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군주회귀록 040화
13장 운영자 패는 군주님
브레드는 그 서늘한 말에 이도류를 꽉 쥐었다.
‘내가 긴장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앞에 있는 군주는 기껏해야 군주보호기간에 있는 군주다.
지금 이 던전은 일 년 이상 군주생활을 했던 군주들도 깰 수 있을지는 의문인 곳이다.
한데 놈은 정체 모를 힘으로 계속 강해졌고 지치지도 않았다.
‘죽겠군.’
하지만 아서는 숨기는 거다.
지쳤다.
누군가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이제 금방 끝난다.’
조금만 더 버티자.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실 수 있습니다.]
브레드가 땅을 박찼다.
태태태태탱!
허공에 불꽃이 튀긴다.
확실히 브레드는 달랐다.
수우우웅!
아슬아슬하게 브레드의 이도류 하나가 아서의 볼 옆을 지나갔다.
브레드가 이도류로 아서의 명치를 찌르려던 때에 아서는 뒷걸음질 쳤다.
타타타탓!
브레드는 그를 쫓아 달렸다.
콰자악!
아서를 쫓으며 브레드는 계속 이도류를 휘둘렀다.
수우웅! 수우웅!
아서는 노련하게 피해내면서도 간담이 서늘했다.
‘놈은 필사적이다. 한 번이라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브레드는 알았다.
지금 놈의 모든 스탯은 그보다 높았다.
하지만 한 대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허용하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럴 가능성이 있다.’
브레드는 속전속결로 끝내자고 생각했다.
콰악!
이도류가 순간 번쩍였다.
한 번 휘둘렀지만 세 번을 공격하는 트리플 특성이 발현되었다.
태렝태렝태렝!
아서는 공격 한 번을 막아냈는데 세 번의 충격이 가해지자 미간을 구겼다.
결국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카자벤의 독창을 놓쳤다.
“끝이다.”
브레드가 이도류로 접근해 올 때, 아서가 부웅 날아올랐다.
그리고 사라졌다.
스르르르!
타앗!
사라져 있던 아서에게 카자벤의 독창이 빨려 들어왔다.
‘위험했어.’
‘아깝군.’
아서는 안도의 한숨을, 브레드는 아쉬움을 뱉는다.
타타탓!
다시 충돌.
콰악!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이번엔 아서에게 힘이 실렸다.
콰지익!
순간 창끝을 막으려던 이도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순간 아서가 놈을 향해 힘껏 창을 찔렀다.
푸직!
브레드가 서둘러 몸을 비틀었다.
놈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창끝.
그리고 아서에게 울린 알림!
[스턴이 발동됩니다.]
기회!
순간 브레드는 당혹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였다.
아서의 창이 자신의 목을 향해 크게 휘둘러지고 있었다.
퐈아아악!
툭.
데구르르.
브레드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가며 떨어졌다.
그와 함께 아서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허억, 커헉.”
간담이 서늘했다.
자칫 한 번만 삐끗했어도 자신의 목이 날아갔으리라.
식은땀이 흐르며 얼굴에 묻은 피를 씻어 내렸다.
‘이놈이라면…….’
죽음의 그림을 사용할 만하다.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스킬.
“죽음의 그림.”
아서가 중얼거렸다.
죽음의 그림은 예술의 기억과 다르게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스킬이 해내는 거다.
스킬을 시전하자 아서의 손에 반투명한 붓이 그려졌다.
아서의 손이 브레드의 싸늘한 시신 위의 허공에 빠르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허공에 붓을 움직일 때마다 분명히 형상이 생겨나고 있었다.
“우와…….”
“히야…….”
병사들은 그 진귀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리고 아서는 엄청난 속도로 완벽하게 그림을 그려내는 죽음의 그림에 놀랐다.
고작 5분.
그 5분 만에 죽음의 그림의 발동이 끝났다.
쓰러져 있는 브레드보다 상당히 미숙한 모습이다.
‘스킬 레벨이 낮아서인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죽음의 그림. 다크엘프 전사 브레드를 소환수로 부리실 수 있게 됩니다.]
