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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29화 (29/210)

# 29

군주회귀록 029화

아서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우거와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기사들.

그들은 사실상 기사치고 뛰어나지 않다.

오우거 한 마리나 사냥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오우거는 꽤 쉽게 잡히고 있었다.

비록 방금 전 기사 한 명이 주먹에 맞고 나가떨어졌지만 그는 바로 일어나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본디 오우거를 대표하는 것은 ‘힘’이다.

하지만 기사가 바로 일어설 정도.

거기에 몇 번 베이면 허상이 되어 흩어지는 놈들을 보자니 확실해졌다.

카르만의 모든 능력치가 상향되었다.

즉, 힘의 일부를 찾았다는 것이 된다.

“웁!”

그때 기사 한 명이 뛰다가 갑자기 땅속으로 발이 푹 빠졌다.

‘……땅을 그렸다.’

아서는 분명히 보았다.

분명히 땅에 구덩이는 없었다.

하지만 기사의 발이 닿는 순간 발이 푹 빠지며 몸의 중심을 잃었다.

또 방금 전 평평했던 땅은 한쪽이 움푹 패여 있었다.

땅을 평평하게 그려 균형을 잃게 만든 거다.

그때 오우거가 기사의 머리통을 내려찍으려 했다.

푹!

크하아아!

오우거의 오른쪽 눈에 화살 한 발이 박혔다.

돌아보자 알레오가 등에 멘 화살통에서 화살 한 발을 뽑아내며 오우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푹!

크아아아!

또다시 알레오가 쏜 화살 한 발이 오우거의 목젖에 정확하게 꽂혔다.

‘뛰면서도 정확도가 대단하군.’

고블린들을 잡을 때에는 그들의 진가를 다 확인한 게 아니었다.

고블린은 누구든 쉽게 잡을 수 있는 놈이니까.

하지만 지금 오우거는 아서가 보았을 때 기존의 힘의 40% 정도를 발현하는 것 같다.

그마저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

타타탓!

빠르게 달리던 알레오를 향해 오우거가 묵직한 주먹을 찍었다.

콰직!

땅이 파이면서 돌이 튀었다.

알레오는 깃털처럼 가볍게 피해내어 나무를 박차고 번쩍 날아올랐다.

번쩍 날아오른 알레오의 활시위는 정확히 오우거의 머리통을 겨냥하고 있었다.

푹!

사르르르!

오우거가 사라졌다.

알레오를 비롯해 포로들은 빠른 속도로 주변의 오우거를 사냥하고 있었다.

‘이들은 철혈의 군단 이상이다.’

철혈의 군단.

아스간 대륙의 카일로 제국에서 키워낸 1만의 병사 병력, 그리고 500의 기사다.

철혈의 군단의 병사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병장기를 배우는 이들이며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선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한데 저 포로들은 일개 병사 정도의 힘으로 철혈의 군단의 병사들보다 더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하아아아!

“……!”

그때 아서는 찢어지는 포효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

트윈 헤드 오우거.

아서는 조잡한 신인 카르만이 가진 힘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추정하기로 ‘소환수’로 보인다.

그려내는 것 중 어떤 것은 허상이고 어떠한 것은 진짜다.

진짜들은 대개 소환수로 생각하면 맞을 터.

트윈 헤드 오우거가 하향되었다고는 해도 놈은 강하다.

물론 허상일 수도 있긴 하다.

또 아서가 이 난관을 헤쳐 나가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리해서 카르만을 잡으려고 하면 병사들과 기사들을 크게 잃을 거다.

즉, 아서 기준으로 완벽한 승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후퇴. 후퇴해라!”

결국 아서는 답을 내렸다.

‘바르타족의 도움을 받는다.’

어렵지만 해내면 쉬운 길.

그 길을 택하기로.

* * *

후퇴하는 아서의 병력을 보면서 카르만은 낄낄거리며 배를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만방자했던 꼬마 놈이 기사들과 함께 몸을 빼고 있었다.

“병력의 손실을 막겠다는 건가? 멍청하군!”

만약 아서가 천 명의 병사, 기사들을 모두 끌고 우르르 들어왔다면 병력의 반 정도는 잃겠지만 지금의 카르만을 잡을 순 있을 거다.

