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몬스터 대침공 (2)
오크 군단의 공세는 밤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히려 밤눈이 밝은지라 심야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한층 치열하게 공격해 왔다.
마찬가지로 야간에도 시야에 제약을 별로 안 받는 드워프와 엘프, 라이칸스로프들이 없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 오는 새벽이 되어서도 전투는 계속됐다.
티겔은 그 와중에 전황을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병사들은 아직 버틸 만합니다. 사기도 높고요.”
“카엘 님이 만들어 둔 각성제와 피로 회복약 덕분이죠. 그거 아니었으면 진작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백인대장과 레인저 조장이 각각 한마디씩 했다.
“물자는?”
“식량은 여유가 많으나 전투 물자가 부족합니다.”
평소보다 많은 적에 올해 쓸 전투 물자가 바로 동나 버린 거였다.
“우리가 급하게 제작 중이야.”
드워프 대표로 나온 칼스벅이 대꾸했다.
“전투하는 와중에도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칼스벅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티겔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힘들지만, 희망을 버리지 마라! 여러 곳에 지원 요청을 보냈으니 머지않아 지원군이 도착할 거다!”
긍정적인 전망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 백인대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근데 티겔 님, 하나 우려되는 게 있습니다.”
“뭔가?”
“장벽 아래로 몬스터들의 사체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사체들이 적의 공성 탑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사체를 밟고 장벽을 넘어올 수 있을 정도로 사체가 쌓이는 중이라는 거였다.
‘그 정도란 말인가? 하긴 워낙에 많은 숫자가 덤비니 사체가 쌓이는 정도도 적지 않겠군.’
티겔은 장벽 아래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백인대장에게 물었다.
“평소처럼 기름을 붓고 태워 버리면?”
“안 돼. 그때 오크들이 덤벼들면 더 단단하게 굳어 버릴 수도 있어. 자칫하면 더 오르기 편하게 땅을 다지는 꼴이 될 거야.”
칼스벅의 조언에 티겔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못 써먹겠군요.”
“지금으로서는 적이 사체로 공성 탑을 만들기 전에 적의 병력에 한계가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백인대장의 의견에는 다들 회의적이었다.
지금까지 공격해 온 오크들의 숫자만도 수천에 달하는데, 아직 회색산맥 쪽에 있던 오크의 숫자도 그 몇 배는 되어 보였다.
도저히 끝이 안 보이는 숫자였다.
지금 오크들이 한꺼번에 못 쳐들어오는 것도 단순히 장벽 앞이 그 정도로 넓지 않았기 때문.
장벽이 무용지물이 되는 건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였다.
‘그간 우리를 가지고 놀았군.’
티겔은 허탈했다.
일전을 위해 병력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예상한 건 기껏해야 정예 수백에 많아야 천이라고 생각했거늘, 상대가 준비한 건 수만은 되어 보였다.
그렇다고 티겔이 나가서 싸울 수도 없었다.
이 자리에 오크 로드를 막을 만한 전력은 자신밖에 없었으니까.
그 탓에 현재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오크 로드와 싸울 때를 대비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지원군만 오면 장벽이 무력화된다고 해도 버틸 수 있겠지.’
안 그래도 왕성의 호위로 있는 소드 마스터를 보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참이었다.
그때였다.
“소드 마스터여, 나와라! 나와 결투하자!”
쩌렁쩌렁한 오크 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크가 인간 말을 했어.”
“그보다 방금 결투라고 한 거 들었어?”
“오크와 결투를 한다고?”
“전에 카엘 님이 오크 워리어와 결투를 했다고는 들었어. 그래도 갑작스러운데.”
난데없는 제안에 다들 당황했다.
하지만 오크 로드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준비한 모든 오크 워리어를 모조리 동원하면 클리페우스성을 함락하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오크 로드의 최종 목표는 클리페우스성의 함락이 아니었다.
클리페우스성을 넘어가는 건 어디까지나 계획의 첫 단계.
이 이후로 인간의 왕국을 유린하고 오크 왕국을 세워 대륙을 지배하는 게 목표였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 이상 소모전은 피하고 싶었다.
티겔이 나가자 오크 로드가 거대한 창을 들고 서 있었다.
“오크 로드…….”
“드디어 나왔군, 소드마스터! 나와 결투하자! 네가 이기면 얌전히 병력을 물리겠다.”
“내가 지면?”
티겔의 말에 오크 로드가 히죽 웃으며 커다란 어금니를 드러냈다.
“성문을 열어 주기만 하면 된다! 우린 어디까지나 대륙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그럴 수는 없다. 이곳에서 몬스터를 막는 건 나의 사명이니까.”
“좋아, 좋아. 내가 양보하지. 내가 이겨도 아무 조건을 안 달겠다.”
어차피 의미 없는 말이었다.
티겔이 쓰러지면 성문을 열어 주지 않아도, 쉽게 장벽을 무너트리고 성을 함락할 수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음…….”
티겔이 잠깐 생각하는 듯하자 오크 로드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와 한 시간만 싸워 버텨도 내 패배를 인정하지. 설마 그 조건마저 피할 생각은 아니겠지?”
