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군주회귀록 034화
그레모리는 아서처럼 영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방금 전 그녀가 들은 알림.
아서가 4만 골드에 해당하는 식량을 구매했다는 알림이었다.
이 식량은 ‘곡식’만 되는 건 아니다.
고기가 될 수도, 밀가루가 될 수도 있다.
여러 방면으로 해당 영지에 맞춰져서 먹을 음식의 재료와 쌀, 그 외의 것들이 나타난다.
만약 게임이라고 정말 농장을 개척하고 그곳에서 밀만 나온다면?
현실성이 없다.
매일 밀만 먹어야 되는 거니까.
“골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내가 얻은 육성기로 업적을 쌓으니까 이렇게 주던데?”
대체 그 업적이 뭐길래?
또 그 육성기가 뭐길래!
아직도 그레모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서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대리인.”
“예.”
“오늘 중으로 모든 영지민에게 넉넉한 식량을 지급한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아아, 예……! 알겠습니다.”
첫 명령.
그레모리는 감탄했다.
‘우리 군주님, 뭔가 특별하다!’
* * *
[기초 건축물을 모두 건설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아서는 정확히 다섯 번 울리고 레벨 업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음을 알았다.
이제부턴 훈련소와 다르게 레벨 업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영지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면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보통 모든 건축물만 완성해도 5레벨이 된다.
아서는 상태창을 오픈했다.
(아서)
레벨: 5 직업: 창조주 군주
군주 등급: F
HP: 930 MP: 490
힘: 79+2% 민첩: 73+5
체력: 63 지능: 44
지구력: 41 카리스마: 38
손재주: 21 잠재력: 108
보너스 포인트: 10
⦁보유 스킬
통솔(2), 스캔(1), 예술의 기억(1), 창조의 그림(1), 가속 그리기(1)
⦁아티팩트 스킬
은신, 아머 브레이크
보통 1업을 할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 2개가 지급된다.
아서는 총 열 개의 보너스 포인트 중 카리스마에 4를, 지능에 나머지 6을 투자했다.
현재 아서는 다른 견습 군주들보다 힘, 민첩, 체력, 지구력이 월등히 높다.
때문에 지금 당장 올릴 필욘 없다.
반대로 지능을 올리면 배움의 터에서 영지가 기본적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더 많이 빠르게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다음.
아서는 영지 현황을 오픈했다.
(발카스 영지)
영지 레벨: 1 영지 경험치: 35%
영지 총 전투력: 100
영지 총 방어력: 100
적재: 브로우드 나무 10%
철광: 쇠, 구리 13%
식량 및 자원 채집 속도: 0%
영지 병사: 30/50
영지민: 1,421/2,000
재정: 보통 식량: 조금 풍족
영지민 만족도: 88%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에 대한 건 이렇게 간략하게 통합되어서 표기되고 클릭하면 세세하게 확인 가능하다.
모든 것은 총합이다.
만약 총합이 아니라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으면 군주가 보기도 힘들뿐더러 복잡하다.
그리고 성 레벨1이 되었다고 영지 레벨1이 되는 게 아니다.
성, 성벽, 대장간을 차례차례 업그레이드하고 계속해서 마지막의 건축물까지 딱 업그레이드했을 때 영지 레벨2가 된다.
그리고 영지 레벨이 1이라고 해도 그 전에 병영이 레벨2를 찍으면 병영만큼은 레벨2의 힘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성 레벨이 1에서 2가 되려면 먼저 영지 경험치를 올려야 한다.
영지 경험치는 군주가 경험치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영지민들을 위해 뭘 하든가, 혹은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 땅을 개척하든가.
영지에 관련한 모든 일에 성과를 올리면 경험치가 오르고 100%가 되었을 때 골드와 자원이 충분하면 성을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건축물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아서는 그레모리와 함께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가 멈춰 선 곳 앞에는 치료소가 있었다.
이 치료소도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겉모습만 치료소였다.
안에 치료할 수 있는 도구도 재료도 그 어떠한 것도 없는.
현재 1레벨이 된 치료소에는 붕대와 같은 기본적인 치료 물품이 있다.
