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최후의 수단 (3)
카엘이 마왕에게 덤비는 걸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소피아가 먼저 폭발의 오러를 사방에 터트리며 사천왕 전사의 빈틈을 노렸다.
전사는 대검으로 간단히 소피아의 공격을 막아 냈다.
“흥. 여자치고는 제법인데.”
그러면서 대검을 휘두르는데 소피아가 피하자 대검의 검기가 살아 있는 것처럼 방향을 꺾어 소피아의 빈틈을 노렸다.
소피아는 그걸 폭발의 오러로 막아 내며 대꾸했다.
“그쪽도 제법이네요.”
“포박!”
마왕이 등장해서 이목이 끌린 사이에 몰래 주문을 외워 둔 마법사가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붉은 밧줄들이 튀어나오더니 브로칸의 손발을 붙들었다.
브로칸은 으르릉거리며 곧바로 붉은 밧줄을 물어뜯고는 월도 갑옷의 칼날을 세운 채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반인반용은 난데없이 드래곤 브레스를 뿜어냈다.
메케한 냄새를 풍기는 독가스였다.
하지만 그건 라 키레아스의 드래곤브레스에 곧바로 불탔다.
“겨우 그걸로?”
“큭!”
라 키레아스의 조롱에 반인반용이 달려들어 육박전을 시도했다.
다크엘프와 엘프 자매들은 각자 정령을 소환해 부딪쳤다.
엘프 자매들의 숫자가 많았지만, 다크 엘프가 소환한 어둠의 정령을 압도하진 못했다.
그래도 셋이서 포위한 채 공격하자 다크엘프도 쉽사리 공세에 나서진 못했다.
이렇게 사천왕과 카엘의 동료들이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을 때.
카엘은 마검들과 함께 마왕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러나 마왕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젠장. 이 개자식은 왜 한 대도 안 맞냐.
아조트가 사방에 검기를 내뻗으며 공격했지만, 마왕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는데도 가로막혔다.
마왕을 휘감고 있는 검은 마기가 방어하는 거였다.
-험한 말 하면 못써. 초조하더라도 차분히 공략해 나가다 보면 신이 해답으로 인도해 줄… 으악!
옆에서 잘난 체하던 리키드가 마왕이 쏜 마기에 얻어맞고 쓰러졌다.
검은 마기가 방어만 아니라 공격까지 수행하는 거였다.
‘역시 여기서는 이걸 쓸 수밖에 없나.’
카엘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깃털을 하나 꺼냈다.
성녀가 불러냈던 천사의 시험을 이겨 내고 받은 천사의 깃털이었다.
‘천사의 힘이 필요할 때 이걸 불태우라고 했지.’
카엘은 불을 붙여 깃털을 태웠다.
그러자 천사가 강림할 때처럼 찬란한 빛이 내리쬈다.
빛은 어둑한 하늘을 뚫지 못하고 어두움만 한층 옅게 했을 뿐이었다.
처음에 인상을 쓰며 하늘을 노려봤던 마왕이 미소를 지었다.
“흐흐, 이걸 뚫진 못하는군.”
마왕의 힘 때문인지 천사를 소환하는 데 실패한 거였다.
그래도 어두움이 옅어진 만큼 마왕의 힘이 약해진 듯, 전신을 둘러싼 마기가 조금 옅어진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카엘도 천사가 나와서 해결해 주리라 믿진 않았다.
그게 가능했으면 과거에 성녀가 천사를 불러서 마왕을 상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을 테니까.
그저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 공격할 기회를 얻는 게 목적이었다.
‘지금처럼.’
콰직!
아래에서 들리는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마왕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갔다.
지면보다 약간 위에 떠 있던 마왕의 발과 검은 마기마저 꽁꽁 얼어붙은 거였다.
천사가 주의를 끄는 사이, 카엘이 최대한의 냉기를 보낸 거였다.
“지금이다! 공격해!”
카엘의 신호에 맞춰 아조트와 리키드가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나를 막지 못한다.”
마왕이 그러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자 마기가 단단히 뭉치며 셋을 후려쳤다.
-큭!
-이런.
“다시 공격한다!”
