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 가다 주운 SSS급 반지-141화 (141/170)

# 141

141화 그래! 이거지! (1)

“그런 남자가 있다는 말을 네티즌이 오해했나 보네요. 설아 누나는 제가 잘 아는데, 주위에 남자가 없어요. 저 몰래 선이라도 봤다면 모를까? 갑자기 무슨 남자가 생겨요? 남자라고는 항상 모이는 우리 멤버들뿐인 걸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그 성격을 누가……. 아, 아니에요.”

“맞는 말이야. 지랄 맞고 성질도 더러워서 남자한테 맞추지도 못하는 성격을 누가 받아 줄까? 남자 생긴 건 아니겠지? 추측성 기사이고.”

최재우 이사는 한동안 푸념을 늘어놓았다.

“걔가 지금 연애할 때가 아니야. 한창나이에 한 작품이라도 더 해야지. 사실 드라마 <왕의 신하>에서 악역을 맡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미지가 좋거든. 그게 다 <왕의 신하> 배우들과 어울린 다음부터지만. 아무튼, 아니겠지?”

최재우 이사는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러고 보니 채설아가 이종사촌 동생이라고 했었던가?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최재우 이사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국제전환데?”

휴대폰에 뜬 전화번호를 보던 최재우 이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만해서는 한국에서 국제전화로 연락하는 일이 드물었다.

“네, 최재우입니……. 네? 뭐요? 지금요? 그럴 리가요? 제가 더 잘 압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 기사 내세요!”

나를 쳐다보며 통화하는 최재우 이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저렇게 쳐다보시지?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사고를 쳤나?

최재우 이사가 통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왜요?”

“후우…….”

내 질문에 한숨만 내쉬는 최재우 이사.

그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배어 있다.

“너 스캔들 났단다. 채설아랑!”

“네에?”

[……의 정황상, 최정상급 여배우 채설아 씨와 교제 중인 사람이 주시후 씨가 아니냐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권에서 톱스타로 자리매김하는 주시후 씨는 채설아 씨보다 한 살 어린 연하다. 두 사람은 모두 B&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이며, 드라마 <왕의 신하>에 함께 출연했던 것을 계기로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두 남녀의 교제설을 두고 B&M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를 확인 중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최재우 이사가 보여준 기사에 나는 실소했다.

“말 안 되는 거 아시죠?”

내 말에 최재우 이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내가 항상 옆에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예요?”

“아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하하하! 이사님! 갖다 붙일 데다가 붙이셔야지. 설아 누나랑 저랑요? 아휴! 저는 그 성격 감당 못 해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빤히 쳐다보던 최재우 이사는 내 손사래에 어느 정도 수긍한 듯했다.

“하긴. 네 스타일은 아니지?”

망설임 없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는 최재우 이사였다.

“맞아요, 그럼 제 스타일은 어떤 여자일까요?”

“너는 나긋나긋하고 천생 여자인 강화영 같은 스타일이나 귀엽고 발랄한 성유라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 같던데?”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헛기침하며 부인했다.

“흠흠! 친구고요! 동생이고요!”

“그래. 그렇다 치고, 설아와 스캔들 나서 어이없지만, 네티즌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것 참 큰일이네.”

그것이 문제였다.

최재우 이사가 다른 기사를 보여 주었다.

네티즌들은 웬만한 경찰 수사대보다 예리하게 추리했다.

[네티즌들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주시후가 설을 보내기 위해 귀국 후 다시 미국으로 나갈 때 입었던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채설아가 미국으로 화보 촬영을 위해 출국할 때 입었던 흰색 티셔츠는 같은 XX브랜드의 상품이며, 이것이 커플 티셔츠가 아닌지 추론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활발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 뭐라고 반박해야 할까?”

기사를 읽어 내린 최재우 이사가 내게 묻는다.

그 티셔츠로 말할 것 같으면…….

“대단한 눈썰미인데요? 그런데 상상력도 풍부하네요. 그 티셔츠는 영호 형이 CF 찍은 브랜드 옷인데 핏이 예쁘다며 모임 멤버들에게 남자는 블랙, 여자는 화이트로 한 장씩 선물한 거예요. 연석이 형이나 동하 형, 해수 형도 선물 받았고 화영이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는 진국이 형도 받았었어요”

“음…… 그랬구나. 그럼 자칫하면 채설하만 된통 욕먹을 수도 있겠는데?”

“왜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에 빠진 최재우 이사에게 내가 물었다.

“설아가 얼마 전에 LA에서 화보 찍었거든? 그런데 처음에는 콘셉트와 일정 등의 문제로 거절했어. 그런데 네티즌들이 소설 써 놓은 내용으로는 화보 촬영 장소가 LA라는 것을 알고 출연을 번복하고 수락했다는 거야. 풍문이 그러니 너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이 떳떳하지만, 설아 혼자…… 소설 속 짝사랑 민폐녀가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

“설마요…….”

“뭇 네티즌들은 채설아가 LA에 널 만나기 위한 핑계로 화보 촬영을 떠났다고 하고, 회사에서는 네가 채설아와 만난 적이 없다며 반박 기사를 내면 설아만 나쁜 여자 되는 건 시간문제인데?”

아니, LA가 그렇게 좁은 곳이냐고…….

LA 어딘가에서 화보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채설아는 그 이후 나에게 연락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서로 촬영하느라 바빠서 연락도 못 하는…… 무엇보다 채설아와 나는 아직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여서 거리가 조금 있었다.

그런 사이인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설이냐.

