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 가다 주운 SSS급 반지-23화 (23/170)

# 23

23화 챌린지 (4)

“와. 카메라가 무섭게 붙네요. 덕분에 시간 안에 도착해서 감사해요. 헤헤.”

하상훈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는 해맑게 진국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정도야 뭐. 이제 우리는 룸메이트잖아요. 서로 챙겨야죠. 나중에 시후 씨랑 상훈 씨랑 미션 할 때 제가 룸메이트라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진국은 키가 185cm 정도 되며 이목구비가 크고 시원스럽게 생겼는데,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다만 D등급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는데, 실력은 시원스럽지 않았나 보다.

반면에 하상훈은 B등급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괜찮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B등급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100명의 연습생들이 시끌벅적하게 모두 모이자 <슈퍼 K-POP 스타 챌린지> 사회를 맡은 적이 있던 MC 김상주가 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와 연습생들 앞에 마련된 작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슈퍼 K-POP 스타 챌린지>의 시즌 1, 2, 3에서 MC를 맡았던 김상주입니다. 연습생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웅성거렸던 강당 안이 김상주의 등장으로 잠시 조용해졌지만, 이내 다시 우렁찬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내내 등급 평가를 받느라 연습생 여러분들이 지쳐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 슈스챌은 이후로도 여러분들에게 많은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미션에도 충분한 연습 시간을 제공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슈스챌의 시간에 맞춰 가진 기량과 재량을 모두 발휘하며 이 챌린지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김상주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내 옆에서 하상훈과 진국이 잡담 중이다.

“진국이 형 그럼 우리, 지금 바로 미션 받아요?”

“아마 레벨 평가를 할 것 같은데?”

둘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언제부터 형 동생을 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김상주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마이크를 다시 잡으며 강당 벽에 걸려 있는 대형 시계를 바라보았다.

“자, 지금 시각은 밤 10시입니다. 제가 이 늦은 시각에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다음 미션을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상주 MC가 전달해 준 미션의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6시간 후인 모레 아침에 레벨 평가를 받게 되는데, 연습생 한 명씩 춤과 안무를 영상 촬영하면 심사 위원들이 그 영상을 보며 개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노래, 안무, 랩의 평가 점수에 따라 남녀 구분 없이 레벨이 재조정되는데 A레벨부터 D레벨까지는 각 15명씩이고, F레벨이 확정된 40명은 1차 탈락을 할 것이라는 김상주 MC의 말에 장내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시후 씨는 걱정 없겠네요. 외모, 춤, 노래, 랩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던데 당연히 A레벨 받겠죠?”

‘당연하죠.’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

실제 생각은 그러했지만, 내 입 밖으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저도 죽으라고 연습한 거예요. 형님이 등급 평가 때 안무 실수를 조금 하셔서 그렇지 이번엔 분명 높은 레벨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들어보니 랩을 정말 잘하시던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슴팍에 붙어 있던 ‘알파벳 D’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진국은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챌린지에서 생존하는 60명의 연습생은 일주일 뒤에 있을 K.net의 메인 프로그램이죠, 생방송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방송 무대에서 서게 될 위치는 평가 후 받는 레벨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레벨 평가를 위한 노래와 안무를 공개하겠습니다.”

김상주 MC의 말이 끝나자 음악이 나오기에 앞서 무대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던 화이트 스크린에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이번 미션 곡의 작곡자 ‘드림캡처’.

그는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미래 진취적 성향의 가사가 돋보이는 밝고 경쾌한 팝 댄스 장르의 「DREAM OF」라며 곡 설명을 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언제부터 한쪽에 서 있었는지 몰랐던 슈스챌 안무 팀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곧바로 재생된 음악이 강당 안을 가득 채웠다.

안무 팀은 시범을 2번 보여 줬는데, 한 번은 남자 연습생을 위한 안무, 다른 한 번은 여자 연습생을 위한 안무였다.

잠시 후,

“이걸 36시간 안에 하라고? 노래도 외우고, 가사도 외우고, 안무도 배워야 하는데?”

“여자 춤보다 남자 춤이 훨씬 어려운 것 같지 않냐?”

내 뒷줄에서 들려온 어느 연습생들의 대화였다.

안무는 남성 파트와 여성 파트 그리고 혼합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레벨 평가 때는 각자 성별에 맞는 안무로 평가를 받게 되고, 생방송 의 무대에서는 다 같이 한 무대에 서게 될 것이었다.

「DREAM OF」의 안무 팀이 무대를 내려가고 원성이 점점 잦아들자 김상주가 서둘러 비어있는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갔다.

지금 클래스 별로 이동하라는 말에 연습생들은 얼굴에 걱정과 불만을 품은 채, 각자 주어진 클래스에 맞게 연습실로 흩어졌다.

나를 비롯해 몇 명의 연습생은 함께 A클래스로 이동했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이미 여러 명의 연습생이 한데 모여서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어? B&M 엔터, 그분 오셨네요.”

누군가의 외침에 일제히 내 쪽으로 돌아보던 연습생들.

그중 가장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등급 평가 당시 파워풀한 랩과 섹시 댄스를 선보였던 김시영이었다.

청순한 외모에 깡마른 신체를 지녔으며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외모와 다르게 힙합을 선보여 심사 위원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다.

“오빠, 안녕하세요. 저는 CSS 뮤직컴퍼니 연습생 김시영이에요. 아까 등급 평가 무대 잘 봤어요.”

“네. 저도 김시영 씨 무대 잘 봤어요. 저는 B&M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주시후 오빠요. 에이. 그 정도는 알아요. 저는 고3인데, 말 놓으세요. 오빠.”

