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약 빤 막내아들-68화 (68/234)

68화 항구도시 아말레이 (3)

전염병이 항구도시 전역에 퍼지기 시작하자 두려워진 유력자들은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했다.

정화의 기도로 깨끗한 물이 공급 가능한 신전에 틀어박혀 주변을 차단한 거였다.

이후로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필요한 물품만 들여왔다.

“음. 여기서 지내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군.”

“하긴 밖은 너무 어수선한데 여긴 얼마나 평화롭습니까?”

귀족의 말에 길드장이 느긋하게 대꾸했다.

원래라면 가볍게 말 붙이기 힘든 상대였지만,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적당히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까지 됐다.

권력과 명예가 있어도 이곳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신 같은 길드장이나 상회장이 필요해서였다.

“그래도 계속 갇혀 있으려니 따분한데, 사냥을 너무 쉬었더니 좀이 쑤시는군.”

“이 난리 틈에 강도가 횡행한다니 어쩔 수 없지요.”

“하긴 제이크 자작도 전 재산을 뺏기고 다시 도시로 내쫓겨 왔다지.”

“그냥 용병들더러 쓸어 버리라 하면 되지 않습니까?”

“강도들이 강하다는 말에 다들 겁먹었어. 제이크 자작의 호위들도 모조리 죽거나 잡혔다니까.”

“쓸모없는 것들!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그때 한 귀족이 명안이 떠오르는 듯 의자 손잡이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옳지! 아예 배를 타고 나가 버립시다. 그 방법밖에 없소!”

“배는 누가 몰고? 지저분한 선원들이랑 같이 움직이면 없던 전염병도 생길 판 아니오.”

“무턱대고 나갔다가는 해적을 만날지도 모르고.”

“…….”

귀족들의 분위기가 어두워진 걸 본 길드장이 화제를 돌렸다.

“근데 요즘 시체 태우는 연기가 뜸해지지 않았습니까? 무슨 변화라도 생긴 게 아닐까요?”

“확실히 뜸해졌네. 무슨 일이지?”

“그만큼 많이 죽어 나간 거 아니야? 이제 더 태울 시체도 없는 게지.”

“시체라고 하니 불안한데……. 사제님, 오늘은 기도 안 하시나? 재산의 반이나 기부했는데 이 정도면 1년 내내 기도해 줘야 하는 거 아니오?”

“내가 그러니까 천천히 기부해야 한다고 말렸지 않소.”

“돈이 떨어지면 사제들도 불친절해진다니까.”

‘확실히 다들 심심한가 보군.’

귀족들이 쓸데없는 거로 다투는 걸 보고 길드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신전 입구가 소란스럽더니, 상회장이 돌아왔다.

귀족들은 환한 얼굴로 반겼다.

여기서 유일하게 안팎으로 출입하는 사람이었던 탓이다.

“물품들은 빠짐없이 잘 구해 오셨나?”

“물론입니다.”

“역시 상회장이야.”

덕분에 귀족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나저나 정작 상회장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니, 표정이 왜 그런가? 밖에서 무슨 일 있었나?”

“그래, 바깥 분위기는 어떻소?”

“…좀 이상합니다.”

“왜? 설마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타난 건가?”

죽은 자를 정화하지 않고 시체를 방치하면 드물게 언데드 몬스터가 출현한다.

그 언데드 몬스터는 죽음의 기운을 흩뿌려 더더욱 그 세력을 넓혀 나가기에 무서운 몬스터들이었다.

유력자들은 그것까지 고려해 신전 안에 틀어박힌 거였다.

“어이구. 밖에 있는 녀석들은 뭐 하는지, 화장도 제대로 못 한단 말인가!”

“어쩌면 다들 다 내버려 두고 도망친 걸지도 모르지. 강도들이 쥐뿔도 없는 것들을 잡을 리 만무하니.”

“그, 그게 아니라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였습니다.”

상회장은 귀족들이 오해하는 걸 보고 얼른 진화에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리요? 평소와 다를 게 없다니.”

