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5화 (5/210)

# 5

군주회귀록 005화

2장 변화의 시작

주택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서를 보았다.

그가 요 근래 변했다는 건 그들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로리스에게까지 그러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그래?”

로리스는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가 빠르게 지웠다.

“아침 식사를 차려놨으니 함께하자꾸나, 로리스.”

“예, 부인.”

로리스가 다시 빙긋 웃었다.

모두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치고는 꽤 거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로리스는 예의를 차리며 식사를 맛보았다.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헬렌 부인.”

“많이 들렴.”

헬렌이 빙그레 웃었다.

한스가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감탄했다.

‘크흐, 로리스 양께선 얼굴도 아름다우신데 겸손하시기까지 하지. 이래서 브래트 영지까지 최고의 미녀로 소문난 거 아니겠어?’

하지만 감탄하는 그들과 다르게 아서는 묵묵히 식사를 했다.

띠링!

띠링!

그때 아서 앞으로 알림이 들리며 퀘스트창이 떴다.

(변화의 시작-1)

등급: E

지급 캐시: 1,000

보상: 카리스마+2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카리스마-3

설명: 겁쟁이였던 아서. 변화의 시작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라. 그 시작은 로리스부터다.

꽤 재밌는 퀘스트였다.

아서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재밌네.’

퀘스트 내용은 나름 재밌다.

거기에 알림은 총 두 번 들렸다.

퀘스트창이 사라지자 그 뒤에 숨어 있던 중요 정보 열람이라는 내용이 보였다.

‘중요 정보 열람? 도대체 이게 뭐지?’

아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 정보 열람이라고 쓰인 그곳에는 500캐시라는 내용이 함께 떠 있었다.

아서는 퀘스트를 할 때마다 캐시를 받았다.

이 캐시로 구매하면 확인할 수 있는 걸까?

‘구매한다.’

아서의 앞으로 또 다른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걸 읽어 내려가는 아서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빠르게 돌아왔다.

‘이런 걸 알려주다니…….’

중요 정보 열람이라는 내용이 가르쳐 준 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신음을 삼키며 과거를 잠시 떠올려 봤다.

그의 저택에 불이 나 어머니와 하인, 하녀들이 모두 죽었을 때 로리스는 그를 외면했고, 한술 더 떠서 저놈이 부모를 잃고 돌았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 여자가 겸상을 하고 있다.

로리스는 아서가 평소와 다르게 시큰둥한 반응으로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자 말했다.

“입맛이 없어, 아서?”

“아니, 맛있는데?”

역시 무심하게 고기 한 점을 썰어 입에 넣었다.

‘저 겁쟁이 자식이 갑자기 왜 분위기를 잡아? 내가 말만 걸면 귀까지 빨개지던 놈이……!’

로리스는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는 의아해했다.

곧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시자 아서는 한스를 돌아봤다.

“한스, 나와 로리스가 단둘이 할 말이 있는데.”

‘고백…… 인 겁니까?’

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혹시 이를 위해 오늘 그런 표정을 지으셨던 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한다.

그가 작게 목례를 취하고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로리스.”

오늘 처음으로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건 아서다.

“응? 아서.”

그녀는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을 닦곤 활짝 웃었다.

그리고 아서는 남은 고기를 입에 넣고 씹으며 차갑게 말했다.

“너 우리 집 좀 오지 마라. 못생겨 가지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로리스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평소의 그 본모습을 숨기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으, 응……?”

“못생기면 귓구멍에도 살찌나? 우리 집에 이제 오지 말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서. 너 지금 무척 무례하다는 거 알아?”

로리스는 애써 그 화를 꾹꾹 눌렀다.

“무례? 무례하다.”

아서는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냅킨을 들어 입가를 쓰윽 닦고는 접시 위로 툭 던졌다.

“무례는 네가 하지. 긴말하지 않는다, 로리스.”

아서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내 앞에서 가식 어지간히 부려. 카만과 몸을 섞는 주제에 마치 내게 관심 있는 것처럼 접근하고 뒤에서는 카만과 저 X신 새끼 하면서 낄낄 웃잖아?”

