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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21화 (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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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021화

7장 전멸의 토벌대

“아니, 저렇게 당차니까 내가 더 가지고 싶잖아. 매력 스탯 1,000개라도 찍었나? 뭐가 이리 매력적이야.”

브록은 아직 아서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 * *

총교관에게 아서를 얻을 방법이 뭐 없을까라고 묻던 브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왜 하필 그 친구가 있을 때에…….”

총교관 발로크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군주게임 진행상 매번 20회째는 거의 전멸이지요.”

“이 게임을 만든 새끼들도 그래, 왜 이딴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건데, 20회 차 때마다 거의 강제적인 학살을 시킨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좆같은 소리야!”

브록이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기존에 3회 차인 몬스터 토벌이라는 개념의 군주 자격시험의 생존률은 95%는 될 정도로 높았다.

“그래서 예상되는 견습 군주들 생존률은?”

그 질문에 발로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생존률은!”

“10%입니다.”

“…….”

브록은 머리를 싸매었다.

이러다 꼼짝없이 아서를 잃을 판이다.

“만약 내가 아서에게 언질을 주면?”

“절대 안 되는 말씀이십니다. 그럼 군주게임의 규율에 의거해 브록 군주님은 크나큰 제재를 받으시게 됩니다.”

그 말에 브록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발로크의 입이 달싹거렸다.

브록은 그가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총지휘를 하게 될 던전 마스터가 형벌의 감옥에서 데려온 자라고 합니다.”

“……진짜 염병하는군.”

최악에 최악의 상황.

이번 군주 자격시험의 세 번째 시험.

몬스터 토벌대는 거의 전멸할 것이다.

* * *

몬스터 토벌대.

몬스터 토벌대에선 각 견습 군주들이 휘하에 열 명의 병사를 배정받게 된다.

이 열 명의 병사를 최대한 많이 살리는 게 관건이며 굳이 다 살아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견습 군주는 수료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목숨을 부지하는 거다.

이 토벌대는 5일 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몬스터 토벌과 던전 마스터의 사냥.

던전 마스터.

군주게임에서도 간혹 그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군주게임에선 아주 적은 숫자의 던전 마스터만 찾아볼 수 있다.

군주게임에 나타나는 던전 마스터들의 경우 대부분이 이벤트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다.

아스가르드 대륙은 애초에 그들의 활동 지역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들이 있는 던전과 없는 던전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이 있으면 아티팩트 드랍률이나 보상률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는 거다.

‘걱정할 건 없겠군.’

애초에 군주 자격시험 세 번째에 해당하는 던전 마스터는 어리숙한 애송이었고 고작 한 명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이제 우린 아스간 대륙에서 만나겠네.”

“그렇겠군요.”

오르웬의 시원섭섭한 목소리에 아서는 싱긋 웃었다.

오르웬은 아서가 카리스마를 시험하는 장소에서 브록 군주를 놀라게 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역시 자신의 제자답다는 생각이 든다.

“약속의 서는 꼭 챙겨 와주시길 바랍니다.”

“진짜 넌 마지막까지도 얄밉구나.”

견습 군주들은 세 번째 시험을 치르면 훈련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자신들의 영지로 간다.

“이슬이 맺혔군요.”

“헛소리하지 말아줄래, 얄미운 견습생?”

아서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오르웬은 피식 웃었다.

수련의 방이 변화했다.

몬스터 사냥 때처럼 거대한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견습 군주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었다.

아서가 대지에 발을 들이자 오르웬이 서서히 흐릿해졌다.

“건투를 빈다.”

오르웬이 왼쪽 가슴에 오른 주먹을 가져다 대며 경례했다.

아서도 맞추어 경례했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아서의 몸을 밝은 빛이 감쌌다.

* * *

아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약 50여 명의 견습 군주가 나타났다.

그들의 뒤로는 그들이 지휘하게 될 병사 열 명이 쭈르륵 나타났다.

먼 지점에 이와 같이 50여 명의 견습 군주가 나타났을 거고 그들도 총 500명의 병사를 이끌고 토벌대의 목표를 향해 진격하게 될 거다.

토벌대는 기존에 교관으로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이미 숙지한 상황이다.

‘소년?’

랜스는 자신들을 지휘하게 될 분대장이 어린 소년이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중년의 사내였으며 집에는 딱 아서만 한 딸아이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 분대장님이시다.’

병사들은 아서에게 복종하게 설정되어 있다.

어지간히 머저리 짓을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절대적인 복종을 할 것이었다.

“흐음, 이곳의 분대장은…….”

“문제 있습니까?”

아서는 자신을 보면서 지저분한 턱수염을 만지는 민머리의 사내를 보았다.

중대장이면서도 100명의 병사.

그리고 10명의 견습 군주들을 이끌어줄 기사였다.

그는 당연히 아서보다 직급이 높기에 복종과는 거리가 멀다.

기사 코르만은 싸가지 없이 눈을 치켜뜨는 아서를 보며 피식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분대원들이 고생 좀 하겠군, 쯧쯧!”

싸가지 없는 어린 분대장에 대한 영락없는 조소였다.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구먼.’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꼬마 분대장은 얼을 탈 것이고 병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지.

결국 애송이 새끼는 자신에게 와서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할 게 분명해 보였다.

그때에 자신은 ‘네가 알아서 해, 이 머저리 놈아’라고 해줄 생각이었다.

“반갑네, 나는 로우든이라고 하네.”

“잘 부탁드립니다.”

견습 군주들이 자신들이 부릴 부하들과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아서는 흘끗 돌아보더니 짤막하게 말했다.

