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검은머리 기사왕 77화
‘너무 짧군, 투창인가?’
‘동부 기준에서는 장창이 맞습니다.’
노예 상단을 털어 노획한 무기는 우리 기준에선 하나 같이 짧거나 작았다.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동부 인간인 만큼 그들 규격에 맞춰 생산된 탓이다.
하지만 그 질과 강도만큼은 하나같이 기본은 넘는 양품이었는데, 역시 철광과 제련으로 유명한 동부산 무기다웠다.
생산력은 곧 국력과 직결되는 문제.
만약 동부 왕국이 적과 싸울 의지와 군대만 갖추게 된다면 인간들은 오크 제국과의 전면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스릉, 철컥.
전통과 의지를 억압받은 대장장이는 과연 무슨 마음으로 이 검을 만들었을까.
나는 서럽게 공명하는 날을 잘 달래준 뒤 조심스럽게 다시 마차 뒤에 숨겼다.
“저, 경······.”
“음?”
그러자 옆자리에서 조용히 마차를 몰던 리처드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제 있었던 일 이후로 기가 많이 죽은 녀석은 무언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억지 부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어제 노예 상단을 습격한 우리는 원하는 바를 얻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상인에게 응당 어울리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정의가 단순히 악을 처단한다 해서 끝나는 게 아니듯 우리에게는 한 가지 책임질 게 있었다.
바로 상단을 습격한 기사단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어버린 노예들의 처우였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이들에게 베푼 행위는 단순한 호의였다.
인간으로서 자유는 당연한 권리이고 해방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다만 선뜻 선행을 베푼 나는 이곳이 북방이 아닌 동부임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과정이 만든 모든 결과에는 주변 환경이 짙게 관여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조국을 잃고 터전을 잃고 가족과 개인, 심지어 정체성까지 잃은 노예들이다.
아무리 충분한 재화와 자유를 준다고 한들 그들은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
‘돌아가면 전부 죽습니다.’
‘운이 좋아도 다시 노예가 되겠지요.’
사막 위 떨어진 씨앗을 욕할 것인가.
조그맣게 속삭이는 로날드의 조언에 나는 스스로가 무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생판 모르는 남을 구해줬으면 되었지, 그들 인생까지 책임지려 하냐고.
하지만 그런 우리는 그것을 도라고 불렀고 세상은 우리를 기사라고 불렀다.
어머니 북방이 지켜보고 있는 한 기사단은 절대 기사도를 어길 수 없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경!’
그러자 마침 이 일과 딱 맞는 적임자가 책임을 자처하며 앞으로 나왔다.
바로 지금은 풀이 잔뜩 죽어 한참 마차를 몰고 있는 동부 왕자 리처드였다.
“매번 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녀석은 약속했다.
관문이 탈환되는 그날, 구할 수 있는 모든 동부 인간과 함께 북방으로 향할 것이라고.
그리고 동부로 돌아가는 훗날 반드시 이들의 터전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말이다.
현실성 없는 이상이기에 한없이 높은 목표.
하지만 그건 낮은 현실에서 사는 협잡꾼들 따위가 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괜찮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먼 길을 돌아가는구나.
나는 점점 누군가를 닮아가기 시작하는 녀석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마차가 무려 2배로 늘었다.
상단은 단순 화물 상단에서 노예 상단으로 진화했고 동행하게 된 동부인들은 노예 역할을 다시 자처해주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마차를 몰기를 이틀.
지겨웠던 협곡은 서서히 완만해졌고 길 끝에는 줄을 선 마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동부 왕국과 오크 제국을 연결하는 국경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자연스레 마부석에서 벗어나 잘 훈련 받은 북방 노예병을 연기했다.
“멈춰라!”
국경 초소에는 두꺼운 갑주와 도끼로 무장한 오크 전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국경을 오가는 상단을 검문하는 역할도 했는데, 허술했던 소돔 경비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철저했다.
“불허, 네놈들은 돌아가라.”
“왜, 왜 그러십니까?”
“위에서 내려온 지시다. 취급 품목이 다른 상단은 다음 달까지 통과하지 못한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관문으로 향하는 상단이라면 대부분 통과되었던 평소와는 다르게 일부 마차들이 국경 통과를 제지당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로날드는 강제로 끌려나가는 상인들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다음!”
우리 차례가 왔다.
살벌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놈은 상단주로 위장한 로날드를 향해 다가갔다.
“규모가 제법 크군, 노예상인가?”
“······예, 그렇습니다.”
로날드는 비굴하게 고개를 숙인 뒤 위조한 서류를 오크 전사에게 넘겼다.
그곳에는 거래 품목과 함께 상품을 원하는 거래처가 빼곡히 쓰여있었다.
말이 좋아 위조품이지 서류에 쓰인 상품과 거래처는 전부 실존하는 것이다.
