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 가다 주운 SSS급 반지-41화 (41/170)

# 41

41화 우승은? (1)

“탑승객 여러분,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차량 출발합니다.”

탑승 절차가 끝이 나고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근 기사가 출발을 알렸다.

“시후야, 이거 봐봐. 꼭 쥬라기 공원에 들어가는 입구 같은데?”

김남규 팀장이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서 바깥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그것 봐. 좋아할 줄 알았다니까.

창문 밖을 바라보자 정말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버스는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며 겹겹이 쌓인 철문을 몇 개씩이나 통과해야 했다.

덜컹거리며 천천히 길을 따라 지나가는 버스가 제일 먼저 만난 동물은 기린이었다.

시시하게 동물원에 가자고 한다며 핀잔을 주던 김남규 팀장은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 있다.

그러다가 점차 눈이 커진다.

호랑이 존에 들어선 것이다.

“아. 신기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크네.”

버스를 운전하던 기사님이 잠시 버스를 멈추고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저 무리들이 사파리에서 서열이 제일 높은 호랑이입니다. 수컷이죠. 그 주위에 있는 호랑이들은 전부 저 넘버원 호랑이의 부인입니다. 원래 수컷은 혼자 생활하지만, 번식기에는 암컷들 무리에 저렇게 섞여서 함께 지냅니다. 오른쪽으로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있는 호랑이가 보이시죠? 저 호랑이가 사실은 서열이 제일 높았는데, 서열이 뒤바뀌면서 암컷들에게 버림당한 겁니다. 자 이제 먹이를 던져 줄 건데요. 탑승객 여러분들께서는 가급적이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아 주세요.”

운전석 창문은 촘촘하게 메워져 있는 철창으로 되어 있었는데, 조그마한 틈으로 기사가 먹이를 던졌다.

서열이 제일 높은 호랑이의 무리에 섞여 있던 암컷 호랑이 한 마리가 먹이를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우아. 이리로 오네? 더 가까이서 보겠다.”

신나 있는 김남규 팀장을 힐끗 보고는 나도 창문 밖 상황에 집중하였다.

중학교 소풍 때 동물원에 가서 건성으로 본 것 외에는 처음 보는 호랑이였기 때문에 나 역시 호기심이 갔다.

그런데,

“어? 왜 저러지?”

탑승객 중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먹이에 가까이 가던 호랑이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뒤로 꽁무니를 내빼었다.

기사가 먹이 몇 개를 밖으로 던져 보아도 꿈쩍도 안 하는 호랑이들.

심지어 엉금엉금 영역을 벗어 나려고 하고 있다.

“원래 식욕이 왕성한 녀석들인데, 이 녀석들이 지금 배가 부른가 봅니다.”

기사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배가 부르다고? 아닌 것 같은데?

나는 7품 신수 카이엘의 능력으로 호랑이들을 살폈다.

슬금슬금 버스 쪽을 쳐다보며 뒷걸음 치고 있는 호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친 그때.

‘아! 나 때문이구나.’

신계에서 축복 패키지를 받을 때 신수의 성전에서는 호랑이의 기세를 축복해 주었는데, 눈이 마주친 호랑이 한 마리가 꼬랑지를 말며 그대로 자리에 엎드리는 것을 보며 이내 깨달았다.

내 기세가 쎄서 튀는 중이었구만.

옆을 보니 김남규가 크게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입맛을 쩝! 하고 다신다.

가까이에서 야생동물을 보는 것이 사파리의 묘미인데, 내가 여기저기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되겠지?

‘7품 신수 갑인신장 소환.’

“갑인신장이 소환을 허락합니다.”

천상경의 울림이 공명되자 나는 뒷걸음치고 있는 놈들에게 호랑이의 기세를 발산시켰다.

움찔하던 호랑이들이 휙! 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버스 쪽으로 다가온다.

‘얌전히 앉아 있어. 잠시면 되니까.’

“어? 시후야. 호랑이 온다. 떼거지로 몰려오는데?”

20마리 가까이 되는 호랑이가 버스 앞에 줄을 지어 부복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전체가 방탄 유리로 제작이 되어 있으며 어떠한 위험에도…….”

