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군주회귀록 017화
그와 동시에 떠오른 알림.
띠링!
(긴급 퀘스트: 36명의 적을 소탕하라!)
등급: A
지급 캐시: 한 명당 500캐시.
보상: 스킬 스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한 명당 -500캐시.
설명: 당신을 비웃고 죽이려고 모여든 자들. 그들을 죽임으로써 당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줘라.
‘확실히라.’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래, 확실히 보여주겠다.
아서의 좌측 상단으로 36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아, 앞이 안 보…….”
푹!
“끄아악!”
아서가 움직였다.
그는 가장 앞에서 반짝반짝 빛을 뿌리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 사내를 향해 힘껏 창을 찔러 넣었다.
가슴팍을 찔린 사내가 뒤로 물러났다.
“헉!”
“잡아라! 놈은 분명히 이 안에 있다!”
비명을 지른 사내가 가슴에 창이 꽂힌 채 허물어졌다.
견습 군주들이 그 주위로 모여들어 허공에 부웅부웅 병장기를 휘둘렀다.
아서는 허공에 휘둘러지는 손 하나를 잡아챘다.
그다음 놈의 손을 꺾어 단도를 빼앗았다.
“윽!”
우두둑!
“여기다!”
오로지 그들은 청각과 아군의 비명, 그리고 반짝이는 야광풀에만 의존할 수 있다.
창은 지금 상황에서 굉장히 불리하다.
특히나 최대한 빨리 인간을 사냥해야 할 때는 사정거리가 짧고 휘두르기 유용한 단도 같은 게 편하다.
푸슈육!
“끄아아악!”
한 사내가 목을 부여잡았다.
“으, 으아아아. 이게 뭐야!”
목에서 뿜어져 나간 피가 앞에 있는 사내의 얼굴을 적셨다.
사내는 공포에 잠식되어 무자비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죽어! 죽으라고, 이 빌어먹을 새끼야!”
푸직!
“으억! 내, 내팔. 이 머저리 새끼가!”
“모두 아가리 좀 닥쳐, 제발!”
혼란에 혼란이 가중된다.
누군가는 두려움을 참지 못해 횡설수설하고 누군가는 아서의 발자국 소리를 쫓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통제가 될 리가 없었다.
푸지익!
“억!”
퐈악!
푸슈육!
“끄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퍼진다.
그 비명은 곧이어 좌측 끝에 몰리기 시작했다.
좌측에 있는 자들의 살을 파고드는 소리, 그리고 비명.
그들은 빠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서는 이미 몸을 빼고 동굴 벽에 바짝 붙은 상태였다.
동굴의 벽에 붙어 주변을 살핀 아서는 팔을 더듬거리며 벽을 짚으려는 사내의 가슴팍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단도를 힘껏 위로 찔러 넣었다.
푹!
“억!”
단도를 단숨에 뽑아냈다.
사내가 기울고 턱 밑이 뚫린 그가 털썩 쓰러졌다.
[10마리를 추가 사냥하셨습니다. 확률의 반지가 강화되어 평범한 레어가 됩니다.]
아서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어둠 속에서 견습 군주들을 하나하나 죽이기 시작했다.
후우웅!
‘윽!’
눈먼 손도끼에 아서의 팔이 찍혔다.
“여기다!”
아서는 손도끼에서 팔을 빠르게 떼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왼쪽 팔목에서 뱀이 튀어나왔다.
뱀은 어둠 속에서도 시체를 찾아 쫓아갔다.
피를 빨고 팔찌로 빨려 들어간 뱀.
치이이익.
아서의 패인 상처가 빠르게 회복됐다.
‘후우우.’
고르게 숨을 뱉어낸 아서가 견습 군주들의 틈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팔을 더듬거리는 사내의 목을 베어냈다.
몸을 낮춰 닥치는 대로 무기부터 휘두르고 보는 사내의 뒤로 이동해 뒷목에 단도를 박았다가 빠르게 뽑았다.
푸직!
푹푹푹!
퐈악!
푸슈유육!
퐈아악!
“끄아아악!”
“으아아아악!”
“억!”
