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군주회귀록 023화
꽤나 손쉽게 사냥이 가능했다.
로우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00마리…….”
미쳤다.
몬스터 숫자가 미쳤다.
또 저 숲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트릭이 숨어 있을 터.
“이건 우리에게 뒈지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학살이다. 이건 학살이라고, 염병!”
아서의 말대로 해보고 현실을 깨달은 견습 군주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도대체 그의 정체는…….’
로우든은 다른 길을 통해 가야 할 곳이 있다며 금방 다시 만날 거라고 했던 아서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분대원 10명을 이끌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푸지익!
아서가 휘두른 창이 놀의 목을 찔렀다.
놀은 이족보행의 개과의 몬스터.
놈들은 고블린보다 훨씬 강하다.
또한 토벌에서 나올 몬스터 중 가장 강할 것이다.
“화살!”
퓩퓩퓩퓩!
선두로 아서가 나서고 병사들이 뒤에서 화살을 쐈다.
“대, 대단해…….”
“히야…….”
자신들의 분대장은 싸움의 귀신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자체적인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장 앞선 그가 선두로 놀들을 잡아내면 그의 몸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한 마리를 사냥할 때마다 몸의 상처를 4%씩 회복시켜 주는 뱀 덕분이다.
콰작!
번쩍 뛰어올라 놀의 목을 정강이로 후려친 아서가 호흡을 크게 뱉었다.
“후!”
어느덧 병사들은 군말 없이 아서를 쫓기 시작했다.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정리가 되고 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포로들을 만날 수 있어.’
포로.
그들은 숨겨져 있는 히든피스다.
오로지 전멸의 토벌대가 발발해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
하지만 보통 발견하지 못한다.
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아서는 길을 안다.
아서가 포로들을 구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포로들을 구출해 내면 특별한 힘 여러 가지를 단기적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다.
취이이이.
취이이이.
갑자기 아서의 귀로 음침한 소리가 들렸다.
‘이건 흡사…….’
뱀?
아서의 시선이 자연스레 우로보로스의 어린 포식 뱀의 팔찌로 향했다.
이 팔찌는 성장한다.
벌써 100에 달하는 숫자의 생명을 앗아간 걸까?
아서는 발끝부터 시작된 소름 끼치는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시선을 밑으로 깔자 작은 뱀 한 마리가 누런 눈을 번뜩이면서 혀를 낼름낼름거리며 아서의 몸을 오르고 있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느낌.
아일라 프라디스.
뱀의 언어?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뱀의 언어였지만 그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아일라 프라디스.
내 힘을 원하는가.
뱀은 아서의 몸 위로 더욱더 타고 올라왔다.
그 묵직함이 느껴진다.
당장 아서의 몸을 휘감고 온몸의 뼈를 으깨 버릴 것 같은 느낌.
클락트뉴 익레트리.
너 같은 애송이는 나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브렉티뉴 콘토르!
포기하라, 나약한 인간아!
치이이이
뱀의 몸이 서서히 아서의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놈의 머리는 아서의 얼굴 앞까지 뻗어왔다.
그는 아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칸타르느 로나드.
죽고 싶지 않다면 날 버려라.
우로보로스.
자기 꼬리를 입에 문 모습으로 우주를 휘감고 있다고 알려진 뱀.
고대에서는 무한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했다고 들었다.
무한을 나타낸다.
어쩌면 이 팔찌는 아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덥석.
아서가 놈의 목덜미를 양손으로 잡았다.
“복종해라. 한낱 뱀 따위가 어딜 감히 나를 시험하려 드느냐.”
목을 쥔 아서는 힘을 꽉 주었다.
뱀은 아서를 보면서 혀를 낼름이더니 웃었다.
카티라스 레더마스.
재밌는 인간아, 나에게 더욱더 강력한 자의 피를 다오.
크르마스 컨테다.
그럼 널 위해 강해지리.
취이이이이!
