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군주회귀록 026화
브록 군주와 총교관 발로크가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관전 모드로 전멸의 토벌대를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다.
관전 모드를 시작한 뒤, 총교관 발로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이, 이럴 수가…….”
“왜 그러나?”
브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생존해 있는 견습 군주와 병사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망한 견습 군주가 고작 세 명입니다.”
“……뭐?”
브록 군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멸의 토벌대는 군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전투부터 견습 군주들과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간다.
지금쯤 기존 병력의 40% 정도는 잃어야 정상이었다.
“현재 아서 견습생의 기여도가 96%입니다.”
“96%?!”
기여도는 병사들의 생존, 전술 전략, 그 외에 모든 것에 참가한 자가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보통 견습 군주들의 기여도는 10% 정도나 나오면 많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서만 월등히 높았다.
“그럼 지금 저들 전부를 살려서 이끌고 온 게 아서라는 말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브록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서라는 인재를 잃을 것이 아까웠다.
또 혹시나 그는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만큼 브록 군주에게는 아서가 탐이 나고 얻고 싶은 인재였던 거다.
그의 기대에 대한 보답인지 아서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협곡을 지나면 병력의 60% 이상이 죽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총교관 발로크의 말이 사실이었다.
협곡 안에 들어가는 순간 대부분의 병력은 전멸할 것이다.
“결국 협곡으로…….”
아서가 있는 토벌대와 루이스가 있는 두 개의 토벌대가 협곡의 인근에서 만났다.
합쳐친 토벌대는 양쪽에 배치된 오우거를 발견하고는 협곡을 지나쳐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협곡에 들어온 견습 군주들이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이미 모든 이야기는 아서에게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의 이야기를 믿는 게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그 덕분에 이전의 나일르 강이나 혹은 숲에서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로우든은 쓴웃음을 삼켰다.
‘만약 정말 그의 말처럼 된다면 우리는 그에게 은혜를 입었군.’
아서는 이곳에서 모두가 살아서 갈 것이라고 했다.
견습 군주 한 명의 피해도 없이.
하지만 로우든과 견습 군주들로서는 상당히 미안한 일이었다.
아서는 혼자서 싸우겠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게 할 순 없네. 자네 덕분에 여기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자네만 두고 가나.’
그 말에 아서는 차갑게 말했다.
‘여러분이 짐짝이어서 먼저 보내는 겁니다. 착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정된 것처럼 모두 약속한 2%의 골드를 영지전이 시작되면 제 영지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 보내면 그 영지에 전쟁을 선포하겠습니다.’
아서는 자신들보고 짐짝이라 했고 거기에 살려주는 대신 지급받은 2%의 골드들을 아서에게 보내라고 했다.
도와줘도 맨입으론 도와주지 않겠다는 거다.
콸콸콸콸!
콸콸콸콸!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몇 마리의 코볼트가 나타났다.
코볼트들이 기름통의 뚜껑을 열어 양 협곡의 끝과 끝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뭐, 뭐야!”
“헉!”
“저것들 뭐야!”
코볼트들이 기름을 붓고 사라지자 병사들과 견습 군주들이 혼란에 빠진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위쪽에서 날아온 불화살이 기름이 부어진 바닥을 적시며 거대한 불의 장벽을 만들어냈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 * *
“드디어 걸려들었군.”
나일르 강이나 숲에서 자신의 수를 읽은 그들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카르만이었다.
카르만은 그들이 협곡에 들어오자마자 발 빠르게 골드 상점을 오픈했다.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골드의 1/10만을 남기고 코볼트와 불화살 등을 구매하는 데 주력했다.
그다음 뒤쪽을 돌아봤다.
“이제 자네들도 즐기게.”
“좋군.”
뒤쪽에 선 세 종족이 살육을 즐길 생각에 입이 찢어졌다.
대부분의 골드를 소모한 카르만이 이죽이며 웃었다.