무심한 얼굴로 읽어내린 오크 전사는 마치 쓰레기를 던지듯 서류를 넘겨주었다.
통과인가? 불허인가?
고개를 숙인 기사단은 무기를 숨겨둔 위치를 문득 떠올리며 숨을 삼켰다.
“운이 좋군. 허가 품목 중 유일한 게 노예였거든. 나머지 화물은 다 내려놓고 가라.”
맥이 탁하고 풀린다.
설마 국경 통과가 가능한 유일한 품목이 노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감, 감사합니다.”
로날드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족쇄를 질질 끌며 화물을 옮겼다.
아마 지금 압수된 품목은 돌아오는 길에도 되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그것을 아까워하거나 분해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작은 선행이 행운을 불러온 이 순간을 괜한 투덜거림으로 깨트리기 싫었다.
“다음!”
그렇게 모든 화물을 내려놓은 우리는 초소를 통과해 서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고산을 넘고, 협곡을 넘어 드디어 백색 관문으로 향하는 길을 밟은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언덕을 넘어 고개를 들자,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감회가 새롭군.”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설마 멀쩡히 살아있을 때, 북방과 맞닿은 중앙 대륙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런 감회를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다른 단원들도 또한 평원을 연결하는 거대한 백색 관문을 감상했다.
우리의 꿈이 질주한 곳이자, 끝난 장소.
기사왕과 함께 북방군을 이끌던 그때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하지만 평원 아래 흙이 된 시체들과 녹슨 병장기들은 그런 영광이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머니 북방이시여, 이 자리에 다시 찾아올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긴 뒤 마차를 세워둔 폐허 마을로 되돌아갔다.
웅성웅성.
초입에는 노예에서 해방된 동부인들과 함께 리처드와 로날드가 서 있었다.
백색 관문으로 떠나기 전 잠시 체류하고 있을 이들을 다독이려고 온 것이다.
“정, 정말로······.”
“꼭 돌아올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갈 곳은 언제든 목이 잘려 효시 될 수 있는 적지 한가운데였다.
그런 위험한 곳에 싸울 수 없는 이들까지 전부 데려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몸을 숨길 장소는 충분히 있었고 우리가 관문을 점령할 동안 버틸 식량들 또한 충분히 준비되어있었다.
리처드는 만일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꼭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왕자라는 신분보다 진심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했는지 불안해하던 동부인들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들이 흘리는 작은 눈물에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변화를 읽었다.
주황빛 황혼이 언덕 위에 걸린다.
숨을 한껏 들이켠 나는 떠날 준비를 마친 단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기사단!”
척!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단원들은 검은색으로 칠한 로브 망토로 모습을 가렸다.
그리고 육중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로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마을에 남은 동부인들이 마지막으로 볼 수 있던 건 흐릿한 먹으로 검게 물드는 황혼과 함께 사라지는 기사단의 모습이었다.
사박, 사박, 사박, 사박!
백색 관문과 이곳은 멀지 않았다.
이 속도로 1시간이면 도착할 테니, 우리 기준으로 거의 코앞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섣부를 필요가 없었던 우리는 백색 관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잠시 멈췄다.
그러자 언덕 아래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단원 셋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경.”
“고생했다.”
정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단원 둘과 함께 고생해준 거친 귀리는 이마에 맺힌 땀을 황급히 닦으며 내게 말했다.
“예상이 맞았습니다. 아예 노예만 따로 받고 상단은 돌려보낸다는군요. 듣기로는 관문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랍니다.”
“눈치를 챈 건가?”
“예,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마 왕국에 끄나풀을 심어뒀겠죠.”
이제야 모든 게 딱딱 들어맞는다.
놈들은 북방군이 움직일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대비로 정보 차단과 관문 보수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운 좋게 노예 상단을 연기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이곳에 고립될뻔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거친 귀리가 그려온 외부 구조를 확인했다.
튼튼한 관문과는 다르게 후방 기지는 겨우 목책만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적이 없는 후방은 방어할 필요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 때문에 길이 생겼다.
나는 거친 귀리가 이미 표시해둔 침입로를 머릿속에 새기며 숨을 내쉬었다.
북방군 본대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약속한 날짜가 근접하기는 했으나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으니 무척이나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적이 북방군을 보고 동요할 때,
경계를 막 강화하기 그 직전 후방 기지로 침입해 관문을 열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찡그린 미간을 꾹꾹 누르며 2개로 나누게 될 무리 인원을 구성했다.
“단, 단장님!”
그 순간 조용히 주변을 살피고 있던 한 단원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외쳤다.
적인가? 우리는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져 단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언덕 바로 아래 길이었다.
접근하는 적이 기병인 것을 눈치챈 나는 서둘러 은폐를 명령했고 단원들은 순식간에 검은색 로브와 함께 바닥에 엎드렸다.