“그깟 병사들 목숨이 아깝기라도 한 것인가?”

기껏해야 NPC 따위들!

그들을 만들어진 존재 따위라고 생각하는 카르만으로서는 미개해 보일 뿐이다.

그런 자들을 위해 후퇴를 선택하다니.

“시간을 끌면 유리한 건 나란 말이지!”

그는 좌측 상단에 떠오른 시간을 바라봤다.

10% 미만의 골드가 남고 곧 병력이 자신을 끌어내릴 거라고 좌절할 때, 갑자기 던전 육성기가 울리며 아칸이 골드를 충족해 주고 능력치를 상향시켜 줬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면 추가로 또다시 골드가 충족되고 능력치가 상향될 것이다.

어차피 산을 장악하고 있는 쪽이 대개 유리한 편.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건 아서라는 꼬맹이가 될 것이다.

“놈이 진작 포기하고 영지로 갔다면…….”

더 쉬운 학살이 펼쳐졌을 거다.

병력 중 30%를 잡으면 카르만은 120년을 받은 형량 중 70년이 깎이는 퀘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총사령관이 먼저 사라졌다면 지휘권을 잃은 병력을 다 집어삼켰을 거다.

그럼 형벌의 감옥에서의 형량이 모두 깎일지도 모를 노릇이다.

카르만이 띄운 정찰용 매가 허공 높이 도약해서 후퇴한 병력을 살폈다.

“그 꼬맹이는 왜 안 보이지?”

은빛으로 번들거리는 갑옷 덕분에 찾기가 더 쉽다.

한데 놈이 보이지 않는다.

“도망친 건가?”

생각은 거기까지 미쳤다.

병력을 버리고 무서워서 자신의 영지로 도망갔다고.

어차피 자신이야 견습 군주들을 잡을 수 없게 된 마당에 병력을 모두 잡고 형량만 감량받으면 된다.

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능력치가 상향되면 곧바로 병력을 쓸어버린다.”

지금은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니 2시간 후에 총력을 쏟아부어 병사들과 기사들을 학살하리라.

* * *

캐시 상점에서 1,000캐시를 들여 병사 이동을 구매해 워프되어 나타난 아서는 지체하지 않고 투명하게 막혀 있던 벽을 넘었다.

바르타족.

그들은 고귀한 자들로서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활이었고 늑대들을 이동 수단으로 사용한다.

엘프만큼이나 활이라는 무기에 특화된 종족이 바르타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르만은 강해진다.’

중요 정보 열람이 오픈되었다.

현재의 카르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힘을 찾는다.

그리고 골드가 충당된다.

지금의 놈의 전력으론 아서의 병력을 모두 잡지 못한다.

2시간 안에 바르타족과 협상을 해야만 한다.

역시나 전생을 겪었던 것은 참으로 유용한 정보를 준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토벌대가 있는 투명한 벽을 넘으면 바르타족이 살고 있는 땅이 나온다는 걸.

하지만 바르타족은 고귀하면서도 자신들만의 무리를 지어 살아가려는 자들이다.

그 때문에 바르타족은 이 투명한 벽을 넘을 일이 거의 없다.

어린 바르타족이 한 번 이 벽을 넘고 나온 적이 있긴 했다.

때문에 그 이야기가 군주들 사이에 널리 퍼져 나갔다.

군주들은 투명한 벽 너머에 바르타족이 살고 있음을 확실하게 단정 지었다.

바르타족은 한번 무리를 짓고 정착하면 절대 그곳을 떠나는 일이 없다.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그 특성을 생각하면 어린 바르타족이 발견되었다는 것 자체가 벽 너머에 바르타족이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바르타족은 마음대로 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도.

한참을 안으로 뛰어 들어가던 아서는 걸음을 멈췄다.

크르르르.

크라아아!

크르르르!

수십 마리 늑대의 포효가 들렸다.

거친 포효는 바르타족에게 침입자가 들어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곧이어 아서는 주변에 가득 찬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살기는 오로지 아서를 겨냥하고 있었다.

