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43화 (43/210)

# 43

군주회귀록 043화

14장 알론의 숙제

“스케치?”

언급했듯 이 군주게임에는 지구의 언어, 물품도 다수 들어와 있다.

그리고 NPC들은 원래 자신들 세상에 지구의 물품들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알론은 아서가 펼친 그림 그리기 기초 세트에서 연필을 세 자루 꺼냈다.

“HB, 2B, 4B연필이라고 부릅니다. HB가 가장 연한 색, 2B는 중간색, 4B는 가장 진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서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연필 잡는 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교하고 정밀한 묘사를 할 때는 연필심과 가장 가깝게 쥐시고 느슨하고 자유로운 느낌으로 스케치할 땐 연필의 중간 정도를 쥐면 됩니다.”

알론의 스케치 강의는 계속되었다.

아서는 그의 말을 참고하면서 스케치를 시작했다.

“확실히 대강 스케치를 해놓고 그리려고 하니까 더 편한데?”

“역시 그렇죠?”

그렇게 답하면서도 알론은 놀랐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느낌이다.’

배우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알론은 몰랐지만 레벨에 대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은 아서의 손재주 스탯의 영향이었다.

그렇게 알론의 기초 강의는 계속되었고 마지막으로는 알론의 도움을 받으며 예술의 기억을 사용해 봤다.

그가 그린 그림은 던전 안에서 아리스가 갇혀 있던 얼음에 아서가 손을 올리던 장면이었다.

“예술의 기억.”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미흡했던 부분이 보완되었다.

“대단한 능력입니다…….”

알론은 조잡했던 그림이 훨씬 나아지게 형체가 갖춰지자 감탄을 흘렸다.

[예술의 기억이 점수를 측정합니다.]

[당신이 더욱 나은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작품 등급에 이바지합니다.]

[예술 점수 62%!]

[평작이 탄생했습니다.]

[평작의 이름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비의 여인.’

얼음에 가둬진 버프 능력을 가진 여인.

아서는 자신의 노력이 작품 등급에 이바지했다는 것에 기뻤다.

물론 오늘 딱 하루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배웠지만 그를 통해 성취했다는 건 기쁜 일이니까.

[평작. 신비의 여인이 그림도감에 등록되었으며 언제든 꺼내 보실 수 있습니다.]

[평작. 신비의 여인을 본 사람들은 모든 스탯+1 효과를 3시간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스탯+1.

병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본 4대 스탯일 거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버프 능력.

[창조의 그림이 1레벨에서 2레벨로 상승합니다. 그릴 수 있는 범위가 많아집니다.]

[가속 그리기가 1레벨에서 2레벨로 상승합니다. 더욱더 빠르게 그리실 수 있습니다.]

아서는 놀랐다.

연습한 것만으로 이렇게 빠르게 스킬이 오를 줄이야.

창조의 그림을 확인해 보자 이제 새에서 강아지 정도의 크기는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아서는 내심 흡족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알론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서는 자신의 예술의 기억에 대해서 말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등급의 작품이 나올지를 그와 의논했다.

“진짜 자신의 그림을 그렸을 때이지 않을까 합니다.”

“진짜 내 그림?”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림을 그렸을 때, 내가 이 그림을 그려내었다는 성취감에 젖었을 때, 나아졌다고 생각할 때 등, 복합적으로 많은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하루하루 배우다 보면 언젠간 더 나은 그림이 나올 겁니다.”

알론의 말은 합당한 것이었다.

진짜 내 그림이라…….

그래, 아서는 아직 진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정도.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아서는 빙긋 웃어주었다.

성을 나선 알론은 그곳을 돌아봤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알론은 놀랐다.

빠르게 배우는 것? 아니, 그것보다 다른 것에 놀랐다.

아서는 인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의 집중력은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가르치는 재미라…….’

알론은 하루하루가 기대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갔다.

* * *

브록 군주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라 있었다.

발키리 총연맹의 연맹장이자 다섯 명의 도전 군주 중 한 명인 카일이 홀로그램 너머에 앉아 있었다.

-모두들 추천할 만한 군주가 없는 건가?

카일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브록을 제외한 다른 군주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쿵!

카일은 주먹으로 힘껏 테이블을 내려쳤다.

‘화가 나실 만도 하지.’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다.

4개월 전쯤이었을 것이다. 발키리 총연맹을 비롯해 여러 개의 총연맹은 시시때때로 당장 충돌을 일으킬 것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때쯤이었을 거다.

대륙 모든 군주의 전쟁의 광장에 황금빛이 흩뿌려졌다.

전쟁의 광장은 기록의 탑과 마찬가지로 1레벨만 만들어도 된다.

이 전쟁의 광장은 쉬운 말로 ‘이벤트’를 위해 준비된 건축물이다.

전쟁의 광장에 떠오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총연맹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군주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3개월 후 이벤트가 시작될 것이다.

이 이벤트에는 총연맹에선 오로지 두 명만 출전할 수 있다.

그 외에 작은 소연맹의 경우 시스템이 측정하여 ‘불가’와 ‘가능’을 뽑아 총 1,000명의 군주가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이 군주들은 모두 영지 총레벨이 10레벨 미만이어야만 한다.

즉, 이 이벤트의 결정적인 점은 ‘총연맹의 전력을 잃지 아니한다’였다.

