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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7화 (7/210)

# 7

군주회귀록 007화

‘60, 61, 62.’

영지군은 아직 1분 20초밖에 안 된 걸 확인했다.

육안으로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빨랐다.

그랬기에 갈수록 눈이 커져갔다.

그리고 곧 80개.

81개, 82개, 83개…….

영지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2분이 지나고.

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서 더 프레스 지원자. 111개…….”

“허억허억.”

“윽…….”

지원자들이 팔을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켰다.

한 지원자가 부정했다.

“111개요……? 말도 안 됩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서는 겁쟁이로 유명하다.

거기에 저 비리비리한 몸뚱이로 111개나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아서의 옆에 있던 지원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 정말 111개 정도를 한 것 같아. 난 30개를 하니까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한 번 세어봤는데, 적어도 90개 이상이야.”

“……!”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아서를 돌아봤다.

어깨를 으쓱하며 아서는 생각했다.

‘변화를 사람들은 이렇게 받아들이겠지.’

아카스의 아들 아서는 겁쟁이였으나 그 아버지를 닮아 엄청난 천재였다.

그다음 달리기.

-믿을 수 없어, 아서가 3㎞ 달리기를 11분 만에 들어왔다고?

그다음 철봉.

-뭐, 뭣?! 턱걸이를 50개나 해?!

계속해서 들렸다.

믿을 수 없다.

저 겁쟁이 아서가?

계속해서 들리는 이야기.

하지만 아서는 나름대로 힘 조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서는 활시위를 쭈욱 잡아당겼다.

표적을 향해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푸욱!

정확히 가운데에 붉은 지점.

10점이다.

“너무 가깝네요.”

아서는 몇 걸음 더 물러났다.

시시해서 재미도 없다는 듯이.

그다음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족히 60m 거리.

수우우웅!

푸욱!

과녁에 정확히 10점!

“와아…….”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아서는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영지군들이 좌측 가슴 위로 주먹 쥔 손을 올려놓았다.

“충!”

“충!”

곳곳에서 경례를 한다.

지원자들도 어색한 자세로 ‘충!’이라 외쳤다.

아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충!’ 자세를 취했다.

그들 사이로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투구를 옆구리에 끼운 채 지나가는 사내는 콜로스였다.

현재 제1 기사단장.

브래트 영지의 실세 중의 실세.

그리고 아서에게는…….

‘기다려라. 잘근잘근 씹어주마.’

꼭 사냥해야 할 사냥감.

복수의 대상.

콜로스는 아서에게 원수와 같았다.

그에게는 콜튼이라는 영지군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추후 브래트 영지 제1 기사단장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는 중이다.

그러한 콜튼이 바로 아서의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 하인, 하녀 모두가 죽게 만들었다.

‘항상 네가 최고라 듣던 콜튼이 나와의 대련에서 패배했지. 그리고 그날 저녁 놈은 영지군 숙소를 비웠어.’

역시 콜로스 경의 아들이다!

놈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서가 열여덟에 아버지처럼 되겠다는 꿈을 안고 영지군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자신은 창을 잡으면 싸움의 천재가 된다는 걸.

겁 많다는 건 여전하긴 했지만 아서는 일취월장했고 콜튼과 대련을 붙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콜튼의 완패.

그날 저녁 콜튼은 아서의 자택에 불을 질렀다.

‘미친 새끼지, 미친 새끼고 말고. 그깟 패배 때문에 내 어머니, 하녀, 하인들을 죽이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고 분노가 치솟는다.

분명히 그때 불에 타버린 자택 인근에서 콜튼을 발견했다고 한 하녀가 있었다.

그 하녀는 며칠 후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만 살아남은 죄책감에 그녀가 자살했다고 말했으며 그 이야기를 모두가 믿었다.

‘모든 걸 조작한 콜튼의 아버지 콜로스, 네놈도 내 손에 아스러질 거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휘한 자는 콜로스다.

아서는 소리쳤다.

콜튼이 모두를 죽였다고.

자택에 불을 질렀다고.

하지만 콜로스는 몰아갔다.

‘어린 아서가 부모를 잃고 미쳤나 봅니다. 아서야, 그때 콜튼은 영지군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단다. 증인도 많아.’

증인을 조작하고.

‘진정하거라. 너마저 무너진다면 프레스 가문은 어찌 되겠느냐.’

자신을 마음 따뜻한 기사처럼 치장했으며.

‘역시 아카스의 아들인 네놈도 머저리야.’

자신의 귀에 속삭여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때에 아서는 이곳을 떠나 전쟁터로 갔다.

이를 빠드득빠드득 갈고 적을 죽이며 얻었던 이름, 전장의 귀신.

하지만 그 복수는 끝맺지 못했다.

콜튼은 전쟁터에서 죽었고 콜로스는 지병으로 죽어버렸다.

그래선 안 되지.

그래선 안 되었다.

‘이번엔 다를 거다.’

스윽 옆을 스쳐 지나가는 콜로스를 슬쩍 올려다보는 아서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쿵쿵쿵쿵!

놈을 당장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심장이 거칠게 뛴다.

참아야 한다.

지금은 안 된다.

살기를 보여선 안 된다.

걷던 콜로스가 걸음을 멈췄다.

“아서?”

“안녕하십니까, 콜로스 경.”

“영지군에 지원하는 건가?”

“예.”

“그렇구나.”

콜로스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 옆에 있던 영지군에게 눈짓했다.

영지군이 서둘러 뛰어왔다.

“잠시만.”

콜로스는 함께 걷던 기사들에게 말하고 영지군과 단둘이 걸었다.

“아서가 걱정이 돼서 말이야. 알겠지만 내 전우 아카스의 아들이니까.”

“아아, 물론입니다.”

콜로스의 속내는 달랐다.

