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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약 빤 막내아들-102화 (102/234)

102화 제국 마법사의 음모 (3)

‘그 전에 프리지의 복수가 먼저지.’

카엘은 원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프리지를 바라봤다.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프리지를 향해 푸글리니가 엎드려 빌었다.

“자,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용서를 빌 테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허.”

그 모습을 본 프리지가 어이없어했다.

“용서? 네가 한 짓이 정녕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내 가문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몬스터의 먹이로 만들어 버린 주제에!”

“황제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역했다가는 제 목이 달아났을 테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신나 하던데.”

카엘의 말에 푸글리니가 움찔했다.

푸글리니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프리지의 따가운 시선이 꽂히는 걸 느꼈다.

그 모습을 잠깐 보고 있던 카엘이 프리지를 돌아봤다.

“프리지 님,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네.”

프리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엘이 말을 이어 갔다.

“하는 거에 따라 살려 주는 걸 고려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

“……?!”

프리지는 물론, 푸글리니마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뒤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구겼다.

“네가 황제가 원흉이라 했으니 황제의 목을 가져오면 용서해 주지.”

“그런 말도 안 되는…….”

푸글리니는 무슨 미친 소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잘 알기에 꾹 참고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면, 쓸 만한 정보라도 알려 주든가. 황제의 약점이나 비밀이라든가 하는 거 말이야.”

프리지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확실히 눈앞의 마법사도 찢어 죽여도 시원찮았지만, 그 일을 시킨 황제는 그보다 더한 철천지원수였다.

마법사의 목숨보다 제국에 있는 황제에게 복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죽은 아버지나 가문의 사람 모두 같은 마음이시겠지.’

마음을 다진 프리지가 푸글리니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래, 네 하찮은 목숨으로는 이 죗값을 다 치르지 못하지. 황제의 약점이나 비밀을 말하면, 내 이름과 우리 가문의 명예를 걸고 목숨만은 살려 주지.”

“가, 감사합니다.”

푸글리니는 이마를 땅에 박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 상태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뭘 말해야 이들의 성에 찰까?’

그러나 한참을 생각해도 그럴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막말로 황제를 만난 건 몇 번 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약점을 알 수가 있냐 이 말이다.

카엘은 잠자코 있는 푸글리니를 향해 말했다.

“아는 게 없으면 목숨으로 사죄하는 수밖에.”

“아, 아닙니다. 그러니까 황제가… 음…….”

놀란 푸글리니가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뭔가 떠올린 듯 외쳤다.

“맞다! 그게 있었지!”

“그게 뭔데?”

“황제의 비밀 창고면 어떻습니까?”

“황제의 비밀 창고?”

“네! 거기에 온갖 몬스터의 알이 있어요. 아라흐… 레비아탄의 알도 거기서 가져온 겁니다!”

황제가 몬스터의 알을 들고 있다고 폭로하면 민심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성녀를 모시는 교단에서도 반발할 게 분명했다.

‘이거면 되겠지!’

아는 거라고는 몬스터의 알을 받았던 비밀 창고뿐인데 괜히 고민했다 싶었다.

하지만 카엘의 반응은 차가웠다.

“약점이라기에는 별거 아닌데?”

“확실히 잠깐 소동이 벌어지겠지만, 황제가 묻어 버릴 수 있는 사안이지. 아니면 위험한 몬스터들의 알이 제국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황제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해도 넘어갈걸.”

디오네가 설명을 보탰다.

다소 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황제에 반발할 만한 세력이 제국 내에 없다는 거였다.

제국의 황자들도 종국에는 황제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투는 중이었으니까.

“쓸모없는 정보였군.”

프리지가 내려놨던 검을 들어서 푸글리니의 목을 겨눴다.

그러자 푸글리니는 더욱 다급해졌다.

“아, 맞다. 그거 말고도 더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거요!”

“그게 뭔데? 말을 똑바로 해.”

“그게…….”

푸글리니는 말하려다가 눈치를 봤다. 가능하면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보였다.

“그것까지 발설했다가는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황제한테 제거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 봐?”

“…….”

“황제는 피할 수 있지만, 일단 여기서 목숨을 건지는 게 중요할 텐데?”

푸글리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황제가 마족과 결탁한 거 같습니다.”

“마족?”

