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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약 빤 막내아들-101화 (101/234)

101화 제국 마법사의 음모 (2)

“좋아! 어디 한번 붙어 보자고!”

카엘이 꺼낸 포션을 본 브로칸이 자신감을 얻은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나섰다.

그러면서 월도 갑옷의 칼날을 다시 세웠다.

“인간을 먹는 사악하고 부정한 존재를 두고 볼 수는 없죠.”

프레데릭이 희미하지만 신성한 빛을 발하는 검을 내밀었다.

“카엘 님과 함께 싸울 수 있으면 어떤 상대라도 상관없어요.”

“아조트 님, 이번에야말로 가르침대로 제대로 싸워 보겠습니다.”

루크와 소피아도 오러를 두른 검을 든 채 좌우에 섰다.

“저 녀석의 악취에 바람의 정령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레비아탄을 보게 되다니, 오늘 좋은 소재를 얻겠네.”

거기에 모르타와 디오네가 각각 바람과 불의 정령을 불러내고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다들 전설로만 내려오는 몬스터를 앞두고도 싸우겠다고 나선 거였다.

그 모습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든든하군.’

이들과 함께라면 몬스터 대침공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작 마법사 푸글리니는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지만.

“크흐흐흐. 쓰잘데기 없는 만용을 부리다니, 이대로 레비아탄의 먹이가 되거라!”

거기에 호응하듯 레비아탄이 울부짖었다.

크르르르르르릉!

심장마저 멈춰 버리는 드래곤 피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동굴 속에서 낮게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섬뜩했다.

쿵! 쿵!

“빠, 빨라.”

레비아탄이 움직인다 싶더니 순식간에 바로 소피아와 루크 앞까지 육박해 왔다.

기다란 입을 쩍 벌리는데, 둘을 그대로 한입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

“흥! 누가 겁먹을 줄 알고?”

“저래 봬도 입안은 약하겠죠. 단번에 치고 나가죠!”

소피아와 루크는 겁먹지 않고 도리어 공세를 펼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입안을 공격할 셈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레비아탄의 함정이었다는 거였다.

“피해!”

그걸 제일 먼저 눈치챈 카엘이 앞으로 내달리며 외쳤다.

동시에 레비아탄의 입가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며 화염을 머금었다.

드래곤 브레스처럼 앞으로 내쏘지는 못하지만, 바로 앞의 적이나 겁도 없이 입안으로 뛰어드는 적들을 새카맣게 불태워 버리기에는 충분했다.

뒤늦게 눈치챈 프레데릭과 모르타가 화들짝 놀랐다.

“카엘 님, 위험합니다!”

“저걸 어떡해.”

그러는 사이 카엘은 이미 루크와 소피아의 앞을 가로막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크흥!

레비아탄이 내뱉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카엘과 그 뒤의 루크와 소피아를 덮쳤다.

“헉.”

브로칸은 세 사람을 집어삼킬 정도로 큰 화염에 놀랐지만, 디오네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도 여유롭게 말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저 정도라면 끄떡없을 테니까.”

그 말대로 불길이 가시자 루크와 소피아는 물론, 제일 앞에 서 있는 카엘마저 멀쩡했다.

카엘이 빙한목의 냉기로 막아 낸 거였다.

‘드래곤 브레스도 막아 낼 수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그래도 레비아탄의 화염을 막을 수 있는 건 현재 카엘뿐.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견제에 힘쓰는 게 나아 보였다.

그때 아조트가 루크와 소피아를 나무랐다.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공격하면 어떡해!

“자, 잘못했습니다.”

“죄송해요.”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치, 알았어.

아조트는 카엘이 말리고서야 입을 닫았다.

카엘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포위해서 공격하는 게 좋겠어.”

그러고는 뒤쪽을 슬쩍 봤다.

뒤쪽에는 프리지가 잠자코 서 있었는데, 레비아탄이라는 괴수 앞에 겁먹은 건 아니었다.