“분대장 아서다. 잘 부탁한다.”

“예, 잘 부탁합니다.”

“우리 분대장님은 쿨하시구나!”

짧고 간결한 말에도 병사들은 호응을 해주면서 믿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 어린 몸에서 저런 포스라니!’

‘오오오, 역시 우리 분대장님은 카리스마가 있군.’

모두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대열을 정비했으면 모두 이동한다!”

“이동!”

기사 코르만의 말에 병사들이 복명복창했다.

몇몇 견습 군주는 그 복명복창에 화들짝 놀랐다가 분대원 보기 민망했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대열이 이동하던 중 아서는 갑자기 주변이 붉어졌다고 느꼈다.

‘설마…….’

깜짝 놀란 아서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응? 왜 하늘이…….”

“뭐야?”

‘빌어먹을!’

이변은 다른 이들도 느꼈다.

하늘이 붉어졌다는 것에 기사들도 병사들도 의아해하긴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서는 정반대였다.

하늘이 붉어진 이유는 하나니까.

‘전멸의 토벌대!’

전생에서 군주들은 그렇게 불렀다.

운이 아주 극히 나쁜 훈련소 수료생들이 겪게 되는 토벌대.

실제로는 학살에 가까운 군주 자격시험!

20회 차 때마다 펼쳐지는데, 보통 10% 정도가 살아남는다.

이 10%는 전멸의 토벌대를 공격할 던전 마스터가 시스템상 살려놓는 것에 불과했다.

10% 정도는 살리는 게 룰이었으니까.

아서는 자신이 속한 토벌대가 전멸의 토벌대라는 사실에 지금 놓인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깨달았다.

‘모든 몬스터의 배치가 바뀐다. 기존에 입력된 대로 움직이지 않고 던전 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배치되어 공격을 감행한다.’

이건 무서운 것이다.

기사들은 모든 견습 군주와 병사들을 기존에 이끌던 길대로 안내할 테니까.

그리고 매복해 있는 몬스터들이 학살을 시작할 거다.

삐이삐이삐이

그때에.

아서의 군주 육성기가 요란한 알림을 토해내며 홀로그램을 뿜어냈다.

홀로그램은 붉은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고 중앙에는 ‘긴급 퀘스트’항목이 떠올랐다.

(긴급 퀘스트: 최대한 많은 숫자의 견습 군주 살리기)

등급: ?

지급 캐시: ?

보상: ?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

설명: 전멸의 토벌대. 모든 견습 군주가 학살당하게 될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당신뿐이다. 당신이 솔선수범하여 그들을 승리로 이끌어 많은 견습 군주를 살려라.

굳이 모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서는 견습 군주들에게 미운 마음은 없었다.

아직 영지전은 시작되지도 않았고 그들도 그저 군주게임에 소환된 자들이니까.

거기에 모든 것이 ‘???’로 되어 있는 퀘스트.

확실한 것은 하나 있을 것이다.

많은 수를 살릴수록 보상이 훨씬 커질 것이다.

또한 아서에겐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선 미친 듯이 날뛰어봐야겠군. 상대편 던전 마스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패배하게 될 것이다.’

그는 지금쯤 애송이 같은 견습 군주들을 학살할 생각에 잔뜩 광기에 미쳐 있을 거다.

전멸의 토벌대를 상대하는 건 숙련된 던전 마스터다.

결코 쉬운 상대일 리는 없었다.

하나!

상대편에 아서가 끼어 있다는 걸 그는 모른다.

지금쯤 어떻게 견습 군주들을 요리할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라면 방심하고 있는 그의 허를 제대로 찌를 수 있을 것이다.

‘첫 토벌. 그때부터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숨겨뒀던 전장의 귀신으로서의 힘.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이 싸움은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닐 테니까.

몸을 사리다가는 오히려 질지도 모른다.

아서는 캐시 상점을 오픈했다.

캐시 상점 안에는 군주들이 영지전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찰 동물’이다.

‘기존의 정찰 동물은 매나 부엉이 같은 거다. 하지만 이 캐시 상점에는 다른 동물들도 있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상대방의 의심을 사지 않고 정찰이 가능해진다는 의미!

아서는 칼새 두 마리를 3천 캐시나 주고 구매했다.

매의 속도는 약 시속 200㎞ 정도다.

그리고 칼새는 170㎞ 정도로 매에 조금 뒤처지지만 확실히 빠른 새였다.

푸드드득.

푸드드득.

‘한 마리는 루이스를, 한 마리는 상대편 던전 마스터를 찾아라.’

하늘을 높이 나는 새들을 보며 뒤쪽에 있는 병사들이 의아한 목소리를 토했다.

“지, 지금 정찰용 새를 보낸 겁니까?”

“어떻게 여기에서 정찰용 새가 나올 수 있지?”

분대원들은 의아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 말에 아서는 뒤를 돌아봤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행동을 무조건 믿고 따라라. 그러면 너희 중 단 한 명도 중상을 입지 않을 것이고 죽는 자도 없을 거다.”

“알겠습니다.”

“충성!”

모두가 힘차게 답했다.

자신을 확실히 믿겠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자신도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

그리고 다른 견습 군주의 분대원들.

그들은 아서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필요한 게 있다.

‘난 첫 토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들도 이끌 수 있을 테니.

“모두 멈춰라!”

“정지! 정지!”

“정지! 정지!”

앞으로 행군하던 중 토벌대가 일제히 멈추어 섰다.

빈 대지에 100여 마리가 넘는 고블린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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