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약 빤 막내아들-74화 (74/234)

74화 두 백작가의 골칫덩이들 (1)

카엘은 항구도시 아말레이를 나섰다.

그 뒤를 따라 마차 수십 대가 줄지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마차 안에는 엘프들과 금은보화가 빼곡히 실려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행렬을 레오폴드의 호위 기사와 병사들이 삼엄하게 지켰다.

레오폴드가 클리페우스성까지 안전하게 가도록 지원해 준 병력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리 정령술을 못 쓴다고 해도 엘프들이 회복한 이상, 왕국의 어떤 기사단을 데려와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되도록 엘프들이 노출 안 되는 편이 나아 군소리 않고 레오폴드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호위 기사 제롬이 왕자의 깃발을 든 덕분인지 며칠간 별문제 없이 편하게 이동했다.

몇몇 영주와 귀족들이 왕자의 깃발을 보고는 떨떠름한 얼굴로 인사 오기도 했다.

그러다 레오폴드 왕자가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티 나게 안도하면서 극진히 대접하는 게 아닌가?

‘레오폴드 왕자가 직접 와서 난리 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으로 느껴서겠지…….’

제국과 싸울 힘을 기르겠다고 망나니라는 악명을 뒤집어쓴 레오폴드가 새삼 안쓰러웠다.

* * *

한참을 북상하던 카엘은 행렬을 이탈해 브로칸과 함께 토스노산맥으로 향했다.

이고르 백작과 올렉 백작에게 레오폴드의 서신을 전해 주기 위해서였다.

토스노산맥을 두고 남북으로 자리 잡은 두 가문은, 광맥이 풍부한 토스노산맥을 독점하기 위해 싸웠다.

그것도 수백 년 동안!

오랜 다툼은 두 가문을 원수지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 두 가문을 레오폴드 왕자가 화해시켰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도 말짱 도루묵이 됐지만.’

카엘이 기억하기로는 몬스터 대침공이 있기 3년 전쯤, 두 백작가가 대규모 전쟁을 벌였다.

심지어 직전까지 두 가문 사이에 혼약 이야기가 오가며 오랜 다툼이 종식되는 분위기였는데도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

혼약을 공식화하기 위해 양가가 모인 연회에서 올렉 백작의 딸이 독약을 먹고 사망한 거였다.

그 혼란 속에 이고르 백작의 아들마저 암살로 죽었다.

분노한 두 가문은 서로를 탓하며 끝장을 볼 기세로 싸웠다.

여느 때보다 격렬했던 전투에 양측 다 수많은 기사가 전사했고, 병력의 손실도 매우 컸다.

덕분에 몬스터 대침공 때, 클리페우스성을 지원하기는커녕, 클리페우스성이 무너진 뒤 오크 군단이 두 성을 덮쳤을 때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3년이 지난 뒤에도 예전의 전력을 회복 못 한 거였다.

레오폴드 왕자가 말했듯이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 숨겨 둔 병력이라면 이대로 소멸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몬스터 대침공을 막는 데 써먹을 수 있는 병력이라는 말도 됐으니까.

‘그래도 일단 독살과 암살을 막기만 하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겠지.’

“카엘 님! 저 앞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브로칸의 말에 고개를 드니 정말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참 앞에서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강도인가?”

“아닙니다. 병사들 같아 보이는데요? 기사도 있는데, 마중 나온 게 아닐까요?”

문제는 방문한다고 전언을 보내지 않아서 마중 나올 이유가 없었다는 거였다.

‘소문을 들었나? 아님, 레오폴드 저하가 말씀하셨나.’

의아해하며 다가가니 기사가 소리쳤다.

“이곳을 지나가려면 가진 걸 다 내놓거라!”

노상강도였다.

브로칸이 냉큼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착각할 수도 있지.”

충분히 오해할 만한 게 다들 노상강도로 보기 어려웠다.

기사는 갑옷을 갖춰 입었고, 병사들도 창이나 검과 방패같이 하나같이 제대로 된 무장을 들고 있었다.

‘혹시 탈영병인가?’

“이것들이! 수군거릴 때냐?”

“어서 돈을 내놓고 엎드려서 빌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옆에 있던 병사들이 윽박질렀지만, 브로칸은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카엘 님, 어떡할까요? 돌아갈까요?”

