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약 빤 막내아들-197화 (197/234)

197화 드래곤의 부활 (3)

거리의 사람들은 누군가 우르르 달려오길래 누군지? 하고 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어, 국왕님이다.”

“풀라니족 부족장도 계시네.”

“저것 봐. 제르마 부족장님도 뒤에 오시는데……. 아니, 전부 다 나오셨잖아. 부족의 후계자분들도 계시고 총출동하셨네.”

“대체 무슨 일이지?”

“지금 저쪽에 괴물이 쳐들어왔다고 난리던데 잡으러 가시나 봐.”

“역시 국왕님과 부족장님들이 계시니까 든든하네.”

다들 수군거리고 있을 때, 국왕이 보고 소리쳤다.

“다들 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지 말고 대피해!”

“아, 알겠습니다.”

국왕의 전에 없던 심각한 표정을 본 사람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은 걸 직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내궁으로 가면 리저드맨이 대피 장소를 알려 줄 테니까 거기로 피하면 된다! 어서 가!”

“네?! 리저드맨이요?”

순간 잘못 들었나 했지만. 이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부족장들이 지나간 뒤로 리저드맨들이 우르르 달려왔기 때문이다.

“엇! 리저드맨이다.”

“그것도 평소 보던 것들보다 큰데?”

“근데 왜 리저드맨이 여기에?”

“놀라지 마라! 함께 드래곤을 잡으러 온 거다!”

타우레그 족장 알리부가 소리쳤다.

리저드맨들을 보고 놀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맨 후미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앗! 정말인가 봐.”

“리저드맨이라면 질색하는 타우레그 족장님이 함께하시는 거면 믿을 수밖에.”

“드래곤을 잡으려면 하는 수 없나 봐.”

“우리도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도망치자!”

한참을 달려간 국왕의 눈에 알 쿠브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알 쿠브라는 닥치는 대로 건물을 부수면서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코를 킁킁댔다.

“우스만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국왕과 부족장들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오호라. 너희들이었구나. 리저드맨까지 있다니 함께 잘근잘근 씹어 먹어 버리겠다!”

그렇게 말한 알 쿠브라는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의 특기인 흡수 브레스를 쓰기 위해서였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알 쿠브라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주위의 모든 걸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 리저드맨 할 거 없이 밧줄을 꺼내 던졌다.

제르마족의 후계자 디오리가 쓰던 황금 금속기처럼, 밧줄 끝에는 추가 박혀 있었는데 주변의 나무나 기둥에 휘감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줬다.

모래 구덩이 함정을 파는 앤트라이온에 대비해 쓰던 도구가 빛을 발한 거였다.

하지만 모두가 난데없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으아아아악!”

타우레그족의 후계자 다우다가 소리치며 날아갔다.

밧줄을 던졌지만, 아무것도 붙들지 못한 탓이었다.

그때였다.

덥석.

붉은 꼬리가 다우다의 팔을 붙잡았다.

붉은 꼬리 족장이 자신의 꼬리를 뻗어 다우다를 구한 거였다.

“가, 감사합니다.”

부루루아는 다우다의 말을 알아들 진 못했지만,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 이전에 전우를 구한 거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상태로 마냥 버티기에는 알 쿠브라의 흡수력이 너무 강력했다.

‘이러다가 둘 다 죽겠군. 이 인간이라도 살려야지.’

붉은 꼬리 족장이 날아가려고 할 때 꼬리에 최대한 힘을 줘. 다우다를 구석에 내던졌다.

그리고 그대로 알 쿠브라에게 빨려 들어가려 할 때였다.

쇠사슬 추, 두 개가 붉은 꼬리 족장의 팔과 다리를 각각 잡았다.

쇠사슬 추를 쓰는 제르마족 부족장과 후계자 디오리가 구한 거였다.

“우리를 구하러 왔다가 죽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지!”

그러는 사이 알 쿠브라의 브레스가 끝났다.

“지금이다! 어서 공격해!”

국왕이 외치는데, 풀라니족의 후계자 마하마네가 소리쳤다.

“다들 알지? 한 점을 노리는 거다.”

“어!”

“알겠어!”

정작 국왕과 니제르 왕국의 부족장들은 무슨 소린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공격했다.

국왕이 강력한 황금 금속기인 곡도로 알 쿠브라를 후려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격이 먹히질 않는군. 이를 어쩌지.’

국왕이 난감해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오옷! 성공했다!”

“역시 마하마네야!”

환호성이 들려서 돌아보니, 풀라니족 부족장과 그 후계자 마하마네가 함께 공략 중인 곳에 작지만, 상처가 나 있었다.