아조트와 리키드가 낭패한 듯 구는데, 카엘이 소리쳤다.
이번에는 꼼수를 쓰지 않고 셋이서 순순한 힘으로 부딪쳤다.
하지만 여전히 밀려났다.
‘확실히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이기긴 힘들어.’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왕의 힘을 가늠한 카엘은 마왕을 슬쩍 쳐다봤다.
‘그래도 우리를 더 밀어붙이지 않는 거로 봐서는 마왕도 이 이상 힘을 발휘하긴 힘든 거 같네…….’
한편 멀리서 그 광경을 고소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마족 위자르샤였다.
‘감히 마왕님께 저항하다니, 헛된 저항이라는 걸 깨닫고 절망하도록. 너희가 준비한 어떤 것도 소용없을 것이다.’
위자르샤는 카엘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그동안 어떤 활약을 했고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소상히 보고했다.
그런 후 감시하러 왔더니 이번에는 회귀의 목걸이까지 손에 넣은 게 아닌가?
위자르샤는 곧바로 마왕님께 알렸다.
그뿐만 아니라 죽을 위기에 처하면 회귀의 목걸이를 사용할지 모르니 몸을 뺏거나 생포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마왕은 위자르샤의 말대로 방심하지 않고 사천왕을 총출동시키고 직접 카엘을 상대했다.
카엘을 지치게 만든 뒤 틈을 봐서 몸을 뺏거나 생포하려는 중이었다.
‘어차피 저 인간이 지치면 마왕님을 막을 자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위자르샤도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약발을 잘 받는 카엘이 회복 포션을 꾸준히 먹어 주기만 하면 지칠 일이 없다는 거였다.
게다가 마왕을 상대하는 거니만큼 초소형 회복 포션을 잔뜩 가져왔다.
마왕은 한참을 싸우다가 감탄했다.
“훗. 인간치고는 제법 근성이 있군.”
마왕은 카엘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전 세계의 포털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느라 정신이 팔려 카엘이 초소형 회복 포션을 몰래몰래 먹은 걸 못 본 거였다.
한창 사천왕과 싸우는 와중에도 카엘을 본 브로칸이 걱정했다.
“저건 대체 어떻게 이길 수 있죠?”
“영노 님이라도 부르면 좋을 텐데 안 나타나시니…….”
소피아가 아쉬워했다.
출발하기 직전에 만파식적을 불어 봤지만, 영노가 나타나지 않은 거였다.
지금 타모라국과 솔국에도 마계의 몬스터들이 침공해 왔을 테니 그곳을 지키느라 못 오는 모양이었다.
카엘은 이해했다.
당장 자기 집이 무너지게 생겼다면 이곳까지 달려와 싸워 달라는 걸 거절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카엘은 저 상태로 어쩔 작정이지?”
라 키레아스가 걱정했다.
아무리 초소형 회복 포션의 효과가 좋고 잔뜩 가져왔다고 해도 언젠가는 바닥이 나기 마련.
반면에 마왕은 마계와 몬스터로부터 힘을 받는 이상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카엘도 아무런 작전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왕이 지치진 않겠지만, 힘이 빠질 수는 있지.’
이 세계의 잔존 마력과 몬스터들의 마력을 합친 것만큼 강해진다고 하니까.
마계에서 넘어온 몬스터를 일정 수 이상 퇴치하기만 하면 마왕이 약해지는 때가 분명히 올 거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부딪칠 때마다 힘이 미세하나마 다른 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카엘의 짐작대로였다.
세계 각지에 통로가 열리고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다들 당황했지만.
이내 태세를 갖춰서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몬스터가 늘어나는 속도도 늦춰지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저 멀리 동방의 타모라와 솔국에서는 무관들에 영노와 도채비들과 각종 요괴까지 힘을 합쳐서 몬스터와 싸운 덕분에 몬스터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합군.
연합군 중에서도 니제르 왕국의 황금 금속기를 쓰는 인간들과 리저드맨들이 현재 아무것도 없는 제국 수도 근처에 있는 상황.
그들이 몬스터와 제대로 맞붙기만 하면 몬스터들이 대거 제거될 테니, 마왕이 약해질 때가 반드시 생길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리 늦지 않은 시기에 찾아왔다.