곳곳에서 터지는 비명.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그들을 두려움이라는 석 자로 잠식해 나간다.
“제, 제발 그만해!”
“항복하겠어!”
“이런 등신 새끼들, 당장 움직이지 못해!”
프레이트가 그들에게 소리쳤지만 겁을 집어먹은 그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또한 아서도 항복을 선언한 이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한 번 빼앗으려고 했던 자들이 두 번 다시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뭐든지 후환을 남겨서는 안 되는 법이다.
여기서 살아 나가는 자들이 추후에 아서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노릇.
“제, 제발 살려…… 억!”
두려움에 떨던 사내의 목이 베였다.
사내는 목을 부여잡으며 허물어진다.
“으으으으!”
뚝뚝뚝뚝!
누군가 바지에 오줌을 지린 듯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모두가 겁에 질려 있었다.
프레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고작 꼬맹이 한 명이다.
그런 꼬맹이에게 서른여섯 명의 귀족이 처참하게 학살당하고 있었다.
놈은 교활한 방법으로 단 한 수에 무리 구성원들의 목숨을 거두어 가고 있었다.
‘아니, 여기서 끝나진 않아!’
프레이트는 남아 있는 알약 두 개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몸에서 힘이 샘솟는다.
지급받은 다섯 개의 알약은 중복된다.
단 한 개를 먹었을 때 30%, 두 개째일 때 40%로 스탯이 상승한다.
기존에 아서를 잡기 전 하나를 먹었기에 현재 프레이트는 총 150%의 힘을 낼 수 있게 된 셈.
아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베었다.
‘그들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 전에 해치운다.’
사람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적응하게 되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 전에 모두 끝내야 한다.
* * *
뒤쪽으로 물러나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프레이트의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아서의 몸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프레이트의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죽었다.’
눈이 적응을 했을 때에는 이미 아서가 대부분의 견습 군주를 죽인 뒤였다.
남아 있는 숫자는 총 넷.
다른 넷도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듯싶었다.
하지만 아서에게 빠른 속도로 제압당했다.
푸지익!
퐈아아악!
심장 부근에 단도를 꽂았던 아서가 검을 빠르게 뽑아냈다.
얼굴에 튄 저것들은 피가 분명할 거다.
마지막 하나 남아 있는 사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오줌을 지린 그가 양손을 싹싹 빌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난 단지 프레이트라는 놈이 무서워서…….”
아서는 말이 없었다.
죽이기 전의 적군에겐 어떠한 기회도 말도 주어선 안 된다.
말을 나누면 죽여야 하는 자는 약해질 뿐.
아서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다.
빠르게 보내주는 것.
그의 등 뒤로 이동한 아서가 망설이지 않고 목을 힘껏 꺾었다.
우두두둑!
풀썩
바닥에 쓰러진 사내.
프레이트는 억지로 입을 올려 웃었다.
“하, 하하. 대, 대단하구나. 인정해 주지.”
아서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어둠 속에서 유독 빛났다.
그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프레이트의 앞으로 걸어갔다.
아서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팔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 피 맛은 익숙해지질 않는군.”
흠칫
그 말 한마디가 프레이트에게는 엄청난 공포심으로 다가왔다.
“네, 네놈은 대체 현실에서 뭘 하던 놈이냐.”
아서는 좌측 상단에 떠오른 ‘1’이라는 숫자를 확인했다.
‘놈은 통솔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400캐시를 들여서 중요 정보 열람을 오픈했을 때 프레이트의 현황에 대해서 확인이 가능했었다.
그는 교관 카이저에게 알약 다섯 개를 지급받았고 미리 몬스터 사냥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
몬스터 사냥 증에 200명 중 한두 명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스킬을 받게 마련인데, 그게 프레이트였나 보다.
아서는 빛바랜 레어로 변화한 확률의 반지를 확인해 봤다.
하찮은 레어일 때는 10% 확률에 1.3배였다면 빛바랜 레어일 때는 15% 확률로 1.4배의 크리티컬 대미지가 터졌다.
이제 곧 한 단계 더 강화될 것이다.
