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38화 (38/210)

# 38

군주회귀록 038화

아서는 병사들을 돌아봤다.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그들은 어서 빨리 강해지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아서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병사들 모두를 잃을 수 있어.’

그만큼 위험하다.

아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현재 미치광이 주사 1시간 10분 경과.

앞으로 20분이 지나면 200%의 힘을 낼 수 있다.

대신에 자신의 HP는 1%만 남는다.

‘단 한 번이라도 맞으면…….’

아서는 마른침을 삼켰다.

‘난 죽는다. 병사들도 마찬가지.’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이 죽게 둘 순 없다.

아서는 곧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발견했다.

‘엘프?’

엘프가 그려져 있고 그들이 자신과 같은 엘프지만 귀가 유독 더 뾰족한 엘프에게 활을 겨냥하고 있는 벽화다.

‘설마……!’

아서는 눈치챘다.

엘프들에게 둘러싸인 존재.

그 존재가 이 던전에 나타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다크엘프……?’

얼마 전 전멸의 토벌대에서 만났던 다크엘프.

그도 무척 강했을 거다.

단순히 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날 때부터 타고난 싸움꾼들이 다크엘프이며 엘프와는 정반대로 잔혹한 자들이다.

“군주님, 왜 그러십니까?”

“군주님?”

쿠그그그그!

병사들이 걱정 어린 목소리를 토했다.

곧이어 던전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서는 흔들리는 던전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그들을 바라봤다.

던전이 흔들리자 놀란 병사들은 아서가 자신들을 바라보며 흔들림 없는 표정을 짓자 자신들도 표정을 추슬렀다.

아서의 눈빛은 고요했다.

그는 병사들 한 명 한 명과 차분히 눈을 맞췄다.

“이곳에선 각자의 생존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치고 최대한 내게 도움을 요청해라.”

병사들이 ‘충!’이라 외쳤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그들도 확실히 인지하고 믿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내가 군주이고 멋들어지는 성에 거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

병사들은 대답하지 않았고 아서는 싱긋 웃었다.

“위험할 때 내 뒤에 숨으라고. 너희를 지켜주라고 내가 더 좋은 곳에 사는 거고 너희는 나보다 안 좋은 집에 사는 거다.”

“맞습니다!”

“지당하십니다!”

병사들이 탄성을 흘렸다.

어찌 저 어린 나이에 저러한 언변을 발휘하실까.

던전의 흔들림이 멈췄다.

곧이어 울린 알림.

[라이칸의 던전이 히든 던전으로 변화합니다.]

훼리리릭!

그 알림이 끝나는 순간.

길이가 짧은 화살 한 발이 아서의 뒤쪽에 서 있던 랜의 이마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아서가 손을 뻗어 빠르게 잡아채며 빙그르르 돌았다.

그다음 화살을 힘껏 던졌다.

쉬이익!

탱!

한 손에는 석궁을, 허리춤에는 단도를 찬 다크엘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아서의 예상대로 이곳엔 다크엘프가 나타난다.

놈은 긴 백발의 머리카락에 피부는 흑빛이었으며 얼굴은 상당한 미남이었다.

“허억…….”

자신의 이마로 화살이 쏘아지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던 랜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다, 다크엘프다…….”

“어떻게 이런 곳에 다크엘프가…….”

병사들도 다크엘프가 어떠한 존재인지는 알았다.

아서가 카자벤의 독창을 들었다.

‘스캔.’

[스캔이 실패합니다.]

현재 버프로 강해진 아서에 비하면 다크엘프가 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프가 빠진 상태에선 아서가 다크엘프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거다.

타타탓!

다크엘프가 단도 하나를 빼 들며 아서를 공격해 왔다.

‘두 번만 스쳐도 죽는다.’

아서가 창으로 힘껏 단도를 쳐냈다.

하단을 노리며 발이 날아왔다.

반 걸음 빠르게 물러났다.

“호오.”

녀석이 제법이라는 듯 감탄했다.

아서가 미간을 구기며 있는 힘껏 카자벤의 독창을 위로 치켜들었다.

“어디서.”

그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평가질이야?”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콰지익!

다크엘프가 단도로 막았으나 크리티컬이 터지자 단도가 꺾이며 손목을 베었다.