“거리에 시체들은 다 치웠는지 하나도 안 보였고, 오히려 거리는 더 깔끔해진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얼핏 보이는 사람들도 멀쩡히 잘 돌아다니고요.”

“엥? 그럴 리가 없잖소.”

“뭘 잘못 본 게 아니요? 분명 이상한 점이 있을 텐데…….”

귀족들은 도저히 못 믿겠다는 얼굴이었다.

“아, 이상한 점이라면 하나같이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습니다.”

“얼굴을 가린다고?”

“저보고도 가리라고 하던데, 거절하니 말하기 싫다고 물건만 내버려 두고 그냥 가 버렸습니다.”

“허, 그런 괘씸한 놈들을 봤나. 누구 덕분에 먹고사는지도 모르고!”

귀족이 호통을 치자 상회장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때 뒤에서 사제가 끼어들었다.

“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요.”

“사제님? 이제 오셨습니까.”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십니까?”

“그야 뻔하죠.”

“뻔하다?”

“신벌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신의 저주로 얼굴에 검은 흉터가 생긴 게지요.”

“오호라.”

“그러니 바깥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가 저주받았는지 알지 못하게 얼굴을 가리는 풍습이 생긴 게 아니겠습니까?”

“오, 그렇군요. 역시 사제님이시라 지혜가 깊으십니다.”

“안됐군요. 얼굴을 가리고 살아야 한다니.”

“역시 여기에 있길 잘했지 뭡니까.”

“그러니, 우리 모두 불쌍한 저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렇게 신전 안의 유력자들은 바깥의 사람들을 측은해 하면서도 신전 내에 있는 자신의 선택은 옳았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고 며칠 뒤.

신전 너머로 떠들썩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는 게 아닌가?

노인들의 흥얼거림.

사내와 여인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까르르 웃는 소리.

아이들이 왁자지껄 노래 부르는 소리.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했다.

벽 너머 들려오는 흥겨운 분위기에 신전 안의 사람들의 궁금증이 더해 갔다.

“무슨 일이지? 전염병이 끝난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전염병이 그리 간단히 끝날 리가 있나.”

귀족들의 말도 사실 틀린 건 아니었다.

이번처럼 괴이한 전염병은 아니었지만.

가끔 전염병이 크게 돌 때면 반년은 기본. 1년 내내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쎄, 혹시 몬스터들이 내는 환청이 아닐까.”

“괜히 나갔다가 전염병이라도 걸려 오면 어떡합니까?”

다들 두려워하는 와중에 물품을 구하러 간 상회장이 다급한 얼굴로 돌아왔다.

“다, 다들 어서 나와 보시오!”

“왜 그러시오?”

“전염병이 완전히 종식됐답니다!”

“뭐? 그럴 리가?!”

“그 뭐냐. 전에 말한 얼굴 가리개는요?”

“그것도 다들 벗고 있습니다. 얼굴이 시커멓거나 흉터가 있지도 않던데…….”

상회장의 말에 다들 사제를 쳐다봤다.

“그, 그야. 신께서 용서해 줘서가 아니겠습니까?”

“어서 나가 봅시다.”

“그럽시다.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알아야지.”

사제는 황급히 변명했지만, 다들 무시하고 신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 지나가는 주민들을 잡아 물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건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사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묻자 길드장이 소리쳤다.

“전염병은 어떻게 된 거냐고.”

“아, 그야 진작에 끝났지요.”

“끝났다고? 어떻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누가 끝났다고 떠들었나?”

“그거야 프리츠 님이…….”

“프리츠? 그게 누군데?”

그때 길드장이 아는 체했다.

“제가 압니다. 밥이나 축내던 늙은 경비병이죠. 어디 먼 귀족의 후손이라 하더니, 이 난리 틈에 기회를 잡았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기회라니?”

“그야 지금 여기 영주님과 서기관은 이미 죽었지 않습니까? 머리가 없는 틈에 깃발 꽂고 자기 땅으라 주장하려는 거지요.”

그러나 귀족들은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왕국에서 사람이라도 보내면 어쩌려고.”

“안 그래도 항구도시 주변에도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왕국 전역이 혼란스러울 겁니다.”

