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군주회귀록 009화
3장 마검사 아이리스
이 게임을 참가하는 자들은 무작위로 소환되며 강제성이 다분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보상을 걸고 이들이 더욱더 군주게임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견습 군주 중 훈련을 비롯해 군주 자격시험까지 합쳐서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하는 세 명의 견습 군주에겐 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보상이 주어진다. 여러분이 가장 관심 있어 할 것 같은 몇 가지의 보상을 말해주도록 하겠다.”
보상은 꼭 필요하다.
그것도 이 보상은 현실에서 얻는 보상이다.
군주게임과는 별개다.
군주게임은 잘만 하면 자신이 있는 세상에서의 인생도 변한다.
그 때문에 아서도 많은 덕을 봤다.
일단 보상을 제외하고서도 군주게임에서는 ‘경험’이라는 걸 얻을 수 있다.
그 경험 덕분에 아서는 전쟁터에서 전장의 귀신이라 불리고 점차 많은 병사를 부리게 되었을 때에 문제 한 번 일으키지 않고 잘 이끌 수 있었다.
“일단 1~3위까지 순위에 따라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3위가 1천 골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
“……!”
대강당 내에 정적이 감돌았다.
몇몇 귀족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지만 노예, 평민들은 달랐다.
특히나 노예들.
그들에겐 너무나 꿈만 같은 돈이다.
1천 골드라면 어지간한 평민이 수년을 먹고 놀아도 남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질문해도 됩니까?”
어디의 노예로 추정되는 이가 손을 들어 올렸다.
“허락한다.”
총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같은 노예들이 그런 돈을 가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집니까…….”
노예가 가진 돈은 주인의 돈이 된다.
보통 그렇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또한 노예가 돈을 가진다고 한들 노예라는 신분을 벗어날 순 없는 거다.
“이제부턴 말을 끝까지 듣고 질문했으면 좋겠군. 보통 평민들이 골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예들의 경우는 1~3위를 기록하면 다른 보상을 택하게 마련이다. 먼저 1클래스 마법을 부릴 수 있는 특혜를 받지.”
“……!”
대강당이 침묵으로 감돌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1클래스 마법.
즉, 1클래스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노예든 평민이든 마법사가 될 수 있으면 그 신분 자체가 바뀐다.
설령 노예의 주인인 귀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노예는 분명히 귀족으로부터 다른 노예들과는 차별화된 대우를 받게 될 거다.
마법사는 어떤 대륙을 가도 귀하디귀한 존재로 대우받는다.
물론 1클래스 마법사는 가장 낮은 수준의 마법사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1클래스 마법사만 되어도 준남작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다시 총교관이 짤막하게 말했다.
“마력 발현.”
“……미쳤군.”
“이, 이 게임은 기회다…….”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력 발현.
마력 발현이라고 하면 기존에 병사로 있는 이나, 귀족, 평민들도 원하는 거다.
마력은 보통 수련으로 얻어서 오러로 발현한다.
아무리 이름 높은 가문의 누군가라고 할지라도 정작 재능이 없어서 마력을 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분하다.
그 때문에 가문에서 형제들과 가주를 놓고 싸우는 경쟁에서 밀려나는 귀족도 상당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1~3위를 기록하면 마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병사들은 어떠한가.
병사가 마력 발현을 하면 아주 미미하다고 할지라도 단번에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다.
총교관이 나머지 것들을 설명해 줄 때마다 견습 군주들의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1~3위까지 들겠다는 거다.
‘치열한 경쟁을 위해 보상을 넣은 거기도 하지.’
2개월간의 훈련을 받는다.
그 2개월 동안 모든 이가 잘 따르게 하기 위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또한 아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 하나를 알고 있기도 하다.
‘1~3위까지. 그리고 1위, 1위를 기록하면 유일무이하게 영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영지 선택권은 매우 중요하다.’
아서가 남들보다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
바로 영지 선택을 위해서다.
영지는 보통 무작위로 배정받는다.
아주 재수가 없으면 전쟁에 미친 광군주들이 득실거리는 곳의 영지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땅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한 영지가 될 수도 있다.
대강당에서의 연설 이후 모두가 식당으로 향했다.
* * *
아서는 식판 위에 받은 스프와 빵, 그리고 닭다리와 우유를 보았다.
아서는 식사를 시작했고 주위에서 두 종류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보고 이딴 걸 먹으라고……?”
귀족들은 식판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열 가지 이상의 음식을 놓고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던 그들이다.
그들에게 이런 조잡한 음식이라니?
반대로 어떠한 이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고, 고기다…….”
“이럴 수가. 닭다리라니…….”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하인, 하녀, 그리고 씨앗만 뿌리면 모두 시들어버리는 비루한 토지의 농부, 그리고 거지까지.
그들에겐 항상 꿈꿔왔던 식단 아니겠는가.
“정말 좋군. 이 게임 아주 훌륭해.”
아서의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이 닭다리를 뜯으며 좋아했다.
얼굴에 시꺼먼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는 광부가 분명해 보였다.
“하루 세끼를 이런 음식을 준다니, 이러다가 귀족 나리들처럼 뒤룩뒤룩 살찐 돼지가 되는 거 아닌가 몰라?”
“네놈,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근처에서 들은 귀족이 소리쳤다.
그에 눈치 빠른 광부 사내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교관에게 말했다.
“교관님, 분명히 이곳에선 출신도, 작위도 소용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데 저자가 귀족 노릇을 하려 합니다.”
“둘 모두 좀 맞아야 정신 차리나?”