“귀찮은데 해치우고 가지, 뭐.”

상대는 수십 명이었지만,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브로칸 혼자서라도 본모습을 드러내면 충분히 이길 정도.

‘그러면 난리가 날 테니까, 나도 힘 좀 써야겠지만.’

카엘과 브로칸이 싸울 분위기를 풍기자, 기사가 비웃었다.

“이것들이 허리에 검을 찼다고 겁이 없구나. 해치워라!”

“죽여 버려!”

“모조리 뺏자!”

“우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함성을 내지르며 덤벼들었다.

정작 카엘은 검을 뽑지도 않고, 검집째로 휘둘렀다.

와지끈! 빡!

“우악!”

“아이고! 나 죽는다!”

카엘에게 얻어맞은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몇몇은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엇. 저거 왜 저래.”

“자, 잠깐만!”

상대가 예상외로 강자인 걸 확인한 병사들이 멈칫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엘은 거침없이 수십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때려눕혔다.

“어이, 씨. 뭐야.”

그렇게 순식간에 병사들이 해치우는 걸 본 기사가 기겁하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브로칸.”

“네.”

브로칸은 재빠르게 기사에게 달려들어서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 다음, 투구를 후려쳤다.

퍽!

“죽였나?”

“아뇨,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래, 잘했다.”

죽이면 귀찮게 시체까지 치워야 했다.

귀찮다고 방치할 수도 없었다. 왕국 한가운데에 언데드 몬스터가 발생할지도 모르니까.

“어, 근데 저기서 또 누가 옵니다. 또 기사 같긴 한데…….”

금방 틀린 것 때문에 자신이 없는지 브로칸이 말꼬리를 흐렸다.

앞을 보니 정말 저 멀리서 한 무리의 기사단이 달려오고 있었다.

특히 선두에 선 붉은 갑옷을 입은 기사의 기세는 범상치 않았다.

“살기가 느껴지는데, 이번에도 강도인가 봐요.”

“아니야.”

브로칸이 경계하며 하는 말에 카엘이 웃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아세요?”

“올렉 가문의 깃발을 들고 있거든.”

* * *

적갑의 기사는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더니 투구를 벗었다.

기다란 적발이 흘러내리며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너희가 이들을 쓰러트렸나? 제법이군.”

“감사합니다.”

“미안하게 됐어. 저건 우리 가문 휘하에 있다가 멋대로 탈주한 자다. 명령 불복종으로 쫓고 있었지. 뭐 해? 어서 묶어.”

여인의 명령에 함께 왔던 기사들이 기사와 병사들을 묶기 시작했다. 이대로 연행해 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대들은 어디로 가는 길이었나? 닐바성? 고로드성?”

닐바성은 올렉 백작이, 고로드성은 원수지간인 이고르 백작의 소유였다.

“이곳은 초행이라 양쪽 다 한 번씩 가 볼 예정이었습니다만, 이것도 인연이니 닐바성부터 가야겠네요.”

그 말에 여인이 시원스레 웃었다.

“좋다! 그럼 따라오도록. 내 수고를 덜어 줬으니 보답하겠다.”

“알겠습니다.”

“참, 내 이름은 프리지 올렉이다. 그대 이름은?”

‘역시 프리지 올렉이었나?’

이고르 백작가와 혼담이 오가다 독살당한 올렉 백작의 장녀.

회귀 전에도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여인의 몸으로 기사가 되는 이는 매우 드물어 프리지라고 짐작하고 있던 참이었다.

“왜 그러나? 그대 이름을 묻지 않았나.”

“아, 카엘 브리운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브로칸이고요.”

“흠?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카엘의 이름은 들은 프리지는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뒤늦게 깨닫고는 눈을 번쩍 떴다.

“설마, 브리운 공작님의 막내아들인?!”

“네, 맞습니다.”

인정하자마자 프리지가 카엘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오옷! 만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경어까지 써 가면서 정중하게 대하는 게 아닌가?

그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제국의 소드 엑스퍼트인 파프닐 경을 멋지게 꺾은 소식을 들었거든요.”

“아.”

하긴 여인의 몸으로 노력해 기사가 된 데다가, 명령 불복종을 응징한다며 직접 기사단을 이끌고 쫓아 나올 정도니 그런 결투에 관심이 많은 게 당연했다.

