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화 (1/210)

# 1

군주회귀록 001화

1장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

‘허탈하군.’

관통당한 복부를 누르며 아서가 한 생각이었다.

주위엔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겁쟁이 아서라고 불렸던 내가 토벌대에 갔던 게 19살 때였지?’

이필립스 제국군으로서 토벌대로 가서 무수히 많은 일을 겪었다.

‘그때쯤 이 군주게임을 시작하기도 했고.’

아스가르드 대륙으로의 무작위의 소환.

수백 개도 넘는 대륙의 사람들이 군주게임을 시작했다.

‘대군주에 도전하다 결국 이렇게 가는군.’

대군주에 도전하기 위한 최후의 전쟁.

결국 패배했다.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을 믿고 따랐던 많은 사람이 죽었다.

군주게임에서 인간 중 처음으로 대군주에 근접했던 것이 아서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스쳤다.

‘누구보다 먼저 더 뛰어난 아티팩트를 얻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인생의 갈림길.

그리고 아서가 얻어내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아티팩트들.

그것들을 얻었다면.

그 힘만 있었다면 대군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힘 없이 대군주에 도전하기는 무리였다.

‘어차피 먼저 공격하지 않았으면 더 비참하게 죽었을 거다.’

옳은 선택이었다.

각 다른 종족의 다섯 대군주는 코끼리 앞의 개미 같은 인간들을 어떻게 가지고 놀다 죽일까 고민 중이었으니까.

‘현실도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현실에서도 탐탁지 않은 삶이었다.

어머니를 잃었고 그녀를 죽게 한 장본인에게 복수조차 하지 못했으니.

거기에 그토록 원했던 로드 마스터의 자리에 서지도 못했다.

아서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프레스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목걸이.

갈등의 기로에 서거나 진퇴양난에 처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이 목걸이를 만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것이 너희의 한계다.”

마족 대군주 바알이 전우들의 시체를 짓밟으며 다가왔다.

아서는 픽 웃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허벅지에 걸려 있는 단검을 뽑았다.

“싸우겠다?”

바알은 비웃었다.

“내가 줄 게 있는데…….”

아서가 말끝을 흐리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엿이나 처먹어.”

그 말을 끝으로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바알을 향해 마지막 힘을 짜내어 달려들었다.

스겅

데구르르.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시야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눈이 감겨온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군주게임에서도 많은 걸 바꿀 수 있을 텐데.

그의 눈이 완전히 감길 때 목걸이가 빛을 발했다.

[회귀의 돌이 발동합니다.]

* * *

숨 쉬기가 답답하다. 그게 아서가 처음으로 느낀 생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에게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으으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겁먹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은 살아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푸화앗

시야를 막고 숨 쉬기 불편하게 만들던 원인이 벗겨졌다.

검은 복면이었다.

아서는 검은 복면이 벗겨지자 눈이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음을 알았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검은 복면을 쓴 채 팔목과 손목이 밧줄에 묶여 있었다.

열다섯 명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이곳이 산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듬어진 통행로는 아니었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 한복판에 자신과 그들이 있었다.

또한 자신의 복면을 벗겨낸 이가 사람이 아닌 고블린이라는 것도 아서는 볼 수 있었다.

놈들은 사람들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키에에, 키에에.”

고블린들은 다른 사람들의 복면도 벗기기 시작했다.

“여, 여긴…….”

복면을 벗겨내자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던 아서는 곧 놀랐다.

‘……낯이 익어.’

그들의 얼굴도, 지금의 이 상황, 그리고 산도.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또 다른 고블린 하나가 아서의 옆에 있던 자의 검은 복면을 벗겨냈다.

“푸흐으!”

거친 숨을 토해내는 사내.

과거에 죽은 아서가 속한 프레스 가문의 하인인 한스다.

‘……!’

그의 생각이 딱 맞았다. 모든 게 그의 기억대로다.

이 사람들이 고블린에게 잡혀 있는 이유.

이 사람들은 브래트 영지에서 칼리스 영지로 넘어가던 상단, 혹은 그들과 동행한 영지민들이다.