3개월 전에 통보했다는 것은 운영자가 슬쩍 언질을 던진 것이다.

영지 총레벨 10 미만의 후보들을 뽑아 그들을 연맹원으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집중 케어해서 대폭 성장시키고 그들을 이용해 경쟁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발키리 총연맹에 문제가 발생한다.

‘카샤가 죽어버렸다는 거지.’

당장 곧 있으면 전쟁의 광장에서 참가자들을 워프시킬 것이다.

한데 발키리 총연맹에서 준비한 두 명 중 한 명이 죽어버렸다.

3개월 동안 집중 케어를 받은 군주들은 건축물 레벨은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개개인의 무위는 결코 영지 총레벨 10미만의 군주라고 볼 수 없었다.

모든 총연맹이 심혈을 기울여 뽑은 정예 중의 최정예들이 출전한다.

그것도 두 명이 짝을 이루고.

그런데 발키리 총연맹의 경우 한 명이 죽어버렸다.

다급히 군주를 뽑아야 하는데, 사실상 3개월간 집중적으로 케어를 받은 그 군주만큼의 힘을 발휘할 군주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아아, 왜 이때 우리 매력만덩이가 생각나나.’

브록 군주는 쓴웃음을 흘렸다.

아서 더 프레스. 그 소년이 생각났다.

‘미친놈. 그놈은 지금 1레벨도 안 됐을 거라고.’

이제 막 건축물을 열심히 으쌰으쌰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그 녀석 계속 생각이 났다.

* * *

아서는 알론과 수업을 시작한 지 10일째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서의 그림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알론은 매번 속으로만 감탄하고 있었다.

아서는 현실 속에서는 무난한 변화의 삶을 살고 있었고 영지도 이 10일 동안 큰 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알론의 말에 아서는 빙그레 웃었다. 그가 그린 건 구름 가득한 하늘이었다.

처음 그림 그리기 기초 세트를 들고 그림을 그렸을 때는 나무를 그린 결과가 나무인지 풀인지 모를 정도의 실력이었다면 지금은 제법 잘 그려내고 있었다.

아니, 잘 그리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면 1년 동안 그림을 배운 사람들만큼은 그리시겠어.’

아서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의 손재주 스탯의 영향임을 모르는 알론으로서는 감탄할 수밖에.

10일 동안 창조의 그림이 1레벨을 더 올려서 3이 되었으며 가속 그리기도 1레벨이 더 올랐다.

가속 그리기는 이제 6배는 더 빠르게 그림을 그려낸다.

엄청난 속도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또한 창조의 그림의 레벨이 상승할수록 창조도 100% 안에서 그릴 수 있는 숫자가 큰 폭으로 늘었고 제한도 크게 풀렸다.

예를 들어 처음 창조의 그림을 사용했을 때 새를 환상형으로 그리면 5%였고 실체형으로 그리면 25%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새는 환상형으로 이제 약 500마리 정도를 그릴 수 있다.

또 실체형으로도 100마리 정도는 가뿐히 그려낼 수 있었다.

거기에 이제는 강아지보다 큰 존재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군주님께 숙제를 내드리려고 합니다.”

알론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와 10일 동안 함께 수업하면서 아서도 그에 대한 호감이, 그도 아서에 대한 호감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할 수 있다.

숙제라라는 말에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그는 배우는 재미를 아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늘 영지 밖으로 나가 그리시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려보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따라서 그려보라는 건가?”

알론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60점 미만이면 그 이상이 나올 때까지 계속 그리라고 할 겁니다. 험!”

알론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띠링!

아서의 앞으로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론의 숙제)

등급: B

지급 골드: 2,000

보상: 손재주+2 카리스마+1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60점을 맞을 때까지 반복.

설명: 당신의 그림 선생인 알론이 처음으로 숙제를 내주었다. 그를 만족시켜라.

아서는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주는 퀘스트가 아닌 일반 퀘스트와 군주 육성기 퀘스트의 차별점을 이렇게 주었다.

일반적으로 얻는 퀘스트는 ‘골드’를 얻고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통해 얻는 퀘스트는 ‘캐시’를 얻는다.

이 퀘스트는 일반 퀘스트로 아서와 알론 사이에서 나타난 퀘스트라 할 수 있다.

아서는 알론와 함께 성 밖으로 나갔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와 헤어지고 아서는 영지의 곳곳을 거닐었다.

영지민들이 하나같이 아서를 볼 때마다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 보였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더 대단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아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 나은 작품, 더 뛰어나고 좋은 작품!

그래야 창조주 군주로서 빠르게 올라갈 것이고 전술 전략에 도움이 될 터다.

아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열을 맞추고 지나가는 병사들을 그리자고 생각했다.

그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린다는 건 다양하게 스킬 숙련도에 영향을 미치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리냐, 또 어떤 것을 보고 그리냐에 따라서도 스킬 숙련도는 올라간다.

열을 맞추고 지나간 병사들을 그린 아서는 스킬 숙련도를 확인해 봤다.

‘흐음…… 왜 이렇게 낮지?’

아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양피지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영지 곳곳을 돌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다섯 점의 그림을 그려내고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내가 그리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아. 어째서…….’

어째서일까. 숙련도는 조금씩이지만 오르고 있다. 그림 실력도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서는 즐겁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의문이 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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