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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0화 (10/210)

# 10

군주회귀록 010화

“이런 미친…….”

오르웬의 얼굴이 빠르게 차가워졌다.

이 나이에 이렇게 밝힌단 말인가?

또 어려서 그런지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하는 것 같았다.

오늘 교육 한번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아서가 말을 이었다.

“기분 나쁘신가요?”

“견습생.”

오르웬은 싱긋 웃으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아서는 예의 바른 어조로 말했다.

“방금 전 교관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과 무엇이 다른가요? 키가 무척 작구나. 제 첫인상을 보고 하신 평가입니다. 키가 작아서, 나이가 어려서. 아, 이놈은 싸움도 남들보다 못하겠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힘들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셨겠죠. 저도 똑같이 말했을 뿐입니다.”

오르웬은 꾹 쥐고 있던 몽둥이를 느슨하게 놓을 뻔했다.

“가슴이 크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기 불편하겠다. 또 교관으로서 불편한 점이 참 많겠다.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예의를 차려주신다면 제 힘 닿는 곳까지 따라가겠습니다.”

‘뭐, 뭐야?’

오르웬은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이 방에 처음 들어온 귀족들은 자신을 무시하듯 보며 몸매에 감탄한다.

이런 말도 한다.

‘내 노리개로 삼고 싶구나.’

그런 정신 넋 빠진 놈들은 오르웬에게 개 패듯이 처맞고 정신을 차린다.

또 나이 좀 있는 평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데 앞의 이 아이는 다르다.

어찌 이렇게 어른스러운가.

결정적으로 오르웬이 몽둥이찜질을 할 명분이 사라졌다.

“그건 미안하게 됐구나.”

“아닙니다. 다음부턴 주의해 주십시오.”

‘얄밉기도 하다.’

오르웬은 다짐했다.

너는 더욱더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할 것을!

싹이 보이는 놈이다.

하지만 아서는 그녀와 다르게 알림을 들으며 흡족해했다.

[얕보이지 말기 퀘스트 완료]

[힘 1, 민첩 1을 얻었습니다.]

[1,000캐시를 얻었습니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서는 의아했다.

‘왜 이 교관 낯이 익지?’

분명히 자신이 했던 군주게임보다 3년 빠르다.

그런데 희한하게 낯이 익다는 것.

하지만 의문을 오래 이어가진 않았다.

* * *

이론 수업.

이론 수업은 약 한 달에 걸쳐서 진행된다.

초기에 아스가르드에 소환된 군주들의 경우 훈련소를 거치지 않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견습 군주들이 훈련소를 거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그들과 이들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기초적인 이론 수업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바는 없을 거다.

그래도 안 받은 것보단 낫다.

두 달 동안 정말이지 기초적인 수업을 받으며 전략, 전술과 같은 것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오르웬이 품에 안고 있는 책 여덟 권을 아서의 앞에 턱하니 내려놨다.

아서는 눈대중으로 권수를 세었고 책의 두께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았다.

“딱 4일 주겠어, 견습생. 4일 동안 모두 읽고 기초 시험을 치를 거야.”

오르웬은 아서가 남다르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콧대가 눌린 치욕도 겪었다.

때문에 이건 어느 정도 복수이자 스파르타식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사실상 아서가 보기에 4일 동안 이 책 모두를 보는 건 매우 힘들었다.

밤낮으로 읽는다면 모를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병사학’이라고 쓰인 책이었다.

아서는 눈대중으로 훑어봤다.

그를 보면서 오르웬은 빙긋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확연한 틀은 만들어야지.’

아서가 이 책의 내용을 완독하지 못한다면 오르웬이 그를 혼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럼 첫날의 치욕은 어느 정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서는 책을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초적인 것들뿐이군. 예전에는 이게 얼마나 어려웠던지.’

고작 30일이다.

30일 동안 이론 수업을 한다고 얼마나 대단해지겠는가.

또 그때는 시험 내용이 얼마나 어렵던지.