모두의 시선이 티겔에게 쏠렸다.
그 말에 티겔이 속으로 혀를 찼다.
‘치, 예상은 했는데 정말로 저렇게 나오다니, 몬스터치고 너무 영리하군.’
주변에서는 티겔이 오크 로드 따위에게 절대 지지 않으리라 믿는 데다가, 이 힘든 전투를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대결을 피한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러면 앞으로 상황이 나빠질 뿐이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아넣은 거였다.
“좋다. 결투를 받아들이지.”
“와아아아아아!”
티겔의 대답에 쩌렁쩌렁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클리페우스성 장벽의 거대한 철문이 위로 올라가고 티겔이 휘하의 클라모스 기사단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오크들은 전선을 한참 뒤로 물리고 그 앞에는 오크 로드만 긴 창을 든 채 당당히 서 있었다.
티겔은 기사단을 놔두고 오크 로드에게로 다가갔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오크 로드가 창을 앞세우며 달려왔다.
“긴말할 거 없이 시작하지!”
“와라.”
티겔도 오러를 덧씌운 검을 휘둘렀다.
쾅!
창과 검이 부딪치자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휘몰아친 기운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과 오크의 몸이 젖혀졌다.
가까이 있던 게 기사단과 오크 워리어가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졌을지도 몰랐다.
“제법이로군.”
“너야말로.”
오크 로드의 창은 오러를 덧씌운 검과 부딪쳤지만,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저 창이 보통 창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강력한가 보군.’
오크가 쓰기에는 드문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쓰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그 뒤로 수십 번의 공방이 이어졌다.
티겔과 오크 로드는 서로 맞부딪쳤다가 자리를 바꿨다가 하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티겔은 소드 마스터답게 정교하게 오크 로드의 약점을 찌르려고 했고.
오크 로드는 그걸 창으로 쳐 내면서 공간을 지배했다.
엄청난 공방에 다들 놀란 눈으로 지켜만 봤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호각으로 보였다.
‘이대로라면 1시간 동안은 충분히 버티겠어. 그러면 오크 로드가 약속을 지켜서 부대를 물릴지도 몰라.’
클리페우스성에서 그런 희망을 품었을 때쯤.
쾅!
오크 로드가 힘껏 창을 휘두르자 그걸 막아 낸 티겔이 주르륵 밀렸다.
“큭.”
공격을 무사히 받아 내긴 했지만, 어찌나 강력한지 내장이 뒤흔들리고 속이 뒤집히는 걸 간신히 참아 냈다.
반면에 오크 로드는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이제 몸은 다 풀었으니 본격적으로 해 볼까.”
‘본격적으로 한다고?’
클리페우스성 쪽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와중에 오크 로드의 검녹색 피부가 점차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오크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우옷! 저게 뭐야?”
“투기를 끌어올리시나 봐.”
“오크 로드님께서 진정한 힘을 보여 주시는구나.”
한편으로 오크 로드의 심상치 않은 변화에 클리페우스성에서는 의아해할 뿐이었다.
“대체 뭐 하는 거지?”
“투기를 끌어모아 신체를 강화하는 거네요. 일부 오크만 가능한 특기죠.”
원로 엘프 모이라의 설명을 들은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도 간신히 맞상대하고 있는데, 더욱 강해진다고?!’
그때였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군.”
티겔이 중얼거리자, 평소 특별한 색깔이 없던 티겔 공작의 오러가 선홍빛을 띠기 시작했다.
“모이라 님, 공작님 쪽은 어떻게 된 거예요?”
“저, 저건…….”
모이라도 당황한 듯 티겔 공작을 바라보다가 침통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강한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생명력을 불사르는 겁니다.”
“아니, 그럴 수가…….”
주위에서는 안타까워했지만, 그만큼 티겔 공작으로서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1시간 버티면 되니까. 지금 얼마나 지났지?’
티겔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오크에게 덤벼들었다.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됐다.
둘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오크나 일반인은 그 전투를 눈으로 따라가지도 못할 상황이 됐다.
오크 로드는 끌어올린 투기로 공세를 펼쳐 나갔고, 티겔은 생명력을 불태우며 싸우면서도 수세에 몰렸다.
누가 봐도 오크 로드가 우세를 점하고 티겔은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초조한 건 오크 로드였다.
‘젠장. 언제 쓰러지는 거야?’
투기를 끌어올리면 언제든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앞의 인간은 역시 만만찮았다.
이대로라면 약속한 시각이 지나고 철수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딴 약속이야 깨 버려도 상관없지만, 전투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오크들이 안 따를 가능성이 컸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그걸 쓰는 수밖에.’
“음?”
티겔은 오크 로드에게서 미묘한 빈틈을 발견하고는 공격을 펼쳤다.
함정은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발견하기도 힘든,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었으니까.
‘그래도 이 공격에 성공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몰라.’
티겔은 무리하느라 지친 와중에도 예리하게 검을 내찔렀다.
그러나.
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공간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크음.”
무형의 기운이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려는 걸 겨우 뿌리치며 오크 로드의 어깨를 찌른 순간.