상회장도 길드장도 옹호했지만, 귀족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그래도 제국에서 기사들의 책임이라도 물으면 어떡하려고.”

“에이, 도시를 손에 넣게 생겼는데 그까짓 제국의 불호령이 두렵겠습니까? 우리가 독을 먹여 죽인 것도 아니니까, 제국에서 사람이 오면 잘 접대하면 되겠죠.”

답답하다 못한 길드장이 소리치자 그제야 귀족들이 납득했다.

“하긴. 그럼, 저 하찮은 것들의 손에 도시가 넘어가지 않도록 우리 중에서 새로 영주를 뽑아야겠군.”

“그러지 말고 자유도시로 해서, 우리가 공동으로 다스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러세. 우리가 머리를 맞대면 전 영주보다 훨씬 낫지.”

벌써 항구도시 아말레이를 손에 넣은 듯 구는 귀족들을 보던 상회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는 필요 없으십니까?”

“걱정하지 말게, 그대를 서기관으로 임명할 테니.”

그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항구도시 입구 쪽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리는 게 아닌가?

“어, 뭐지?”

“뭐야? 무슨 일이야!”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신나서 입구 쪽으로 뛰어가는 게 아닌가?

청년 하나를 붙잡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도리어 청년이 이상하다는 듯 반문했다.

“모르셨습니까? 오늘이 레오폴드 저하가 도시에 들어오시는 날 아닙니까.”

“레오폴드 저하?”

“왕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나?”

“아고, 늦으면 얼굴도 못 뵈는 게 아닌지. 전 가 보겠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귀족들을 내버려 두고 청년이 뛰어가 버렸다.

평소라면 무례하다며 붙잡아 두고 볼기짝을 때렸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때 한 귀족이 레오폴드 저하의 정체를 떠올렸다.

“맞다! 망나니 왕자. 그 왕자의 이름이오.”

“아, 그런 이름이었지. 근데 왜 저렇게 반기지? 괜히 얼쩡거렸다가 혼쭐만 날 텐데.”

레오폴드 왕자가 이곳에 온 적은 없지만, 망나니 왕자의 악명은 이미 여기까지 퍼져 있었다.

근데 지금은 개선장군을 맞이하러 가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 *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지금 상황에 놀란 건 레오폴드도 마찬가지였다.

수도로 귀환하던 중, 브로칸이 가져온 카엘의 서신대로 몇 가지 조치를 한 뒤 왔더니 사람들이 매우 반기는 게 아닌가?

그동안은 망나니 왕자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엎어 쓰고 있던 레오폴드는 이런 환호성을 처음 받았다.

‘환호 속에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군.’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브로칸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에 허겁지겁 달려서 전달하고는 그 뒤의 소식을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

“앗, 카엘 님이다.”

레오폴드 앞으로 카엘과 웬 노병이 나와 서더니 공손히 예를 취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환호성이 조금 가라앉자 카엘이 말했다.

“저하의 명대로 이곳 사람들을 치료하고 회복에 힘썼습니다!”

“그, 그래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내 나중에 치하하겠다.”

“그리고 이쪽은 프리츠 올슨, 이곳의 경비병으로 이곳을 다스려야 하는 자들이 죽거나 떠날 때도 두려워하지 않고 남아서 지키고 있던 책임감 있는 자입니다.”

“그래? 그대에게도 상을 내려야겠군.”

“기사 위를 내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오, 그대의 추천이라면 당연히 줘야지.”

그 말에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프리츠가 당황한 얼굴이 됐다.

“괘, 괜찮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도시가 멸망하는 걸 두고 보기 힘들었을 뿐입니다.”

“왜? 망나니 왕자가 내려 주는 기사 위는 싫어?”

장난기 어린 레오폴드의 물음에 레오폴드를 잠자코 보던 프리츠는 조심스레 대꾸했다.

“…말씀은 그리 하십니다만, 소문과 많이 다르신 분 같습니다만.”

“훗, 들켰나?”

레오폴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순순히 인정했다.

카엘이 신임하니 믿겠다는 거였다.

“이 늙은이 나이를 허투루 먹은 건 아니니까요.”