쓰윽 주변을 둘러보자 수백의 바르타족이 일제히 아서만을 향해 활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들은 파란 피부에 키는 2m 40㎝가 평균일 정도로 거대했으며 이마에 눈 하나가 더 달려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트롤 늑대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잿빛으로 번들거리는 털을 가진 늑대에 타고 있었다.

잿빛 늑대.

그들은 트롤 늑대처럼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애초에 3성에 들어가는 놈들이다.

때문에 2성 보스 격인 트롤 늑대와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모른다.

잿빛 늑대에 타고 있지 않은 바르타족은 수풀에서 나타나 아서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자칫 말실수 한 번이면 아서의 몸은 그들이 쏜 화살에 의해 고슴도치가 될 것이다.

아서도 긴장했다.

애초에 바르타족은 다른 종족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자들이니까.

“돌아가라.”

가장 앞장선 바르타족의 위대한 전사 컬투가 한 말이다.

그는 아서가 어린 소년임을 확인했다.

그들은 괜한 살생을 원하지 않는다.

설령 한다고 할지라도 아직 덜 자란 ‘새끼’들은 더욱더 피한다.

그들 기준으로 아서는 새끼 인간이다.

“지금 바로 돌아가면 죽이지 않는다.”

컬투가 단단히 경고했다.

양팔을 들어 올려 적의가 없음을 보이던 아서가 그 손을 천천히 내렸다.

“용무가…….”

“돌아가라!”

푹!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컬투가 화살 한 발을 쐈다.

그 화살은 정확히 아서의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 머리카락 몇 가닥을 스쳐 지나 나무에 박혔다.

아서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볼 수 있었다.

크르르!

컬투가 타고 있는 잿빛 늑대가 서서히 아서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거대한 입으로 크르르거리며 아서에게 경고했다.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네놈을 산 채로 우적우적 씹어 먹어버리겠다고.

곧 컬투는 잿빛 늑대와 몸을 돌렸다.

어린 소년 따위에게 긴장할 필욘 없다고 여겼다.

겁을 줬으니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곧 컬투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내가 루켈마스 전염병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

컬투가 탄 잿빛 늑대가 그의 마음을 읽고 몸을 돌렸다.

바르타족은 태어날 때부터 늑대와 함께 자란다.

또 각 바르타족은 한 마리의 늑대를 키우는데, 함께 자라기 시작해서 죽음도 함께 맞이한다.

동기화.

바르타족과 늑대는 끈끈하게 이어져 있고 늑대는 자신의 주인 바르타족의 생각을 읽고 행동한다.

“네가 어떻게…….”

컬투는 당혹한 표정이었다.

다른 바르타족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

현재 바르타족들은 루켈마스 전염병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루켈마스 전염병은 처음 감기처럼 기침이 나고 고열을 느낀다.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끔찍해진다.

몸속의 피가 역류하고 머리카락도 전부 빠져 버린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며칠이 지나면 죽게 된다.

현재 바르타족들은 이 루켈마스 전염병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고 지금으로선 알려진 치료법이 전무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2개월 후.

바르타족의 2/5가 죽어나갔을 때에서야 치료법이 발견된다.

“난…….”

아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 바르타족의 전염병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에 그들은 음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서가 루켈마스 전염병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리라.

“거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 * *

‘2시간 내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시간 내에 돌아오지 못할 시 최대한 전투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또 분산된 두 개의 병력이 만나 움직이는 게 더 나을 겁니다. 몬스터와 마주치면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뚫고 나가는 게 가능하기도 하니까요.’

알레오는 아서의 말을 떠올려 봤다.

포로들은 스무 개로 나누어진 병력에 분산되었다.

아서는 황당하게도 포로들에게 중대장 역할을 시켰다.

기사들이 반발하자 아서는 ‘너희보다 이자들이 잘 싸우던데?’라는 말로 침묵시켰다.

확실히 오우거들과의 전투 때 기사들이 봤으니까.

‘2시간 30분…….’

알레오는 2시간이 훌쩍 넘어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숨을 죽였다.

언제 적이 공격할지 모른다.

특히나 더 주의할 것은 상대방이 던전 마스터라는 거다.

자신들처럼 병사들이 나타나 있는 상태가 아니라, 골드로 언제든 어떠한 위치에서든 소환할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된다.

크와아아아!

알레오는 거대한 포효에 흠칫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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