[소환수 브레드의 이름을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 레벨에 따라 브레드의 능력치는 기존의 60%로밖에 부릴 수 없습니다.]
60%. 일단 아서는 브레드의 상태창을 확인해 봤다.
(브레드)
현재 낼 수 있는 힘: 60%
소환수
HP: 2,500 MP: 400
총합 공격력: 313
총합 방어력: 262
등급: C
잠재력: 93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높다.
위의 상태에서 40%를 빼면 D+ 정도 되겠지만 이마저도 훌륭하다.
[전장의 귀신 퀘스트 완료.]
[브레드의 특성. 트리플을 강탈합니다.]
[절대 감각+1을 얻었습니다.]
[5,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아서는 퀘스트를 통해 강탈한 스킬 트리플을 확인해 봤다.
(트리플)
엑티브 스킬
등급: B
레벨: 1
숙련도: 0%
소모 마력: 30
설명: 한 번의 공격. 하지만 세 번을 타격한다. 3분의 쿨타임.
나쁘지 않다.
‘광전사의 반지와 이 스킬이 절묘하게 조합되면……?’
애초에 광전사의 반지는 20%의 확률로 크리티컬이 터진다.
세 번을 연속으로 타격한다는 걸 생각하면 크리티컬이 트리플 공격에서 터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다.
‘일격을 날릴 때 유용하겠어.’
그다음 절대 감각.
‘이 스탯도 행운처럼 대단한 것 같단 말이지.’
클릭해서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
‘올릴 때마다 다섯 개의 감각이 뛰어나진다.’
오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은 시력이 좋아질 테고 청각은 적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후각도 비슷하고 미각은 맛을 보는 데 좋고, 촉각이 좋아지면 어쩌면 반사 신경이 더 좋아질지도 모르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방어가 해제됩니다.]
때마침 미치광이 주사의 효과도 끝났다.
[미치광이 주사의 버프 효과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97%의 살육자의 단맛 껌 효과가 있다.
아서는 껌을 씹으면서 다시 병사들과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리스를 찾아야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이상 다크엘프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타락한 정령은 몇 마리 존재했고 가뿐히 사냥했다.
어느덧 살육자의 단맛 껌이 100%를 달성했다.
이제는 죽일 때가 아니라 누군가를 타격할 때마다 1%씩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그때 아서의 눈앞에 드디어 보였다.
얼음에 갇혀져 있는 고귀한 아리스.
나체의 그녀를 보면서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름답다.’
아리스는 엄청난 미녀였다.
아니, 아서가 살면서 그녀만큼의 미녀는 본 적이 없다.
병사들도 감탄에 감탄할 정도다.
아서가 다가가려던 순간이었다.
쿠우웅!
갑자기 허공에서 내려온 방어막이 아리스가 갇힌 얼음을 막았다.
‘뭐야?’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애초에 막고 있든가. 웬 갑자기 생겨난 방어막?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아서는 눈치챌 수 있었다.
* * *
운영자 데이든은 아서의 인근에 투명화 모드로 서서 가슴을 추슬렀다.
‘키렉, 이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브레드와 다크엘프는 상급자가 이곳 던전에 붙여놓은 자들이었다.
한데 그들 모두가 죽어버렸다.
‘키렉, 아리스마저 빼앗길 순 없어!’
그게 데이든의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군주 소년이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이미 만들어진 던전, 그리고 운명의 던전으로의 변화.
그걸 만약 군주들이 해내면 더 이상 운영자는 관여해선 안 된다.
그들은 합당하게 클리어할 걸 클리어했고 보상을 받는 거다.
지금 데이든의 행동은 운영자로서의 자격 미달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라도 아리스를 지켜야 했다.
‘키렉, 저 방어막은 999의 방어력이지. 절대 깰 수 없다.’
데이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키렉, 또 걸릴 일도 없어.’
자신이 운영자로서의 자격 미달 행위를 했지만 누군가 알아채지도 못할 거라고 그는 여겼다.
그러던 중 군주 소년이 보호막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주먹으로 후려쳤다.
쿠우우웅!
드으으!
보호막이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조금도 금이 가지 않았다.
