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군주회귀록 028화
알림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은빛 날개는 세트 아티팩트였다.
이 보상들은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아서조차도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그렇지만 은빛 날개 세트 효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우선인 것은 무기 강화권을 얻었다는 거다.
무기를 강화할 수 있긴 하지만 강화권으로 강화한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
아서는 발 빠르게 캐시 상점을 오픈하고 둘러봤다.
시간은 5분밖에 없다.
쭈르륵 훑어보던 아서는 4만 5천 캐시를 들여 구매할 수 있는 카자벤의 독창에서 멈췄다.
(카자벤의 독창)
등급: 빛바랜 레어
공격력: 166
내구도: 13,000/13,000
특수 능력:
⦁힘+1%
⦁적을 찌르거나 닿을 시 10% 확률로 0.5초간 스턴
공격력은 무난한 수준이다.
또 창을 구축하고 있는 재료도 마음에 들었다.
아서는 기본적으로 3㎏보다는 무겁고 4㎏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중간쯤을 선호한다.
창은 너무 무거워도 힘들고 가벼워도 문제가 생긴다.
거기에 힘+1%는 말 그대로 퍼센테이지다.
단순히 +1을 올려주는 것과 천지 차이다.
아서의 힘이 올라갈수록 퍼센트의 힘은 커진다.
또 스턴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0.5초는 어마어마한 시간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수준이 비슷한 상대라면 더더욱.
구매를 끝마치자 아서의 손에 카자벤의 독창이 잡혔다.
창끝에 흐릿하게 보랏빛이 감돌았다.
“카자벤의 독창을 강화한다.”
[무기 강화권을 사용하셨습니다.]
카자벤의 독창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밝은 빛에 휩싸였다.
곧이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카자벤의 독창은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멋있어져 있었다.
(카자벤의 독창)
등급: 환상적인 레어
공격력: 188
내구도: 13,000/13,000
특수 능력:
⦁힘+2%
⦁적을 찌르거나 닿을 시 15% 확률로 1초간 스턴
⦁회수
힘 1%가 추가되고 스턴 시간이 0.5초 늘었다.
거기에 회수.
던지거나 혹은 놓친 창을 잡지 않고 염력 비슷한 힘으로 움직여 회수하는 능력이다.
분명히 효율적인 능력이다.
흡족해한 아서는 그다음 은빛 날개의 부츠와 레더 아머를 확인했다.
은빛 날개의 부츠는 민첩+2 특수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은빛 레더 아머는 방어력이 빛바랜 레어치고 압도적으로 높을 뿐 특수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밑에 뜬 세트 효과가 더 대박이었다.
‘지정한 병사 5명 은신 사용 가능.’
대단한 능력이었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서는 감탄을 끝마치고 모두 착용해 봤다.
착용을 끝마친 아서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 * *
병사들과 기사들은 아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멀지 않은 곳에서 유유자적 걸어오는 사내를 본 기사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캬하…….”
“저런 갑옷은 어디서 나신 거지?”
은빛으로 번들거리는 레더 아머와 부츠, 거기에 망토.
아서의 머리카락 색깔은 방어구의 색깔보다 훨씬 짙은 은색이었는데, 하얀 피부와 조화되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기사들이 일제히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얹고 경례를 취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서가 첫 번째 명령을 하달했다.
“병사들은 모두 대기한다.”
“예?”
“그, 그게 무슨…….”
그들을 만나러 오면서 아서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로열 퀘스트 전직을 위한 내용 중에 분명히 상황에 따라 ‘카르만’에게 특혜가 부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뒤늦게 칼새를 인지한 카르만은 단숨에 놈을 죽였고 더 이상 놈을 관찰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특혜를 가지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섣부르게 병력을 움직였다가 괜히 병사들을 잃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탐색.
만약 쉬이 이겨낼 수 있는 특혜 정도라고 판단되면 곧장 진격해서 카르만을 끌어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안 된다면 세 번째 양피지를 사용해야 한다.
세 번째 양피지.
공간 제약 해제.
이는 만약의 수를 대비해 선택했다.
