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군주회귀록 016화
5장 광전사의 반지
곧이어 포식 뱀이 팔찌로 돌아왔다. 아서는 몸의 상처가 빠르게 재생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때에 울린 알림.
[바이스 대지에서의 유일무이 신기록을 달성!]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보상을 받으실 시 모든 견습 군주에게 ‘몬스터 사냥꾼’에 대한 알림이 울립니다. 또한 몬스터 사냥꾼을 죽일 시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다소 위험을 감수하셔야 합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아서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루시온은 훈련 종료가 거의 끝나기 직전에 마지막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로 인해 그나마 다른 견습 군주들의 견제를 피할 수 있었다. 또 80마리를 잡은 만큼 강해진 그였기에 쉬이 그를 공격하려는 자가 없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다.
[확률의 반지가 지급됩니다.]
[모든 스탯 +10을 지급받습니다.]
“좋군.”
두 발 멧돼지의 사냥이 훨씬 수월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발로스의 신전의 보상으로 받은 모든 스탯 +7 덕분이다.
여기에 +10 수준이면 어지간한 견습 군주는 명함도 못 내밀 터.
거기에 흡수한 룬이 남들의 몇 배는 될 수준.
확률의 반지.
아서는 띄워진 홀로그램에 나타나 있는 확률의 반지에 손을 뻗었다.
홀로그램이었지만 손을 뻗어 집자 잡혔다.
그것을 스르르 자신 쪽으로 끌어오자 홀로그램이 홀연히 사라졌다.
“강력한 한 방이 가능해졌다…….”
그때에 중요 정보 열람이 반짝거렸다.
“또…….”
정말 쉴 새 없구나.
하지만 기분은 좋다.
아서는 중요 정보 열람을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확률의 반지의 강화)
확률의 반지를 얻은 당신은 무척이나 흡족해하고 있다. 거기에 추가로 확률의 반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10마리의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확률의 반지가 추가 강화된다.
“……!”
아서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확률의 반지의 강화?
아티팩트는 강화할 수 있다.
아티팩트는 기본적인 등급이 있지만 그 등급 내에서도 네 가지의 등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매직 아티팩트 하나가 있다고 가정할 때 하찮은 매직이 가장 낮고 평범한 매직이 중간, 빛바랜 매직이 상위, 그리고 환상적인 매직이 최고의 등급이라고 현재 알려져 있다.
현재 아서가 얻은 확률의 반지는 ‘하찮은 레어’다.
이 반지를 강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종잡을 수 없다.
최소한.
10% 확률로 터지는 것이 늘어나든가, 혹은 1.3배의 대미지가 상승할 것이다.
한데 문제가 존재한다.
‘몬스터가 없잖은가, 젠장!’
몬스터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그때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서는 숨을 죽였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건 사람이었다.
‘알론 남작이던가?’
귀족 중 한 명으로 식당에서도 프레이트의 곁을 졸졸 쫓아다니던 놈이다.
그는 아서를 발견하자마자 씨익 입을 올려 웃었다.
“여깄다! 드디어 그놈을 찾았습니다. 프레이트 님!”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프레이트라는 네 글자를 곱씹어봤다.
‘놈이 강한 무리를 이끌고 있다. 무리를 이끌려면 뛰어난 통솔력 혹은 강함 둘 중 하나를 만족해야만 한다. 한데 놈은 그 정도로 강하진 않은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게 생겼다.
지금 놈은 강한 무리를 이끌고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거다.
푸직!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시끄럽게 구는 견습 군주의 뒷목에 창을 찔렀다.
“쿨…… 럭?”
전장에서 자비란 존재해선 안 된다.
또한 자신이라는 목표를 만들어놓은 놈들 틈에선 더더욱.
“너 이…….”
알론 남작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했다.
아서는 힘껏 목에서 창을 뽑아냈다.
푸슈육!
알론 남작의 몸이 허무하게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몸을 숨겨야 하나?’
괜한 충돌엔 휘말릴 필요가 없다.
그때에 아서의 눈앞으로 숫자가 떠올랐다.
그 숫자는 아서의 좌측 상단 위로 올라갔다.
81이라는 숫자.
이 숫자는 분명히 아서가 생각하는 게 맞다.
“사람을 죽여도 적용되는 거였어.”