푸지익!

손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다크엘프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다른 손의 석궁을 아서에게 겨냥하려 했다.

하지만 아서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다크엘프의 눈에 그가 보이지 않았다.

당혹한 놈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서는 놈이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는 찰나의 시간에 은신 스킬을 발동시킨 거였다.

푸지익!

“쿨……럭.”

다크엘프의 뒷목을 찌르고 들어온 창이 관통되어 나왔다.

아서가 힘껏 뽑아내며 호흡을 추슬렀다.

‘이놈들은 가장 큰 문제가 너무 침착하다는 거야.’

전투에서 당혹하는 모습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에 떨던 병사들.

“봤듯이 내가 더 강하다. 그러니까 겁먹지 마라.”

아서가 랜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 올려 일으켜 세웠다.

“예, 옛!”

하지만 아서는 알았다.

이대론 위험하다.

만약 다크엘프가 세 마리만 나와도 아서 혼자는 괜찮지만 병사들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혹시…….”

아서는 절대군주의 알림을 떠올렸다.

운빨 군주 로이드.

그는 원하는 양피지 하나를 준다고 하였다.

“버프 물품 중복 가능하며 병사 서른 명을 절대 방어할 수 있는 양피지를 원한다.”

[지급할 수 없는 양피지입니다.]

떠본 거였다.

말하면서도 안 될 걸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한 가지 양피지지만 두 가지 힘을 가지고 있다.

병사들 서른 명을 절대 방어할 수 있는 양피지와 버프 물품 중복 가능한 양피지.

‘생각해 보자…….’

아서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평소처럼 차근차근 설계해 보자. 아는 모든 정보를 동원하자.

머리가 팽팽히 굴러갔다.

그리고 아서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엘프를 통한 미션이 다크엘프에게도 적용된다면?”

아서가 아는 미션 중 하나가 있다.

이는 엘프를 통해서 달성된 미션이다.

그렇다고 다크엘프에게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엘프보다 더 상위로 치는 다크엘프에게 그 미션이 적용된다면 보상은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아서는 결정했다.

믿고 가본다.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

“펜루스, 병사들을 지켜라.”

크르크르!

펜루스가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짙게 울었다.

“버프 물품 중복 가능 양피지를 선택한다.”

[버프 물품 중복 가능 양피지가 지급됩니다.]

아서는 자신의 앞에 떠오른 양피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던전에 들어왔던 시간 1시간 10분. 현재 지난 시간 10분. 앞으로 10분 후에 모든 스탯 200%, HP 1%가 된다.’

도박 중의 진짜 도박.

이 던전에서 한 대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어 10분이 지났다.

[미치광이 주사 사용 시간이 1시간 30분이 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0%까지 상승합니다.]

[HP가 1%만 남습니다.]

아서는 인벤토리에 있는 살육자의 단맛 껌을 꺼냈다.

입에 집어넣고 양피지를 찢었다.

그다음 질겅질겅 씹었다.

입 안 가득 단맛이 퍼졌다.

[미치광이 주사와 살육자의 단맛 껌이 중복됩니다.]

[단, 살육자의 단맛 껌은 현재 적용된 버프 상태와 관련 없이 본래의 스탯에서 적용됩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었다.

이제부터 한 명을 눕힐 때마다 모든 능력치 1%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다크엘프에게 다가갔다.

단도를 꺼낸 아서는 다크엘프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잘라내어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엘프를 통해 달성되었던 미션은 서른의 엘프 머리카락 수집이었다.

“들어간다.”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두려웠지만 아서를 믿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던 아서는 허공에 떠 있는 검은색 반투명한 형태의 살라만더를 발견했다.

타락한 살라만더.

그게 놈의 이름이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다.

얼추 여섯 마리.

“지원.”

“예!”

“예예……!”

아서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타락한 살라만더는 다크엘프보다 훨씬 약하다.

때문에 이놈들을 잡아 퍼센트를 올린다!

푸지익!

검은 화염을 뿜어내는 놈의 입 안으로 힘껏 창을 찔렀다.

[기본 스탯 1%가 상승합니다.]

아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놈들을 베어내고 도륙했다.