이 전멸의 토벌대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일정 부분에 도달하면 나아가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막혀 이동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 해제를 사용하면 아서 혼자 정도는 그 제약을 해지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이 전멸의 토벌대 너머에 엄청난 병력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땅을 다른 종족이 밟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아니하는 고귀한 종족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
“기사를 포함한 내가 이끌던 분대원들, 그리고 이자들만 함께 움직인다.”
기사는 총 열 명.
하지만 사실 기사라고 해봤자 수준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도 이들 한 명이 병사 다섯은 거뜬히 상대한다.
거기에 포로들.
‘범상치 않아. 도대체 뭘 하는 놈들이지.’
아서는 토벌대와 만나기 전 포로들이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로들은 이 자리에 있는 기사들만큼의 무력을 발휘했다.
아니, 사실 그 이상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스탯을 두고 보면 기사들이 분명히 높아 보였다.
하지만 이 군주게임도 그렇고, 아서가 있는 아스간 대륙도 그렇고 무조건 힘이 세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시간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온 자들 같다.’
남녀 가리지 않고 그들은 날 때부터 훈련만 받아온 것처럼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과 기사들 정도라면 충분할 거다.
띠링!
곧이어 아서는 퀘스트 알림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70% 이상의 병사 살리기였다.
아까 전처럼 긴급 퀘스트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 시스템 자체가 일반 병사들에겐 관심이 없으니까.’
견습 군주는 중요해도, 병사나 기사와 같은 NPC로 분류되는 이들은 언제나 폐기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이곳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서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체다.
먹는 것이 즐겁고 고단한 일이 끝나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가 군화도 벗지 않고 침대 위에 쓰러지는 게 행복한.
그것이 아서가 전생에서 강했던 이유다.
그들 하나하나의 목숨을 더 살리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적군에겐 자비란 없다.
누군가 그랬다.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영웅이다.’
아서도 동감했다.
빨리 전쟁이 끝나야 고통의 시간이 사라질 테니까.
‘보상은 살린 만큼에 따른 골드 지급?’
초기에 주어지는 자금은 보통 식량을 구매하고 건설할 것들 전부를 하나씩 전부 건설할 수 있을 정도다.
그에 반해 아서는 다른 견습 군주들에게 2%씩을 받을 거다.
거기에 여기에서 추가로 받는다.
‘그럼 초반 스타트가 빠르다.’
빨라질 수밖에.
골드로도 아티팩트 구매가 가능하긴 하다.
대신 조잡해서 문제지만, 초반에 병력을 아티팩트로 똘똘 무장시키면 다른 군주보호기간의 병력들은 쉬이 대할 수 없을 거다.
그때 들린 소리.
[던전 마스터 카르만이 대화를 요청합니다.]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아서가 총사령관에 임명되고 모든 견습 군주가 워프되어 사라졌을 때 ‘전쟁 모드’가 시작됐다.
전쟁 모드는 본래 영지전을 펼칠 때 시작된다.
이 전쟁 모드가 시작되면 언제든 서로가 항복을 할 수도 있고 군주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이 전쟁 모드는 일반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평범한 전쟁 모드도 존재하지만 군주들이 생각한 방식의 전쟁 모드도 존재한다.
이는 운영자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 제안서를 보내고 승낙받아야 그에 따른 전쟁 모드가 발발한다.
예를 들어 먼저 깃발을 빼앗는 자가 승리하고 그 조건으로 3만 골드를 배팅한다와 같은 깃발전.
다르게는 어떠한 영지가 먼저 던전 하나를 이기나 하는 던전 공략전 등 다양하며, 이 전쟁 모드는 서로가 승낙해야만 발발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스템에 따라 강제적인 전쟁 모드가 발발한 상태.
아서가 대화를 승낙하자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앉아 있는 카르만이 나타났다.
배경도 의자도 보이지 않지만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군주들끼리의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이처럼 보인다.
앉아 있는 그는 머리숱이 많이 없었고 코는 뭉툭하니 납작했다.
또 눈매는 쭉 찢어졌으며 볼 쪽에 패인 자국이 많았다.
추남 중의 추남의 모습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난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진 게 생겼지.
이런 대화는 보통 두 종류다.
허풍을 떨어서 항복하게 하려는 속셈이거나.
정말이거나.
후자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아칸은 분명 그에게 특혜를 준다 했으니까.