무심한 눈으로 그를 보던 때였다.
아서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압도)
등급: C
지급 캐시: 2,000
보상: 힘+2, 프레이트가 가진 통솔 약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모든 능력치-1
설명: 프레이트는 저번에 한 수를 먼저 준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열 수를 양보하고 막아내어 압도해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줘라.
아서는 프레이트가 가진 통솔을 약탈한다는 것에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별의별 기능이 다 있어.’
일단은 수락했다.
그리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전쟁터에 있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들을 베었다. 처음엔 두려워서 베었고 그다음엔 더 강해지기 위해 베었다. 배가 고플 땐 늙은 까마귀 고기를 산 채로 뜯어먹기도 했다. 정 식량이 없을 땐 눈물을 흘리며 죽은 내 동료의 고기를 뜯은 적도 있다. 네가 어렸을 때부터 검을 배워왔다? 하지만 그게 뭐? 나보고 어쩌라고.”
아서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피 묻은 단검을 내려다봤다.
“프레이트, 네게 열 번 먼저 공격할 기회를 주겠다. 그 기회 동안 한 번이라도 공격을 내게 허용하면 스스로 물러나지.”
“그, 그 말을 믿으라고?”
아서는 픽 웃었다.
놈이 단단히 겁을 먹었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네깟 놈이라고 운운해 놓고 기회를 던지자 덥석 물려는 기색이 보인다.
“믿든 말든 난 상관없다. 사실.”
“조, 좋다.”
“자, 와라.”
프레이트는 대련 때 아서에게 한 수를 넘겨준 것을 항상 후회하고는 했다.
그러면서도 그 한 수를 주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겼다고 믿고 있기도 했다.
한데 아서는 열 수를 막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열 수 중 과연 한 수를 먹이지 못할까?
또 지금 자신은 150%의 힘을 낼 수 있기도 하다.
프레이트가 검을 꾹 쥐었다.
‘난 다섯 살 때 처음 검을 잡았고 기사들에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어.’
실전 경험은 많지 않았으나 프레이트는 자신을 굳게 믿고 있었다.
“흐압!”
프레이트가 아서를 향해 번쩍 뛰어올랐다.
그의 검이 휘둘러진다.
‘한 번.’
아서는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후우웅!
프레이트의 검이 빠르게 아서를 공격하고 들어온다.
아서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그의 공격을 피해낸다.
‘세 번.’
“이놈!”
프레이트가 아서를 향해 미칠 듯이 돌격해 왔다.
그를 따라 아서도 빠르게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수우웅!
고개를 뒤로 젖혀 아슬아슬 피해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프레이트는 검을 찔렀지만 아서는 옆으로 몸을 비틀어 검을 피했다.
프레이트의 숨이 거칠어지고 검은 더욱더 예리해졌다.
아서의 눈은 더욱더 차갑게 가라앉고 냉정하게 검을 예측했다.
수우웅!
‘여덟 번.’
프레이트가 무릎을 차올렸다.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려서부터 노예, 평민이라는 족속들을 한낱 개미처럼 죽이던 것이 프레이트였다.
누구든 자신 위에 설 순 없으며 이 땅에 자신만큼 잘난 이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지간한 기사들도 자신과 대련을 하면 ‘아아아! 정말 대단합니다. 프레이트 님!’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깟 꼬맹이한테 자신의 검이 한 번도 닿질 못하고 있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휘둘러도 닿지 않았다.
아서는 양손으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무릎을 막아냈다.
‘아홉 번.’
프레이트는 이를 악물었다.
“제발 뒈져, 이 빌어먹을 애송이 새끼야!”
‘열 번.’
아서의 눈빛이 변했다.
콱!
“컥!”
열 수를 끝내자 아서가 프레이트의 목을 잡아챘다.
아서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했다.
곧바로 퀘스트 완료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 압도 완료.]
[힘 2를 얻었습니다.]
[2,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스킬 통솔을 약탈합니다.]
목이 붙잡힌 프레이트는 컥컥거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아서의 천천히 열리는 입에 집중했다.
차가운 목소리로 아서가 말했다.
“이것이 너와 나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