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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42화 (42/210)

# 42

군주회귀록 042화

[그레모리 압도 퀘스트 완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아서는 알림을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성 외곽으로 나가 영지를 내려다봤다.

“아서 군주님 만세!”

“만만세!”

아까 두 번째 미션을 달성했을 때 리디스의 꽃과 개구리풀을 섞어 제조한 약이 바로 영지민들의 잔병치레를 해결해 줄 약이었다.

영지민 500명은 그걸 먹자마자 10분 안으로 잔병이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곧 500명이 모두 그 제조약을 먹은 것인지 하늘이 번쩍하고 빛나며 알림이 들렸다.

[미션! 축복 가득한 영지 달성.]

빛 사이로 하얀색 날개가 달린 천사가 내려섰다.

천사가 영지 곳곳을 훑기 시작했다.

천사는 사람들의 몸을 통과해 지나갔고, 그녀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머리가 맑아지고 잔병들이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튜토리얼 퀘스트 4단계. 영지민 만족도 200% 달성 완료.]

200% 달성이 과연 쉬울까?

쉬운 건 아니다.

보통 군주들이라면 40%를 달성하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발카스 영지는 시나리오 자체가 꽤 어려운 수준에 속했다.

아서는 VIP-1레벨 이용권을 사용했다.

[VIP-1레벨 이용권이 활성화됩니다.]

성 외곽으로 나와 영지 전체를 둘러보던 아서는 골드와 적재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던전을 돌면서 골드가 꽤 흡족하게 충족되었고 적재도 마찬가지다.

현재 레벨 업 할 수 있는 영지 총 경험치는 5까지다.

“성을 5레벨로 업그레이드한다.”

쿠르르르!

성이 진동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될수록 건축물은 외형이 변하게 된다.

보통 만렙까지 찍은 성과 건축물을 보면 많은 이가 감탄에 감탄을 흘렸다.

아서는 발 빠르게 다른 건축물들까지 모조리 5레벨까지 끌어올렸다.

보통 군주보호기간에 있는 자들의 경우 그 기간 내에 영지 총레벨 5를 달성하는 경우는 흔치는 않은 편이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서는 총 20레벨 업을 해냈다.

영지 총 레벨이 1씩 오를수록 군주는 5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탯 포인트는 자그마치 40개나 된다.

절대 감각에 20, 행운에 10, 손재주 10에 투자했다.

그다음 아서는 병영을 열람했다.

(병영)

레벨: 5

병사: 50/150

병사 업그레이드 가능: 2만 골드 소요

병영은 5레벨 단위로 병사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기본적인 병사 유닛은 E급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1.4배 정도 강해졌기에 얼추 D급까지 올라왔다.

거기에 병사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간다.

즉, 하루 만에 병사 등급이 거진 D+ 정도가 되었다는 거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2만 골드를 투자해 병영을 업그레이드했다.

‘남은 튜토리얼은 상대를 물색해 봐야겠어.’

이제 고작 영지를 운영하게 된 지 이틀째가 되었을 뿐.

너무 서두를 필욘 없다.

그것보다 확인할 게 있다.

아서는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상기된 표정으로 그레모리가 돌아왔다.

“지, 지금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군주님!”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

그레모리는 걸음을 멈칫했다.

세상에, 모든 영지민의 잔병치레를 이렇게 해결하실 줄이야.

그레모리는 아서가 더욱더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멋있어 보였다.

저 어린 소년에게서 저런 카리스마라니.

역시 내 군주님!

나의 군주님!

하지만 아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레모리를 내려다봤다.

그녀도 아서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옴을 인지한 듯싶었다.

“그레모리,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예, 말씀하십시오.”

그레모리는 분위기를 짐작하고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정체가 뭐지? 또 네가 모셨던 마족 군주는 누구지??”

아서는 일부러 텀을 두었다.

그레모리 압도 퀘스트.

그리고 광적인 복종이라면 그녀가 그걸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리인이라고 할지라도 군주와 모든 걸 공유하진 않을 테니까.

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핥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뗐다.

“저는…….”

* * *

그레모리는 아서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째서 아서가 자신에게 정체와 전에 모셨던 군주가 누구인지 물어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고 생각해 보아도 떠오르질 않았다.

그건 바로 발카스 영지의 대리인이 되기 전의 기억과 자신이 어떠한 마족이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습니다.”

그 말에 아서의 미간이 좁혀지는 게 보였다.

“기억이 안 난다고……?”

“예. 어떤 군주를 모셨는지, 또 제가 어떤 마족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그레모리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거짓말일 리는 없겠지.’

광적인 복종 상태에서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면 시스템이 묶어놓고 있다고 보는 게 편할까?

‘그럴 수도 있겠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어쩌면 그레모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쉽군.’

마족 군주들의 영지 운영 방식, 또는 마계에 대하여.

그 외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르르 무산되었다.

그렇다고 그레모리를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알겠다.”

아서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혹시 제가 마족이어서 싫으신 겁니까?”

그레모리로선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다.

예로부터 인간들은 마족을 두려워했다.

그러니 아서도 싫어할 수 있을 법했다.

아서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난 일 잘하는 대리인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걸 생각하면 그레모리 넌 90점이야.”

“90점 말씀이십니까?”

분명히 높은 점수.

그레모리는 작게 입가에 웃음을 띠면서 고개를 숙여 그 웃음을 감췄다.

“남은 10점도 채울 수 있게 증진하도록.”

“알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자, 군주님을 보좌하자. 그레모리는 또 한 번 다짐했다.

아서는 일부러 10점을 남겨둔 거다.

그녀가 더욱더 열심히 자신을 보필할 수 있게 하려고.