“초반의 치료소는 오로지 병사들을 위해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1레벨일 때는 치료 속도도 늦을뿐더러 병력의 손실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아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그레모리는 매번 알고 있는 내용을 구구절절 읊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아서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처럼.
아서는 영지를 둘러보면서 아파 보였던 이들을 떠올렸다.
그럴 수밖에 없지.
배고프고 가난한 영지였으니까.
그리고 아서는 자신의 머릿속에 꽉꽉 찬 정보 중 하나를 생각했다.
‘영지 키우기 보고서.’
수백 가지의 영지를 키우기 위한 핵심들만 적혀 있고 거기에 영지에 관련한 숨어 있는 미션 등을 달성할 수 있다.
‘포로 구하기 히든피스의 경우 내가 몬스터 훈련 사냥에서 매우 강해졌기에 가능했던 거다. 또 다른 히든피스를 대비하기 위해 빠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그러기 위해선 미션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난 모조리 알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미션 목록 중 하나.
‘축복 가득한 영지.’
이 축복 가득한 영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처음 영지를 맡게 되고 한 달 내로 영지민 500명의 잔병을 치료해 주는 거다.
보통 대리인들은 군주들에게 ‘영지민’보다 ‘병사’먼저라고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다.
병사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으면 병력 손실이다.
부릴 수 있는 병력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영지민의 숫자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대부분 이 미션을 달성 못 한다.
또 모든 영지민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부터가 사실 매우 힘들다.
그럴 재료도 없을뿐더러, 골드도 없고, 거기에 치료소는 딱 하나뿐이니까.
하지만 아서가 아는 미션을 달성하면 벌어지는 일.
‘모든 영지민의 잔병이 치료된다.’
500명을 단시간에 치료할 수 있다면 미션 달성으로 그걸 받을 수 있다.
미션은 퀘스트처럼 어떠어떤 걸 하라고 나오지 않는다.
모두 임의로 해야 하는 거다.
아서는 그레모리를 돌아봤다.
“그레모리.”
“예, 군주님.”
“내일 첫 출정을 할 것이다.”
“아아, 예……!”
500명을 단시간에 치료하기 위해 아서는 토벌을 나가야 했다.
아서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군주님, 만세!”
“만만세!”
식량을 배급받은 영지민들이 하늘 높이 팔을 들어 올리고 외쳤다.
지독한 배고픔.
일단 그것 하나는 해결했다.
이제 곧 영지민들의 잔병을 치료해 튜토리얼 퀘스트 중 하나인 만족도 200%를 달성하리라.
성으로 돌아갈 때도 영지민들의 환호는 계속되었다.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그 사이를 걸으며 그레모리에게 명령했다.
“영지에 빼어난 화가가 있는지 물색해 주었으면 좋겠어.”
“화…… 가 말입니까?”
화가?
그림 그리는 자를 말하는 건가?
마족인 그레모리가 생각했을 때 그림을 그리는 자는 아무 쓸모 없었다.
특히나 군주님께는.
하지만 그녀는 토를 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최고의 화가를 데려오도록 하죠!”
아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 첫 출정. 오늘은 일단 현실로 돌아가야겠군. 그림 연습도 해봐야할 것 같고.’
빨라야 하지만 너무 다급할 건 없다.
자신이 원하는 건 현실도, 군주게임도 만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삶이니까.
“특별한 일이 있으면 통신기를 통해 부르도록.”
“알겠습니다.”
그레모리가 본 아서는 정말 다 알고 있었다.
가르쳐 줄 게 하나 없을 정도로.
성에 들어가자마자 아서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현실로 돌아간 거다.
‘첫날부터 모든 영지민을 배불리 먹이시다니…….’
분명히 놀라운 일이다.
벌써부터 영지민들은 ‘아서 군주님 만만세!’ 소리까지 치고 있지 않은가.
곧 그녀는 아서가 지시했던 걸 떠올렸다.
‘뛰어난 화가라.’
그녀는 성에서 곧장 나갔다.
* * *
현실.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밤중에 여느 때처럼 평소와 상관없이 운동 중이었던 듯 달리고 있었다.