사실 견습 군주들과의 충돌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려고 한다.
* * *
“뛰어라!”
“예!”
곳곳에 흩어져 있던 귀족 무리가 방금 전 소리가 들렸던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확률의 반지라…….’
확률의 반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아서가 몬스터 사냥꾼이라는 게 밝혀졌다.
또한 아서를 죽이면 확률의 반지를 빼앗을 수 있으며 모든 스탯 +20을 받을 수 있다.
프레이트는 놈을 자신이 죽여 확률의 반지를 뺏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뛰는 루이스.
‘아서는 내가 잡는다.’
확률의 반지는 얼핏 능력만 봐도 꼭 얻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루이스도 이번에는 예외는 아니었다.
미친 듯이 달리던 프레이트는 곧 쓰러져 있는 알론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주변을 샅샅이 훑으며 아서를 쫓았다.
하지만 놈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취를 감췄다.
“빌어먹을 새끼!”
프레이트가 얼굴을 구겼다.
* * *
빠른 속도로 알론이 있던 자리를 벗어나 먼 곳에서 적들의 숫자를 얼추 확인한 아서는 다시 빠르게 뛰었다.
‘나 혼자서 서른 명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뭔가 묘책이 필요해.’
그것도 노예들이나 평민들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기 몸 하나씩은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배워온 자들이다.
때문에 묘책이 필요하다.
빠르게 뛰던 아서는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들을 보면서 멈춰 섰다.
‘저걸 이용해 볼까?’
생각을 마친 아서는 그것들을 될 수 있는 대로 모두 뽑아서 인벤토리 안에 넣어뒀다.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루시온은 딱 80마리만 잡았기에 그걸 모르는 아서는 앞이 예측되지 않았다.
‘일단은 몸을 사리면서 남은 몬스터들부터 찾는다.’
* * *
3일째의 밤.
아서는 네 마리의 몬스터를 잡았고 다섯 명의 견습 군주를 사냥했다.
시간이 지나고 아서는 깨달았다.
‘페널티는 위치 추적이 된다는 거다.’
견습 군주 셋이 자신이 몸을 숨긴 장소로 찾아왔다.
방금 한 사내를 죽이기 전 물었다.
위치를 어떻게 알았냐고.
시스템 알림이 울리면서 지도 기능이 활성화되어 아서의 위치가 떴다고 한다.
‘앞으로 여섯 시간.’
여섯 시간 후에 훈련이 종료된다.
현재는 몇몇 소수에게만 위치 추적 기능이 활성화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가 늘 것이고, 프레이트의 무리에 있는 놈 중에도 위치 추적 기능이 활성화된 놈이 나올 것이다.
확률의 반지의 강화를 포기하느냐?
그럴 순 없다. 절대로.
그럼 자신이 생각해 낸 묘책을 이용한다.
* * *
“아서라는 놈은 이상하지 않나? 이 주변 지리를 모두 꿰고 있는 것 같아.”
프레이트의 말에 루이스는 동감했다.
그는 신출귀몰하다.
발각되었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확실한 건 프레이트보다 더 강하다는 거다. 놈은 바보가 아니었어. 두각을 드러내 요주의 인물이 되어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던 거다.’
루이스는 생각을 마쳤다.
너무 무리해선 안 된다고.
반대로 프레이트는 아직도 아서를 죽이겠다는 그 분노감 때문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미 모든 귀족이 3일 동안 잡아야 할 몬스터 할당량을 채웠다.
때문에 아서를 쫓는 게 그들로서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고 모두가 확률의 반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한 견습 군주가 놀란 음성을 토했다.
“헉! 제, 제 군주 육성기가 지도를 보여줍니다.”
“지도? 우리가 개척한 땅이 지도에 보이는 걸 이제 알았나, 설마?”
한 귀족이 의아한 목소리를 토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서가 있는 위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뭣?!”
프레이트가 깜짝 놀랐다.
그의 입가에 희열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앞장서라!”
* * *
아서는 바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멀지 않은 뒤쪽에는 거대한 동굴 하나가 있다.
‘퇴로를 뚫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퇴로를 계속 뚫을 수는 없다는 거지.’
한 번의 퇴로를 여는 건 지금 아서로서는 매우 쉬운 일.
그는 창대를 만지작거리며 수풀을 바라봤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탓탓탓탓!