처음 듣는 소리에 브로칸이 고개를 갸웃하자 디오네가 친절히 설명을 해 줬다.

“마계의 주민을 말하는 거야. 몬스터들도 그 마계에서 세상으로 넘어오는 거라는 말도 있지.”

디오네의 설명에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말인가?”

“화, 확실합니다. 비밀 창고에서 봤습니다!”

정말 마족과 결탁한 거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전설에 따르면 마족은 수시로 마계에서 벗어나 이곳을 점령하기를 원했다.

황제 자신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빌렸겠지만, 마족이 침공하는 걸 도와주는 꾐에 빠진 걸 수도 있었다.

어쨌든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비밀 창고라는 건 어디 있나?”

“제국 수도 페르세스의 지하에 있습니다. 입구는…….”

한번 실토하기 시작한 푸글리니는 이것저것 아는 걸 죄다 말하기 시작했다.

한참 뒤.

겨우 이야기를 마친 푸글리니는 이마를 땅에 대고 카엘을 향해 읍소했다.

“제가 아는 건 모두 알려 드렸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그건 여기 프리지 님이 결정할 문제지. 어땠습니까?”

“…….”

프리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푸글리니를 노려보다가 겨우 입을 뗐다.

“사실이라면 저자의 목숨보다는 값진 정보인 거 같습니다.”

푸글리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목숨만은 부지한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지는 푸글리니의 목에 다시 검을 겨눴다.

“죗값을 치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요.”

“야, 약속하셨지 않소. 명예를 지키시오, 제발…….”

“약속은 지키겠다. 목숨은 살려 주지. 다만…….”

프리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푸글리니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쌌는데 오른손 부분이 허전했다.

오른손은 프리지가 금방 잘라 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손 하나는 가져가겠다.”

“으으으, 그런.”

푸글리니는 화내지도 못하고 끙끙댔다.

하지만 프리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거짓말이면 나머지 팔다리도 모조리 잘라 주지.”

그런 프리지를 보며 푸글리니는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는 한편 다짐했다.

‘나중에 반드시 복수해 주마!’

손이 없어도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마력만 있다면 충분히 복수할 수 있었다.

그때 카엘이 푸글리니를 가리켰다.

“일단 이 녀석 말이 정말인지 거짓말인지부터 확인해 봐야겠네요.”

“그게 가능합니까?”

“네!”

카엘은 되묻는 프리지에게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심해성의 수호병에게 물어보면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해 주니까.

불편한 건 수호병을 만나려면 심해성 근처로 가야 한다는 거였다.

수호병은 처음 만들어질 때 지정된 위치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드디어 목숨을 보전했다고 여긴 푸글리니가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안도했다.

‘사, 살았다. 이제 정말 살았어.’

그때 카엘이 말했다.

“참, 그 전에 복수할 생각을 못 하도록 만들어야죠.”

그 말에 복수를 꿈꾸던 푸글리니는 움찔했고, 프리지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 됐다.

“손을 잘랐는데 복수를 할 생각을 한다고요?”

“마법사는 기사처럼 검을 들지 못하게 손을 자른다고 끝이 아니라서요.”

카엘은 설명하면서 아조트를 푸글리니에게 향했다.

“그, 그건…….”

마법사답게 마검이라는 걸 눈치챈 푸글리니의 안색이 시퍼레졌다.

카엘은 그러든 말든 명령을 내렸다.

“아조트, 마력 뺏어!”

-이런 더러운 마력은 싫은데.

“이번에 현자의 돌로 얻은 마력에 섞으면 티도 안 나잖아.”

-치, 알았어.

투덜대던 아조트는 푸글리니에게서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카엘이 마력 흡수를 해도 되겠지만, 딱히 아프거나 피로하지 않아서 제대로 흡수할 수 없기에 아조트에게 시킨 거였다.

“어, 어… 으아아아아아악!”

푸글리니는 괴로운지 절규하며 몸부림쳤다.

동시에 등이 굽고 체구도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하나둘 새하얗게 탈색되더니 힘없이 빠지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파였다.

온갖 몬스터를 부리며 그 마력의 영향력으로 얻었던 생명력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늙어 버린 거였다.

“어, 어… 윽.”

살도 급속도로 빠져서 뼈만 남은 푸글리니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서 떨었다.