버스 기사가 살짝 당황했나 보다.

호랑이는 혼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번식기 때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고 하더라도 같은 무리가 아니면 함께 섞이지도 않는다.

먹이를 먹을 때도 서열 순으로 한다.

그런데 이 야생동물들이 떼로 다가오자 버스 기사는 마이크를 들고 탑승객들을 안심시키려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야, 나도 먹이 줘 보고 싶다.”

옆에서 김남규 팀장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한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더니 가까이 보고 싶다고 해서 신까지 소환했는데, 이번엔 직접 먹이를 주고 싶다고?

확 먹이로 던져 줘 버릴까?

* * *

“나는 오늘 탔던 것 중에 사파리 버스가 제일 좋았어. 한 번 더 타고 싶다.”

김남규 팀장이 얼굴 한가득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는 롤러코스터요. 한 번 더 타고 싶은 심정이에요.”

“크흠. 이제 우리도 슬슬 가야지. 앨범 재킷 사진 촬영하러.”

김남규 팀장이 정색을 하더니 말을 돌린다.

참으로 넓은 ‘하나 랜드’ 안을 터벅터벅 걸어 촬영 장소에 도착하였다.

‘이런 곳이 있었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껏 보아오던 놀이공원과는 사뭇 달랐다.

빼곡하게 진을 친 나무들 사이, 그 가운데에는 잘 정리된 풀밭이 동그랗게 펼쳐져있다.

높은 나무들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는데 중앙에 있는 풀밭에 내리쬐는 모양이 흡사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풀밭 한쪽에는 이미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할 스태프들이 미리 와서 세팅 중이었다.

“카메라 세팅 중인가 보네요?”

“안녕하세요?”

나와 김남규 팀장이 스태프들에게 다가가자 아는 얼굴들이 우리를 반긴다.

“어? 팀장님. 시후 씨 오랜만에 보네요.”

“어서 와요. 카메라는 세팅 끝냈고, 조명판만 자리 잡으면 돼요.”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스타일링 먼저 할까요? 작가님도 거의 다 오셨다고 하던데.”

“네. 그렇게 할게요.”

스타일리스트가 미리 펼쳐 놓고 세팅해 둔 간이 테이블과 의자로 나를 끌고 간다.

툭툭. 툭툭.

펌프로 무언가를 찍어 내 얼굴에 바르기를 시작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것도 슈스챌을 진행하며 몇 번 해 봤다고 익숙해졌나 보다.

헤어디자이너가 내 머리를 살짝 만져준 것으로 스타일링을 끝나자, 나는 스타일리스트가 손에 쥐여 주는 의상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이불이야?

내 표정이 아리송하게 변해 가는 것을 본 스타일리스트가 입을 열었다.

“으음? 얘기 못 들었어요? 오늘 엘프 콘셉트라고.”

“아……. 듣긴 했죠. 그런데 이렇게 주렁주렁한 옷을 여러 벌 입는지는 몰랐어요.”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는지 스타일리스트가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테스트해 봤는데 이거 입으면 진짜 요정 같기도 하고, 왕자 같기도 해요. 입는 것 도와 줄게요.”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으로 천막에서 옷을 다 입기는 했지만, 밖으로 나가기가 참 쑥스러웠다.

안에 속바지를 입었다지만, 입고 나서 보니 발끝까지 내려다보니 신관복 같기도 하고 긴 치마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옷 때문에 걷는 것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다.

천막 밖으로 나오자 오! 하는 감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남들이 보기에는 나빠 보이지는 않나 보네?

그때였다.

“어므나, 베이비! 너무 너어무 예쁘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 왕자님 같어? 어쩜 이렇게 빛이 나니?”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나오셨어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인사를 받으며 한 사내가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나는 두 손을 꼭 모으며 내가 다가오는 사내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초록색 계통의 패턴이 화려한 유럽풍 옷을 입고 뿔테 안경을 낀 JR 스튜디오 대표 류준이었다.