현재 HP 1%지만 기본 능력치는 200%.

[기본 스탯 1%가 상승합니다.]

[기본 스탯 1%가 상승합니다.]

거기에 계속 강해진다.

‘이대로라면 할 만하다.’

* * *

퐈악!

“히이익…….”

병사들은 다크엘프들의 움직임을 눈으로도 좇지 못하고 있었다.

아서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파악!

다크엘프 하나가 깃털처럼 가볍게 몸을 날리며 아서를 향해 단도를 내려찍었다.

아서는 막지도 않고 몸을 뒤로 뺐다.

‘빌어먹을.’

제한이 많다.

한 대라도 맞으면 안 된다는 것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도 불가함을 의미한다.

한 번, 한 번의 전투가 지나갈 때마다 아서의 등골이 오싹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금방이다.

이놈들 네 마리를 상대하기 전에 35마리 가량의 타락한 정령을 사냥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크엘프들은 숨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콰직!

크라악!

펜루스가 비명을 질렀다.

병사들을 지키던 펜루스가 병사를 죽이려는 다크엘프의 단도를 몸을 던져 막은 거다.

다크엘프가 거칠게 단도를 뽑아내 펜루스의 목을 노렸다.

소환수는 소환수의 방에 들어가면 보통 자체 회복되며 죽는다고 해도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소환이 가능하다.

병사들과 다르다.

그 때문에 펜루스가 고생하고 있는 격.

아서는 자신 앞에 다크엘프에게서 빠르게 벗어나 창을 힘껏 던졌다.

푸지익!

빠르게 강해진 그의 창이 다크엘프의 등을 뚫고 복부를 관통했다.

“이놈.”

아서 앞의 다크엘프들이 빠르게 그에게 공격해 들어왔다.

아서가 몸을 한 바퀴 빙글 굴리며 손을 쫙 뻗었다.

촤르륵!

창이 회수되어 잡혔다.

태에엥태에엥!

힘겨운 전투.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퐈악!

단도로 창을 막으려던 다크엘프가 깜짝 놀랐다.

아서가 서둘러 놈을 처리했다.

“어찌…….”

“강하다…….”

다크엘프들은 계속 놀라고 있었다.

운영자로부터 이 던전을 지키라는 사명을 받은 그들은 군주보호기간 군주들만 이곳에 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아서는 그 이상으로 강하다.

아니, 싸울수록 강해진다.

푸지익!

퐈악!

주먹으로 다크엘프 한 놈의 안면을 후려쳤다.

아서가 번쩍 창을 치켜 올리며 날아올랐다.

다크엘프가 반사적으로 창을 막으려던 순간 아서가 사라졌다.

하지만 공격은 그대로 감행되리라 믿었다.

하나, 아서는 뒤에서 목을 꺾었다.

우두둑!

‘MP가 없다.’

은신을 사용할 MP도 다 떨어졌다.

한 번씩 이렇게 사용하는 게 한계.

“으아아아…….”

“흐이익…….”

태에엥!

병사들이 또 숨어 있던 다크엘프와 싸웠다.

하지만 그들은 다크엘프들을 쫓지도 못했다.

펜루스가 다크엘프를 향해 돌격하고 병사들은 아찔한 순간을 매번 맞이했다.

‘구, 군주님…….’

‘죄송합니다. 나약한 저희들을 용서하세요.’

그들은 좌절했다.

군주를 앞에 세우고 뒤에서 그의 보호나 받는 무능한 자신들을!

하지만 그 마음을 아서가 알았다면 무능하다가 아니라 고맙다고 했을 거다.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이 던전이 너무 강한 것이니까.

푸지익!

아서가 바로 앞의 다크엘프를 처리하고 펜루스와 합세했다.

다크엘프가 병사 한 명의 목을 향해 단도를 찌른다.

아서가 그걸 빠르게 막아내려 하자 녀석은 예상한 듯 피식 웃었다.

‘노렸다.’

아서는 놈이 노렸음을 알아챘다.

놈의 다른 손에 있던 단도가 아서를 향해 뻗어왔다.

‘놈들은 알아챈 거다.’

아서가 입술을 깨문다.

‘내가 공격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

저 단도에 한 번이라도 스치면 자신은 죽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