하지만 아스가르드에서 이미 산전수전을 겪어본 적이 있는 아서였다. 지식이 아닌 몸으로 익힌지라 더욱더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 * *

이른 아침.

오르웬은 비장한 마음으로 수련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련의 방은 작은 방처럼 보이지만 무궁무진함을 담고 있는 곳이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거대한 연병장이 되기도 한다.

아침에는 견습 군주들의 기초적인 체력 훈련이 있었다.

‘아직 자고 있겠지?’

오르웬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자, 견습생. 꾸물거리지 말고 빨…….”

하지만 아서는 이미 이불까지 모두 개어놓고 편안한 복장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아뇨. 잠이 없는 편이라 어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을까 했습니다.”

‘노친네도 아니고. 잠이 없다니.’

오르웬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수련의 방이 순식간에 변하며 연병장이 되었다.

“놀랬나?”

“우와아아~ 저엉말 놀랍네요.”

오르웬은 미간을 구겼다.

뭔가 장단에 맞춰준다는 느낌?

‘몇 바퀴나 뛰려나?’

오르웬은 어린 아서를 보면서 궁금해했다.

모든 교관은 처음에 견습 군주가 들어오면 교관 통신기로 담당 견습 군주를 확인한다.

하지만 아서의 경우 확인이 불가능했는데, 아서가 자신의 대륙에서 군주 육성기를 주웠다고 말했다.

그에 오르웬은 의아해했다.

그런 케이스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서의 능력치는 확인 불가능했고, 아서가 직접 자신의 능력치를 불러주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보통 동등해진 능력치의 이들이 연병장을 뛴다고 해도 모두 제각기 뛸 수 있는 바퀴 수가 다르다.

이유는 뜀박질은 곧 ‘정신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네 바퀴나 돌면 다행이겠군.’

오르웬은 아서가 딱 그 정도나 뛸 수 있을까 싶었다.

“열 바퀴를 뛸 거다. 내게서 뒤처지면 좋을 건 없을 거야.”

물론 이런 걸로 팰 생각은 없다.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육체가 따라주지 않는 걸 어찌하겠는가.

아무리 마녀 오르웬이라고 해도 몸이 약해 따라주지 않는 자를 팰 생각은 없다.

단, 정신부터가 썩어빠졌다면 다르겠지만.

“자, 뛰어갓!”

그녀와 함께 아서가 달리기 시작했다.

‘당신 생각보단 잘 뛸걸.’

아서는 두 번 숨을 빠르게 삼키고 한 번 뱉으며 오르웬의 옆에서 함께 달렸다.

한 바퀴를 뛰었을 때에 아서는 여전히 건실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두 바퀴.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세 바퀴.

종아리가 당겨왔다.

하지만 아서는 꽤 여유롭게 달렸다.

이제까지 퀘스트를 하며 결코 적지 않은 스탯을 올린 그였기 때문이다.

‘뭐야, 이거 어린애 맞아?’

오르웬은 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섯 바퀴…… 열여섯 소년이 뛸 수 있기나 한가……?’

오르웬이 미간을 구겼다.

아서는 평소 운동을 좋아라 하는 육체로 보이지도 않는다.

한없이 빈약하고 한없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다섯 바퀴를 뛰고서도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태연히 쫓아왔다.

또 오르웬의 뛰는 속도는 결코 느린 편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덧 아홉 바퀴째.

“허억허억허억.”

아서의 폐가 미칠 듯이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이곳 운동장 기준으로 10바퀴면 자그마치 6㎞다.

생각보다 운동장은 컸고 아서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아서에게 이 정도 달리기는 힘들다고 해도 못 견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열 바퀴째를 뛸 때에 아서가 지친 게 역력히 보였다.

하지만 달렸다.

오르웬은 그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슨 열여섯 어린애 정신력이……!’

정신력이 대단하다.

숨이 저렇게 찰 정도면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귀가 멍멍해질 거다.

