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군주회귀록 006화
“네가 로리스의 비밀 하나를 알았다던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주더라?”
그는 골드가 들어 있는 자루를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그 비밀을 절대 말하지 못하게 교육을 단단히 시켜달라더군.”
“아아, 그래?”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또다시 뜬 퀘스트 알림.
이번에는 ‘변화의 시작-2’였다.
보상이 아까보다 더 좋아졌고 내용은 ‘확실하게 보여줘라’다.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거 도시락인가? 헬렌 부인이 싸줬어?”
뒤쪽에서 들린 뚱뚱하고 인상이 험악한 소년의 말에 아서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혹시 당근으로 곰이나 토끼를 그리신 건 아니겠지? 아니면 설마…….”
“하트?!”
아우스가 말을 받으며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아서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눈만큼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내 도시락 비웃은 건가?”
어머니가 싸주신 거다.
영지군 훈련에 지원한다는 말에 서투른 솜씨로 준비하셨겠지.
어쩌면 정말 하트나 곰, 여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롱이라.
아서는 도시락을 한편에 잘 내려놓고 말했다.
“거기 쓰레기통 있지. 그거 넘어오지 마라. 그럼 어떻게 될지 몰라.”
경고.
하지만 카스라는 아우스의 옆에 선 사내는 무시하고 얼굴을 구기며 다가왔다.
“겁쟁이 새끼가 미친 거냐? 어딜 감히 넘으라 마라야?”
아서의 눈이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곧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넘지 말라니까.”
아우스는 비릿해진 아서의 표정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아서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다고 로리스는 말했지. 저놈 표정이…….’
살벌하다.
사람 여럿은 죽여본 것처럼.
소름이 쫘악 돋았다.
“자, 잠깐만. 카…….”
아우스가 막으려던 순간.
이미 카스는 쓰레기통을 지나쳐 아서의 머리통을 향해 육중한 주먹을 내리꽂고 있었다.
“평소처럼 질질 짜란 말…….”
턱
내려쳐지는 팔을 가뿐히 한 손을 들어 올려 막은 아서다.
아서는 이들과 다르다.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로 인해 아서의 육체는 현실과 군주게임이 연동된다.
즉, 이들처럼 수련해서 성장하지 않는다.
이들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어……?”
카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힘 하나로는 이 중에서 자신이 제일 강한데?
그 순간.
우두두둑!
“끄, 끄아…….”
거침없이 손목을 꺾었다.
기이하게 꺾여 덜렁거리는 손목.
놈이 비명을 지르려던 때에 아서가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자 아서가 손바닥으로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꾸웁!”
아서가 힘껏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왼손으로 안면을 후려쳤다.
퍼지익!
육중한 카스가 단 한 수에 기절했다.
뒤쪽에서 그 모습을 본 일행이 달려들었다.
후우우웅!
몽둥이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내려쳐졌다.
몸을 비틀어 피해낸 아서가 놈의 팔목을 후려쳤다.
우직!
팔목이 꺾였다.
그다음 명치를 강하게 후려쳤다.
“커헉!”
명치를 맞은 이는 숨이 덜컥 막혔다.
아서가 벽 쪽으로 놈을 밀었다.
그다음 머리채를 힘껏 쥐었다.
쿵!
벽을 향해 머리를 꽂았다.
다시 한 번.
쿵!
이마에서 피가 흘러 볼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쿵!
주르륵.
사내가 힘없이 쓰러졌다.
“이, 이 미친 새끼!”
품속에 숨겨둔 잘 갈린 단도를 한 사내가 꺼냈다.
아서는 서슬 퍼런 단도를 들고 달려드는 사내에게 망설이지 않고 달려 나갔다.
그다음 번쩍 날아올라 벽을 박찼다.
콰지익!
무릎에 안면을 강타당한 사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서가 땅에 떨어진 단도를 주워 들었다.
“히, 히이익……!”
사내가 두려운 표정으로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뒤로 엉금엉금 기어가다 벽에 막혔다.
“찔려봤어?”
그는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건지도 모르면서 휘두르다니.”
“제, 제발…….”
아서는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이 사내에겐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주르르륵!
결국 놈이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아마 이제 놈은 더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겠지.
하지만 더 확실하게.
찌이이익!
아서는 놈의 팔뚝을 잡아채 천천히 그었다.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피가 서서히 맺히다 흘러내렸다.
“아가리 물어.”
“꾸후우웁!”
사내는 만약 소리를 지르면 아서가 어찌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틀어막았다.
곧 사내가 공포를 참지 못하고 팔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단도를 버린 아서의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 있다.
“이, 이게 도대체…….”
아우스는 믿을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 보았던 아서는 분명히 겁쟁이였는데?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아서는 터벅터벅 아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거 나 때리려고?”
아우스는 겁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몽둥이를 버리며 양팔을 들어 올렸다.
세 명을 단숨에 눕혔다.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인지했다.
‘알고 보니 아서는…….’
그는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아버지를 닮아 천재였다…….’
아서가 다가오자 그는 뒷걸음치다 넘어졌다.
쿵!
아서가 몸을 숙였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미, 미안…… 하다. 아…….”
아서는 그의 손을 잡아챘다.
입을 틀어막고 손가락 하나를 힘껏 꺾었다.
우두둑!
“우우웁!”
다시 또 다른 손가락 하나를 힘껏 꺾었다.
우두둑
“으읍!”
비명에 고통스러워 바닥을 구르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았다.
“다음에 또 날 해하려하면 그땐 목을 꺾어주마.”
진심이었다.
지금 이놈들을 죽이면 시끄러워질 것을 생각해서 놔두는 거다.
또 아직은 죽일 만큼 선을 넘진 않았다.
“그리고 로리스에게 전해.”