“큭!”
한창 카엘을 공격하던 마왕이 순간 움찔하더니 전신을 감싸고 있던 마기가 흐트러진 거였다.
카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때다! 공격!”
카엘은 소리치며 아조트, 리키드 마검 전사와 함께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지금 빈틈은 마왕이 판 함정이었다.
“흐흐흐. 그럴 줄 알았지.”
마왕은 순식간에 마기를 일으켜 셋을 날려 버렸다.
아조트와 리키드의 마검 전사 갑옷은 박살이 났고, 카엘이 입고 있던 황금 갑주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왕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마기를 뭉쳐 거창을 만들어 카엘에게 내던졌다.
푹!
거창이 카엘의 몸을 꿰뚫었다.
순수한 마기로 만든 거창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덕분에 피를 쏟아 냈다.
“커억!”
마왕은 그런 카엘을 향해 다가가며 비아냥댔다.
“흐흐, 얼음으로 내 발목을 잡으려는 걸 보고 꼼수를 부리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지. 하지만 그게 네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큭.”
카엘은 이를 악물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카엘을 유심히 보고 있던 위자르샤가 소리쳤다.
-마왕님! 저 인간이 회귀의 목걸이를 쓰려는 거 같습니다.
“뭣이?!”
놀란 마왕은 순식간에 전신의 마기를 모두 모아 카엘에게 내쏘았다.
회귀의 목걸이를 쓰기 전에 카엘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퍼부은 거였다.
“지금이야!”
“응?”
카엘이 피를 토하며 소리치는 말에 마왕이 움찔했다.
그 순간.
푹!
검 상태의 아조트가 스스로 움직여 마왕의 심장을 찌른 거였다.
카엘을 해치느라 전신을 보호하던 마기가 일시적이나마 사라진 찰나에 공격한 거였다.
“이것들이 감히…….”
마왕이 분노하면서 아조트를 뽑으려고 할 때였다.
-이 몸도 있다!
리키드는 그대로 마왕의 뿔을 내리쳤다.
“크아아악!”
이번에는 마왕도 못 참고 괴로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검 형태로는 아무래도 뿔을 베어 내진 못했다.
“다 박살 내 버릴 테다!”
마왕이 분노하며 다시 마기를 끌어 올리려는 순간.
어느새 몸을 일으킨 카엘이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그걸 본 마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떻게…….”
엘릭서를 먹고 완전 회복 한 거였다.
‘황금 금속기 방어막이 작동 안 한 건 의외였지만. 그만큼 공격력이 강력했던 모양이겠지.’
하지만 마왕에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줄 의리는 없었다.
“알 거 없어.”
그렇게 대꾸한 카엘은 마왕의 뿔에 박힌 리키드를 내리쳤다.
빠각!
-으아악, 이 자식이 왜 날 공격해!
리키드는 점잔 피우는 모습을 버리고 욕설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지만.
카엘이 의도한 대로 신성력을 머금은 리키드의 칼날이 마왕의 뿔을 완전히 빠개 버렸다.
“으악! 으아아아아아악!”
뿔이 부서진 마왕은 극한의 고통이 엄습해 오는 걸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주 추한 모습이었다.
‘저것도 잠시겠지. 회복하기 전에 끝장을 내야 한다.’
카엘은 괴로워하는 마왕에게 다가가 사진참사검을 휘둘렀다.
냉기가 휘몰아치며 힘이 빠진 마왕을 얼리는 것과 동시에 목을 벴다.
뎅강.
하지만 마왕은 생각보다 끈질겼다.
“이대로 나 혼자서 죽을 수는 없다!”
마왕의 목에서 쏟아진 마기를 머금은 피가 카엘에게 쏟아졌다.
“으윽.”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 카엘은 의식을 잃었다.
.
.
.
아니, 의식을 잃은 듯했다.
* * *
최후에 그렇게 되다니 회귀 전처럼 허망한 최후였다.
‘아니, 아직 죽은 건 아니야.’
마왕의 피를 뒤집어쓴 뒤, 아무것도 안 보이기에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기절한 것치고는 몸이 아주 조금이나마 움직였다.