이렇듯 군주게임에 있게 되면 현실 속 잔존한 육체는 아서와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훈련소에서의 2개월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이지만 훈련소 수료 후는 현실과 동일하게 시간이 흐른다.
아서는 운동을 마무리 후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아서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창조주 군주의 힘을 더 크게 발휘하려면 그림 실력부터 갖춰야 해.’
그렇기 때문에 그레모리에게 뛰어난 화가를 찾아본 것이라고 한 거다.
‘그러고 보니 창조의 그림은 사용 안 해봤군. 사실상 창조주 군주의 핵심인데.’
창조의 그림.
생명을 창조할 수도, 건물을 그리면 건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아서는 세부 설명을 확인했다.
‘현재 1레벨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처음부터 모든 걸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현재 그려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이 예시로 보인다.
‘화분이나 꽃, 컵, 쥐, 새. 더 작은 것은 벌레나 단추. 실, 바늘.’
이 정도까지가 한계다.
창조의 그림에는 숫자 제한이 없다.
대신에 다른 제한이 존재한다.
‘창조도.’
이 창조도는 세부 설명에 따르면 레벨이 올라갈수록 그 폭이 상승한다고 했다.
이 창조도가 100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창조가 불가능해진다.
‘창조의 그림은 다행히도 그림 실력보다 스킬 레벨과 손재주에 의존한다는 거지.’
창조의 그림은 말 그대로 스킬 같은 능력.
자신의 그림 실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아서는 붓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방 안에 놓여 있는 화분을 흘끗 보고는 허공 위로 중얼거렸다.
“창조의 그림.”
그는 저 화분을 똑같이 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허공으로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서는 가속 그리기를 동시 사용했다.
순식간에 뚝딱하고 아서의 방에 놓여 있는 화분 하나가 완성되었다.
외관상 정말 똑같다.
말 그대로 그려냈는데 화분이 생성되었다.
“진짜 미쳤군…….”
지금은 낮은 레벨이라 이 정도다.
[화분을 그려내셨습니다.]
[환상형과 실체형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알림이 들리지 않으니, 그리실 때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서는 친절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형.
카르만이 사용했던 말 그대로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오우거다.
툭 치면 스르르 사라진다.
즉 내구성 제로.
그리고 실체형.
말 그대로 어느 정도 실체화된다는 거다.
“환상형을 선택한다.”
[환상형 화분이 완성되었습니다. 창조도감에 등록됩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상형 화분을 확인했다.
(화분)
환상형
내구도: 없음
설명: 보잘것없는 화분.
“음…….”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조도를 확인했다.
현재 창조도는 2%였다.
아서가 손을 뻗었다.
환상형 화분을 손이 통과하며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자 다시 창조도는 0%가 되었다.
아서는 또다시 같은 화분을 그렸다.
이번에는 실체형.
(화분)
실체형
내구도: 동일한 화분 대비 50%
설명: 보잘것없는 화분.
내구도가 상승했다.
아서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방금 전과 다르게 화분이 손에 잡혔다.
“오.”
작게 감탄한 아서가 화분을 들어 올렸다.
그다음 확인한 창조도 10%.
자그마치 5배에 해당되는 창조도가 올라갔다.
‘적절하게 섞어 쓰면 되겠어.’
굳이 모든 게 실체형일 필욘 없다.
전술 전략에선 환상형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아서는 여러 가지를 그려봤다.
밖에 나가서 하늘을 거니는 참새를 그려봤다.
짹짹짹!
생명을 가진 이들은 창조도가 더 올라갔다.
환상이어도 자그마치 5%.
실체형일 시 25%가 올라갔다.
‘하지만 이는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손재주 스탯이 상승할수록 보완될 부분이다.’
아서는 그리는 것에 맛들였다.
물론 자신이 직접 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리는 것이 살아 움직인다는 건 분명히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환상형으로 만들어진 참새와 쥐들이 아서의 주위를 기웃거렸다.
몇 마리의 참새는 아서의 어깨 위에 앉았다.
상대방이 먼저 충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짹짹짹!
소리까지 똑같다.
흡족한 미소.
아서는 밤이 깊어가도록 창조의 그림을 사용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