‘어, 어떻게……?’

그와 자신이 연인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브래트 영지에서도, 칼리스 영지에서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인데.

또 자신이 가지고 노는 그동안 아서는 ‘넌 정말 착하구나’라고 말하면 손끝만 스쳐줘도 좋아했는데?

사람이 하루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제 재미를 볼 수 없다는 것과 녀석이 자신의 본성을 알아챘다는 거다.

“그…… 래, 알고 있었어?”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능글능글 가식적인 눈웃음이 사라지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악랄하게 웃는다.

그녀는 나이프를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지, 아서? 말한다면 아우스가 그 친구들과 널 밟을 테니까.”

아우스.

오랜만에 듣는 이름.

겁쟁이 아서라 불렸던 과거.

그 과거는 아서가 영지군에 지원하면서 차츰 변했었다.

그때가 열아홉.

여관 주인 아들인 아우스는 골목대장 격인데 양아치나 다름없다.

카만이라는 놈에게 굽실거리며 아서를 짓밟는 걸 좋아했다.

‘우스운 이야기지. 그래도 난 기사의 아들인데.’

아서의 아버지는 준남작 작위를 받았다.

물론 아버지 개인의 작위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영지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기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아서와 헬렌을 준귀족처럼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과거의 나는 겁쟁이였다는 거다.’

아서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아서가 귀찮다는 듯 말하자 로리스는 오히려 당혹했다.

아우스 이름만 들으면 벌벌 떨던 녀석이?

“그, 그래. 오늘 넌 밟힐 거야. 그보다 내가 아름답지 않다니, 네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니?”

“내 눈은 정확한데?”

그는 자신의 눈은 정확하다는 듯 크게 떠서 그녀 얼굴을 조목조목 살폈다.

“어디 보자, 내 눈에는 보이는데…….”

자신은 그녀의 비밀을 방금 전 중요 정보 열람을 통해서 보았다.

“뚱뚱한 돼지에 주근깨가 얼굴을 가득 덮었고 눈은 사시인데다가 성격은 지랄 맞은 여자애가 보이네. 아아, 참. 덧니 하나가 톡 튀어나왔네.”

“……!”

로리스가 깜짝 놀랐다.

‘그, 그 모습은…….’

아서가 설명한 것은 그녀의 모습이다.

숨겨진 그녀의 모습이었다.

아서가 구매한 중요 정보 열람엔 바로 이런 게 적혀져 있었다.

(로리스의 정체)

설명: 로리스는 본래 열한 살까지만 해도 뚱뚱했다. 거기에 눈은 사시였고 덧니 하나가 튀어나온 아주 못생긴 추녀였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고용한 연금술사가 폴리모프 약을 이용해 그녀를 변화시켰다.

중요 정보 열람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첫 번째 정보였다.

“돈 많은 집 자녀라 그런가. 연금술사를 고용해서 얼굴을 바꾸다니. 그 능력 대체 얼마 주고 산거야?”

로리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그녀는 추녀였다.

그래서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열한 살까지만 해도.

그걸 보며 안타까워하던 아버지가 뛰어난 연금술사를 고용했고 얼굴을 바꿨다.

무척 비싼 값이었다.

그때부터 로리스는 아름다워져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아서가 혀를 쯧 차며 말했다.

“역겹군.”

로리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아서는 말을 덧붙였다.

“네가 아름다워지려고 그 짓을 해서 역겹다는 게 아니야.”

아서는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축였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한다?

그만큼 어리석은 짓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서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역겹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네가 아름다워졌다고 남들을 그렇게 비웃고 짓밟고 못생겼다 무시하면 재미가 있나? 네가 아름답지 못해서 돈까지 들여 뜯어고쳤다면 오히려 감사하며 남들한테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역겨운 건 네 본성이다, 로리스.”

아서의 말에 그녀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이 역겹다?

이 아름다운 얼굴을 한 자신이 역겹다?

브래트 영지까지 미모와 인성을 겸비했다고 소문난 자신이 역겹다니.

“빌어먹을 X같은 새끼!”