브래트 영지와 칼리스 영지는 형제 영지라고 불릴 만큼 매우 가까웠다. 때문에 대부분 최소한의 인원, 병력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이동 중에 갑작스레 던전 마스터가 몬스터 무리와 습격을 가했다.

던전 마스터.

아서가 있는 이곳 아스간 대륙에서 던전 마스터 게임을 진행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던전을 운영한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예전과 똑같다.

한스는 복면이 벗겨지자마자 침착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으며 같은 질문을 했다.

아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를 다시 보게 되자 반가웠지만 지금은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때다.

‘회귀의 돌.’

찰나에 자신이 바알에게 죽기 전 들었던 알림이 떠올랐다.

그는 본능적으로 목을 더듬었다.

없다.

항상 차고 다녔던 그 목걸이가 없어져 있었다.

그는 세 가지를 확실히 했다.

첫째, 아서 본인은 열여섯 살의 과거로 돌아왔다.

둘째, 다시 군주게임에서 대군주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걸 이용해 바꿀 수 있는 게 많다.

첫 번째로 바꾸는 미래는 바로.

‘한스를 살리는 거다.’

아서는 자신이 다친 곳이 없는지 둘러보는 한스를 보며 생각했다.

한스는 충직한 하인이었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자이기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 옆에 꼭 붙어계십시오, 도련님.”

자신만 믿으라는 듯 곧은 눈으로 말하는 한스.

그는 자그마치 1m 90㎝에 이르는 거구였으며 나름대로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서는 그가 분명히 그리웠었다.

그럴 수밖에.

한스는 아서에게 도망치라고 하고 혼자 몬스터들을 막았다.

그리고 자신은?

‘도망쳤다. 살고 싶어서, 너무도 살고 싶어서. 또 한스라면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바보같이 믿어서.’

한스는 자신에게 말했었다.

‘밑에서 봐요. 도련님.’

퇴로를 열어주고 도망치는 자신을 보며 이를 드러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영지군들과 함께 돌아왔을 땐?

그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겁쟁이였지.’

겁쟁이 아서.

그의 고향 브래트 영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서에게 하는 말이었다.

타고난 성격의 겁쟁이였던 그는 이땐 정말 한심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지금은 아니다.’

한스가 태연한 척 노력하는 게 아서에게 보였다.

마른침을 꿀떡하고 넘기며 자신을 보며 안심시키기 위해 작게 웃는다.

‘널 죽게 하지 않으마.’

그러한 생각을 할 때, 드디어 고블린들이 병장기로 사람들을 위협하며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키에에, 키에에.”

몸을 일으킨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발목이 묶인 상태라 거의 콩콩 뛰듯이 움직였다.

곧 그들이 도착한 곳은 던전 앞이었다.

던전 안에는 진귀한 것이 많다. 그리고 몬스터가 있다.

고블린들이 던전 앞으로 그들을 이끈 이유는 간단했다.

던전 안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던전 속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죽일 때마다 던전 마스터는 골드와 경험치를 얻는다.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할 법한 이 자리의 사람들은 분명히 소량의 골드와 경험치만 줄 것이다.

그 의미는 던전 마스터가 최하위급에 속한다는 뜻.

또 지금 당장 자신을 정비할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 볼 수 있다.

이것은 던전 마스터들이 사용하는 졸렬한 방법이었다.

고블린들은 던전 안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안으로 들어가는 이는 없었다.

안에 들어가면 몬스터가 있다는 건 바보라도 알 만한 사실이었다.

“싫어, 싫다고!”

한 중년 남성은 고블린이 던전 안으로 밀자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그 순간.

퍼직!

“억!”

고블린 하나가 돌도끼로 사내의 무릎을 찍었다.

푸지익!

“커헙!”

이어서 힘이 풀려 주저앉은 사내의 머리를 또 다른 고블린이 있는 힘껏 돌도끼로 내려찍었다.

눈이 풀린 사내가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고블린들은 본보기로 보여주듯 달려들어 머리를 수차례 쪼갰다.

푸직!

푸직!

푸직!

사내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솟아 사방으로 튀었다.

“윽…….”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그 끔찍한 광경에 고개를 돌렸다.

“일단은 던전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네.”