그저 마법사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행여나 마법사가 도망치면 쫓아갈 생각이겠지.’

문제는 너무 마법사에게 정신이 팔린 것 같다는 거였다.

“프레데릭 님은 뒤에서 프리지 님을 좀 보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들 카엘의 지시대로 뒤로 물러난 다음, 반원으로 레비아탄을 둘러쌌다.

“뭣 하냐? 해치워서 먹으라니까!”

“크르렁!”

레비아탄은 인간이 자신의 화염을 막아 낸 게 놀라웠는지 멍하니 있다가 푸글리니의 호통에 겨우 정신 차렸다.

“크르릉, 크르릉.”

분한 듯 불꽃과 함께 콧바람을 내뱉던 레비아탄은 다시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카엘 일행도 일제히 덤벼들었다.

레비아탄은 중앙에 있던 카엘이 쉽지 않은 상대라고 판단했는지, 기다란 몸을 흔들어 옆으로 바닥을 쓸었다.

원통형의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것 같았는데, 거기에 휩쓸리기만 해도 깔려 죽을 게 분명해 보였다.

다행히 엘프라 몸이 가벼웠던 디오네와 모르타는 바람 정령의 힘까지 빌려 높이 뛰어올라서 피했다.

그사이 반대편에 있던 브로칸과 루크, 소피아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레비아탄의 피부가 어찌나 단단한지 브로칸의 월도 갑옷의 칼날이나, 이빨과 발톱이 조금도 박히지 않았다.

루크의 오러를 두른 예리한 공격도 마찬가지.

소피아의 폭발하는 검술로도 생채기를 내는 게 전부였다.

그 상처마저 어디를 공격했는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바로 회복했지만.

그걸 보며 아조트가 또 잔소리했다.

-오러를 둘렀다고 다 베이는 게 아니야! 좀 더 힘을 실어야지!

“네… 죄송합니다.”

-소피아도 파괴력을 높이려면 좀 더 집중해!

“알겠어요.”

루크와 소피아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레비아탄을 공격했다.

파괴력은 조금 나아진 듯했지만, 그래도 유효한 타격을 주진 못했다.

함께 공격하던 브로칸이 카엘을 슬쩍 돌아보며 물었다.

“이래서야 안 되겠는데요?”

“아무래도 그렇군.”

카엘이 가세하면 조금 나을 수 있겠지만, 레비아탄의 화염을 견제하려다 보니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

“그래.”

카엘의 허락이 떨어지자 브로칸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좋아! 아르마!”

그러자 갑옷이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벗겨진 갑옷은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월도로 변했다.

그사이 거대화 포션을 꺼내 마신 브로칸도 커져서는 대형 월도를 손에 쥐었다.

“어엇. 저게 뭐야, 라이칸스로프가 커지다니.”

온갖 몬스터를 연구한 마법사 푸글리니도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레비아탄도 갑자기 커진 적에 놀란 건 마찬가지.

크르렁?

“훗. 그럴 줄 알았지.”

이미 상대의 반응까지 염두에 뒀던 브로칸은 망설임 없이 대형 월도를 휘둘렀다.

퍽!

거대해진 만큼 커진 힘과 대형 무기의 힘이었을까?

도저히 상처 입힐 수 없을 거 같은 레비아탄에게 칼날이 박혔다.

크어엉!

레비아탄은 처음 느낀 고통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

“좋아! 넌 내가 잡고 만다.”

그걸 본 브로칸은 의기양양해져서 다시 대형 월도를 내리쳤다.

퍽! 퍽!

크르릉!

몇 번이나 공격당한 레비아탄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몸을 비틀어서 공격을 피하며 꼬리를 휘둘렀다.

“크윽.”

브로칸은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대형 월도를 놓쳐 버렸다.

하지만 그대로 레비아탄의 기다란 입을 힘껏 붙잡았다. 그러자 레비아탄은 자신의 기다란 몸통으로 브로칸을 휘감아 압박했다.