“시후 씨는 언제 봐도 너무 예쁘다니까아. 오늘은 진짜 이 장소에 너무 잘 어울리는 얼굴을 하고 있네요? 오늘 시후 씨 메이크업 누가 했니이?”

류준의 말에 내 얼굴을 치장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쭈뼛대며 한쪽 손을 든다.

“완전 칭찬해. 베리 굿이야.”

류준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서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들었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또 한 번 신세 지게 됐어요.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신세는 무슨. 앞으로 시후 씨 촬영은 무조건 내가 한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요? 그나저나 오늘 나 어때요? 야외에서 찍는다고 푸릇푸릇하게 입고 왔는데.”

특유의 여성스러운 말투와 톡톡 튀는 패션을 자랑하는 류준은 바로 일을 시작하려는지 단발머리를 질끈 묶었다.

“대표님이야 뭐, 항상 패셔너블하시죠. 아름다우십니다.”

“야아! 누가 너한테 물어봤니이? 어머 너무 웃겨. 아름답데. 호호홍홍.”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대신에 김남규 팀장이 끼어들어 대신 대답하였다.

류준은 핀잔을 주며 눈을 흘겼지만 입을 가리고 웃는 것이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화기애애한 인사가 끝나자 얼굴에서 장난기를 싹 걷어 낸 김남규 팀장이 진중한 모습으로 류준에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형, 오늘 재킷 촬영 무조건 끝내야 해. 다음 주에 시후가 출연하는 챌린지 프로그램이 결승전이라 준비하려면 시간이 안 될 것 같거든.”

말을 하는 김남규 팀장의 표정이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아직 한 번의 미션을 더 거쳐서 생존해야 우승 무대에 설 수 있는데 김남규 팀장은 내가 무조건 TOP 4까지는 올라갈 것이라 믿나 보다.

그의 말에 류준이 손을 휘휘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얘! 저 얼굴 봐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냥 화보잖아. 시후 씨는 오늘 그냥 대충 찍어도 다 오케이야. 걱정 붙들어 매라고.”

류준의 대답이 안심이 되었는지 김남규 팀장이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짓더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곧 류준이 날카로운 눈빛을 발산시키며 촬영장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콘셉트 자연친화적 그런 거 아니니? 근데 조명 판을 저따구로 세워 놓으면 되니? 안 되니? 자연광을 다 차단시켜버리잖아! 왼쪽으로 더 옮겨. 언능! 그리고 자기야. 거기 콘셉트 기획안 다시 가지고 와 봐.”

꼼꼼하게 시작 준비를 마친 류준이 드디어 카메라 앞에 섰다.

또 한 번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토그래퍼와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이것 봐봐. 내가 뭐랬어? 모델이 좋아서 무조건 오케이라니까아.”

연신 셔터를 누르며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류준.

이번엔 옆에 서서 지켜보는 김남규 팀장에게 말을 건넨다.

“모델도 모델이지만 형 실력이 좋아서 생각보다 일찍 끝나겠는데?”

팔짱을 끼고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던 김남규 팀장은 어쩜 저렇게 류준이 좋아할 만한 소리만 딱딱 골라하는지 수완이 대단하다.

일하는 중이라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지만 입꼬리를 실룩거리는 류준을 보니 김남규 팀장의 말이 마음에 쏙 드나 보다.

“오케이! 아우, 저번에 찍을 때보다 표정이 훨씬 더 좋은데? 자세도 편안하고 자연스럽잖아. 오늘 눈이 호강하네. 이것도 오케이. 시후 씨 고개를 조금만 들어 볼까요?”

류준의 말을 들으며 포즈를 잡다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번 프로필 촬영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는데, 그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앉아 있는 이 자리가 편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챌린지와 여러 방송을 통해 카메라를 자주 접해서 앵글이 편해진 걸까?

참나 내가 언제부터 카메라가 편했다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아!

내 미소에 지켜보던 스태프들이 한꺼번에 감탄성을 뿜는다.

“그 미소 너무 좋다아. 하얀 옷이랑 대조되는 검은 머리카락도 너무 예쁘게 나와. 이질적인데 또 너무 잘 어울리네. 퍼펙트! 시후 씨, 잠시 쉬었다가 갈게요.”

