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군주회귀록 004화
“아서!”
그녀가 와락 아서를 껴안았다.
소식은 이미 접했다.
던전 마스터와 몬스터들이 칼리스 영지로 가던 상단을 습격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산 쪽으로 데려갔다.
이미 브래트 영지와 칼리스 영지의 영지군들이 그들을 찾으려던 때였는데 때마침 생존자인 아서와 한스가 나타났다.
헬렌도 소식을 전해 듣고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렇죠. 다행이에요, 어머니.’
아아, 얼마나 그리웠던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나의 어머니 헬렌!
그녀는 아서가 열아홉 살 때 죽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원흉은 바로 이곳 브래트 영지에 있었다.
‘어머니도 다신 잃지 않을 겁니다.’
아서도 힘을 주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잠시 몸을 떼어낸 그녀는 아서가 다친 곳이 없는지 조목조목 살펴보았다.
“다행이구나…….”
평소 겁이 많은 아들이 그런 일을 당했으니 어찌나 속이 타 들어가실까.
“한스는 왜 같이 안 오니?”
“아직 조사받고 있어요.”
아서와 한스에게 영지군들은 많은 질문을 던졌다.
한스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입을 열었다.
영지군들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겁쟁이 아서와 듬직한 하인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한스가 던전 마스터를 죽였다 하니, 그에 대한 수사는 확실히 치러지는 듯 보였다.
“배고파요, 어머니.”
“그, 그래. 그러겠구나.”
헬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아했다.
새파랗게 안색이 질려 들어올 것 같던 자신의 아이였건만?
하지만 그것보다 아서가 배고프다는 말에 서둘러 그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식탁에 빠르게 음식이 차려지고 아서와 그녀가 마주 앉았다.
헬렌은 여전히 가슴 떨리는지 음식을 아예 넘기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서는 작게 웃다가 말했다.
“어머니, 저 이번에 느낀 일이 많아요.”
“그렇겠구나…….”
누구라도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하기 충분한 일이었다.
아니, 그런 일을 당한 사람 중에는 실성한 사람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변하려고요.”
“……변한다고?”
한동안 아서의 눈을 보던 헬렌은 한 박자 늦게 말했다.
아서는 강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돌아가신 아버지는 훌륭한 기사셨잖아요.”
“…….”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단점이 있다면 변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헬렌은 덜컥 겁부터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말처럼 아서의 아버지는 브래트 영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기사였다.
이미 한 사람을 떠나보낸 헬렌이다.
아서의 그 강해진다는 말에 위험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아서는 그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갰다.
“변할 겁니다. 꼭이요. 겁쟁이 아들은 없을 거예요. 어머니도, 이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제가 지킬 겁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헬렌은 보았다.
‘우리 아서가…… 이런 눈빛을 보였던 적이 있던가?’
순둥이 같았던 눈빛도 엄마로서 밉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잡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하는 아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듬직함과 믿음을 주었다.
“그래, 아서.”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아서는 가슴속으로 다시 한 번 새겼다.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 * *
저녁이 되고서야 한스가 돌아왔다.
한스의 말에 따르면 영지군들은 한스에게도 특별하게 자초지종을 캐고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요 근래는 켈론이라는 던전 마스터가 저지른 것과 같은 일이 흔하게 일어났다.
지금의 시대는 던전 마스터들이 횡포를 부리는 때다.
‘하지만 앞으로는…….’
횡포가 아닌, 지배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정확히 2년 후.
먼저 던전 마스터 총 습격이 이어진다.
이를 사람들은 추후 몰락전쟁이라고 불렀다.
인류가 밀리게 된 결정적인 시작이니까.
또 아서가 전쟁터에 참가했던 건 몰락전쟁이 끝난 후 1년 뒤다.
그나마 브래트 영지는 시골 영지라 전쟁의 여파가 크진 않았다. 아서는 영지군으로 잠깐 있다가 전쟁터로 갔을 때에야 생각보다 끔찍한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서는 그곳 전쟁터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낱낱이 보이며 전장의 귀신이라 불리게 되었고 말이다.
아서는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나약해.”
그게 평가였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뚝.
키도 160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작았다.
무척이나 왜소한 모습이었다.
아서는 그 길로 방 안에 세워진 목검을 들고 방을 나섰다.
“어디 가니?”
거실에 계셨던 어머니의 물음에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운동 가려고요.”
어머니는 그에 빙긋 웃었다.
“그래.”
아서도 작게 웃어주고는 밖으로 나가려다 또 한 번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침실로 들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다.
밖으로 나온 아서는 목검을 근처 나무에 세워두고 먼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우두둑
굳은 근육들이 비명을 지른다.
운동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은 비리비리한 육체다.
‘열아홉 살 때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지.’
그때부터 죽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운동을 하곤 했다.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스으읍, 후우, 스으읍, 후우.”
적당히 호흡을 유지하며 달린 아서는 얼마 가지 않아 호흡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
‘정말…….’
나약하다.
하지만 아서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달리기는 페이스 조절과 인내력이 주를 이루게 마련이다.
아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속도를 조금 늦추어 달렸다.
느리게 가도 완주를 한다.
그래야 체력이 빨리 붙는다.
그렇게 한창 뛰던 중이었다.
띠링!
아서는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군주 육성기가 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알림창.’
소리가 들리고 아서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뛰는 아서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젖 먹던 힘까지)
등급: F
지급 캐시: 1,000
보상: 힘+1 민첩+1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힘-1 민첩-1
설명: 나약한 육체를 가진 당신! 10분만 더 달려라. 그럼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
아서는 달리면서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퀘스트가 떴다.
그것도 이런 가벼운 일상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은.
‘현실에서도 퀘스트를 할 수가 있구나……!’