-허억, 양쪽 길이 막혔어!
-제, 젠장할!
정찰용 매를 통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카르만은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벌레 같은 놈들아, 다 죽어라. 크흐흐!”
형벌의 감옥에 있는 카르만은 많은 견습 군주를 죽일수록 형량이 줄어드는 특혜를 받게 되었다.
10%만 빼고 모조리 죽여서 원하는 바를 이룩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견습 군주들과 병력을 사냥하면 소모한 골드가 어느 정도 충당된다.
세 종족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 * *
아서는 빛에 휩싸여 나타나는 세 종족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위를 둘러봤다.
코볼트들이 협곡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놈들이 지금 상태에서 화살을 쏘면 병력은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간다.
그걸 카르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놈은 대부분의 골드를 소진했다.’
아서는 놈이 골드를 소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협곡으로 들어왔다.
또한 던전 마스터는 견습 군주들을 사냥해야 일정 골드를 충족할 수 있다.
모든 병력이 집중된 이때, 아서는 군단 이동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찢었다.
“연기들 하느라 고생들 많았습니다.”
“미안하네.”
“고맙습니다, 아서 견습생!”
모든 병력이 푸른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위쪽에 놓인 코볼트들은 의아한 목소리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쪽에서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던 세 종족이 미간을 구겼다.
아서는 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웁스. 낚아버렸군.”
쾌활하게 웃은 아서.
그가 노린 건 카르만이 대부분의 골드를 소진하게 하는 것.
그리고 견습 군주들이 도망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세 종족은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법사인 코일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협곡의 뒤쪽에서 코볼트들을 습격하려고?!”
낚였다는 말에 코일이 말했다.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아서가 허를 찌르는 게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아군 측 피해도 생긴다.
아서는 단 한 명의 견습 군주의 피해도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보상이 커질 테니까.
“나 한 명 죽이자고 이만큼의 코볼트와 전력의 핵심인 너희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아서가 웃었다.
모든 병력이 이곳에 집중되었다.
반대로 아서는 견습 군주들을 비롯해 모든 병력을 협곡을 지나친 지점에 소환시켰다.
그 지점에 소환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에 그곳이 개척되어야 한다.
아서는 협곡에 오기 전 혼자서 병사 열 명과 포로 서른 명을 데리고 그곳까지 찍고 돌아왔다.
그럼으로써 지도는 개척되었고, 협곡과 훨씬 떨어진 지점에 견습 군주들과 병력이 나타났다.
그들은 지금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아서가 날린 칼새의 안내를 받으면서.
그들을 카르만이 막는다?
골드를 이곳에다가 다 썼다.
막을 방법이 없고 소환할 몬스터도 없다는 거다.
만약 골드로 군단 이동을 구매하려고 한다 해도 저 정도 코볼트 병력은 이동시킬 수 없다.
골드가 부족해서.
견습 군주들은 열심히 달리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고 이 전멸의 토벌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토벌대는 던전 마스터를 잡아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지 않던가?”
코일의 의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아서는 포로들을 구하고 세 가지의 양피지를 선택했다.
하나는 군단 이동, 하나는 던전 마스터를 잡지 않아도 목적지에 도달하면 견습 군주들이 영지로 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진 양피지다.
“그건 보면 알 거다.”
“난 저놈이라도 죽여야겠군.”
화가 난 카만스가 아서를 찢어죽이겠다는 듯 콧김을 뿜어냈다.
다크엘프나 코일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저놈으로 인해 즐거울 것만 같았던 살육전이 허탕이 되었다.
그에 아서가 흠칫 놀라는 시늉을 했다.
“젠장, 군단 이동만 사용하고 정작 내가 도망갈 수는 없군.”
거짓말이다.
군단 이동이 아니어도 아서는 본인 이동을 캐시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고, 군단 이동으로 포함되어서 이곳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굳이 이곳에 남은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에 남아 있는 병력을 모두 사냥하기 위해서다.