“그러고도 당당히 제국으로 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국으로 가시지 않았다면 저도 달려가서 결투를 신청했을 텐데요.”

프리지는 카엘을 칭찬하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호승심을 보였다.

카엘은 이대로 가다가는 결투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프리지는 닐바성으로 안내해 준 뒤, 최상급 숙소까지 마련해 줬다.

그러면서 넌지시 묻는 게 아닌가?

“카엘 님, 혹시 방금 기사가 왜 탈주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글쎄요.”

“추파를 던지길래 거절했더니, 힘으로 누르겠다고 결투를 신청하지 뭡니까? 이기면 내 여자가 되라던가? 그래서 제가 보기 좋게 땅바닥에 처박아 줬었죠.”

프리지는 그리 말하며 킬킬 웃었다.

한마디로 그 기사는 여자한테 진 게 창피해서 병사들을 이끌고 탈주했다는 소리였다.

프리지는 그게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잡아 오려고 한 거고.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같은 조건으로 저와 결투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한마디로 자신을 걸고 결투하자는 말이었다.

자기가 아름답다는 자각은 하는 모양이었다.

검술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지만, 소드 마스터를 여럿 상대해 본 카엘의 안목으로는 많이 미숙해 보였다.

어쨌거나 상대할 생각은 없었지만.

“죄송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거절하시다니…….”

그걸 모르는 프리지는 충격받은 얼굴이 됐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게 아닌가?

“설마?! 이성보다는 동성에 관심이 있으신 건…….”

“절대 아닙니다. 그저 여자를 취하니 마니 하는 거로 결투를 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마음에 드는데요? 가벼운 대련 정도는 괜찮죠? 연습용 검으로요.”

“그러죠.”

“그럼, 가시죠.”

프리지는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듯, 앞장섰다.

카엘은 브로칸더러 쉬라고 하고 따라갔다.

사실 카엘도 프리지의 실력이 조금 궁금하긴 했다.

기세만 봐도 단순히 올렉가의 여식이라 여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거 같지 않았다.

‘소피아는 잘 연습하고 있겠지?’

문득 클리페우스성에서 열심히 검술을 익히고 있을 소피아가 떠올랐다.

“여기는 제가 혼자 쓰는 곳이에요.”

사람이 오가지 않는 외딴 훈련장으로 안내한 프리지는 연습용 검을 집어 들었다.

카엘도 연습용 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럼, 갑니다.”

프리즈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으로 찔러 왔다.

그 기세는 상대를 찢어발길 듯 매서웠다.

‘확실히 실력은 좋아 보이네.’

그러나 검 끝이 거친 게, 빈틈이 많았다.

프리지보다 실력이 낮다면 그런 빈틈을 볼 여유도 없겠지만, 그간 여러 실전을 겪은 카엘은 달랐다.

카엘은 가볍게 피하면서 빈틈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위기를 느낀 프리지는 이를 악물고 검을 회수해 겨우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검이 부딪치자마자 카엘이 검을 뒤집었고, 프리지가 검을 놓친 거였다.

프리지의 검이 허공에서 방황하는 사이, 카엘의 검 끝이 프리지의 목을 겨눴다.

“윽… 졌습니다.”

프리지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방금은 어떻게 한 거죠?”

“잔재주일 뿐입니다.”

카엘의 겸손한 대꾸에 그 잔재주를 가르쳐 준 아조트가 살짝 들썩였다.

다행히 그 검술의 신묘함을 직접 느낀 프리지는 극찬했다

“와! 역시 대단해요. 이 정도 실력은 되어야지 오러를 쓰는 소드 엑스퍼트를 꺾을 수 있는 거군요!”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그런가요? 잘 모르겠으니까 한 번만 더 해요! 한 번만 더!”

프리지가 매달려서 곤란해하고 있을 때, 마침 구원자가 나타났다.

“프리지 경, 올렉 백작님이 부르십니다.”

기사가 나타나서 올렉 백작이 호출했다고 알려준 거였다.

“치.”

아쉬워하는 프리지를 뒤로하고 기사가 카엘을 돌아봤다.

“카엘 님도 가능하면 함께 오시라고 전하셨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계속 주목하고 있었나 보군.’