두 거체의 드잡이질이 시작된 거였다.

그러면 숫자가 많은 카엘 쪽이 유리했다.

“지금이야! 상처를 공격해!”

카엘은 레비아탄에게 달려가면서 외쳤다.

그 말에 소피아와 루크가 달려들어서 브로칸이 낸 커다란 상처에 검을 휘둘렀다.

크릉! 크어렁!

레비아탄이 괴로운지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브로칸이 최대한 눌렀지만, 지진이 난 것처럼 지면이 흔들렸다.

전투 경험이 적은 소피아와 루크가 순간 당황했으나 레비아탄은 그 빈틈을 노릴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화염은 카엘이 막아 내다 보니 도저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어 보였다.

“이, 이런. 안 되겠는걸.”

푸글리니는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도망치진 않았다.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아! 공격해라, 공격!”

푸글리니가 소리치자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인제 와서 고블린으로 뭘 하려고?”

디오네가 비웃었지만, 막상 덤벼드는 고블린의 숫자가 백여 마리가 넘어가니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일단 고블린부터 해치우죠!”

카엘의 외침에 레비아탄을 붙잡은 브로칸 외에 나머지가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고블린들은 삽시간에 죽어 나갔다.

고블린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역전시키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푸글리니도 고블린을 가지고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비장의 수는 따로 있었다.

레비아탄을 향한 공격이 느슨해지기만 해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거였다.

“레비아탄! 이걸 먹어라!”

푸글리니의 외침에 소매 속에 숨겨져 있던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음?”

프레데릭은 순간 등 뒤가 서늘해지고 심장이 벌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가 가진 신성력이 아주 사악한 기운을 감지한 거였다.

그리고 느낌은 맞아떨어졌다.

“저건 마석이잖아.”

까마귀의 발에 달린 걸 확인한 카엘이 소리쳤다.

카엘이 얻은 것에 비하면 아주 작긴 했지만, 레비아탄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용도로는 충분해 보였다.

정작 마석을 던진 푸글리니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가능한 안 쓰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쓰게 만들다니 최대한 처참하게 죽여 주마.’

황제에게 만약을 위해 쓰라고 마석을 하사받긴 했으나 아껴서 다른 곳에 쓸 예정이었다.

“저건 반드시 막아야 해!”

자신에게 덤벼든 고블린 다섯 마리를 동시에 베어 낸 디오네가 소리쳤다.

“알았어요!”

대답한 모르타는 바람의 정령으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힘껏 날던 까마귀가 거기에 휘말리더니 저 멀리 호수 쪽으로 떨어지려 했다.

“성공이에요!”

모르타가 기뻐하며 소리쳤지만, 레비아탄도 마석의 존재를 느꼈는지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자 까마귀가 레비아탄의 꼬리 끝부분에 닿았다.

팟!

살짝 닿았을 뿐인데, 까마귀가 마석과 함께 터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되어 레비아탄에게 스며들었다.

푸글리니가 쾌재를 불렀다.

“됐다!”

크릉! 크르릉!

레비아탄이 거기에 호응하듯 울부짖으며 변화가 시작됐다.

상처가 회복되면서 체구가 전체적으로 커졌다. 특히 커진 건 꼬리로, 두 배는 커지고 두꺼워졌다.

덕분에 꼬리로 지면을 받치고 몸을 들어 올려 반쯤 일어설 수도 있었다.

레비아탄은 만족스러운 듯 지면을 쾅쾅 치더니 꼬리로 지면을 받치고 일어섰고, 그렇게 일어선 레비아탄은 자신을 괴롭히던 적들을 노려봤다.

‘음?’

자신만만한 눈빛에 브로칸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기를 느꼈다.

“카엘 님…….”

“다들 내 뒤로 피해!”

브로칸처럼 위기를 느낀 카엘은 화염을 머금은 레비아탄의 입을 보고 소리쳤다.