뱀이 순식간에 형체가 작아져 우로보로스의 어린 포식 뱀의 팔찌로 기어 들어갔다.
곧이어 울린 알림.
[우로보로스의 어린 포식 뱀의 팔찌가 성장했습니다.]
곧바로 확인해 봤다.
(우로보로스의 포식 뱀)
등급: 환상적인 레어
성장형
내구도:10,000/10,000
특수 능력:
⦁시체 하나당 상처 회복 8%. 반경 10m 내의 아군 적용 가능.
설명: 착용자가 10분 이내에 죽인 생명체에 한하여 우로보로스의 포식 뱀이 시체에 남아 있는 피를 빨아들여 착용자의 상처를 회복시켜준다. 이는 성장형이며 우로보로스의 뱀이 500의 숫자에 달하는 생명의 피를 빨아들일 경우 진화하며 현재 착용자보다 수준 이상의 피를 빨아들일 경우에도 진화할 수 있다.
‘아군 적용 가능…….’
아서는 우로보로스의 포식 뱀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환상적인 레어가 된 팔찌를 내려다봤다.
아군 적용 가능.
10m 범위 내에만 있으면 아군들의 상처도 회복시킬 수 있다.
군주로서 꼭 필요한 아티팩트!
‘내 수준 이상의 적을 잡아도 진화할지도 모른다…….’
피식하고 아서는 웃었다.
무한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
놈의 성장이 어디까지일지 기대됐다.
“부, 분대장님?”
다른 병사들 눈에는 아서가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허공에 양손을 감싸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거칠게 뱉어냈다.
“신경들 쓰지 마.”
아서가 그렇게 말하던 때였다.
칼새가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던전 마스터를 찾았다고.
* * *
던전 마스터 카르만.
그는 형벌의 감옥에서 A급 죄수였고 본래는 군주였던 자였다.
그가 군주로 활동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를 ‘조잡한 신’이라고 불렀다.
코드네임은 말 그대로 조잡했지만 그는 생각보다 무시 못 할 자다.
101명의 군주 후보에 올랐던 자이기도 하였으니까.
그는 홀로그램을 통해 보이는 상황에 미간을 구겼다.
“이놈들, 내 수를 읽었어.”
카르만은 숲에 불을 지르고 체계적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견습 군주들을 보면서 미간을 구겼다.
그의 뒤로는 세 종족이 있었다.
셋 또한 형벌의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
하나는 오크, 하나는 인간, 하나는 다크엘프였다.
이들은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크 카만스는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오크 전사로 현재의 견습 군주들이 대적할 수 없다.
그 몸집만 2m 40㎝에 무게만 170㎏에 달한다.
물론 전멸의 토벌대에서는 능력치가 하향되었지만 천재적인 싸움 실력과 거침없는 본능은 알아줘야 했다.
그리고 인간.
코일은 마법사였다.
능력치가 하향되어 현재 2클래스 마법까지 부릴 수 있었지만 그 또한 결코 무시 못 할 존재다.
그리고 마지막 다크엘프.
고고한 엘프들의 땅이 아닌 더럽고 추잡한 저주받은 정령의 땅에서 자라난 존재였다.
그들은 대개 암살에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일반 엘프들보다도 훨씬 더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 셋은 던전 마스터 카르만의 지시에 따라 세 번째 전투부터 투입될 예정이었다.
“어차피 상관없지 않소. 우리가 투입되면 놈들은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갈 테니.”
오크 카만스는 울긋불긋한 근육을 자랑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두꺼운 투핸드엑스를 가볍게 두들기며 콧김을 뿜어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낱 견습 군주들 따위가 내 수를 읽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카르만은 미간을 구겼다.
견습 군주들이 뭘 알겠는가.
한낱 애송이들.
아직 영지전도 안 해본 놈들이다.
한데 그들이 자신의 수를 읽었다는 게 영 꺼림칙했다.
