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군주회귀록 041화
그 말이 끝이었다.
아서는 더 이상 데이든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팼다.
퍽퍽퍽퍽!
운영자는 특성상 HP가 더 높은 편이다.
“키엑, 마, 맞을 때마다 더 아파진다. 그, 그만!”
데이든은 실감하고 있었다.
소년이 자신을 폭행할 때마다 더 아파지고 있었다.
아서는 계속해서 팼다.
그러다가 그의 뒷목을 잡고 보호막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운영자 포션 마셔.”
데이든은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다.
당장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꼴딱꼴딱.
데이든이 팔을 부들부들 떨며 다급하게 운영자 포션을 들이켰다.
HP가 순식간에 차오르고 몸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쾅! 쾅!
“아직 부족하네.”
아서는 보호막을 때려보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 다르게 표정은 ‘다행이다. 더 팰 수 있어서’였다.
‘아, 악마……!’
데이든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아서가 그의 생각을 읽었다면 아직 악마라고 하기엔 이르다고 했을 거다.
데이든은 분명히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했다.
아직 그를 죽이지 않은 것은 타격할 상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군주님께 개기지 말아야지.”
“나, 나도.”
병사들은 살다살다 고블린이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었다.
아서는 데이든의 체력이 회복되자마자 다시 팼다.
퍽퍽퍽퍽!
“쿠헥, 퀙! 꿱! 끽!”
그리고 다시 운영자 포션을 들이켜게 했다.
‘248%.’
아서는 빠르게 올라가는 수치를 계산했다.
다시 한 100대쯤 때렸을까?
데이든이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
“키레엑! 제, 제발 그마안!”
아서는 힘껏 걷어찼다.
역시 말없이 팼다.
데이든은 눈물 콧물까지 질질 짜고 있었다.
곧 아서는 다시 보호막 앞에 섰다.
323%.
주먹에 힘을 꽉 주고 힘껏 후려쳤다.
콰아앙!
동굴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서는 멈추지 않고 보호막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콰아앙!
‘키렉……마, 말도 안 돼…….’
데이든은 믿을 수 없었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보호막.
쩌저적!
거미줄 같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를 악문 아서가 힘껏 팔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와장창창!
보호막이 산산조각 났다.
‘어, 어떻게 군주보호기간에 있는 자가…….’
경악에 경악.
천천히 얼음 앞으로 다가간 아서가 손을 그 위에 올렸다.
그러자 마법처럼 아리스를 가두고 있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히든 던전. 최종 목적지인 아리스에게 도달하셨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열립니다.]
[히든 던전 공략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폭풍우의 부채를 얻으셨습니다.]
[보상으로 30,000캐시가 지급됩니다.]
‘폭풍우……?’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준 폭풍우의 부채를 확인했다.
(폭풍우의 부채)
등급: 낡아빠진 유니크
내구도: 13,000/13,000
소모 마력: 300
특수 능력
⦁미약한 폭풍우를 1시간 동안 반경 5㎞ 내에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가능하다.
“……!”
아서는 너무 놀라 손에 쥐어진 부채를 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재해 아티팩트.’
재해 아티팩트는 말 그대로 자연재해를 부릴 수 있는 아티팩트다.
군주게임에는 77개의 재해 아티팩트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 77개의 재해 아티팩트는 모두 뛰어나다.
사실 자연재해라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한데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자연재해라.
더군다나 미약한 폭풍우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전쟁 모드에서 엄청난 도움을 줄 거다.
‘여기에 아티팩트 강화를 시키면…….’
미약한 폭풍우가 성난 폭풍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서는 그다음 새로 오픈된 캐시 상점을 열람했다.
“……헙!”
아서가 헛바람을 삼켰다.
그리고 너무 기뻐 웃었다.
‘VIP-2레벨 이용권!’
가장 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1회 사용하는 가격이 자그마치 10,000캐시나 된다.