게다가 그 와중에 뭔가가 살짝 만져졌다.
카엘은 그게 뭔지 바로 알았다.
회귀 전, 오크 로드에게 죽을 때도 무의식중에 만졌던 그건 바로 회귀의 목걸이였다.
‘그래 이걸 쓰면 또 회귀할 수 있을 거야.’
곧바로 사용하려던 카엘은 움찔했다.
자신이 죽긴 했지만, 어떻게든 마왕을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 성과를 다 없던 것으로 하고 회귀하려니 마음에 걸린 거였다.
마왕이 부활할 거까지는 예상 못 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회귀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잘하기 힘들 정도로.
‘그래. 그토록 염원하던 몬스터 대침공도 막았고, 마왕도 쓰러트렸으면 됐지.’
그리 생각하면 후련했다.
안타까운 건 바삐 사느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는 것뿐이었다.
다만, 이번에 회귀해도 그건 특별히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그래, 이대로 끝내자.’
카엘이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머리 위에서 웬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정도로 강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사심이 없을 수가 있나. 내가 졌다.’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마왕의 목소리였다.
마왕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했더니, 카엘의 주변에 빛이 쏟아지고 주위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거였다.
“…어떻게 된 거지? 난 죽은 게 아니었나?”
소피아가 보고 있길래 물었더니, 소피아가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카엘 님이 마왕의 피를 뒤집어쓰자마자 엘릭서를 썼어요.”
그 회복하기 전 찰나에 마왕이 카엘을 죽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회귀시키려고 유혹한 모양이었다.
‘회귀 안 해서 다행이야.’
카엘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의식을 잃었다.
* * *
카엘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클리페우스성 안이었다.
많이 지쳤는지 회복 포션도 듣지 않고 사흘이나 누워 있었다고 했다.
‘이거, 옛날 생각이 나는군.’
늘 아파서 무력하게 누워만 있던 시절이.
카엘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아버지 티겔과 어머니 마리안, 큰형 브란과 셋째 형 막시마는 물론.
소피아와 엘프 스승님 디오네와 엘프 자매들.
라이칸스로프 브로칸, 드워프 블렌트와 레인저 옥스와 경비대장 네먼 등.
클리페우스성의 가족과 동료들이 달려왔다.
카엘은 자신은 비록 누워 있었지만, 모두가 이 난리 속에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참 다행이야.’
모두의 안위를 확인한 카엘은 마왕이 쓰러진 후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사천왕은 마왕이 쓰러지자마자 급속도로 약해져서 금방 쓰러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편하게 끝난 건 아니었다.
마왕이 죽음으로써 마계에서 몬스터들이 넘어오는 문이 닫히긴 했지만, 이미 넘어온 몬스터들은 사방에 퍼진 상황.
심지어 강대한 제국이 완전히 무너졌나 보니 사람들은 자기 몸 하나 지키기 힘들고 몬스터의 위협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들은 카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가만히 누워 있을 게 아니겠네요.”
이러다가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기라도 하면 회색산맥의 경우처럼 세력이 확 커질지도 몰랐다.
그러면 이번에 입은 타격을 회복한 마왕이 부활할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걸 보며 마리안이 달랬다.
“아들아, 그래도 많이 힘들 텐데, 당분간은 누워서 좀 쉬는 게 어떠냐.”
“괜찮아요. 이럴 때 딱 만들어 먹으면 좋은 약이 있거든요.”
“이 아이도 참. 이 상황에서도 약을 만들어 먹겠다니.”
카엘의 말이 뜬금없었는지 마리안이 웃었다.
그러자 다들 따라 웃으며 한마디씩 했다.
“카엘 님이라면 충분히 그런 약을 만들어 내고도 남으시겠죠.”
“이번에는 꼭 따라가야지. 새로운 냄새를 잔뜩 맡게요.”
“저희 자매도 함께해도 되겠죠?”
그 말들을 듣던 카엘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이런 걸 바랐었구나.’
모두의 신뢰를 받고 의지가 되는 이가 된 거였다.
아파서 늘 무력하게 누워만 있던 소년이 항상 꿈꿔 왔던 대로 말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