‘빌어먹을 겁쟁이 새끼가 여긴 왜 온 거야?’

그는 아카스가 살아 있을 때 끔찍한 열등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카스가 죽고 그의 아들이 겁쟁이란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었다.

아카스에게 자신은 밀렸지만 자신의 아들은 그를 처참히 누를 수 있겠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역시 떨어진 건가?”

콜로스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하지만 곧 들린 답변은 반대였다.

“아뇨, 모든 성적이 지원자 중 최우수입니다. 거기에…….”

그 말이 끝나려던 찰나였다.

퍼엇!

콜로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엔 아서가 영지군 병사와의 대련에서 병사의 검을 쳐내고 창으로 목 끝을 겨누고 있었다.

콜로스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는 다시 영지군을 돌아봤다.

“보시는 것과 같습니다. 아서 더 프레스는 아버지 아카스 경을 닮아 천재였던 겁니다.”

천재라고?

천재……?!

“그런 말도 안 되는…….”

콜로스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가 펴졌다.

영지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콜로스는 그 옆을 지나쳤다.

‘영지군에 못 들어오게 해야 해. 명분을 생각해 보자.’

모든 성적이 최우수라고 할지라도 명분은 갖다 붙일 수 있다.

그가 바로 영지군의 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일단 위험하다는 걸 보여줘야…… 아아, 그 방법이 있었지.’

콜로스는 피식 웃었다.

그는 곧 한 사내를 불렀다.

충신 중의 충신.

그리고 그가 아카스와 그 가문을 끔찍이 싫어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고 하나?’

아서는 곁눈질로 귓속말을 나누는 그들을 바라봤다.

이번에 해야 할 테스트는 말 타기 테스트였다.

곧 콜로스와 대화를 나눴던 사내가 하얀색 백마 한 마리를 이끌고 아서에게 데려왔다.

“자 말 타기 시험을 시작한다.”

콜로스의 명을 들은 브로스는 속으로 웃었다.

그가 끌고 온 이 말은 현재 영지군 중 그 누구도 길들이지 못한 녀석이다.

말도 성격이 제각기 달랐는데 놈은 여간 깐깐하지 않았다.

거기에 툭하면 뒷발질을 해대서 다친 영지군이 한두 명이 아니다.

브로스는 콜로스의 명령을 떠올렸다.

‘아서가 영지군이 되어선 안 돼. 놈은 말을 타다 떨어진 거야. 그래서 부상을 입고 실전에서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해 불합격 통보를 받는 거지.’

콜로스가 아카스를 싫어하는 이유.

그 외에 브로스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비밀 한 가지.

모두가 한배를 탔다.

아서는 척 보기에도 말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어디서 이깟 치졸한 방법을.’

유치하다.

딱 그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아서는 캐시 상점을 떠올렸다.

‘동물과의 대화…….’

그게 있었다.

아서는 곧바로 속으로 브론즈 캐시 상점을 오픈했다.

그다음에 상점에서 동물과의 대화를 구매했다.

말은 아서를 보면서도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아서는 놈과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다가갔다.

동물과의 대화는 설명에 따르면 머릿속 생각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최대한 조심조심 녀석을 안심시키듯 다가가며 대화를 시도했다.

‘해치지 않아. 날 태워다오.’

‘무서워, 무서워. 태우면 누군가는 날 죽이겠지. 예전에 다른 말을 죽였던 그때처럼!’

그 말에 아서는 의아했다.

혹시 이 말, 로이는 어떠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 아닐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걱정 마라, 날 태워준다면 널 정말 해치지 않을 테니. 날 믿어라. 네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마.’

아서는 브로스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는 잠시 갈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한 걸음 한 걸음 아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다른 영지군들이 그 모습을 발견했다.

“저거 미친 말 로이잖아?”

“로이? 로이가 왜 영지군 훈련 시험에 나왔지?”

브로스가 그 말에 영지군들에게 말했다.

“현재 영지군 전부가 말을 데리고 토벌대 지원을 나갔지 않나. 그래서 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지.”

“아아. 하지만 그렇다고 로이를…….”

“그, 그것보다 저기 봐.”

“헉……!”

영지군들이 깜짝 놀랐다.

그 미친 말 로이가 아서에게 머리를 숙이고 애교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아서는 부드럽게 놈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마, 말도 안 돼…….”

“녀, 녀석 등에 타본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하지만 아서는 능숙하게 놈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의 옆구리를 쓸며 부드럽게 말했다.

“한번 시원하게 달려다오. 자, 가자!”

아서가 로이를 이끌고 영지군 훈련소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놈들이 날 때려. 나보고 미친 말이라고 하면서 날 때린다고.’

‘그래? 이렇게 순하고 얌전한 너를?’

‘난 단지 무서울 뿐이야. 그들을 태우는 게 무서워. 달리는 게 무서워. 난 보았어. 사람을 태웠다가 실수로 떨어트린 말을 죽이는 걸…….’

역시 아서의 예상처럼 녀석은 트라우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태우지 않는 것이었다.

아서는 천천히 녀석의 목을 부드럽게 쓸었다.

‘난 널 해치지 않아. 시원하게 달려보자. 네가 미친 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지.’

타탓

천천히 움직이던 로이의 다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타탓!

타탓!

로이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 위에 탄 아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타타탓! 타타탓! 타타탓!

엄청난 속도로 영지군 훈련소를 원을 그리며 뛰는 로이!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아서의 모습에 영지군들은 감탄했다.

“와아!”

“빠, 빠르다……!”

로이는 빨랐다.

그리고 녀석과 함께 달리는 아서도 노련했다.

영지군들은 감탄에 감탄을 터뜨렸다.

저 로이가 저렇게 빠른 말이었다니.

그리고 아서는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말 위에 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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