“죄송합니다.”
“…….”
광부는 빠르게 죄송하다 했고 귀족은 할 말을 잃었다.
광부가 이겼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군. 적응력이 무척 빨라. 그리고 아주 잘 이용해.’
이곳에는 신분도 출신도 소용없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 자신의 평민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은 계속 귀족들에게 끌려 다닌다.
하지만 방금 이 앞의 사내 같은 경우 그 점을 이용했다.
광부는 수도 없이 죄송하다, 미안하다 채찍질만 하지 말아달라 귀족들에게 소리쳤을 거다.
방금 전 교관에게 했던 죄송합니다?
그에겐 일상이다.
하지만 방금 전 귀족은? 치욕을 당했을 거다.
하나 확실한 건 귀족도 평민도 빠르게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거다.
“난 고급 광물의 손상도를 줄이고 캐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광부 중 한 명이었지. 그런 나에게도 하루에 떨어지는 건 고작 감자 세 알이 전부였다고.”
‘흐음.’
아서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나름 흥미로워했다.
고급 광물을 캐는 것은 아주 어렵다. 발견해도 정말 실력 있는 광부가 아니면 보통 깨지게 마련이어서 100%라고 가정했을 때 30%만 건지면 다행이다.
그걸 잘 캐낸다면 쓸 만한 광부 같다.
하지만 딱 그뿐.
식사를 마친 아서는 주위를 둘러봤다.
귀족들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저거 딱 3일 간다.
결국 배가 고파 견디지 못해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할 거다.
“이제 이동한다.”
사실 노예나 평민들은 벌써 식사를 대부분 끝냈다.
원체 허겁지겁 먹어야 말이지.
반대로 귀족들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 * *
200여 개의 방이 쭈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이 방 안에서 각 견습 군주들은 2개월 동안 집중적인 케어를 받는다.
이 집중 케어 덕분에 그나마 노예도, 평민도, 그리고 원래 귀족들도 군주의 기초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루이스가 여기 있을 줄이야.’
아서는 멀지 않은 방 앞에 서 있는 고풍스러운 기세를 풍기고 있는 사내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루이스.
그는 이름 있는 명문 가문의 자제다.
또한 그는 아서가 아는 101명의 군주 중 한 명이다.
101명의 군주는 인간 중 도전 군주 바로 밑에 있는 강력한 군주들이다.
아서가 목을 친 이들 중엔 루이스도 있었는데, 그 전의 행실이 가관이다.
그는 성군처럼 행세했다.
겉으로는 우아한 척, 귀풍스러운 척, 척이란 척척은 모두 다 했다.
한데 아서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그가 무슨 짓을 하였던가.
본인을 호위하는 기사단을 싸그리 몰살시키고 아서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기 하나 목숨 살리겠다고 모든 부하를 스스로 쳤다.
그다음 절대 복종을 맹세했지.
하지만 아서는 이런 자는 뒤통수를 칠 자임을 간과하지 않았고 살려줄 생각이 없다 했다.
그때에 드러났던 루이스의 얼굴은 참으로 기괴했다.
어찌 이렇게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혹여 거슬리면 치워 버리면 그뿐.’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모두 입장!”
교관의 외침과 함께 모두가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방은 밖에서 보기와 다르게 길게 뻗어 있어 제법 컸다.
또한, 검, 활, 창 등 그 외에 꽤 많은 것이 있었다.
이어 또각거리는 구두굽 소리가 들렸다.
곧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온 여인은 아서를 보자마자 말문을 잃었다.
그녀는 교관들 사이에서 마녀 오르웬이라고 불린다.
보통 교관들은 처음에 혹독하게 대하지만 그래도 2개월 동안 붙은 정이 있다고 서서히 느슨해진다.
하지만 오르웬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을 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패는 여인으로도 유명하다.
거기에 얼마나 혹독하게 가르치는지 그녀에게 붙어서 수료하는 견습 군주는 대부분이 구색은 갖춘다.
“견습생, 나이가 어떻게 되지?”
다소 당혹한 목소리.
아서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열여섯입니다.”
“키가 무척 작구나.”
아서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서의 앞에 선 그녀는 미녀 중의 미녀였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얼굴형은 퇴폐적인 미와 어울려 보인다.
또한 가슴과 골반은 컸고 허리는 얄쌍하니 들어간 것이 어지간한 남자들이라면 군침 한번 츄르릅 삼켰을 거다.
물론 아서는 제외하고.
그때에 알림과 함께 홀로그램이 눈앞에 떴다.
띠링
(얕보이지 말기)
등급: F
지급 캐시: 1,000
보상: 힘+1 민첩+1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힘-1 민첩-1
설명: 교관이 당신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참고만 있을 것인가?
군주게임에서의 첫 퀘스트다.
아서는 조목조목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무시를 안 당했다는 느낌일까 하고.
그녀는 교관 통신기를 만졌다.
곧이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열여섯짜리 견습생이 들어왔는데 이걸 가르치라고? 뭐? 총교관님도 이미 알고 계신다고? 그런데도 조치를 안 취했단 말이야?”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통신기가 부서져라 소리를 질렀다.
곧 그녀는 ‘가르쳐라’는 답변을 듣고 화를 억누르며 통신기를 끊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녀 오르웬.
애새끼라고 봐주진 않는다.
“교관님.”
생각을 정리한 아서가 그녀를 불렀다.
오르웬이 탐탁지 않아 하며 그를 바라봤다.
“교관님은 가슴이 참 크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