“내일이면 놈들은 협곡에 도착할 것이다. 놈들이 협곡 사이로 지나갈 수 있게 유도해야겠어. 또 우리의 수를 읽어 우회할지도 모르니.”
카르만이 붓을 집어 들었다.
그는 홀로그램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참, 재밌는 능력이야. 그리면 그리는 대로 형상을 갖춘다.”
마법사 코일이 피식 웃었다.
카르만은 검지를 손가락에 가져갔다.
“쉬잇,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우릴 등신으로 보나? 견습 군주들은 정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쯤 우리도 알아.”
코일이 얼굴을 구겼다.
카르만은 피식 웃으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냥 조심하자는 거지.”
그가 그리는 그림은 다름 아닌 서른두 마리의 오우거였다.
* * *
“조, 조잡한 신…….”
아서는 헉하는 숨을 토해냈다.
정찰용 칼새를 통해 던전 마스터가 있는 장소를 홀로그램으로 지켜보고 있던 아서는 놀랐다.
조잡한 신.
그는 군주게임 내의 규율을 위반하여 형벌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조잡한 신은 그리는 대로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은 몬스터도, 건축물도, 다리도 가능하다.
형상뿐만이 아니다.
그가 가진 능력 ‘죽음의 그림’은 뛰어나다.
자신이 죽인 적이 있는 이를 그린다.
그리고 그려낸 이는 형상화해서 나타난다.
물론 죽음의 그림의 레벨에 따라 그 힘을 발현하는 게 달라지며 또 다양한 변칙수가 존재한다고 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이 죽음의 그림은 다양한 전술 전략에 쓰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레벨이 올라갈수록 그가 그려낸 자들이 실제로 강인한 힘을 갖기 시작한다.
카르만은 일부러 견습 군주들이 협곡 사이를 지나치게 하기 위해 오우거 서른두 마리가 양쪽 우회하는 길목을 틀어막게 그렸다.
‘지금 오우거만큼의 힘을 발휘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오우거는 형상만 오우거다. 말 그대로 환상 같은 것에 불과할 뿐. 하지만 견습 군주들은 겁을 먹고 차라리 협곡 사이로 지나가자고 여길 터.’
이러한 방식으로 전술 전략에 사용될 수 있다는 거다.
‘카르만은 101명의 군주에 들 정도의 자는 아니야. 던전 마스터가 되어서도 방심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아마 101명의 군주나 도전 군주 정도 된다면 한 번쯤은 그래도 정찰을 의심해 볼 법하니까.
그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그는 101명의 군주 후보에 들었던 것.
띠링!
중요 정보 열람이 반짝거렸다.
아서가 2000캐시를 들여 구매했다.
(절대군주 아칸의 능력)
조잡한 신이라고 불리는 카르만. 그는 절대군주 중 한 명인 창조주의 군주라 불리는 아칸의 힘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아칸은 자신의 힘을 이어받은 그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이어받을 새로운 적임자를 찾고 있으며 당신에게 도전하길 권장한다.
+로열 클래스 퀘스트: 절대군주 아칸의 시험.
아서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카르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절대군주 중 한 명인 아칸의 직업을 계승받은 것이었다!
거기에 로열 클래스.
처음 들어본다.
직업은 일반 클래스도 있지만 시크릿 클래스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시크릿 클래스는 하나같이 대부분 강력한 힘을 발현했다.
아서가 알고 있는 군주들만 해도 그랬다.
시크릿 클래스를 가진 군주들은 보통 막강한 힘을 발현했다.
그만큼 시크릿 클래스는 얻기 매우 어려웠다.
아스가르드 대륙에 있는 수많은 군주 중 가진 자의 숫자가 50이 채 되지 않았다.
한데 지금 로열 클래스라는 것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거기에 절대군주의 직업이라니.
아서가 전율을 감추지 못하고 로열 클래스 퀘스트를 클릭한 순간이었다.
아서는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