내 이름을 이미 알고 있는 김시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했다.

딱 보기에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나는 김시영을 시작으로 연습실에 모인 모두가 인사를 나누며 나이 서열을 정리했다.

챌린지에 참여하기 전에 ‘내 나이 22살이면 어디 가서 가수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 늦은 건 아니네.’

연습생들의 평균 연령 24세, 연습생 기간 평균 2년.

이것만 두고 봤을 때 확실히 가수로 데뷔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듯싶었다.

A클래스의 모든 연습생이 모여 있는 그때, 다시 문이 열리며 안무가 배정윤이 들어섰다.

“음, 확실히 모아 놓고 보니까 잘하는 친구들만 보이는 것이 A클래스 맞네.”

배정윤은 웃고 있어도 화가 난 듯한 강한 인상이었는데, 이미 슈스챌 지난 시즌을 모니터링해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얼마나 연습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고, 속이 깊으며 정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애들아. 모레 아침까지만 고생 좀 하자. 기왕 A클래스 받은 거 유지해야 되지 않겠니? 무대에 설 때 A클래스 친구들만 센터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알지? 기왕이면 맨 앞에 서야지.”

배정윤의 입에서 센터라는 말이 나오자 연습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짓는다.

“자. 그럼 안무부터 배워 볼까? 남자 여자 따로 나눠서 서 봐.”

조금 전 강당 무대에서 「DREAM OF」의 안무를 보여주었던 안무 팀 중 두 명의 안무가가 연습생들의 맨 앞에 섰다.

배정윤은 매의 눈을 하고는 레슨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 * *

“아우! 씨. 힘들어. 너희들 연습하고 있어 봐. 나는 5분만 쉴게.”

계속해서 반복 재생하던 노래가 방금 막 끝이 났다.

연습생 중 한 명이 구석으로 달려가 슬라이딩하듯이 누워버린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자유 연습 시간이었지만, A클래스 연습실에 모여 있는 20명의 연습생들은 한 명도 숙소로 돌아간 사람이 없이 모두 안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내일은 보컬 레슨이 있기 때문에 아침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안무를 마스터해 놔야 내일 심리적으로 덜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형! 지금 쉴 때예요? 빨리 일어나요. 형 자꾸 ‘꿈을 꾸고 있어’ 할 때 이 부분 스텝 틀리잖아요.”

구석에 대자로 뻗어 있던 김자성에게 다가간 나는 팔을 뻗어 김자성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잔소리를 했지만, 꼼짝도 않고 휘휘 손을 젓는 김자성은 가뿐 호흡을 내쉬며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너도 나이 먹어 봐. 힘들어 죽겠어. 난 이미 틀렸으니까 너 먼저 가.”

하지만 나는 기어이 김자성을 일으켜 세워 연습생들이 있는 거울 앞에 데려다 놓았다.

“27살이 무슨 많은 나이라고? 배정윤 쌤은 마흔 살인데도 펄펄 날아다니시잖아요. 음악 틀게요.”

김자성은 내게 안무를 봐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후회가 되는지 나를 째려보았다.

‘아우! ‘확!’ 버릴까보다.’

내가 음악을 재생하자 잠시 숨을 돌리던 연습생들이 모두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안무 연습에 돌입한다.

물론 A클래스라 해서 모두 다 안무를 소화하는 것은 아니었다.

춤이 조금 빠지지만 뛰어난 보컬 때문에 혹은 랩 때문에 A클래스에 오게 된 연습생들도 있었으니 모든 게 딱딱 맞는 칼군무가 나올 리가 없다.

“시후야, 나 이 부분 좀 봐 줘.”

또 다른 연습생이 내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반지의 능력으로 사실 안무는 처음 강당에서 봤을 때부터 다 외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숙소로 돌아가 잠이나 자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서, 다른 연습생들의 안무를 봐주고 있는 상태였다.

“이 부분은 손을 더 뻗어서, 네 쭉 뻗어야 선이 살아요. 맞아요.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돼요. 다시 한번 해 볼…….”

설명을 곁들여 시범을 보이던 나는 당혹스러운 광경에 말을 끊었다.

한 명씩 다가와 안무를 봐달라고 하던 아까 상황과는 다르게 대여섯 명의 남자 연습생이 내 옆으로 하나둘씩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잉?”

무슨 상황인지 묻는 내 표정을 보자, 주변에 모인 연습생들이 머쓱하게 웃는다.

“시후 네가 봐 주면 이상하게도 잘 돼서 말이야.”

“맞아요. 형이 보여주는 동작이 너무 정확해서 이해하기도 쉽고 따라 하기도 쉽단 말이에요.”

합창하듯 대답하는 것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다.

시곗바늘이 새벽 4시를 향해 달려가자 점점 졸음이 밀려왔지만, 내 도움을 원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은 흠흠. 선인의 덕목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 우리 그럼 저쪽으로 모여서 같이 해보자.”

내가 이끌면서 공간이 비어 있는 한쪽으로 모두의 발걸음을 옮겼다.

맨 앞에 서서 걷는 나는 ‘이 시간이 졸린 것만 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천상경에 울림을 전했다.

‘혹시 잠 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요?’

“‘잠의 신’ 힙노스(Hypnos) 님께 부탁해 볼 수는 있습니다만 하급 각성의 엑스트라 링으로는 직접 교류하실 수 없으실 겁니다. 제가 아폴론 님께 당장 선인의 요청을 전달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천상경의 사자로부터 공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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