카메라에서 눈을 뗀 류준은 지금까지의 찍은 컷들을 확인하려고 잠시 의자에 앉았다.

“시후야, 시원한 거라도 한 잔 마실래?”

“전 그냥 여기 앉아서 좀 쉴게요.”

김남규 팀장이 손짓하며 불렀지만 나는 그냥 이곳에 조금 더 앉아 있고 싶었다.

빼곡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잔디밭.

이곳만 하늘이 뻥 뚫린 듯 햇빛이 아래로 내리쬐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바람이 살랑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느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손으로 풀들을 천천히 쓸어보다가 손끝에 닿는 풀의 감촉이 좋아서 미소가 절로 났다.

역시 휴식이란 좋은 거군.

항상 땀내 풀풀 나는 연습실 아니면 번쩍인 조명 아래 서 있다가 오랜만에 자연 속에 파묻히니 코끝에 전해지는 피톤치드가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분까지 든다.

짹짹. 짹짹.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참새들의 소리에 집중하자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해진다.

정말 판타지 세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여러 빛 줄기가 한데에 뭉쳐 내가 앉아 있는 자리를 비춘다.

나는 신비로운 광경에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눕혔다.

그렇게 잔디밭 위에 누워 자연에 동화된 듯 가만히 숨죽이고 있자 어디선가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팔베개를 하고 누운 내 가슴팍 위.

참새의 기척에 깜짝 놀라 내가 눈을 번쩍하고 뜬 순간 참새가 화들짝 놀라 나무 위로 올라가버렸다.

‘허! 이놈 봐라?’

몸을 일으켜 세워보니 내 가슴 부분에 남기고간 흔적이 매우 불쾌하다.

‘감히 어디다가 똥을 싸고 튀어? 확! 참새 구이를 해 먹어 버릴까?’

진심으로 짜증이 확 나버린 나는 7품 신수, 작은 동물들의 신을 소환하겠다며 천상경에 의지를 전달했다.

“신 라니오리스가 소환을 허락합니다.”

내 몸에 한껏 깃든 신의 기세를 펼쳤다.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내 의지가 흩어진다.

‘여기다가 똥 싼 놈 이리와. 당장!’

이내 참새 한 마리가 날아 와서는 펼쳐 놓은 내 손바닥 위에 올라 앉았다.

‘너 인마. 내가 누군 줄 알고 똥을 싸질러 놓고, 토껴?’

나는 손가락으로 딱밤을 장전한 후, 위협적으로 손가락 튕기는 시늉을 하며 겁을 주었다.

내 부름에 날아오기는 했지만, 잔뜩 겁을 먹은 작은 새는 손바닥 위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에휴. 그래. 네가 뭐 알고 쌌겠냐. 이러다가 또 지리겠네.’

‘괜히 새 대가리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지’라며 생각하자 떨고 있는 이 작은 생물에 이제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라니오리스의 이름으로 네게 풍요로움을 기원할 터이니, 어디에서도 굶지 않고 항상 행복 하거라.’

말을 마친 나는 에로스의 능력을 빌어 작은 생명에게 따뜻함을 전달했다.

* * *

“으응? 갑자기 어디서 포근한 바람이 부는 거야? 너무 기분 좋다아.”

류준은 지금껏 찍어 놓은 컷들을 확인하다가 갑자가 어디선가 불어오는 따뜻한 기운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머? 저건 뭐야아?”

류준의 말에 옆에 서있던 김남규가 주시후를 바라본다.

“새 아냐? 참새인가?”

“무슨 참새가 사람을 저렇게 따르냐고. 저저! 옷에 부리 비비는 거 봐봐.”

“크큭큭. 애완 참새인가 부지.”

류준과 김남규는 참새가 주시후의 손바닥 위에서 머리를 부비는 것을 지켜보았다.

알 수 없는 따뜻한 기운 때문이었는지 흐뭇하게만 바라보던 류준이 갑자기 두 눈에 총기를 담았다.

“남규야, 잠깐 비켜 서 봐.”

류준이 카메라 앞에 서더니 신들린 듯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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