일반 군주 육성기도 퀘스트를 주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는 퀘스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잦은 듯 보였다.
이런 식으로 스탯을 얻는다면 성장은 정말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가진 특별함 하나를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허억허억.”
아서는 힘을 내어 달렸다.
그깟 10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20㎏ 군장을 메고 산을 탔던 적이 수백 번도 더 되지 않던가.
이어 10분을 뛰고 헐떡거릴 때 알림이 들렸다.
띠링!
[젖 먹던 힘까지 퀘스트 완료.]
[힘 1, 민첩 1을 얻었습니다.]
[1,000캐시를 얻었습니다.]
[브론즈 캐시 상점이 오픈합니다.]
불끈
순간적으로 아서는 자신의 몸에 힘이 깃들었다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곧바로 상태창을 오픈했다.
(아서)
HP:300 MP:50
힘:4 민첩:9
체력:3 지구력:4
잠재력:108
확실히 힘과 민첩이 각 1씩 올라 있었다.
그다음에는 브론즈 캐시 상점이라는 걸 확인해 봤다.
이는 오로지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만이 가지고 있는 상점이었다.
캐시 상점을 오픈한 아서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허어…….’
안에는 진귀한 것들이 있었다.
동물과의 대화나 정찰용 동물 소환, 그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속 건설’이라는 거였다.
‘건축물을 더 빠르게 지을 수 있어…….’
군주게임을 시작하면 건축을 해야 한다.
그때 훨씬 더 빠르게 건축할 수 있다.
이는 다른 군주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 아닌가!
또한 다른 것들을 보면 현실에서도 유용해 보이는 것도 꽤 있었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아서는 창을 모두 껐다.
그다음 가져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호흡을 추슬렀다.
“후우.”
그는 검을 차분하게 쥐었다.
아서가 본래 사용하는 무기는 창이었다.
하지만 저택에 지금 당장 창은 없었다.
수우우!
수우우!
그가 힘 있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루한 몸뚱이의 팔이 급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서는 계속해서 휘둘렀다.
지금과 전생에 가졌던 육체는 다르다.
때문에 현재의 육체에 서둘러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검을 휘두르던 중.
띠링!
(백 번 채우기)
등급: F
지급 캐시: 1,000
보상: 힘+2 , 체력+1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힘-2 체력-1
설명: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앞으로 75개를 더 한다면 백 개를 채울 수 있다.
“……정말 시도 때도 없구나.”
이런 식이면 정말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칼로스가 괜히 다른 군주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던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어 100번을 모두 채운 후에 아서는 또다시 보상 알림을 들었다.
[백 번 채우기 퀘스트 완료.]
[힘 2, 체력1을 얻었습니다.]
[1,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아서는 그 후에도 여러 가지 행동을 취해봤다.
정말 다양한 것들이 계속 퀘스트를 줬다.
마치 아서의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퀘스트가 반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항상 작동하는 것이 아닌지, 더 이상의 퀘스트 알림은 없었다.
아서는 나름 흡족해하며 저택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아서는 군주게임을 하는 아스가르드 대륙의 소환을 기다리면서도 밤마다 훈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퀘스트도 계속해서 나타나줬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나 성장했다.
(아서)
HP:400 MP:50
힘:14 민첩:13
체력:9 지구력:7
잠재력:108
일주일 만에 이 정도다.
실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아쉽게도 퀘스트가 안 떴어.’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아서는 나름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 한스가 다가왔다.
“도련님, 내일 아침 로리스 양께서 방문하실 예정이랍니다.”
로리스.
그 석 자를 듣는 순간, 아서는 한스가 알지 못하게 싸늘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로리스.
그녀는 과거의 아서가 아주아주 오랫동안 사랑했고 아꼈던 여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칼리스 영지에서 상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브래트 영지까지 그 미모가 소문났을 정도의 여자다.
하지만 추후에 알고 보니 그녀는 이렇듯 아서를 찾아오며 놀려대고 있던 거다.
실제로는 카만이라는 기사를 보기 위해 브래트 영지에 왔고 그와 매일같이 침대에서 뒹굴었으면서.
“그래?”
“예.”
한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 로리스의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던 아서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의 아서는 그런가 보다 하는 표정이었다.
“난 올라가서 쉬마.”
“알겠습니다. 주무세요, 도련님.”
아서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아침.
똑똑
프레스 가문의 사람들이 노크 소리에 서둘러 문 앞에 몰려들었다.
“오셨나 봅니다.”
한스가 아서를 보면서 작게 웃었다.
아서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자택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아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곧이어 로리스가 들어왔다.
어깨까지 기른 머리카락, 그리고 옅은 금빛의 색깔.
하얀 피부와 164㎝ 정도 되는 체구, 눈과 코는 오목조목 조화를 이루었고 턱도 갸름해 과연 미녀라 할 만하다.
그녀는 양손으로 치마를 잡으며 정중하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헬렌 부인.”
“어서 오렴, 로리스.”
헬렌도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식을 모르고.
그녀는 아서를 보고는 눈을 반달을 지으며 웃었다.
“아서.”
헬렌에게 인사를 한 그녀는 서둘러 아서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아서는 슬쩍 그 손을 빼냈다.
로리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얼마 전에 던전 마스터 때문에 납치되었다는 말 들었어……. 내가 이제야 들어서 좀 더 일찍 오지 못했네. 미안.”
누가 들으면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말투다.
하지만 아서의 생각처럼 로리스는 이런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겁쟁이처럼 벌벌 떨어대고 있을 줄 알았더니.’
그리고 또다시 아서는 그녀의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걱정은.”
피식 하고 건성으로 귀찮다는 듯 웃으며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