또 터질 듯한 숨 때문에 적잖이 고통스러울 거다.

하지만 아서는 군말 한 번 하지 않고 여전히 오르웬의 옆에서 뛰었다.

곧이어 열 바퀴째.

아서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뜬 퀘스트창을 보았다.

(마지막 한 바퀴)

등급: F

지급 캐시: 500

보상: 힘+1 체력+1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페널티 없음.

설명: 숨이 턱까지 차오른 그대. 마지막 인내를 짜내어 한 바퀴만 더 돌자!

‘좋군!’

정말 사소한 것에 울리는 특성화된 군주 육성 시스템의 퀘스트.

마음에 든다.

오르웬이 멈추려 했지만 아서가 그녀의 옷깃을 슬쩍 당겼다.

“하, 한 바퀴…… 더어어!”

아서가 그렇게 외치며 마지막 젖 먹던 힘을 짜내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오르웬의 입이 벌어졌다.

“그, 그만해도 되는데……?”

이제 그만.

사실 아서가 세 바퀴나 뛸까 싶었던 오르웬이었다.

그런데 아서는 열 바퀴를 뛰고 추가로 한 바퀴를 더 뛰고 있었다.

시야가 도는 것인지 균형이 일그러져 보인다.

당장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는 계속 뛰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오르웬은 뛰어오는 그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응원했다.

이어 아서가 오르웬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커허억, 허억허억!”

그의 입에서 쇳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아서는 곧 눈앞에 뜬 보상을 보면서 만족해했다.

[마지막 한 바퀴 퀘스트 완료.]

[힘 1, 체력 1을 얻었습니다.]

[500캐시를 얻었습니다.]

‘또 이렇게 스탯을 올렸다.’

아서가 그렇게 생각할 때 눈앞에 무언가 아른거렸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확인해 보자 물병이었다.

“수고했다, 견습생.”

오르웬이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오르웬은 아서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너 그냥 휘리릭 넘긴 거 아냐?”

“정말 다 읽었습니다.”

아서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 다 읽은 건 둘째 치고 사실상 책 여덟 권을 읽어내고 문제를 내달라며 당당할 순 없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천재가 아닌 이상 책을 한 번 보고 모든 걸 기억하는 것은 힘들 거다.

물론 오르웬이 준 책 여덟 권 중에 여섯 권 정도는 군주의 기초, 병사학, 무기학과 같은 것들로서 기존에 있던 대륙에서 ‘귀족’ 정도의 신분이었다면 충분히 접해봤을 책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권은 순전히 군주게임에 대한 내용이 적혀져 있다.

그걸 하루 만에 외우는 것도 힘들 터였다.

“저를 못 믿으시나요?”

오르웬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사실 이건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니까.

“그럼 감히 제안드리지만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내기라…….”

오르웬이 코웃음을 쳤다.

자신은 마녀 오르웬이다.

이제껏 이렇게 당찬 견습생은 없었거늘.

“예, 제가 지면 앞으로 교관님이 어떤 대우를 해도 토를 달지 않겠습니다.”

‘그 옳은 말만 하는 입을 조용히 하게 할 수 있겠구나.’

오르웬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넌 뭘 원하지?”

“그저 제가 원하는 부탁 한 가지 들어주시죠. 전 이 책들에 있는 내용 중 하나도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르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첫 번째 문제.”

오르웬은 머릿속으로 곰곰이 어려운 문제를 추려봤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어린애한테 너무 승부욕을 태우나?’

그러면서도 아서에게 놀란 게 너무 많았기에 그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앞서 필요한 다섯 가지.”

“첫째는 백성을 헤아릴 것. 둘째는 추위와 더위, 사계절의 변화를 알 것. 셋째는 적의 위치가 가까운지, 혹은 넓은 길인지 좁은 길인지 모든 지형을 파악할 것. 넷째는 엄격해지며 전술 전략을 준비할 것. 다섯 번째는 적의 주요 인물들과 식량 수송로, 보급 물자 운용을 파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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