“흥.”

그 초라한 모습에 프리지는 조금 분이 풀렸는지 몸을 돌렸다.

* * *

언제나 그렇듯 전투보다는 전투 후 뒤처리가 힘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여느 때와 피해 규모부터 달라 골치가 아팠다.

올렉 백작가의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닐바성의 주민들도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버틴 이고르 백작의 고로드성도 마찬가지로 피해가 막심했다.

외성은 거대 거미 때문에 엉망이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죽거나 다친 병력과 주민도 적지 않았다.

‘이래서야 회귀 전처럼 내전으로 병력을 잃지 않도록 중재한 보람이 없군.’

카엘은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몬스터 대침공을 막을 전력 준비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거였다.

올렉과 이고르 백작가에 대한 건 회귀 전에는 모르고 있어서 계획에 넣지 않아서였다.

‘갑자기 몬스터와 싸우라고 해도 제대로 싸우기 어려우니까.’

몬스터 대침공 때도 어지간하면 후방 지원을 부탁할 예정이었다.

제일 뼈아픈 건 레오폴드 왕자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두 가문을 화해시켜서 제국에 대항할 병력으로 준비시키던 중이어서였다.

그래도 이번 일로 얻은 것도 제법 있었다.

카엘이 마법사를 쫓아가 레비아탄을 잡고 온 동안, 큰형 브란은 클리페우스성의 기사와 병사들과 함께 불타는 닐바성에서 탈출하는 거대 거미를 모조리 해치웠다.

그 과정 중에 카엘이 부탁한 대로 거대 거미를 포획한 거였다.

그것도 세 마리나.

거대 거미에게서 신선한 거미줄을 뽑아 갑옷과 약재를 만들 수 있었다.

‘가공이 좀 까다롭긴 해도 드워프들이 도와주면 전 병력에 거미줄로 만든 갑옷을 입힐 수 있겠지.’

거기다가 뼈와 피부를 단단하게 하는 영양제나 부러진 뼈를 빨리 붙게 하는 치료제도 만들 수 있었다.

레비아탄의 사체도 쓸모가 많았다.

마기를 잔뜩 품은 몬스터인 만큼 고기를 먹진 못하지만, 가죽만 해도 매우 질기고 튼튼한 건 기본, 화염에 강하고 어지간한 상처는 스스로 회복했다.

아라흐네의 거미줄로 내피를 만들고 레비아탄의 가죽으로 외피를 만들면 카엘이 입고 있는 오거 가죽 갑옷은 물론, 어지간한 마법 갑옷보다 훨씬 고성능인 갑옷이 탄생할 터였다.

‘소드 마스터 파이슨의 갑옷을 고쳐 달라고 드워프들한테 부탁해 뒀는데, 그건 선물용으로나 써야겠군.’

거기에 입속에 품고 있던 지옥불의 화염은 끊임없이 타올라 좋은 연료가 됐다.

‘드워프들에게 가져다주면 아주 좋아하겠지.’

샐러맨더의 불꽃 꼬리도 비슷한 효과를 냈지만, 화력이 한참 약했다.

카엘은 클리페우스성으로 옮길 전리품을 챙기면서 이고르 백작과 프리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러면서 두 백작가의 재건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프리지는 일이 이렇게 됐으니 카엘을 따라 클리페우스성으로 가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카엘은 극구 말렸다.

“힘들더라도 이곳에서 새롭게 가문을 일으키세요. 그 편이 그게 황제에게 복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가문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해도 인근 영지는 건재했고, 올렉 백작을 따르던 다른 귀족들의 힘을 모으려면 그 편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카엘 님의 고견에 따르겠습니다.”

다행히 프리지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토스노 산맥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은 카엘은 당장 클리페우스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항구도시 아말레이로 향했다.

푸글리니로부터 정보를 더 캐기 위해 심해왕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바닷가가 있는 곳으로 간 거였다.

며칠 간의 고생 끝에 항구도시 아말레이에 도착했을 때였다.

오크들이 또 클리페우스성에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심지어 놀을 이끌고 나타나 여느 때보다 대규모에다가 오크 로드까지 나타났다는 게 아닌가?

‘설마?! 몬스터 대침공이 시작된 거야?’

카엘은 곧바로 클리페우스성으로 귀환하기 위해 말 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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