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군주회귀록 022화
“음?”
기사 코르만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본래 1차 토벌은 50마리의 고블린이 나타난다.
500명이서 50마리를 사냥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
한데 예정과 다르게 두 배는 많은 숫자다.
‘그나마 첫 번째 토벌은 낫다. 특별한 전술 전략 없이 워밍업으로 숫자만 두 배가 나타나 주니까.’
아서는 전멸의 토벌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첫 토벌은 던전 마스터의 지휘 없이 똑같이 돌아간다.
두 배의 몬스터.
아서가 창대를 힘 있게 쥐었다.
기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애초에 기사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길안내를 돕고 가끔 견습 군주들이 묻는 것에 답해주는 안내자들일 뿐.
그러던 중 아서가 말했다.
“명령한다.”
“예!”
병사들이 일제히 답했다.
“모두 내게서 5m 이상 떨어지지 마라. 절대. 나를 믿고 따르라!”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절대 5m 이상 떨어지지…… 억?!”
가장 먼저 아서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 병사들은 방금 전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5m 이상 떨어지지 말 것.
한데 아서가 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랏!”
“분대장님을 지켜!”
분대원들이 이를 악물고 아서의 뒤를 쫓아왔다.
그 뒤를 이어 몇몇 견습 군주가 병사들과 진격을 시작했다.
애초에 고블린 따위는 훈련된 병사들과 군주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편이니까.
또 숫자가 월등히 많다.
앞으로 달려 나가던 아서가 가장 앞선 고블린이 푸슉 쏘아내는 독침을 고개를 까닥여 피해냈다.
곧이어 온 힘을 담아 창을 힘껏 던졌다.
콰지익!
꾸엑!
‘허억허억, 저, 정말 빠르시다.’
‘역시 우리 분대장님은 남다른가 봐……!’
보통 견습 군주들은 병사들과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한데 아서는 그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뛰는 속도를 쫓을 수 없다.
이미 5m는 벌어졌다.
그랬기에 더 이를 악물고 쫓았다.
자신들을 향해 마주 달려오는 고블린을 향해 뛰는 아서가 번쩍 뛰어올랐다.
콰지익!
그의 무릎에 고블린 한 마리가 안면이 함몰되었다.
몬스터 사냥 때 올린 스탯들은 아서를 강인하게 해주었다.
우두둑!
발 빠르게 또 다른 놈의 목을 비틀었다.
그다음 놈의 단검을 집어 옆에 있는 고블린들의 목을 찌르기 시작했다.
푹푹푹푹푹!
퐈악!
퐈악!
아서는 발 빠르게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을 쓸기 시작했다.
어느덧 쫓아와 합류한 병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 대단하다…….”
“이렇게 강하실 줄이야…….”
분대장님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것도 압도적이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라!
그 말의 의미를 백번 깨닫는 순간이다.
아서는 고블린들 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병사들도 안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길을 아서가 열어주고 그 안으로 병사들이 들어가며 주변의 고블린 무리를 쳐냈다.
‘애초에 고블린은 약하다. 안으로 파고 들어가 최대한 많은 숫자를 학살한다.’
푸지익!
퐈지익!
후우웅!
휘둘러지는 고블린의 돌도끼.
팔을 들어 막았다.
충격이 팔로 전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놈의 목을 움켜쥐고 힘껏 닭목처럼 비틀었다.
우지익!
그때에 아서의 눈으로 병사의 등 뒤를 노리고 창을 찌르는 고블린이 보였다.
아서가 돌도끼를 힘껏 던졌다.
후우웅!
콰지익!
얼굴에 돌도끼를 맞은 고블린이 쓰러졌다.
“가, 감사합…….”
“닥치고 사냥에 집중해!”
아서는 좌측 상단에 숫자가 떠오른 걸 확인했다.
자신을 비롯해 병사들이 몬스터를 사냥한 숫자다.
현재 22마리.
푸지익!
23마리.