카엘은 올렉 백작이 보통이 아니라고 느끼며 함께 가겠다고 대답했다.

* * *

직접 만나 본 올렉 백작은 후덕한 체형에 웃는 상이라 프리지와 인상이 완전 달랐다.

“평소 왕국을 지키느라 노고를 아끼지 않고 계시는 브리운 경을 존경하고 있었다. 오늘 그대의 활약을 보니 그 명예와 용맹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구나.”

인사를 하자마자, 올렉 백작이 극찬했다.

카엘을 습격해 온 기사와 병사들을 때려잡은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때 프리지도 카엘을 칭찬했다.

“검술도 매우 빼어나십니다. 제국의 소드 엑스퍼트였던 파프닐 경도 꺾으셨다는 이야기도 못 들으셨습니까?”

“당연히 들었지. 어찌나 통쾌하던지. 잘난 척하는 제국 놈들의 구겨진 얼굴을 직접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

올렉 백작의 말에 프리지가 맞장구쳤다.

“그렇죠. 제 지아비가 될 자라면 적어도 그 정도 검술을 익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겁쟁이보다는.”

아무래도 이고르 백작가와 오가는 혼담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하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하긴 상대가 리온 이고르랬나?’

이고르 백작가의 장남인 리온은 검보다는 책을 가까이하는 전략가라고 들었다.

일찍 죽어서 어느 정도 실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야긴 나중에 하지. 일단 물러가거라.”

“…네.”

올렉 백작의 지시에 프리지가 입을 삐죽 내밀고 나갔다.

프리지가 사라지자, 올렉 백작의 눈빛이 바뀌더니 주변을 물리고는 카엘에게 물었다.

“그래, 레오폴드 저하께서 자네를 통해 서신을 보냈다고 들었네. 지금 가지고 있겠지?”

“여기 있습니다.”

“음. 고맙네.”

올렉 백작은 카엘이 건넨 서신을 빠르게 눈으로 읽더니 곧바로 옆의 화로에 던져 태워 버렸다.

‘무슨 중요한 일이 적혀 있는 걸까?’

궁금하긴 했지만, 먼저 알려 주기 전에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럼, 이제 고로드성으로 가겠군. 언제 갈 생각인가?”

“내일 바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래, 내가 미리 말해 두지.”

다음 날 오전.

카엘이 고로드성으로 간다는 말에 프리지가 노골적으로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문득 생각났는지 물었다.

“혹시 리온 이고르를 보러 가시는 건 아니죠?”

“가는 김에 보게 되겠죠.”

“딱 보자마자 재수 없는 녀석이라는 걸 아실 거예요. 전장에서도 뒤에만 있는 겁쟁이인 데다가 책 좀 읽었다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이거든요. 특히나 앉아서 장기를 깨작거리는 게 어찌나 좀스러운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는데, 프리지가 인상까지 쓰며 노골적으로 험담하는 게 아닌가?

어제부터 싫은 기색을 내비치더니만, 정말 싫은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혼약은 무리겠네. 그나저나 장기라…….’

카엘은 문득 스승과 산속에 틀어박혀 지낼 때를 떠올렸다.

약제술을 배울 때 외에는 할 게 없어서 장기를 뒀었다.

그것도 수년 동안에 걸쳐 수백 년을 넘게 장기를 둔 스승에게 배운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대뜸 만나서 장기를 두자고 하진 않겠지?’

고로드성으로 갔더니, 곧바로 이고르 백작을 접견하도록 안내해 줬다.

‘올렉 백작님이 미리 말해 두신 것 덕분에 편하군.’

이고르 백작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옅은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인상의 청년이 나타났다.

“카엘 님이시죠? 전 리온 이고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뜻밖의 등장에 의아해하던 카엘은 왜 리온이 나온 건지 금방 깨달았다.

“하하, 그 무식한 여자의 콧대를 꺾으셨다고요.”

분명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련했는데, 벌써 소문이 여기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이 리온이라는 친구도 호승심은 프리지에 못지않았다.

“그나저나 아버님이 지금 일이 바쁘신데 소일거리라도 할 겸, 장기를 두시는 게 어떻습니까?”

자신의 장기인 장기로 승부를 걸어 온 거였다.

자신만만한 리온을 보며 카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한번 둬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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