“너희도 어서 공격해.”

“엄마, 먼저 공격하세요. 저것처럼 곧바로 이어서 공격할 테니까요.”

다른 후계자들의 외침에 국왕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부족장이 공격한 곳에 바로 이어서 공격하니 먹힌 거였다.

‘한 점을 노린다는 게 그거였나?’

마하마네는 카엘과 소피아가 극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앤트라이온의 껍데기를 깨는 걸 보고 다른 후계자들한테 알려 주며 제안한 공격법이었다.

마하마네가 말하는 한 점 공격법은, 리저드맨 부족장들도 잘 알았다.

[우리도 저렇게 공격해야 해! 카엘 님이 공격했던 거 기억하지?]

[은인이 싸우는 건 나도 봤지.]

[은인만큼은 못하겠지만, 한번 해 보자!]

리저드맨들은 힘내서 협공으로 알 쿠브라를 공격했다.

곳곳에서 자신을 공격하자 알 쿠브라는 제법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그 모습을 보며 국왕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도 저렇게 싸워야 할 텐데, 세이비는 대체 이 난리에도 안 나타나고 어디로 간 거지?’

국왕이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는 게 아닌가?

마침 혼자 남은 붉은 꼬리 족장 부루루아가 무기를 들어 흔들었다.

그 의도를 눈치챈 국왕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같이 싸우자고? 좋아.”

그렇게 서로 짝이 된 국왕과 부루루아는 알 쿠브라에게 큰 타격을 줬다.

“크어어어! 이것들이, 가만 안 두겠다!”

알 쿠브라가 발광했지만, 점점 상처가 쌓여 갈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저 드래곤을 잡겠어요.”

저 멀리서 알 쿠브라를 보던 소피아가 말했다.

국왕에게 알 쿠브라의 등장을 알린 소피아는 카엘이 걱정되어 엘프 자매들과 함께 카엘을 찾아 사막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도착한 카엘과 함께 만나서 돌아오려는데, 알 쿠브라와 한창 전투 중인 걸 목격한 거였다.

“그러게.”

소피아의 말에 카엘은 가슴이 벅찬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제르 왕국 사람들과 리저드맨들이 함께 싸우면 알 쿠브라는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 실현된 거였다.

‘이대로라면 영노 님을 부를 필요도 없겠네.’

한편 리저드맨과 인간들의 협공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알 쿠브라는 비장의 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 *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알 쿠브라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공격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왕과 싸울 때의 인간들보다는 약하기에 금방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둘씩 짝지어서 공격하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거기다가 리저드맨이랑 인간들이 함께 손잡고 덤비기까지 했다.

‘이것들이 미쳤나.’

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과 리저드맨은 서로 앙숙이었다.

인간들은 모든 몬스터와 아인종들을 마왕의 부하로 간주하고 몰아내려고 했으니까.

심지어 리저드맨들은 자신이 마법으로 속박해 둔 부하로 하여금 자신의 둥지를 노리던 인간들을 사냥하도록 명령해 뒀다.

그런데 어느새 마법을 풀고 역으로 봉인 마법으로 자신을 감금한 거였다.

‘이럴 거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드래곤이 몇백 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 변화된 세상을 즐기는 건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생명체로서 관조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

이렇게 두들겨 맞는 걸 즐기는 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죽겠다.’

몸을 빼서 도망치려고 해도 공격이 어찌나 거센지 도통 틈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 수밖에 없는가.’

알 쿠브라는 자신의 체내 한쪽 구석에 밀어 둔 마석을 떠올렸다.

위자르샤가 준 마석은 자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테지만, 마왕의 힘을 받아들이는 만큼 자신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려 들 게 뻔했다.

물론, 위대한 드래곤의 정신력을 마왕이 지배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 건 사실이었다.

‘마왕이 부활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 쓰게 되다니……. 이걸 쓰게 만든 너희들을 절대 가만 안 두겠다.’

알 쿠브라는 악독한 눈빛으로 여전히 신나서 자신을 공격해 오는 인간들과 리저드맨을 노려봤다.

그리고 체내의 마석을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즉시, 알 쿠브라의 전신이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우우웅.

그걸 본 인간과 리저드맨들은 경계하며 물러섰다.

“왜 저러지?”

“뭔가 새로운 기술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죽으려는가?]

[하지만 아직 치명상은 못 입혔는데.]

모두가 황금 금속기를 쓰는 고수인 만큼 상대의 상태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었다.

공격이 먹히긴 해도 큰 타격은 못 주는 걸 알고 있기에, 장기전이 될 거라 예상하던 참이었다.