하지만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사용하면 하루 동안 적용된다.
영지 반경 20㎞ 내의 던전을 찾아낸다.
1레벨 이용권은 영지 총레벨 7까지 바로 건설 가능했고 그 이후는 건설 불가였다.
하지만 2레벨이 된 만큼 12까지 바로 건설 가능하게 되었다.
거기에 추가적인 능력.
VIP-2레벨을 활성화하면 특이하게도 랜덤박스라는 걸 돌릴 수 있다고 한다.
랜덤박스.
이 랜덤박스에 다양한 것을 넣고 돌릴 수 있다.
그리고 넣고 돌린 것들 등급과 도박성에 따라 물품이 나올 수도, 그 외의 것들이 나올 수도 있단다.
‘말 그대로 도박이라는 건데.’
아서는 바로 이해했다.
도박이 가능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기존에 착용하고 있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얻을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 그 전에 있는 것은 판매하는 게 보통.
하지만 아서는 랜덤박스에 넣고 돌리면 된다.
거기에.
‘행운 스탯을 올려놓고 돌리면 어떻게 되려나…….’
아서가 아는 지식 안에는 스탯 증폭기란 개념도 존재한다.
이는 딱 한 가지 스탯만 일시적으로 증폭시킨다.
행운 스탯만 대폭 증가시키고 랜덤박스를 돌리면 더 대박이 터질 느낌이다.
흡족해하던 아서는 어느덧 얼음이 완전히 녹아내린 걸 볼 수 있었다.
“뒤로 돌앗!”
“예!”
아서의 명령에 따라 모든 병사가 몸을 돌렸다.
아서가 남아 있는 얼음을 손으로 부쉈다.
그러던 중 아서는 데이든이 도망치려고 하는 낌새를 눈치챌 수 있었다.
살금살금.
데이든은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 듯싶었다.
‘키렉, 내 기필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데이든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아서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설령 운영자직을 박탈당한다고 할지라도.
하지만 아서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푸지익!
데이든의 목이 아서의 창에 의해 꿰뚫렸다.
“운…… 영자를 죽이…… 다니…….”
“내가 만약 방어막을 부수지 못했다면 난 이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굶어 죽었을 거다.”
운영자 데이든은 어떻게 해서든 아서에게 악영향을 끼칠 거다.
아서는 찝찝한 존재를 남겨둘 만큼 자비롭지 않았다.
푸지익!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놈의 목구멍에 박혔던 창을 뽑아냈다.
그는 데이든의 몸이 허물어지고서야 은빛 날개의 망토로 아리스를 안아 들었다.
“돌아가자.”
“예!”
그제야 병사들과 함께 영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리스가 있던 장소에는 이젠 운영자 데이든이 목만 꿰뚫린 채 남아 있었다.
아서와 병사들이 이 던전을 빠져나가면 이제 완전히 리셋되어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 * *
‘왜 이렇게 군주님이 안 오시는 거지.’
그레모리는 초조하게 아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임에도 돌아오시지 않자 불안해진 거다.
그때였다.
성벽에 연결된 문이 열렸다.
“드, 드디어…….”
군주님이 돌아오셨다!
문이 열리며 조마조마해하던 그레모리의 얼굴은 밝았다.
하지만 곧 천천히 얼굴이 굳어갔다.
‘저 여인은……?’
그가 아름다운 여인을 은빛 날개의 망토로 둘둘 휘감은 채 껴안고 들어오고 있었다.
“군주님께서 돌아오셨다!”
“와아아아아!”
펜루스가 크게 다쳤기에 소환의 방에 보내놓은 아서는 아리스를 품에 안고 묵묵히 걸었다.
영지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뒤쪽에 함께 걷는 병사들은 반겨주는 영지민들에게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승리했음을 알렸다.
그레모리가 정중히 아서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돌아오셨습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민들께 알려라, 그레모리.”
“예, 말씀하십시오.”