“기사 또 올라왔다! 증거가 또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는 주시후가 귀국했을 때 채설아의 집에 바래다주었다는 제보. 삼성동 채설아의 자택 앞에서 찍힌 이 사진 속 차량은 주시후의 소유라는 제보! 시후야, 이거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이동할 때 타라고 내가 내준 차잖아.”

최재우 이사가 보여준 사진은 과연 그랬다.

“그때요? 제집에서 모임이 있었던 날이에요. 그 차 안에 화영이랑 연석이 형도 같이 있었어요. 제가 그날 술을 안 마셔서 순서대로 집에 다들 모셔다드렸거든요.”

“아, 그래?”

그런데 최재우 이사는 심문하듯 내게 계속 질문하였고, 나는 계속해서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그 상황을 다 알아야 반박 기사를 낼 수 있을 테니까 협조해야겠지만 의심받는 처지라 기분 좋지 않았다.

정말 억울한 사람은 난데…… 하는 생각이었다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야. 알잖아. 회사 입장. 네가…… 어? 이게 뭐야?”

휴대폰을 보며 내게 말하던 최재우 이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다급해졌다.

최재우 이사의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화면을 터치하다 이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야! 이거 너야?!”

무슨 기사가 떴기에 저러나 싶어 나는 휴대폰을 빠르게 낚아챘다.

“으악!”

[긴급입수! LA에서 다정하게 밀회하는 있는 주시후와 채설아 포착!

(사진) 채설아와 팔짱 낀 사진의 남성은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주시후로 보인다. 지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인 두 사람의 열애설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사진 속 남녀는 오붓한 분위기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멀리서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지만 하필 채설아가 뒤돌아보고 있는 타이밍에 찍혀 그녀의 얼굴만은 고스란히 보이고 남자는 뒷모습만 보였다.

물론 사진 속 남자는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진이 실린 기사 밑으로 댓글이 실시간으로 수없이 달리고 있었다.

- 주시후, 빼박 사진 올라왔네?

- 장난하나? 어딜 봐서 주시후? 눈깔 삠? 뇌피셜 말고 오피셜만 말해라?

- 뒷 등판 보니 딱 주시후!

- 이거 혹시 채설아가 LA에서 찍었다는 화보 사진 아닐까요?

- 요즘엔 사복 입고 화보 찍냐?

- 주시후라는 증거. 주시후의 키는 데뷔했을 때 184cm, 현재 185cm임. 채설아의 키는 165cm, 둘이 딱 20cm 차이가 남. 두 사람의 사진이 찍힌 저 가로등의 총 높이는 12m임. LA의 가로등 높이가 그러함.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자면 가로등의 높이를 x로 놓고 두 사람을 A, B로 본다면 (Ax-Bx)……. 해서 사진 속 두 사람의 키 차이가 20cm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 개소리하고 있네.

“다 봤냐? 그거 너 아니냐고 묻잖아?”

댓글을 읽으며 네티즌의 대단한 상상력에 피식했는데 그 바람에 앞에 서 있던 최재우 이사를 깜빡 잊어버렸었다.

“아니, 실장님! 딱 보면 모르세요? 이거 저 아니에요. 이 남자는…….”

나는 최재우 이사에게 해명 후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거는 동안에도 수많은 메시지로 휴대폰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받지?”

최재우 이사는 나를 빤히 보고 있고, 나는 괜히 발끝으로 바닥을 차고 있다.

사진 속 남자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나.

마음이 복잡했다.

전화를 받으면 뭐라고 말을 꺼낼까? 안 받으면 해명이 안 되니, 그것도 문제였다.

‘그나저나 둘의 교제가 사실이면 언제부터지?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만 해도 그런 낌새는 전혀 못 느꼈는데…….’

둘이 같이 서 있는 광경이 상상되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채설아가 인터뷰에서 말한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웃는 것이 예쁜 남자?

예쁘지는 않지만 멋있긴 하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사실이고.

그가 자상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순둥이는 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그런 남자였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저주하는 앙숙이었는데, 미운 정이 든 걸까?

하지만 사진 속 남자는 내가 생각한 남자일 확률이 99%였지만, 사실 확인 전에는 물어볼 수 없었다.

“일단 전화 좀 받아라.”

“안 받아? 그놈이 누군데 그래? 일단 나한테 말해 봐.”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하게 말하는 나를 다그치는 최재우 이사의 말투는 다급해 보였다.

스캔들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자 안도감이 서린 한편, 이제는 채설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사촌 동생이자 소속사의 아티스트이니 당연했다.

짧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수화기 건너편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후야.”

“형!!”

“그래 형이야. 근데, 무슨 일로 국제전화야?”

평상시와 다름없는 말투와 목소리다.

한국에 있는 사람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는 스캔들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는데.

나는 조금 짜증이 일었다.

내가 채설아의 남자니 뭐니 옴팡 뒤집어쓰고 있을 때 내가 당사자로 추정하고 있는 본인은 천하 태평한 태도다.

“어떻게 된 거예요?”

“아! 너도 기사 봤구나? 이야…… 해외에서 소식 빠르네?”

“빨리 이실직고 안 해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설아 누나랑 LA에서 사진 찍힌 남자, 형 맞잖아요!”

나는 억눌렀던 짜증을 표출했고, 그제야 바른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피해가 가는 여론이라 많이 미안하더라. 영화도 찍고 있는데 스캔들 때문에 혹시 피해를 볼까 봐 걱정도 됐고. 그래서 설아랑 상의해 봤는데…… 오늘 언론에 공개할 거야.”

“네?”

“우리 사귀는 거 맞다고.”

“네? 진짜 사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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