저 정도 방어력의 보호막을 깨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년은 여러 차례 던전을 후려쳐 봤다.
쾅! 쾅! 쾅!
역시 방어막은 꼼짝도 안 했다.
데이든이 피식피식 웃었다.
‘키렉, 최종적으로 갇혀 있는 아리스를 구출하는 게 이 던전의 핵심. 만약 구출하지 못하면 나가는 문은 열리지 않아.’
저 대단한 소년도 결국 병사들과 함께 이곳에 갇혀 죽게 될 것이다.
데이든은 쌤통이라는 듯 킬킬거리며 웃었다.
갑자기 군주 소년이 멈칫했다.
군주 소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저기 있었군.”
소년이 빙긋 웃었다.
투명화된 데이든의 시선이 자신의 옆에 놓인 돌로 향했다.
‘키렉키렉, 멍청한 인간!’
돌로 때린다고 부서지겠는가.
천천히 군주 소년이 다가왔다.
데이든은 움직이지 않았다.
투명화 모드지만 만약 놈이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곧 데이든의 앞으로 다가온 소년이 몸을 숙이며 돌을 집었다.
데이든은 혹시 몰라 숨도 꾹 참았다.
“읏차!”
몸을 일으키던 인간.
곧 그가 부드럽게 데이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잡았다.”
“키, 키렉……?”
멱살을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던 데이든이 잠시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던 중, 소년이 데이든과 눈을 맞추고 악랄하게 웃었다.
“키, 키렉…… 서, 설마……!”
정말 자신이 보이는 건가?
아니, 어떻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사악하게 웃는 소년.
그 소년이 있는 힘껏 데이든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퍼억!
“쿠렉!”
데이든은 알았다.
확실히 놈은 자신이 보인다.
얼굴 한 대를 맞은 데이든이 소리쳤다.
“키렉, 우, 운영자를 해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나?! 군주게임 이용 자격 박탈당한다. 그건 즉, 네가 죽는다는 거야!”
“너 신입이냐?”
“키, 키렉…….”
소년, 아서가 딱 맞췄다.
데이든은 6개월밖에 안 된 초짜 신입이다.
그것도 얼마 전 이 구역의 담당자 운영자가 죽어버려서 수습 기간 없이 급하게 들어온 신입.
“운영자의 규율에 따라 필요 이상의 해를 군주에게 끼칠 시 그 군주는 그 운영자를 해하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아니한다. 운영자법 13조. 2항.”
“키, 키렉……?”
그, 그런 법이 있던가?
아니, 그것보다 군주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더 어이가 없다.
“키렉, 정체가……!”
아서가 주먹으로 데이든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얼굴을 맞은 데이든은 멍한 표정이다.
“키렉, 세상에 운영자를 때리는 자가 어딨나!”
그는 벌벌 떨며 아서를 바라봤다.
아서가 천천히 입을 그의 귀에 가져가 속삭였다.
“여기.”
퍼억!
한 대를 더 때렸다.
보호막을 후려치던 중 알림이 울렸다.
군주 육성기가 낸 알림이었다.
중요 정보 열람.
현재 운영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또 친절하게도 2,000캐시를 지르자 운영자의 위치까지도 상세히 알려줬다.
운영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르자 군주 육성기가 특별한 반응을 보인 듯했다.
그래서 은근슬쩍 놈에게 접근해 멱살을 잡았고 그러자 형체가 완전히 드러난 거다.
아서가 말했다.
“저거 방어력 999잖아. 저거 부수려면 네가 한 200대 정도 맞으면 될 것 같은데. 네가 소환한 거니까 책임져야지.”
“키렉? 그, 그게 무슨…….”
데이든은 당혹했다.
그놈의 표정은 자신을 샌드백 이상으로 보고 있다.
뭔가 자신을 통해서 얻겠다는 듯한 표정.
“죽을 것 같으면 말해. 운영자 포션 먹을 시간 준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소리.
아니, 그것보다 200대라니?
자신을 200대를 패면 저 방어막을 부술 수 있을 것 같다니?
또 한낱 군주가 운영자 포션의 존재 여부는 어떻게 안단 말인가!
“키렉, 도대체 무슨…….”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