탓탓탓탓!
발걸음 소리는 매우 빨랐다.
‘역시 나름 배웠다 이건가?’
발소리들은 얼굴부터 드러내지 않고 수풀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듣고 아서는 예상했다.
곧이어 원을 그리고 포위한 그들이 서서히 좁혀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서른다섯 명 정도 되는 귀족 무리.
‘인원이 늘었어.’
하지만 주눅 들진 않았다.
“꼬마야.”
프레이트가 이죽이며 웃었다.
“네 정체가 뭔지 궁금하구나. 어떻게 네가 80마리를 사냥했는지, 또 어떻게 이곳의 지형을 아는지.”
아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며 빌어보거라. 그럼 내 한 번 고려해 보지.”
“하하하하하! 그러다 오줌 지릴지도 모릅니다, 프레이트 님!”
“크흐흐흐!”
주변에서 웃음이 가득 찼다.
어린 꼬마를 비웃는 것이 재밌다 이건가?
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던 중 중요 정보 열람 항목이 떴다.
400캐시. 매우 저렴하다.
망설이지 않고 구매해 확인한 아서가 피식 웃었다.
“먼저 네놈의 그 손가락부터 자를 생각이다. 그다음에는 발가락을, 그다음에는 양쪽 손목을, 다음엔 발목을…….”
그는 아서가 겁먹은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구구절절 늘어놨다.
여기에 있는 그들 모두는 아서를 죽일 수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나니까.
그 이야기를 듣던 아서가 귀를 후벼 팠다.
“다 짖었나?”
“……뭐라?”
짖었냐는 표현에 프레이트가 미간을 구겼다.
“보통 개가 짖으면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아서는 원을 그리고 포위망을 좁힌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화를 내며 발로 차든가.”
그는 시선을 프레이트에게 고정했다.
“무시하든가.”
그리곤 이죽이며 웃었다.
“난 개가 짖어서 후자를 택했을 뿐.”
“네, 네놈이 감히……!”
“너무 짖진 마라. 시끄러우니까.”
“죽여라!”
프레이트가 외쳤다.
창을 든 아서는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헉!”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도달한 아서로 인해 사내가 깜짝 놀랐다.
사내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트린 아서는 작은 그 틈을 비집고 뛰어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탓!
뛰는 아서를 보며 루이스는 의문을 느꼈다.
‘일부러 기다렸다. 그렇다는 건…….’
함정이다.
하지만 다른 머저리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현재 아서의 뛰는 속도.
‘묘책만 있다면 불가능하진 않아. 힘들겠지만.’
루이스는 판단을 빨리했다.
그 함정에 자신이 끼어선 안 된다.
곧이어 아서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저런 멍청한 놈! 동굴 끝엔 막다른 길밖에 없을진대!”
프레이트가 그를 맹렬히 비웃었다.
귀족들이 우르르 아서를 쫓아 동굴로 들어갔다.
그때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아서가 설치해 놓은 트릭이 움직인다는 걸.
하지만 말이 트릭이지 실제 트릭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저 ‘야광풀’이 흩날릴 뿐.
야광풀은 시들지 않으면 일반 풀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말라비틀어진 야광풀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것을 곱게 빻은 아서는 사람들이 들어올 때를 맞춰서 동굴의 천장에 기다란 와이어와 연결시켜 주욱 잡아당겨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 야광풀은 한번 붙으면 씻지 않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루이스는 동굴로 뛰어 들어가는 귀족들을 보며 몸을 돌렸다.
‘아서가 죽든 저 무리가 모두 죽든 둘 중 하나다.’
아서는 버틸 수 있었다.
시간을 끌면서 도망치면.
하지만 저들을 사냥하는 걸 택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
쿠르르르르!
곧이어 동굴의 문이 닫혔다.
입구 근처에 찰싹 붙어 숨어 있던 아서가 닫아버린 거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아서를 제외한 모든 귀족의 몸이 반짝반짝 야광빛을 흩뿌렸다.
“뭐야!”
“아, 앞이 안 보여!”
“이런 빌어먹을! 횃불 같은 거 어디 없나?”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숨을 죽인 아서는 발자국 소리를 죽였다.
‘너희는 나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아서의 눈이 빛났다.
‘난 너희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