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군주회귀록 027화
카르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저, 저 미친년은 뭐야…….”
미친 여자가 견습 군주 한 명 앞에 나타나더니 단숨에 세 종족을 사냥했다.
그들은 뛰어났다.
비록 이곳에 맞춰 능력치가 하향되었다고 한들 무척 강력하다는 뜻이다.
한데 희대의 미친년이 가뿐히 그들 셋을 잡고는 협곡에 배치되어 있는 코볼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넌 생긴 게 마치 아서처럼 생겨먹었구나!
희대의 미친년은 알 수 없는 말을 소리치며 코볼트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카르만은 자신이 소환한 몬스터가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었다.
하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코볼트들을 군단 이동 소환하려고 해도 골드가 없었다.
서둘러 정찰용 매를 띄워서 견습 군주들과 사라진 병력을 뒤쫓았다.
그리고 정찰용 매가 그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이미 목적지 인근에 거의 이르러 있었다.
“비, 빌어먹을!”
아까 전에 그 꼬맹이는 자신만만하게 견습 군주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면 영지로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허풍 같지는 않았다.
카르만이 서둘러서 오십 마리의 트롤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천 명의 병력이 칼새만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거칠게 차오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아서는 괜히 게으름 피워서 한 명이라도 죽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그것보다도 그들 스스로 이 끔찍한 곳을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피이이이!
앞쪽을 향해 날아가던 칼새가 돌아왔다.
로우든과 루이스는 함께 달리고 있었다.
칼새에게서 아서의 음성이 이어졌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뵙도록 하죠.
“고맙네, 아서! 자네가 아니었으면 모두 꼼짝없이 죽을 뻔했군. 그보다 자네는 우리와 함께 안 가나?”
-전 던전 마스터를 잡고 가겠습니다.
“구, 굳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나. 자네도 우리와 함께 가지!”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칼새로 그들에게 길을 안내할 뿐.
그러던 중, 루이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트, 트롤?”
트롤이라니? 말도 안 된다.
칼새에게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트롤은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다는 거죠.
“하, 하지만…….”
-절 믿으십시오.
만약 그러다 정말 트롤이라면?
이천 명의 병력 중 상당수가 당할 것이다.
그만큼 트롤은 강하기로 소문나 있으니까.
병사들이 뒤에서 숙덕거렸다.
“트, 트롤이잖아……!”
“우, 우린 모두 죽을 거야. 오십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인다고!”
결단을 내린 로우든이 외쳤다.
“뚫고 지나간다!”
“예?!”
“자, 자살행위입니다!”
“트롤은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들 무력으론 어쩌지 못해요!”
“저건 허상이다. 협곡을 우회하는 길을 막고 있던 오우거들과 똑같다. 우릴 겁먹게 해서 도망치게 하려는 수작이다!”
로우든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병사들과 견습 군주들이 술렁거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트롤이 허상인지 진짜인지 그들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이스가 결단을 내렸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나와 나의 병사들이 할 것이다!”
루이스는 침착하게 말하며 다른 분대보다 더욱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달려라!”
그의 분대원들이 루이스를 쫓아 달렸다.
‘빌어먹을 아서.’
도대체 그놈이 어떤 놈인지 모르겠다.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그리고 더 기분 나쁜 건 어느새 자신이 그의 말을 믿고 있다는 것.
선두로 나섰던 루이스와 그의 병사들이 가장 앞선 트롤과 충돌을 일으켰다.
후우웅!
하지만 말이 충돌이었지, 루이스가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트롤은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것이 증명되자 병사들이 함성을 터뜨리며 뒤따랐다.
곧이어 모든 견습 군주들이 목적지 인근에 다다랐다.
그때에 모든 이에게 울린 알림!
[견습 군주 아서가 기여도 100%를 달성합니다.]
[기여도 100%를 달성한 견습 군주 아서가 총사령관으로 임명됩니다.]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견습 군주 아서는 모든 기사와 병사들을 통솔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이가 깜짝 놀랐다.
기여도 100%를 달성!
로우든과 루이스는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기여도를 확인했다.
‘26%…….’
로우든은 딱 그 정도였다.
‘31%.’
루이스도 높긴 하지만 아서의 기여도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이 기여도마저도 결국 아서가 가르쳐 준 대로 행해서 올린 기여도였다.
‘총사령관이라…… 모든 병력을 이끌어서 던전 마스터를 치겠다 이거군.’
목적지에 도달해서 영지로 넘어가는 건 견습 군주들뿐이다.
기사들과 병력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또한 기사들은 견습 군주나 일반 병사들과 전혀 다른 알림을 들었다.
[군주게임의 규율에 따라 모든 기사의 토벌 참가 제한이 해제됩니다.]
“어떻게 그런 꼬맹이가…….”
처음 분대장으로 아서가 나타났을 때 그를 비웃었던 코르만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 작고 가녀린 체구의 소년이 이제부터 천 명의 병사의 통솔권을 가지고 지휘한다.
목적지 앞에 도착한 루이스가 뒤를 돌아봤다.
병사들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들은 아서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궁금하다.
앞으로 이곳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지.
하지만 루이스는 걸음을 옮겼다.
‘아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그를 만나면 그의 편에 서기로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몰랐다.
떡 줄 놈은 그럴 생각조차 없다는 것.
루이스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하나둘씩 견습 군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총교관 발로크와 브록 군주가 할 말을 잃었다.
견습 군주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던전 마스터를 잡아야 영지로 넘어간다는 불문율을 비틀고 워프되고 있었다.