그때였다.

“너희들 모두 죽었다!”

알 쿠브라가 소리치자 곳곳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드래곤 피어에 황금 금속기 방어막이 박살 난 거였다.

“이, 이런.”

“이런 공격을 쓸 수 있다니.”

[드래곤 피어다.]

[방어막이 날아갔으니까 다들 조심해!]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알 쿠브라의 외형이었다.

기다란 신체에 더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수많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머리에는 본래 있던 두 개의 뿔 사이에서 거대한 뿔이 새로이 돋아 있었다.

그걸 본 모두가 알 쿠브라가 한층 강해졌다는 걸 눈치챘다.

“설마 여기에서 더 강해진 건가.”

“어떻게 상대하라고.”

[이래서야 공격도 안 통하겠는걸.]

[끝장이다.]

다들 절망하는 와중에 하늘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게 아닌가?

고개를 올려다보니 난데없이 하늘에 먹구름이 낀 거였다.

“뭐야? 왜 저래?”

[저것도 알 쿠브라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콰르르르릉!

그때 벼락이 내려치면서 먹구름이 갈라지더니 용, 영노가 나타났다.

카엘이 알 쿠브라가 변형하는 걸 보고 마석을 흡수한 거라고 판단하고 부른 거였다.

한편 하늘에 떠 있는 영노를 본 리저드맨과 니제르 왕국의 부족장들은 깜짝 놀랐다.

“저것도 알 쿠브라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설마 드래곤인가?”

[드래곤처럼 보이는데, 같은 편?]

그때 영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카엘, 나는 왜 또 불렀나?”

카엘이 불러냈다는 의미의 물음에 니제르 왕국 측과 리저드맨 측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해진 알 쿠브라 하나도 상대하기 어려운데 또 다른 드래곤이 나타나서 공격해 온다면 그야말로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저런 강대한 존재를 부르다니…….”

[역시 은인은 대단하시군.]

“카엘은 멋진 남자네.”

다들 수군거리는 와중에 카엘이 영노에게 말했다.

“저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는데 마석을 쓴 거 같습니다.”

“드래곤? 전에 봤던 드래곤과는 모양이 많이 다른데?”

“외형이 다른 것뿐입니다.”

“어쨌든 강해 보이는데, 꼭 강한 상대랑 싸울 때만 부른단 말이야.”

“그럴 때가 아니면 굳이 영노 님을 부를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긴 그런가. 좋아. 이번에도 힘을 보태 주지!”

영노는 웃으며 알 쿠브라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멀리서 날아오는 벼락에 알 쿠브라가 외쳤다.

“너는 뭐냐! 이 자식, 왜 날 공격해!”

“나쁜 놈이라서 그렇다.”

“왜 내가 나쁜 놈이냐!”

“마석을 써서?”

“…….”

알 쿠브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창 마왕이 날뛸 시절에는 자신도 마석을 쓰는 인간이나 아인종을 나쁜 놈 취급하며 실컷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흥! 너도 잡아먹으면 그만이다.”

알 쿠브라가 흡수 브레스를 썼다.

“뭐야? 장난치냐? 어, 어 이게.”

처음에는 가볍게 보던 영노가 당황했다.

허공에서 버틴다고 버텼지만, 조금씩 딸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때.

강력한 공격이 알 쿠브라를 후려쳤다.

카엘과 소피아가 공격한 거였다.

[은인이 공격한다.]

“우리도 싸우자.”

그걸 본 리저드맨과 니제르 왕국 측에서도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알 쿠브라의 몸이 워낙 길어서 서로 겹치지 않게 공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마석을 흡수한 알 쿠브라가 너무 강하다는 거였다.

“귀찮은 녀석들!”

알 쿠브라가 소리치자 새롭게 생겨났던 가시가 튀어 나갔다.

위기감을 느낀 리저드맨이 순간적으로 꼬리를 들어 막았지만, 되레 단단한 꼬리가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크윽!]

“저거, 가시를 쏠 수 있나 봐.”

[다들 조심해라!]

“오호. 마석 때문에 이런 능력도 생긴 건가? 너희는 이제 다 죽었다!”

한편 자신이 얻게 된 의외의 능력을 깨달은 알 쿠브라는 본격적인 반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하나둘 다쳐 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또 이걸 써야 하나.’

점점 악화하는 전황을 보며 카엘이 품속의 마석 포션으로 손을 가져가려 할 때.

저 멀리서 붉은 점이 맹렬하게 날아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응? 저건?”

그 붉은 점의 정체를 깨달은 카엘은 반가운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라 키레아스 님이 부활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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