마침 해가 진 상황이다, 숨만 죽이고 있으면 들킬 염려는 없을 것이다.
검은색 로브로 몸을 가린 우리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지나가는 기병을 살폈다.
다각, 다각, 다각!
히히힝!
북방에서 만난 기병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정예 중기병이 길을 지난다.
그 숫자만 무려 100기가 넘었고 하나같이 맹렬한 오러를 숨기고 있었다.
본토에서 온 놈들이 분명하다.
나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강력한 적의 등장에 얌전히 숨을 죽였다.
놈들을 이끄는 자는 누구인가.
가늘게 뜬 시야는 자연스레 움직여 중기병 선두를 달리는 적의 수장을 향했다.
다각, 다각!
푸르륵!
“아······!”
그리고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오크 놈들을 이끄는 지휘관은 같은 오크가 아닌 인간이었으며 한눈에 알아볼 만큼 익숙한 얼굴, 익숙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저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내가 키우고, 내가 가르치고, 내가 손수 이름까지 지어주었던 녀석을 말이다.
가장 유력했던 후계 후보.
북방을 배신한 더러운 변절자.
나는 이를 악물며 한때 희망 그 자체였던 놈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렸다.
“황금 여명이다.”
“예?”
‘왜 그러고 있지?’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여행 중 허기에 굶주려 폐허가 된 마을에 들어간 것도, 거기서 부모의 무덤을 파고 있던 청년을 만난 것도 말이다.
‘모두 죽었습니다.’
청년은 무덤 앞에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린 나처럼 마을과 이웃, 그리고 가족을 잃어버린 그는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홀로 남게 된 힘든 순간에도 마지막으로 남은 귀한 빵 한 조각을 손님인 나와 나눠 먹기를 원했다.
참으로 순수했고,
그렇게 동행이 시작되었다.
‘제가 기사왕이 되고 싶습니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나는 청년에게 온 힘을 기울여 검을 가르쳤고 거친 음식과 잠자리를 기꺼이 나누며 드넓은 북방 이곳저곳을 유랑했다.
불쌍한 이들을 만나 선의를 베풀고, 악독한 자에게는 천벌을 내렸던 여정.
우리는 온갖 위험을 헤쳐나가며 척박했던 땅 위에 희망이라는 것을 품었다.
그리하여 지어진 이름 황금 여명.
청년은 이 암흑 같은 북방 땅에 새벽을 가져와 줄 황금빛 여명이었다.
모든 것은 순탄했다.
검술은 경지를 이뤘고 흩어졌던 영웅들은 내가 기른 제자에게 관심을 보기 시작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가슴이 벅차오른 나는 황금 여명이 새로운 기사왕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가 왜 저들을 도와야 하죠?’
하지만 녀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냉소적으로 변했고 자신이 구해준 이들에게 마저 대가를 원하는 세속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툭하면 저지르는 잘못과 다툼을 넘어 단절까지 이어질 뻔하기를 수십 번.
나는 마치 친아들을 키우는 마음으로 삐뚤어진 황금 여명을 바로 잡으려 했다.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간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을 황금 여명을 향해 진심을 담아 부탁했다.
‘왕이 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선하고 훌륭한 기사가 되어 내가 가르쳐준 검술을 가여운 사람들을 위해 써다오.’
그날 무덤가 앞에 있던 청년은 굶주린 사람을 위해 기꺼이 빵 한 쪽을 나눠줬었다.
나는 그 선한 마음이 아직 녀석에게 남아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운명은 너무나 가혹했다.
어느 날 내가 한눈을 판 틈을 타 마을로 내려간 놈은 술에 진탕 취해 감히 파문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꺄아아악!’
‘안, 안됩니다!’
녀석은 겨우 욕망 하나를 이기지 못해 죄 없는 여인을 범하려 했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저항하는 일가족을 전부 죽였다.
내가 준 검으로, 내가 가르쳐준 검술로, 아무런 죄 없는 가여운 사람들을 말이다.
‘실수였습니다, 스승님.’
뻔뻔하게 피를 묻히고 돌아와 실수라며 웃는 녀석을 본 나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 웃는 얼굴 한가운데 지워지지 않는 자상을 남겼다.
‘끄아아악!’
괴물을 키우고 말았다.
피눈물을 흘린 나는 놈이 다시는 검을 잡을 수 없도록 오른쪽 손을 잘라냈다.
‘꺼져라, 다시는 내게 모습을 보이지 마라.’
하나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사소한 정 때문에 목숨은 끊지 못했다는 것.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도망치는 놈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변절한 후계는 반드시 죽인다.
그것이 이후 북방을 배신하거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후계를 내 검으로 직접 죽이게 된 첫 계기이자 시작이었다.
‘황금 여명.’
그리고 평생 잊고 싶었던 그 녀석은 세월을 지나 기어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끝내 죄 없는 이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불구대천 원수인 오크 깃발 아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