아우스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죽여 버린다고.”
아우스는 이 역시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아우스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서는 아직 모자라다고 여겼다.
머리채를 잡고 뺨을 후렸다.
차악!
차악!
아우스의 입에서 피가 터졌다.
여러 차례 맞은 놈이 털썩 쓰러졌을 때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정신을 차린 카스라는 놈이 아서를 보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개의치 않아 하며 도시락을 들었다.
[변화의 시작-2 퀘스트 완료.]
[힘 1, 민첩 2를 얻었습니다.]
[2,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이제 아우스 일행은 끝났군.’
이제 놈들은 다신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다.
아서는 다시 영지군 시험을 치는 장소로 향했다.
* * *
영지군 훈련소 앞에 도착한 아서는 길게 이어진 줄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건장한 청년이었다.
브래트 영지의 영지군의 나이 제한은 열여섯 살까지다.
하지만 말이 열여섯이지 대부분 열여덟 살 정도에 지원한다.
영지군은 목숨을 걸고 영지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가진 만큼이나 평소 힘 좀 쓴다 하는 이가 많이 있다.
그 틈에 껴 있는 아서는 참으로 난센스하다고 해야 할까.
“아서잖아?”
“겁쟁이가 웬 영지군?”
“듣자 하니 얼마 전에 납치되었다던데.”
주변에서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서는 깔끔히 무시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얼간이도 아니고. 비웃었으니 다 죽여 버린다는 건 웃기지.’
별로 개의치 않아 하고 있는 아서다.
과거에 그랬던 거지 지금 그런 건 아니니까.
또 겁쟁이라 숙덕거리는 이들을 상대하기엔 아서가 너무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있었다.
그때에 영지군 지원자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서는 눈이 붓고 코에서 코피를 흘리는 사내가 부축 받아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이번 영지군 지원 교관이 누구랬지?”
“라우든 교관이라던데?”
“마, 망했다.”
라우든 교관은 영지군 시험에서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지원자들이라고 결코 봐주지 않는 걸로.
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영지군 시험 불합격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엉망이다.
‘라우든 교관이 옳은 거다.’
영지군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단지 영지군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또 정말 재능이 없다면 호되게 두들겨 패서라도 영지군에 지원할 생각 자체를 버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먹고살 길을 찾을 테니까.
“어, 아서?”
‘루카스군.’
루카스.
모두가 아서를 겁쟁이라고 할 때 유일하게 그를 친근하게 대해줬던 아이.
아서와 나이는 동갑이다.
‘참, 루카스도 열여섯에 영지군에 지원했었지.’
아서가 열여덟 영지군에 지원했을 때에 루카스는 2년 선배였다.
하지만 영지군으로서 성적은 썩 좋지 않았었고 아서가 금방 그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추후에 전쟁터에서 소식을 들었었고.
‘루카스가 영지군을 때려치우고 상단을 운영했다고.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고.’
루카스는 영지군보다는 본래 돈을 굴리는 것을 잘하는 녀석이다.
그것보다 녀석을 보자 간만에 반갑다.
호의를 주었던 녀석에겐 당연히 아서도 친밀감이 생길 수밖에.
“너도 이번 영지군 지원에 참가하는 거야?”
“그래.”
“많이 떨리지?”
루카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이 떨리니까 아서도 떨릴 거라 생각하고 물었나 보다.
아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전혀?”
“엥? 정말?”
“응.”
루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보다 더 겁쟁이가 아서인데?
“이봐, 줄 서.”
“아아, 네.”
한 지원자가 루카스가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려나 싶은 듯 말했다.
“아무튼 이따가 봐.”
“그래.”
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카스는 영지군 뒤쪽 줄로 향했다.
어느덧 아서의 차례가 되었다.
열 명씩 입장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다양한 테스트가 치러지고 있었다.
자신 있는 무기를 들고 찌르고 베기도 하고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그 외에 말 타기 등.
“자, 가장 먼저 체력 테스트를 한다.”
영지군의 말에 열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팔굽혀펴기다. 2분 동안 85개를 하지 못하면 여기서 짐 싸서 집에 가면 된다.”
“예!”
“문제없습니다!”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교관은 그들 틈에 껴 있는 아서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서? 영지군에 지원하는 건가? 그보다…….’
교관은 아서를 훑어보며 생각했다.
‘팔굽혀펴기를 30개나 하면 다행일 것 같은데.’
아서의 육체는 남들 눈엔 평소와 다를 바 없다.
나뭇가지처럼 가냘픈 손목과 여리여리한 체구.
하지만 그동안 퀘스트를 통해 올린 스탯은 어지간한 영지군 한 명과 맞먹을 정도는 된다고 자부한다.
아서는 다른 이들은 자신의 육체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알 수 있었다.
‘군주 육성기가 다른 사람 눈엔 본래의 육체처럼 보이게 한다는 거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군은 과거 아서의 아버지를 모셨던 적이 있는 자였다.
그는 슬쩍 아서에게 귀띔했다.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된다.”
아서는 픽 웃었다.
띠링!
또다시 퀘스트 창이 떴다.
변화의 시작-3였다.
‘영지군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보여줘라군.’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보상이 또 좋아졌다.
연계 퀘스트 식으로 하나하나 해낼 때마다 보상이 좋아지는 구조인 듯싶다.
‘힘 2에 민첩 2.’
꽤 훌륭한 보상이었다.
“자, 준비.”
영지군의 말에 모두가 일렬로 쭉 서서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했다.
“시작!”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아서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 2, 3, 4, 5…….’
‘너무 빠르면 금방 지칠지도 모르는데.’
영지군은 걱정스런 표정이다.
아서가 20개쯤 하면 팔이 부들부들 떨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50개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