그때 노후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예순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있었는데, 나이완 다르게 옷 사이로 자리 잡은 잔 근육이 인상적이다.

“팔목과 손목이 묶인 상태에서 우리가 아무리 거부해 봤자 죽임만 당할 뿐이야.”

그 말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고 방금 전 고블린들의 행동은 그것을 보여줬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해결책을 찾지. 난 켈론이라고 하네. 한때 오우거 부대에서 분대장을 맡았던 적이 있어.”

오우거 부대.

과거에 이름을 날렸던 꽤 탄탄했던 부대였다.

그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작은 희망의 빛이 스쳤다.

비록 노인이기는 하였으나 사람들은 그를 통해 작은 희망을 싹틔우기 시작한 거다.

쐐기를 박듯 그는 말했다.

“고블린쯤이야, 과거엔 수백 번도 더 상대해 봤지.”

그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단 한 마리의 고블린만 던전 안으로 함께 들어오고 문이 닫혔다.

고블린은 한 여성의 발목과 손목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어주고는 안쪽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둥!

둥!

둥!

고블린이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자 어두웠던 던전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여성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빠르게 다른 사람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던전에 속박되어 들어오면 던전 마스터는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수 없다.

던전 자체가 작위적인 상황을 인지한다.

하지만 밧줄이 풀리면?

‘공략이 시작됨을 알리는 거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아서도 팔목과 손목을 묶었던 제약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한스는 자연스럽게 아서의 옆에 바짝 붙었다.

“싸울 수 없는 자들은 뒤쪽으로 가시게.”

켈론이라는 노인은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보통 여인들이 뒤쪽으로 빠졌다. 그리고 켈론은 아서와 한스를 보았다.

거구의 사내와 은빛 머리카락을 단발로 기른 여자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가녀린 체구의 소년.

그는 아서를 제하고 한스만을 가리켰다.

“자네도 앞으로 나오지.”

“전 아서 도련님을 지켜야 합니다.”

“……고블린부터 막아야 지킬 것 아닌가.”

어쩌면 한스의 과한 욕심이고 이기심일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경멸의 눈빛으로 본다.

한스는 아서를 돌아보았다.

‘최소한 도련님께 놈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는 아서와 눈을 맞추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만 믿으라는 듯 당당하게.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한스는 정말 날 끔찍이 아꼈었구나.

“키에에에, 키에에에.”

“키에에!”

그리고 안쪽에서 드디어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블린들.

애초에 이 던전은 최하위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그들이 주를 이룬 듯싶었다.

앞에 나선 자들은 일곱 명이었다.

“침착들 하게나. 생각보다 놈들은 약해. 겁을 먹은 사람은 행동이 둔해지고 공격을 못 하기 때문에 놈들이 강하게 느껴지는 거야.”

켈론은 그리 말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곧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들은 조잡한 단검, 돌도끼, 마비침 등을 주로 사용했다.

나타난 숫자는 약 열한 마리.

켈론이 호기롭게 뛰었다.

타타타탓!

그리고 이어 가장 앞쪽에서 돌도끼를 휘두르는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그다음 발로 자신의 가슴팍까지밖에 오지 않는 놈의 얼굴을 후려 찼다.

퍼지익!

“키에!”

단 한 수에 얼굴뼈가 부서진 고블린은 전투 불능처럼 보였다.

“……새,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한 사내가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그다음으로 달려 나간 사내는 다름 아닌 한스였다.

‘도련님은 지금 무척 두려워하고 계셔. 내가 보여줘야 해. 지켜 드릴 수 있다는 걸.’

그런 생각을 하며 튀어 나간 한스는 켈론의 옆을 노리는 고블린의 안면을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퍼지익!

어찌나 강력한 힘인지 고블린이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우, 우리도 나갑시다.”

“X발, 별것 아니었네!”

사람들이 앞으로 나서서 고블린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놈들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다.

한스는 그 육중한 몸으로 고블린을 벌써 두 마리나 때려눕혔다.

바로 그때.

한스의 목을 노리고 마비침 하나가 날아왔다.

‘제길…… 맞는다.’

그렇게 생각할 때.

쭈욱!

누군가 등 뒤에서 그를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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