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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 주운 SSS급 반지-140화 (140/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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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인정받기 위한 노력 (4)

바닥으로 떨어지는 라이터를 잡아채서 뚜껑을 덮어 불을 끄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트럭 옆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 공사장이었구나.’

아직 건물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공터 사방은 펜스로 가로막혀 있었다.

대로변이더라도 화물 트럭 한 대쯤 세워 놓고 일을 꾸민다 해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끄윽…….”

바닥을 뒹굴고 있던 사내의 앓는 소리 쪽으로 나는 시선을 옮겼다.

망연자실한 표정.

사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어리둥절한지 눈을 끔벅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금세 현실을 인지했다.

“너!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그래? 어디 해 보든가?”

그때 한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를 켜다 끄기를 반복하며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차 문이 열리더니 나에게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김남규 팀장이었다.

“뭐야?! 너, 왜 여기에 있어? 저 사람은 또 뭐고?!”

나와 대치한 사내를 보고 김남규 팀장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를 냈다.

사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에게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니, 누가 봐도 적대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저 아저씨부터 잡고 나서 얘기해요. 테러 미수범이에요.”

나는 사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김남규 팀장에게 말했다.

“뭐? 또 테러야?”

툴툴거리던 김남규 팀장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이프를 보고는 짐짓 놀란 듯 몸을 살짝 뺐다.

그러고는 우리 둘은 눈빛으로 생각을 확인하자마자 동시에 사내를 덮쳤다.

* * *

내가 사내를 제압해 팔을 꺾고 있는 동안 김남규 팀장은 최재우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현장에 도착한 최재우 이사는 상황을 인지하고 경찰에 긴급 신고했다. 재빨리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을 어지럽히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언뜻 보기에도 예닐곱 대는 출동한 듯했다.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연행당하는 사내는 흉기를 든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지만, 트럭 테러를 모의했던 정황이 드러난다면 가중처벌을 받을 것이다.

물론 나의 진술이 필요할 테지만.

현장에 널브러져 있는 증거들을 수집하는 경찰들을 보며 최재우 이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테러라고? 후우……. 너는 왜 자꾸 그런 대형 사고에 휘말리는 거냐?”

“그러게요. 가슴 졸여서 제 명에 못 살겠으니, 이거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김남규 팀장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보고 불현듯 의아해진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팀장님은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나?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가다가 건너편에서 막 뛰어가는 널 봤지. 네가 왜 저러나 싶어서 따라왔고. 그나저나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괜히 물었나 싶었다.

질문 하나를 던지고 하나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김남규 팀장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속했던 레스토랑에서 조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뭐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겠지만 뭐라도 둘러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전 팀장님을 마중 나왔죠. 슬슬 걷는데 멀리서 어떤 아저씨가 어떤 통을 들더니 몸에 쏟아붓는 게 보이더라고요. 멀리서도 석유 냄새가 어찌나 코를 찌르던지……. 제가 또 개코잖아요.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 뛰어간 거죠.”

“그래? 그 새끼 참 이상한 놈이네. 살려 주려고 뛰어온 사람한테 칼부림이라니?”

“꼭 죽고 싶었나 보죠?”

내 말을 모두 믿는 게 아닌 눈치였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바닥에 흥건한 석유와 뒹굴고 있는 나이프 탓에 믿기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 두 분은 크게 다치신 데가 없나요?”

때마침 경관 한 명이 나와 김남규 팀장에게 다가와 끼어들었다.

나와 김남규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도 확인하여 주시고,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내일 경찰서에 오셔서 지금 상황에 관해 진술해 주셔야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나와 김남규 팀장의 출석요구였다.

대화 중에 끼어든 경찰관의 말에 김남규 팀장은 최재우 이사를 쳐다보았다.

내일 스케줄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었다.

“모레 아침 비행기야. 내일은 다행히…… 프리 타임이니 괜찮을 것 같아.”

내일 오전 중으로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하기로 했다. 우리는 김남규 팀장이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으로 부랴부랴 이동했지만, 이미 예약 시각보다 한 시간 지난 후였다.

음식은 주문할 수 있었지만, 조금 전 겪은 일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입맛이 없어? 아니면 음식이 별로야?”

그것을 눈치챈 김남규 팀장이 이것저것 물으며 내 얼굴을 살폈다. 동시에 나도 그 얼굴을 보자니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예지몽에서 생명에 위협을 줄 만큼 중상당했던 김남규 팀장!

멀쩡한 얼굴로 내 앞에 앉은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나온 한숨이었다.

그래,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나는 김남규 팀장을 향해 활짝 웃었다.

“아니요? 완전 맛있는데요? 이 집, 맛집이 맞네요!”

“그치? 내가 인마, 너 몸보신하게 해 주려고 이 집 저 집 얼마나 발품 팔고 다녔는지 알아?”

“우아……. 인제 보니 저는 죽어라 촬영하고 있었는데, 만날 맛있는 것만 드시고 다녔나 보네?”