“참, 침실에 가면 그 여인이 잠들어 있을 거야. 시녀들을 시켜 씻기고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도록.”

어쩐 일인지 아리스는 깨어나질 않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문제인데.’

그녀는 4년 후에 나타났다.

만약 4년 후에 깨어나게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는 노릇.

그러면 낭패다.

‘중요 정보 열람을 믿는 수밖에 없나?’

지금 바로 뜨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깨울 방법이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알겠습니다.”

‘오늘 밤 그녀와…….’

그레모리는 아서의 아리스를 씻기라는 말에 둘이 뜨거운 밤을 보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밝았던 얼굴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그 표정 변화를 본 아서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쟤 뭔 생각 하냐.’

아서는 다시 목소리를 진중하게 하고 말했다.

“그레모리.”

“예, 군주님.”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 없어. 저 여인은 우리 영지 발전에 이바지할 여인이다.”

“……전 아무 생각 하지 않았습니다.”

“군주한테 거짓말하게 되어 있나?”

“죄송합니다. 한데 정말 함께 침소에 드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모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내 군주님. 영원히 내 거야!

아서는 피식 웃었다.

분명 마족이라 거리감이 생길 법도 한데, 그레모리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퍽 귀엽기도 했고.

물론 귀엽다는 것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여인이지만.

“참, 군주님. 그녀를 씻기고 화가를 데려올까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

“알겠습니다.”

뛰어가는 그레모리의 굴곡진 몸매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신이 났다는 걸 보여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화가.’

창조주 군주로서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 * *

그레모리가 데려온 남성은 하얀색 백발을 질끈 묶은 쉰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다.

그는 정중하게 아서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서는 그레모리에게 얼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꽤 유명했던 화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정보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서는 그녀의 말을 듣고선 곧바로 발카스 영지 시나리오를 펼쳤었다.

시나리오는 종이 뭉치처럼 보였지만 만약 특정한 영지민에 대해 생각하면 그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엔 그에 대해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뛰어난 화가. 한때 세상을 그림 하나로 휘어잡았던 남자.’

그것과 적혀 있는 이름 알론이라는 게 끝이었다.

“자네가 우리 영지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라고.”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알론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아서의 말에 고개를 들고 부드럽게 웃었다.

“전 이곳 발카스 영지로 온 후에 한 번도 그림을 그린 적이 없거든요. 그저 저희 집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영지민들이 그리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렸던 적은 있으나 미천한 실력이었습니다.”

아서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민 대부분은 내게 거짓을 고하지 아니한다.’

하지만 영지 시나리오를 보면 그가 말하는 것은 ‘숨김’이다.

자신이 뛰어난 화가였던 걸 숨기려 한다.

시나리오에선 분명히 뛰어난 화가였다는데.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미가 되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영향력이 있던 화가.

그렇기에 아서의 카리스마 스탯으로 누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뜻밖이다.

그리고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던 화가라면 자신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니까.

“유명했든 아니든 중요하지는 않아.”

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림 선생이 필요할 뿐이거든. 꼭 대단한 화가한테 배워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난 나를 도와줄 선생님이 필요할 뿐이야.”

알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지도하는 것뿐이라면…….’

힘든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또 아서는 강압적인 태도가 아니기도 하였고.

그 정도라면 알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는 데까지는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레모리.”

“예.”

“화가 선생님과 있을 때는 나가주었으면 해.”

“알겠습니다.”

알론을 배려한 거다.

그녀가 나서고 아서가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본 모든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발설하지 않았으면 해. 영지민 중 그 누구에게도.”

“본 것이요?”

알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발카스 영지에서 거주하는 그가 아서의 말을 거역하고 영지민들에게 ‘군주님 귀는 당나귀 귀~’ 할 일은 없지만 미리 말해놓는 거였다.

“그래.”

그 말을 끝낸 아서는 곧바로 창조의 그림을 사용해 참새를 그렸다.

허공에 그려진 참새.

곧 하얀빛이 뿜어지자 참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

알론은 깜짝 놀랐다.

그림을 그려서 생명을 만들어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놀라운 능력이란 말인가.

끝이 아니었다.

아서는 이번에는 화분을 그려냈다.

그리고 화분에 자라 있는 난의 잎 하나를 똑 땄다.

“참새는 환상이고.”

아서가 부드럽게 젓자 하늘을 날던 참새가 스르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난을 계속해서 어루만졌지만 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화분은 실체지.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번에도 손을 젓자 화분이 사르르 사라졌다.

“저,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아직 미숙해. 그렇기에 자네 도움이 필요해.”

알론이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아서는 그림 그리기 기초 세트를 꺼내었다.

“이리로.”

알론이 그에게 다가왔다.

차근차근 하나씩.

“아까 참새를 그려낼 때 실력이 대단하셨는데, 굳이 배우실 필요가 있습니까?”

“능력일 뿐이야. 그 능력 없이 그리는 것은 형편없어.”

“그렇군요.”

보통 군주들은 영지민들에게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끔 대단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 대단한 능력은 보통 ‘스킬’이 되는 거고.

“그럼 한번 그려보시겠습니까?”

아서는 그 말을 듣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늘 어느 정도 배우고 예술의 기억을 사용해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서는 아까 전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의 참새를 그렸다.

“음…….”

알론이 얕은 신음을 흘렸다.

아서는 헛 웃었다.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영 꽝이올시다.

“제가 많이 도와드려야겠군요.”

“그, 그래야겠지?”

“예.”

알론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아서를 꾸짖지는 않았다.

“살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오히려 그는 좋은 선생처럼 아서를 다독였다.

“일단 가장 필요한 건 스케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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