-30% 정도의 병력을 넘기고 항복을 선언하면 네놈은 살려서 워프시켜 주겠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겼나?’
본래 카르만이 가지고 있어야 할 퀘스트는 견습 군주 죽이기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도망쳤다.
아마 놈은 30% 정도의 병력을 죽이면 받는 특혜가 생긴 듯싶다.
-나와 싸운다고 해서 네가 얻는 게 있기는 한가?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통 전쟁 모드 대화에선 말을 아끼는 게 최고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초조한지, 자신만만한지 봐야 한다.
‘후자군. 믿고 있는 게 있어.’
이어 계속 구구절절 카르만이 뭐라 떠든다.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이 애송이 꼬마야.
포기하고 돌아가라.
그 말을 듣던 아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홀로그램의 카르만은 웃음을 흘렸다.
천천히 고개를 든 아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역겹게 생겨서 도저히 못 보겠군.”
순간 카르만의 얼굴이 빠르게 굳는 게 보였다.
-이…….
그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서는 대화를 꺼버렸다.
아마 꺼진 대화창을 보며 힘껏 욕설을 뱉고 있겠지.
‘혜택을 받긴 했다는 거군.’
카르만은 머저리다.
대화를 걸어놓고 스스로 정보를 토했으니까.
보통 웬만한 군주들은 신중한 전쟁에서 대화를 걸지 않는다.
상대에게 자신의 수를 읽힐까 봐.
한데 카르만은 지금 아서에게 정보 하나를 준 거다.
‘일단 직접 확인해 본다.’
아서는 결단을 내렸다.
“병사들을 스무 개로 나누어서 곳곳에 분산시켜 배치해라. 그다음 기사들과 포로들은 곧장 나와 함께 적진을 친다.”
병사들을 분산시키는 이유는 혹시나 카르만이 어떤 수를 펼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몰려 있는 병사들에게 총력을 다하면 병사들을 크게 잃는다.
하지만 스무 개로 쪼개어 분산시키면 대량 학살은 분명히 피한다.
* * *
병사들을 분산시켜 배치한 후에 아서와 기사 열 명, 포로 서른 명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카르만은 산의 커다란 두 개의 바위가 나란히 있는 지점에 세 종족과 함께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죽여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움직이던 중이었다.
키렉키렉!
‘이건 고블린.’
고블린의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무척 많았다.
‘……혹시 골드가 충당된 건가?’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분명히 그는 코볼트 수백 마리와 불화살을 대량 구매했다.
협곡에서 최대한 많은 숫자를 잡으려는 생각으로.
분명 그 정도면 골드가 10% 미만이었을 텐데?
한데 들리는 고블린의 발걸음 소리는 얼추 40마리.
끼웩끼웩.
‘코볼트?’
코볼트의 소리까지 더해지자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혹시 전처럼 허상인가? 하지만 허상이면 굳이 고블린이나 코볼트 따위를 그릴 리가 없지 않은가.’
아서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곧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키헤에엑!
기사 중 한 명이 발각된 것인지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푸지익!
검이 박히는 소리가 시작이었다.
기사들이 숲으로 기어 들어온 고블린과 코볼트들 사냥을 시작했다.
놈들은 평소의 고블린과 코볼트의 힘을 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골드가 충당되었다. 빌어먹을. 기껏 다 잡아놨더니.’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서도 달려 나가 고블린과 코볼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쿠와아아아!
거친 포효가 들렸다.
‘이 소리는 오우거?’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그의 잔재주는 들통났다.
하지만.
‘협곡에 들어간 게 잔재주가 들켜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지. 또 트롤이 나타났을 때에도 난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아직 들키지 못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두 허상이다. 겁먹지 마라!”
아서의 말에 따라 기사들이 움직였다.
산 속에서 거대한 오우거는 단연 돋보였다.
기사 한 명이 오우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아서는 곧 오우거가 스르르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콰지익!
기사가 휘두른 검이 오우거의 팔뚝에 박혔고 오우거는 그 상태로 기사의 안면을 후려쳤다.
“……!”
그 순간 아서는 깨달았다.
‘다, 단순한 허상이 아니다?’
아서는 그제야 그가 받은 특혜를 완전히 깨달았다.
‘골드도 충당되었고 하향된 능력도 어느 정도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