콰지익
24마리.
그리고 그 옆에 함께 나열되어 있는 기여도.
현재 기여도는 11%.
아서는 단순히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그는 뒤쪽에서 따라오는 병사들을 계속해서 살폈다.
혹여 당할까 싶을 때마다 아서는 주변에 있는 단검, 돌도끼 등을 던져 그들을 지켜냈다.
‘노, 놀랍다…….’
‘혼자서 가장 많은 고블린을 상대하면서 어찌 우리까지…….’
뒤에 눈이라도 달린 걸까?
거기에 그는 강한 것을 빼고서도 천재적인 전투 센스를 보이고 있었다.
후우웅!
콰지익!
퐈직!
푸지익!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던 아서는 어느덧 숫자가 44마리에 이른 걸 확인했다.
압도적.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야 한다.
현재 기여도 15%!
그리고 곧이어 50마리를 향해 숫자가 빠르게 치솟는다.
고블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곧 50마리째!
[2중대 5분대가 압도적인 사냥 숫자를 달성!]
[5분대가 ‘타격 분대’로 임명됩니다.]
[5분대의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아서는 예상하고 있던 알림이었다.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타격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서에게 추가로 들린 알림!
[규율에 따라 기록을 가장 먼저 달성한 아서에게 담당 교관 소환권 1회가 부여됩니다. 이는 딱 15분 동안 소환할 수 있습니다.]
아서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내가 아는 모든 걸 활용한다.’
애초에 모두 알고 있던 사항이다.
전멸의 토벌대는 위험한 만큼 다양한 시스템을 숨겨두고 있으니까.
아서는 헛웃음이 났다.
‘내 교관은 가장 뛰어난 교관인 마검사 오르웬이다.’
오르웬의 강력한 힘!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단 15분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히, 힘이 솟는다.”
“오오오! 우리 분대가 타격 분대가 되었어!”
병사들은 여전히 고블린들과 사투를 벌이는 아서의 뒷모습을 보았다.
사실상 가장 많은 숫자를 잡은 게 그들의 분대장이었다.
어느덧 주변이 정리되었다.
치이익!
우로보로스의 어린 포식 뱀이 시체에서 피를 빨고는 팔찌로 돌아와 아서의 상처들을 치료해 주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부, 분대장님. 대단하십니다.”
“목숨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서는 그들의 인사에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무심한 듯 보여도 고블린들 틈에서 싸우면서 자신들을 지켰던 것이 잊히질 않았다.
“아, 아서…… 자네 도대체.”
로우든 견습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모든 견습 군주가 꽤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볼 수 있었다.
“모두 눈치 못 채셨습니까?”
아서가 그들을 둘러봤다.
그들에게 지금 상황을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토벌대는 교관들을 통해 숙지되었던 방향과 정반대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뭣?!”
“응?!”
그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 * *
루이스는 미간을 구겼다.
벌써부터 희생자가 나왔다.
견습 군주 세 명이 죽었다.
‘100마리라. 분명히 50마리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건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루이스는 눈치가 빨랐다.
붉어졌던 하늘, 그리고 숙지했던 것보다 두 배는 많은 숫자의 고블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에 하늘 위를 나는 새 한 마리가 보였다.
“정찰용? 아니, 정찰용은 분명히 매나 독수리, 부엉이 정도라고 들었는데?”
그는 미간을 구겼다.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한데 곧이어 그 새는 밑을 향해 빠르게 하강해 루이스를 향해 날아왔다.
“칼새?”
칼새였다.
매 다음으로 빠르기로 소문난.
루이스는 이 칼새가 자신들을 염탐하는 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칼새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이스, 난 아서다.
“……아서? 어떻게 정찰용 새를?”
루이스는 깜짝 놀랐다.