“포로들을 찾아내었다. 특별한 전술서를 얻었다. 그리고 기여도 100%를 달성하고 총사령관에 임명되었다. 이게 우연일까?”
그 말에 총교관 발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우연일 리가 없지 않은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을 예측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예측될 상황을 두고 아서는 빈틈없는 설계를 한 것이다.
희생된 견습 군주의 숫자는 고작해야 세 명.
“혹시 아서라는 견습 군주에 대해서 보고를 올리실 겁니까?”
총교관 발로크의 말에 브록 군주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싫어.”
보고를 왜 올리는가.
분명 보고가 올라가면 대군주 카일이 엄청난 닦달을 시작하겠지.
거기에 만약 브록 군주가 섭외하지 못하면 다른 군주를 통해서 섭외를 시작할 거다.
아서는 브록이 찾아낸 보물이다.
그 보물을 자신만 곁에 두고 쓰다듬고 보듬으며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브록 군주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우리 매력만덩이가 영지전에 참가하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군.”
“매력…… 만덩이요?”
희한한 작명센스에 발로크 교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에 브록 군주는 ‘우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력 스탯 1만 개 찍은 것 같은 느낌이라 오늘부터 매력만덩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생긴 것도 귀엽잖아?”
아서가 이 말을 들으면 말했을 거다.
헛다리들 너무 짚으시네.
발로크는 자신의 교관 통신기가 알림을 토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본래 관전할 수 없는 브록 군주가 현재 관전 중이었다.
그 때문에 교관 통신기는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위험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 무시하면 발로크와 브록 군주는 규율에 따라 죗값을 받게 될지 모른다.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쉽군…….”
브록 군주의 표정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두 사람은 빛이 되어 그곳에서 홀연 듯 사라졌다.
* * *
아서는 워프 지정을 했다.
워프 지정은 자신이 있는 지점을 지정해 병사를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앞서간 견습 군주들과 조금 동떨어진 곳에 워프 지정을 끝낸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긴급 퀘스트.
그리고 최대한 많은 숫자의 견습 군주 살리기에서 아서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전멸의 토벌대에서 견습 군주가 3명만 죽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 분명하다.
띠링!
소리만 듣고도 아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긴급 퀘스트. 최대한 많은 견습 군주 살리기 완료.]
[VIP-1레벨 이용권 2시간 세 장을 얻었습니다.]
[캐시 상점 등급이 실버로 승급합니다.]
[은빛 날개의 망토를 얻었습니다.]
“VIP 이용권……?”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아서는 인벤토리 창에 있는 VIP 이용권에 손가락을 가져가 확인해 봤다.
(VIP 이용권-1레벨)
수량: 세 장
효과:
⦁건설 시간 삭제.
⦁영지 50㎞ 반경 던전 탐색
아서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건설 시간 삭제.
그리고 영지 50㎞ 반경에 위치한 던전을 탐색할 수 있다.
이 VIP 이용권은 오로지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만이 주는 보상 같았다.
어떠한 대단한 업적을 남겼던 군주들도 VIP 이용권이라는 걸 얻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까.
위의 두 가지만 해도 엄청나다.
보통 병영 하나를 건설하는 데 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VIP 이용권을 사용한 두 시간 동안은 건설 시간이 삭제되기에 골드와 목재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다.
누구보다 빠르게 전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며 건물을 짓기 위한 인력이 필요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두 번째.
던전은 던전 마스터들이 운영하든가, 혹은 없든가 둘 중 하나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반 던전의 경우도 군주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특별한 던전은 히든 던전이다.
히든 던전은 일반 던전에 비례해 스무 개 중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비록 히든 던전은 아니지만 일반 던전을 찾아낸다는 것도 놀라운 능력이다.
“고작 1레벨…….”
더 놀라운 건 VIP 이용권이 1레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는 거다.
더욱더 뛰어난 VIP 이용권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이용권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다음에는 곧바로 캐시 상점을 오픈했다.
캐시 상점을 오픈한 아서는 혀를 내둘렀다.
“아티팩트…….”
노멀부터 레어 등급의 아티팩트가 있었다.
레어 등급의 경우 매우 비싼 편에 속했다. 보통 하찮은 레어가 3만 캐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레어 아티팩트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더군다나 레어 아티팩트라고 해서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편화된’ 레어와 ‘유일무이’한 레어로 나뉘는데, 이 상점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유일무이한 레어 아티팩트였다.
아서는 일단 캐시 상점을 닫은 후에 곧장 은빛 날개의 망토를 확인했다.
(은빛 날개의 망토)
등급: 빛바랜 레어
방어력: 144
내구도: 4,000/4,000
특수 능력:
⦁은신 사용 가능
설명: 은신이 깃들어 있는 은빛으로 번들거리는 망토.
“나쁘지 않군.”
은신 능력이 깃들어 있다. 적군의 군주를 타격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이는 망토였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둘러봤다.
훈련소에서 기본으로 지급된 레더 아머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멋도 있는 망토다.
흡족해하던 중 아서의 군주 육성기가 황금빛을 뿌렸다.
절대적인 광군주의 반지를 얻었을 때 발현하였던 찬란한 그 빛!
예상했던 알림이 울렸다.
[군주 육성기가 사용자가 해낸 업적에 놀라워합니다.]
[군주 육성기를 제작한 14인의 절대군주 중 한 명 제작의 군주 헨콕이 당신에게 포상을 내립니다.]
띠링!
[은빛 날개의 레더 아머를 얻었습니다.]
[은빛 날개의 부츠를 얻었습니다.]
[무기 강화권을 얻었습니다. 5분 내에 사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