콰르르르응!

거리가 있음에도 시커멓고 사악한 기운과 함께 화염을 내뿜은 거였다.

카엘은 빙한목의 냉기를 최대한 뿜어내 겨우 막아 냈다.

‘이래서는 앞으로 몇 번 못 막아 내겠어.’

“젠장! 어디 얼마나 세졌는지 두고 보자고!”

브로칸이 다시 대형 월도를 집어 들며 레비아탄에게 덤볐다.

퍽!

“마, 막아?!”

브로칸의 눈이 커졌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대형 월도를 레비아탄이 꼬리를 들어 막은 거였다.

이어서 레비아탄이 휘두른 꼬리에 얻어맞은 브로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갔다.

몇 개의 나무에 부딪히고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가, 강하다.”

디오네까지 질린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다들 이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거 더 지켜볼 상황이 아니군.’

그걸 본 카엘이 혀를 찼을 때, 마침 디오네가 말했다.

“카엘, 이제 그거 먹어야겠는데?”

“네.”

카엘은 대답하고는 아까 브로칸에게 보여 준 포션을 꺼내 마셨다.

“흐음.”

쿵쾅! 쿵쾅!

심장이 무척 빨리 뛰더니 점점 땅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카엘의 키가 커지면서 시야가 멀어진 거였다.

브로칸이 금방 마신 거대화 포션을 마신 덕분이었다.

원래라면 라이칸스로프 정도만이 거대화 포션의 부작용을 견뎌 내고 크기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카엘의 특이체질을 알게 된 디오네가 카엘도 마실 수 있도록 카엘과 함께 개량했다.

몇 가지 신체 강화제도 함께 섞어서.

그러나 푸글리니는 비웃었다.

“크흐흐, 대형 라이칸스로프도 못 이긴 레비아탄에게, 인간이 커진다고 다를 거 같으냐? 강하다고 해도 겨우 맨손으로?”

“맨손? 아닌데?”

푸글리니의 지적처럼 거인이 되면 맨손으로도 괴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거대화까지 해야 할 상대라면 주먹만으로 부족할 게 분명했다.

카엘도 그 문제점을 알고 보완하기 위해 브로칸에게 월도 갑옷을 준 것처럼 따로 준비해 둔 게 있었다.

-이거야! 이거! 오랜만에 느껴 보는 내 진정한 힘이군.

아조트가 신나서 소리쳤다.

어느새 거대화된 카엘의 손에는 마찬가지로 커진 마검 아조트가 쥐여 있었다.

레비아탄이 마석으로 강화한 것처럼, 카엘도 현자의 돌로 아조트에게 마력을 줘서 크기를 키운 거였다.

‘실제 크기가 늘어난 게 아니라 마력의 덩어리인 셈이지만.’

“레비아탄이여, 해치워라!”

크르렁!

레비아탄이 덤벼들었다.

카엘은 그걸 피하면서 레비아탄의 긴 머리에 아조트를 내리꽂았다.

푹!

삶은 감자를 찌르듯 검은 깊숙이 박혔고, 레비아탄은 그대로 엎어졌다.

단칼에 절명한 거였다.

“저, 정말 죽어 버린 거야?”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푸글리니는 멍하니 카엘과 그 앞에서 죽어 버린 레비아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신을 계속해서 노려보던 프리지를 떠올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에게 잡히면 복수한다면서 자신을 처참하게 죽일 게 분명했다.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딜 도망치려고?”

푸글리니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디오네와 모르타가 앞뒤로 포위한 상태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프리지는 검을 든 채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겁먹은 푸글리니에게 카엘이 속삭였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크허억.”

푸글리니는 자신에게 다가올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심한 놈!”

카엘은 혀를 차면서도 안도했다.

제국의 음모를 어떻게든 막아 낸 거였다.

마음이 여유로워지자 문뜩 이번 모험에서 얻은 보상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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