퍽!
어느새 오크 로드의 창이 티겔의 가슴팍을 찔렀다.
쾅!
괴력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티겔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헉!”
“저런.”
“큰일이야!”
장벽 위의 병사들은 티겔 공작이 당한 걸 보고 어찌할 줄 몰랐다.
“공작님을 구하라!”
“크취익! 어딜!”
클라모스 기사단이 티겔이 쓰러진 곳을 향해 달려가는 차에, 오크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였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불어오더니 엘프들이 장벽 아래로 날 듯이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작님을 구해야 해!”
“카엘 님을 위해서라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해야 한다!”
엘프들이 결연한 마음으로 장벽을 내려가는데, 그 뒤를 라이칸스로프가 쫓아왔다!
“가자, 티겔 공작을 구하러!”
“드디어 제대로 된 공을 세울 기회다!”
“아우우우우우우!”
라이칸스로프들은 장벽을 타고 아래로 내달려서 엘프보다 먼저 도착했다.
덤비는 오크들을 물리치고 티겔 공작을 낚아챘다.
“어서 성으로 모셔 가.”
“저희가 도울게요.”
뒤늦게 도착한 엘프들도 오크들과 싸우면서 장벽으로 달려 티겔 공작을 옮기는 라이칸스로프를 보호했다.
오크들이 창을 던지며 방해하는 건 정령의 힘을 빌려 막거나, 다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나서서 막았다.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드워프 칼스벅이 소리쳤다.
“뭣들 해?! 우리도 지원해야지.”
드워프들은 뒤쫓아 오는 오크들을 향해 남은 화살은 물론, 손도끼까지 모조리 날렸다.
그 덕분에 간신히 티겔 공작을 구해 장벽 위로 피신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오크들이 다시 공격을 개시해서 공성전이 재개됐다.
하지만 장벽 위에서는 다친 티겔 공작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었다.
오러로 신체를 보호하고 있던 덕택에 가슴팍이 뚫리진 않았지만, 충격이 컸는지 의식이 없었다.
“어서 회복 포션을 가져와라!”
막시마의 외침에 시종이 카엘이 두고 간 회복 포션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티겔은 회복 포션을 마시고도 여전히 의식불명이었다.
심지어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숨을 가쁘게 쉬는 게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왜, 왜 안 낫는 거죠?”
막시마는 울상이 되어서 물었다. 그걸 본 원로 엘프 모이라가 티겔을 살펴보더니 한마디 했다.
“오러로 소진한 생명력에 큰 타격을 입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명력을 회복하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세계수의 열매라도 열리면 괜찮겠지만, 아직 쓸 만하지 않아서…….”
미안해하는 모이라였지만, 정작 막시마는 이미 다른 게 떠올랐다.
“새, 생명력, 생명력만 회복하는 약이 있으면 괜찮은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 말에 부리나케 달려간 막시마가 금방 작은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 약환이 들어 있었다.
“이게 예전에 카엘이 준 건데, 오거 피로 만든 약이래요. 순간적으로 생명력을 증가시키고 치명상도 막아 준다고요.”
“아, 그거면 되겠네요.”
모이라의 말에 막시마는 망설임 없이 붉은 약환을 티겔에게 먹였다.
“크윽.”
그러자 회복 포션을 마시고도 창백했던 안색이 돌아왔고, 숨쉬기가 편해 보였다.
티겔이 목숨을 건진 거였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
막시마는 아버지를 얼싸안고 안도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결투의 승리로 사기가 하늘을 찌른 오크들이 더욱 거세게 장벽을 공격해 오기 시작한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쪽의 티겔 공작이 다쳐서 전선에 못 나가는 것처럼, 오크 로드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중이라는 거였다.
문제는 갈수록 무기도 떨어지고, 병사들도 쓰러져 간다는 거였다.
지원 없이 카엘이 준 약으로만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거였다.
그렇다고 지휘를 해야 할 티겔 공작의 상태가 금방 회복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다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카엘 님이 오셨을 때 성이 함락당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잖아.’
카엘에게 구원받은 이들은 모두 카엘이 돌아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소드 마스터인 티겔 공작보다 강하진 않겠지만. 카엘이라면 이 위기를 타개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전투가 이어지는 와중에 병력들은 지쳐 나가떨어졌고, 오크들은 수시로 장벽 위로 올라와 라이칸스로프와 기사들이 오가면서 상대해야 했다.
아슬아슬하게 막아 내고는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장벽이 오크에게 점령당할지도 몰랐다.
‘카엘 님, 조금만 더 빨리 와 주세요…….’
엘프 노아나가 오크 워리어 한 마리를 또 해치우고 지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카엘 님?!”
너무 애타게 찾았나? 커다란 얼굴의 카엘이 눈앞에 있었다.
비현실적인 크기가 아무래도 환영인 것처럼 보였다.
근데 그 거대한 얼굴이 빙긋 웃으며 노아나에게 말하는 게 아닌가?
“잘 버텼어, 노아나.”
환각이 아니었다.
카엘이 정말 돌아온 거였다.
거대해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