카만스가 성난 발걸음으로 아서를 향해 달려왔다.
어느덧 놈이 코앞에 이르러 그 육중한 도끼로 아서의 머리를 찍으려고 했다.
아서의 입이 비틀어졌다.
“교관 사용.”
[담당 교관 오르웬이 소환됩니다.]
그때에 빛에 휩싸여 나타난 오르웬이 그 도끼를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쳐냈다.
태에에엥!
카만스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빛에 휩싸여 나타난 오르웬은 주변을 둘러봤다.
협곡.
앞에는 세 종족이 있고 위쪽엔 수백 마리의 코볼트가 있었다.
그 뒤로는 아서가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구겼다.
“아서 견습생.”
“네, 교관님.”
아서는 평소처럼 얄밉게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지금 상황을 설명 좀 해줄래?”
“전멸의 토벌대가 발발하였고 코볼트 수백 마리와 못생긴 오크, 다크엘프, 인간이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너무너무 무서우니, 교관님이 혼내주셨으면 합니다.”
아서의 표정은 ‘쟤들이 저 괴롭힙니다. 혼내주세요, 교관님!’이라고 말하듯 천연덕스러웠다.
“…….”
오르웬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 꼬맹이를 구석에 데리고 가서 흠씬 두들겨 팰까?’
그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어디 구석진 곳이 없는지 눈을 굴렸다.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전멸의 토벌대의 발발, 그리고 아서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병력, 그리고 소환된 자신을 보자 감이 잡혔다.
‘나보고 이놈들 다 잡으라고?’
그녀는 낮게 웃었다.
불가능하진 않다.
수백 마리의 코볼트라고는 하지만 3클래스 마법사이자 기사이기도 한 그녀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다.
개미 수백 마리가 모인다고 할지라도 코끼리 한 마리를 어쩔 수 없듯이.
“호호호…….”
그녀의 웃음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서.
“호호호호호호!”
“하하하하하하!”
그녀도 웃고 아서도 웃었다.
그리고 카만스는 부르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보았다.
어찌나 강력한 힘이었는지 오르웬이 검을 퉁겨낼 때 하마터면 무기를 놓칠 뻔했다.
만약 능력치가 하향되지 않았다면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아서 견습생.”
“네, 교관님.”
“하아.”
오르웬이 다시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 깜찍한 새끼를 어쩌지?
그러던 중 카만스가 성난 포효를 터뜨렸다.
“크아아아아아!”
자신들을 앞에 두고 여유롭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들 때문에 화가 난 거다.
오르웬이 이맛살을 구겼다.
검을 늘어트린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갔다.
“기분 X같은데, 너네 잘 걸렸다.”
아서한테 당한 걸 요놈들한테 풀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카만스가 성난 발걸음으로 오르웬을 향해 돌격했다.
푸슈유유육!
오르웬이 순식간에 카만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카만스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며 온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콰아아앙!
코일이 던진 화염의 구가 오르웬을 향해 날아가다가 거대한 실드에 막혀 터졌다.
“……거, 검사 아니었나?”
코일이 당혹한 표정을 지을 때, 아서가 빛에 휩싸였다.
“교관님, 코볼트도 전부 잡아주세요. 고생하시길.”
그 말을 끝으로 아서가 사라졌다.
아서는 오르웬이 분풀이를 앞에 있는 놈들과 코볼트들에게 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녀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아니까.
오르웬이 ‘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마검사 아이리스가 제자한테 이용이나 당하는 판이라니.
“이런 빌어먹을 아서!”
그녀가 아서를 욕하며 달려 나갔다.
화가 뻗친 그녀의 검에 다크엘프도 코일도 한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분노한 그녀가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번쩍 날아올랐다.
퍼퍼퍼퍼퍼펑!
“아서, 이 못된 제자 새끼야!”
분노한 그녀의 손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가며 코볼트를 단숨에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서에 대한 화를 학살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