니다.]
[성장의 별의 탄생.]
‘군주의 별……!’
피곤함에 잠겨 있던 아서는 벌떡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군주의 별.
모든 자가 그렇게 부른다.
지금 이때를 기준으로 오픈된 군주의 별은 고작해야 다섯 개다.
아서가 죽기 전에도 서른 개밖에 되지 않았다.
아서는 이 군주의 별을 가진 몇몇을 알고 있었는데, 그중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추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족 군주 바알은 파괴의 별과 질주의 별을 띄웠고 천족 군주 미카엘은 뛰어남의 별을, 또 용족 군주는 습득의 별을 얻었다.
이 별들은 어지간해서는 달성되지 아니한다.
미션 세 개 단기간?
그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것을 해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군주의 별이다.
군주의 별은 그 누구도 추정할 수 없다.
누가 가졌는지, 누가 가지고 있으며 띄웠는지.
이는 본인들이 스스로 알리거나 별의 표식을 보이지 않는 이상 다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군주의 별이 뜬 순간 하나는 확실해진다.
‘군주의 별이 떠올랐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다는 거다.’
모든 군주에게 알림이 울렸을 거다.
성장의 별을 올린 군주 한 명이 탄생했음을.
‘이것은 시작이지.’
아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전생에도 이륙하지 못했던 쾌거!
인간이 해내지 못했던 경지.
그 경지 중 하나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이 군주의 별을 띄웠다.
그리고 이 군주의 별을 가진 자는 별의 칭호를 하사받는다.
이 별의 칭호는 ‘이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바알 군주가 가졌던 파괴의 별은 그 이름과 걸맞게 파괴하는 힘을 가진 칭호를 줬다.
그리고 아서가 가진 성장의 별.
군주들은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거나 특정한 일을 해내면 ‘칭호’를 얻는다.
이 칭호는 대부분이 남이 얻으면 다른 누군가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한 칭호 중에서도 별의 칭호는 꽤 뛰어났다.
말 그대로 ‘꽤 뛰어난 편’으로 절대적인 위치에 선 칭호는 아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칭호들보다는 더 나은 수준이다.
군주의 별은 칭호를 얻었다는 것보다는 그 군주가 남들은 해내지 못한 일을 달성해 냈고 그것을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여길 때에 발발한다.
즉, 군주의 별 자체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는 거다.
아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칭호인 성장의 별을 확인했다.
(성장의 별)
칭호 등급: 별의 칭호
특수 능력:
⦁군주 모든 능력치+5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보스 몬스터 사냥 시 경험치 습득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