아직 본인들의 영지가 없기에 정찰용을 구매할 골드도 없으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다. 곧 있으면 칼새가 아닌 매나 부엉이 같은 것들이 도착할 것이다. 발견하는 즉시 죽여라. 상대 측 던전 마스터가 보낸 정찰용일 테니까. 또한 지금 우리가 예상하던 방향과 다르다는 걸 눈치챘을 거다.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서 이놈은…….’
놈은 분명히 뛰어난 놈이다.
무엇을 숨기는지는 모르지만 적이 되면 무서울 놈.
일단은 말을 들어본다.
-다음 목적지가 어디지?
“나일르 강이다.”
-그렇군. 나일르 강. 분명히 우리는 나일르 강을 넘어선 수풀에 몬스터가 있다고 숙지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숨어서 매복하고 있을 거다. 아마 강 속일 것이다.
“……어떻게 장담하지?”
-나일르 강의 인근에는 아가미풀이 많이 자란다고 들은 바가 있지. 현재 상대편 던전 마스터는 입력된 대로 행동하지 않을 거다. 기존의 우리에게 주입된 것을 비틀고 행동할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나?”
-믿어도 손해 보는 건 없지 않나. 나일르 강 속에 놈들이 매복해 있는 걸 확인하면 독소의 꽃잎을 그곳에 떨어트려라. 그럼 놈들은 저절로 떠오르게 될 테니까.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다른 것에 있다.
“왜 날 도와주지?”
-착각하는군. 널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날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나도 그쪽 전력이 필요하거든.
아서는 루이스가 싫다.
그 가식적인 가면이 소름 끼친다.
하지만 루이스가 뛰어난 군주라는 건 사실이다.
그 때문에 루이스에게 정찰용 칼새를 보낸 거다.
“일단은 그렇게 해보도록 하지.”
역시나 루이스는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불사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건투를.
정찰용 칼새가 멀지않은 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아서의 칼새는 루이스가 있는 토벌대를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 * *
로우든과 견습 군주들이 눈을 맞췄다.
그들은 숲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숲 안에 던전 마스터가 숨겨놓은 다양한 트릭들과 몬스터들이 숨어 있을 거라고 아서가 말했다.
점차 번져 나갔던 불들이 순식간에 숲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590명의 병력은 숲을 쭈욱 둘러싸고 있었으며 첫 번째 대열에는 방패와 창을 든 자들이, 뒤쪽 대열로는 검을 든 자들이, 세 번째 대열은 활을 쏠 줄 아는 자들이 정렬해 서 있었다.
키헤에엑!
쿠아아악!
캬하아악!
“헉!”
“사, 사실이었어!”
믿을 수 없다.
교관들의 말과는 분명히 달랐다.
숲에는 몬스터가 없다고 교관들이 말해줬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달랐다.
‘숲은 몬스터가 없으면 좋지만 만약 숨어 있다면 우리를 잡아먹기에 매우 좋지. 우리가 교관들 말을 철석같이 믿는 게 뒤통수를 치는 격. 하지만 교관들이 우리를 일부러 죽음으로 내몰 일은 없다. 아서의 말처럼 지금 이 토벌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야.’
로우든이 빠르게 답을 내렸다. 다른 견습 군주들도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에는 140㎝ 길이의 개머리 카멜리온들이 숨어 있었다.
개머리 카멜리온은 악력이 매우 강하며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몸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위장에 특화되어 있다.
또한 트릭도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놈들이었다.
무심코 숲을 지나쳤으면 병력 중 100명 이상이 죽었을 터!
“쏴라!”
푸슈슈슈슉!
푸슈슈슉!
병사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카멜레온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그다음 물을 찾아 뛰려던 카멜레온들이 방패에 막혔다.
쿠우웅!
쿠우웅!
푸직!
푸직!
방패 뒤로 창을 숨기고 있던 병사들이 재빠르게 방패 사이의 빈틈으로 창을 찔렀다.
그리고 방패의 틈을 비집고 뛰쳐나온 카멜레온들은 뒤쪽에 정렬해 있던 자들이 서둘러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