내 말에 최재우 이사는 김남규 팀장에게 눈총을 주었다.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이사님! 아닌 거 아시죠? 제가 요즘 사람들 만나느라 바쁜 거 아시잖아요? 일 보랴, 식사 접대하랴, 저도 고충이 많다고요.”

김남규 팀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스레를 떨며 조금 전과는 다르게 포크질을 빨리하자 최재우 이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그래. 암! 내가 알지. 잘하고 있어, 김 팀장. 앞으로도 고생하라고. 그리고 시후야…….”

“네?”

최재우 이사는 김남규 팀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를 보낸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앞으로 너 혼자 다니는 것은 무조건, 무조건! 금지다. 알겠지?”

불똥이 내게 튀었다.

하긴 내가 연루된 범죄 사건이 한두 건이어야 말이지.

다음 날.

담당 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경찰관한테 전후 사정을 전해 들었다.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스토리다.

어제 경찰서에 끌려온 사내는 내게 칼을 휘둘러 위협을 가했던 사실을 시인했고, 분신 테러를 실행했던 사실 또한 일체 자백했다.

김남규 팀장이 예약했던 레스토랑이 있는 빌딩에는 한 유명 건설 회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규모가 큰 탓에 빌딩 대부분을 사무실로 차지하였고, 인근 지역에 건물을 시공 중이었다.

그리고 사내가 테러를 일으키려 했던 그때는 마침 그 건설 회사 직원들의 퇴근 시각이었다고 했다.

사내가 사전에 알고 그 시각을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시각은 하필, 회사 대표가 임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1층으로 내려온 시각과 비슷했다.

사내는 건설 회사의 하도급을 받으며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건설 회사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자기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

곧이어 경찰은 내게 흉기를 휘둘러 저지른 살인미수 사실에 관해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러고는 수감 중이었던 사내를 내 곁으로 데리고 왔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밝은 곳에서 보자 그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테러를 모의했던 사내는 고생을 많이 한 듯 피부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가득했다.

“정말 죽도록 일만 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허탈감뿐이었어요. 결국, 제가 하던 일은 그 회사 대표의 친척이 운영하는 곳으로 넘어갔죠. 분하고 억울했어요.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을 거로 생각했는데 노력해도 인맥에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내는 내게 현재 심정을 토로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경찰관에게 선처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내에게서 흑미화의 기운이라도 느꼈다면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가졌을 텐데, 딱히 그런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놓인 처지가 극한상황에 놓일지라도 사람이 사람을 해치려 하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 *

중국 윈난성.

미국 왓칭 스튜디오 영화 촬영장.

미국 LA에서 돌아온 후로 별 큰일 없이 촬영에 매진하던 나는 오늘도 대기 시간에 촬영장 뒤로 보이는 설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걸 프렌드 생각하나?”

영화 <블랙 리앙>에서 황제 제수왕 역을 맡은 대만계 미국 배우 ‘갈리오’다.

나는 그를 잠깐 돌아봤다가 다시 설산으로 시선을 돌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갈리오는 입만 열면 여자 얘기였기에 성심성의껏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 걸 프렌드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없냐?”

“그럼 있겠어요?”

내가 촬영장 한쪽 그늘에 앉아있는 최재우 이사를 힐끗 쳐다보자 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는 스타들의 연애를 금지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많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보네. 아니면 네 매니저가 유독 깐깐한 건가?”

“둘 다!”

“흐음…….”

침음을 흘리는 갈리오는 ‘프리덤(freedom)’을 외치며 사라졌고, 나는 다시 한번 최재우 이사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사님!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하아…….”

내가 다가가서 묻자 그는 다짜고짜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시후 너는 아직 못 봤나 보구나.”

최재우 이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설아 말이야.”

“네. 설아 누나요.”

“응. 그 채설아가 아무래도 남자가 생긴 것 같아.”

“네에? 에이…… 그럴 리가요?”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손사래 쳤다.

단언컨대 내가 아는 채설아라면 그 성질 죽이기 전에는 절대 애인이 생길 리가 없다.

“어제 날짜로 한국 인터넷에 기사가 떴어. 잡지 인터뷰할 때 이상형을 거론했나 본데 그게 화근이 됐나 봐. 이거 봐봐.”

나는 최재우 이사가 건네주는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Q : 그럼 채설아 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A : 누구나 이상형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현명하고 자상하며 나만을 위해 주는 사람. 그리고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줄 때 가슴이 설레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내 앞에서 한없이 순해지는 순둥이가 좋겠네요. 제가 성격이 센 편이라……. 아시죠? (웃음)]

[Q : 아!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 같은 남자가 실제로 있을까요?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어떤 분이 이상형에 가장 가까울까요?]

[A : 어머나, 그런 남자? 실제로 있어요.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노코멘트 할게요. (웃음)]

채설아가 인터뷰했다는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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