결국 험악한 욕설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화장실을 다녀왔던 헬렌이 깜짝 놀랐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로리스는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거칠게 자택을 빠져나갔다.

“로리스가 왜 저러니?”

“어머니, 로리스는 보시는 것처럼 좋은 여자가 아닙니다.”

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앞에서 방금 전 로리스에게 지었던 표정을 지을 순 없으니까.

어머니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오늘 아서가 고백하는 날인가 싶었던 한스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끝낸 아서는 곧장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카리스마 2를 얻었습니다.]

[1,000캐시를 얻었습니다.]

계단의 끝까지 올라가자 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준비 끝나시면 나오십시오.”

오늘은 영지군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아서는 변화를 위해서 영지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처음 걱정하는가 싶던 어머니도 아서의 확고한 표정에 결국엔 승낙하셨다.

아서는 걸음을 멈췄다.

“나 혼자 갈 건데?”

“혼자서요?”

한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 컸으니까.”

“제가 보기엔 아직 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십니다.”

한스는 따라가고 싶다는 듯 말했다.

그는 항상 영지에 아서가 나갈 때면 옆에 대동하고는 했다.

요 근래는 아서가 그러지 않자 내심 한스로서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일 거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한스가 따라오지 않았으면 했다.

꼭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서는 곧은 표정으로 말했다.

“계속 따라온다고 하면…….”

“하면……?”

아서는 피식 웃었다.

“영지군 지원 안 한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한스가 시무룩해졌다.

아서는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이 영지군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그가 남모르게 기뻐했다는 사실을.

아서의 뒷바라지가 힘들어서?

정반대다.

그는 이미 던전에서 아서가 어떤 사람인 줄 보았다.

그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겁쟁이라고 불렸던 아서가 이렇듯 아버지를 똑 빼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길!

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한스를 볼 수 있었다.

“도련님이…… 다 크셨군……. 이제 난……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어……. 예전엔 한없이 내 옆에만 계셨는데.”

저 산만 한 덩치를 가진 한스가 귀여워 보일 줄이야.

아서는 방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나갈 채비를 끝내고 나오자 어머니가 무척이나 초조하신 표정으로 기다리고 계셨다.

‘어쩌면 당연하지.’

아들이 영지군에 지원한다는데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하리라.

“조심해야 해. 만약 무리한 상황이다 싶으면 그만두고 와도 된단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아서는 빙긋 웃었다.

막 나서려는데 안쪽에서 루니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루니는 웃는 얼굴이 간드러지게 예쁜 하녀다.

“도련님, 이거 가져가세요. 헬렌 부인이 직접 싸셨어요. 저는 담기만 했다구요.”

아서는 루니가 건네주는 부드러운 천에 감싸인 도시락을 보며 기뻐했다.

“잘 먹을게요, 어머니.”

헬렌은 빙그레 웃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응원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웠던 나의 어머니.

오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서가 도시락을 챙기고 자택을 나섰다.

자택을 나선 그는 영지군 훈련소 쪽을 향해 걸었다.

우뚝.

걸음을 갑자기 멈춘 아서는 영지군 훈련소와 정반대의 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가 골목길로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처럼 끄트머리에서 두 명의 건장한 소년이 나타났다.

둘 모두 열아홉 살로 아서보다 키나 체구가 훨씬 크다.

“여어, 아서.”

그리고 그 뒤쪽에 아서가 들어왔던 곳을 막는 두 명의 사내가 있었다.

키가 크고 시원하게 금발의 머리를 민 사내가 바로 아우스였다.

아우스는 유독 키가 커서 188㎝ 정도에 이르렀다.

‘역시 이것밖에 안 되는군.’

아서가 확인하려고 했던 건 바로 이것이었다.

로리스가 사주를 했겠지.

‘뭐, 변화하기 위해선 필요하기도 하다.’

아서로서는 오히려 반갑다.

한번 밟아놔야 다신 겁쟁이 아서라고 놀리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밟을 땐 정말 확실하게 밟는다.

다신 건드리지 못하게.

아우스는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수웅수웅.

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게 위협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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