“500명에 한해서 잔병이 있는 사람은 모두 치료소 앞에 모이라고.”
“알겠습니다. 그보다 그 여인은…….”
“아, 어쩌다 보니까.”
아서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군주님의 노리개……?’
정도라고 그레모리는 생각하며 팔을 뻗었다.
“제가 안겠습니다.”
“아니, 됐어.”
하지만 아서의 반응에 그레모리의 가슴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서, 설마 단순한 노리개가 아니란 말인가!’
마음을 두고 있으시기라도 한 건가?
나의 군주님이?
내 군주님이?
내 건데!
“……왜 그러지?”
“아, 아닙니다.”
“피곤하군. 성에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그레모리는 병사들과 함께 치료소에 가서 영지민들을 치료하는 걸 지켜봐 줘.”
“예.”
아서가 그렇게 말하며 성으로 걸어갔다.
그레모리는 병사들을 둘러봤다.
“오늘 어땠나?”
“최고였습니다.”
“군주님은 정말 멋있으십니다!”
“크흑, 대단하십니다.”
그레모리가 입을 벌렸다.
역시 우리의 군주님.
‘첫날에 이렇게 병사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있던가.’
병사들의 표정은 감격 그 자체다.
‘참, 이들이 돌아왔으니 얻은 식량이나 적재가 영지 현황에 뜨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레모리는 영지 현황을 오픈했다가 눈을 끔뻑이고 다시 껐다.
‘잘못 봤겠지.’
그리고 다시 떴다가 헉하는 표정이 되었다.
‘무, 무슨 식량이 이렇게도 많지?’
드롭된 식량, 적재, 철광 등을 주웠을 거다.
한데 일반 군주들이 사냥으로 얻은 것의 열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뿐만인가.
골드가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었다.
거기에 블랙 레일트리 나무!
일반 레일트리 나무보다 뛰어난 적재가 영지 현황에 보였다.
나무를 얻으면 그 나무를 소비성으로 얻는 게 아니다.
프로우드 나무를 쓰다가 블렉 레일트리 나무를 얻게 되면 이제 그 영지에서 어떠한 나무를 채집해도 모두 블렉 레일트리 나무가 되는 거다.
앞으로 이 영지의 모든 건축물엔 블랙 레일트리 나무가 들어가게 될 거라는 뜻.
‘블랙 레일트리 나무는 보통 운이 좋으면 영지 레벨 12쯤에나 얻을까 말까인데.’
그레모리는 놀라워했다.
그리고 계속 놀랐다.
‘영지 총경험치가 5레벨까지 올릴 수 있을 정도야.’
그뿐이면 말을 안 한다.
‘영지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했다. 그 의미는…….’
그레모리는 병사들을 돌아봤다.
아직 군주님은 성과 성벽, 다른 건축물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셨다.
그 말은 간단하게 해석 가능하다.
“너희들, 더 강해졌어……?”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군주님께서 저희를 쩔 시켜주셨습니다!”
“쩔이 뭐지?”
그레모리의 말에 병사들이 그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낱낱이 고했다.
그레모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신비한 버프 물약을 이용해서 병사들이 경험치를 획득하고 또 그들을 데리고 가서 순간적인 상승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레모리가 확인한 병사 개개인은 출정 때보다 1.4배 강력해진 무력을 갖추고 있었다.
새삼 다시 드는 생각.
‘내가 엄청난 군주님을 맡게 된 건 아닐까.’
그때 그레모리는 몰랐지만 아서에게 알림이 울렸다.
그레모리 압도 퀘스트 완료.
그리고 지금 바로 그레모리는 광적인 복종을 시작했다.
군주님께 놀라워하면서도 그레모리의 머릿속에는 그가 안고 들어왔던 정체 모를 미녀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우리 군주님이, 군주님이…….’
어째 아서가 생각했던 광적인 복종과 다른 의미인 듯 보이기도 했지만 분명히 복종하는 건 맞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