“그 말에 뼈아픈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거야. 앞으로도 카엘을 많이 도와주라고 작위를 내리는 거니 사양하지 말게.”

“가문의 영광입니다.”

프리츠의 대답에 레오폴드가 큰 소리로 기사 위를 내린다고 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으로 답했다.

거기에 만족한 레오폴드는 카엘이 미리 당부한 대로 사람들에게 외쳤다.

“고생한 여러분을 위해서 술과 먹을 걸 잔뜩 가져왔으니, 오늘은 그동안의 시름을 잊고 즐겨라!”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만세! 만세!”

“왕자님 만세!”

“레오폴드 저하 만세!”

사람들은 더욱 뜨겁게 열광했다.

마치 레오폴드가 전설 속의 드래곤이라고 잡고 온 것만 같은 환호성이었다.

“이 환호성은 자네가 누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실상은 자네가 다 한 거나 마찬가진데.”

“괜찮습니다. 이렇게 해야 수도의 귀족들이 뭐라고 못 할 테니까요.”

카엘은 자신이 나서면 무시당할 거라고 판단했다.

티겔 브리운이 소드 마스터이자 북방의 몬스터를 막는 왕국의 방패 클리페우스성의 성주라 해도 왕국 내에서의 정치적인 입지는 거의 없었다.

별다른 세력도 없는 데다가 외부에 지원을 구걸하고 다니는 처지다 보니 도리어 저자세로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많았다.

‘이제 그것도 끝이지만.’

그래도 당장은 공작가의 막내아들이 공작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저 먼 항구도시를 접수하겠다고 나서 봐야 여러모로 골치만 아팠다.

‘내가 계속 여기에 붙어 있을 수도 없고.’

지금이야 몬스터 대침공을 대비한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만, 클리페우스성으로 돌아가서 몬스터 대침공을 막아야 했다.

그러면 아말레이를 오래 비워 둘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레오폴드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카엘은 우르르 몰려오는 항구도시의 유력자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레오폴드 저하, 항구도시 아말레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질을 주셨으면 미리 마중 나갔을 것을, 송구합니다.”

“음? 그대들은 누군가?”

“전 킨버그 남작가의 조엘이라고 합니다. 저와 여기 귀족들과 길드장과 상인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영주를 대신해 이곳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지요.”

신전에 처박혀 있던 주제에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그래서 그대들은 뭘 했는가?”

“도시의 안녕을 바라는 기도를 신께 정성껏 했습니다.”

“나는 의원을 보내서 도시를 구했는데?”

“그, 그런.”

조엘을 비롯한 유력자들은 당황했다.

저 망나니 왕자가 의원을 보내서 전염병을 막았다고?!

상상도 못 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간 신전에 처박혀 있느라 조금도 알지 못했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도시 밖, 외부 소식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뻔뻔하게 카엘에게 강변했다.

“도와주신 건 감사하오나, 저희는 영주가 죽어서 위태롭던 도시에 남아 이곳을 지켰습니다.”

심지어 방금 발언한 건 도망치려고 했던 제이크 자작이었다.

‘뻔뻔하기도 해라.’

하지만.

뻔뻔하기로는 레오폴드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군. 잘 알겠다.”

“…알아주시는 겁니까?!”

“그래. 너희들이 도시 관리를 잘못해 백성들이 이렇게 고생한 게 아니냐! 백성들은 위로받아야겠지만, 너희들은 혼쭐이 나야겠구나!”

“네?! 그게 무슨…….”

“그런 억지가…….”

유력자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레오폴드가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이자들을 붙잡아 묶어라!”

그러자 레오폴드의 호위병들이 유력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어이, 도와줘.”

유력자들은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을 불렀지만, 분위기 파악이 빠른 용병들은 고개를 돌려 모른 척했다.

덕분에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체포됐다.

‘끄, 끝장이다.’

‘괜히 나섰어.’

유력자들은 질질 끌려가는 자신들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짓는 레오폴드를 보며 절망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엘은 만족스러워했다.

‘생각보다 쉽게 처리되긴 했어도 계획대로 됐네.’

그러고 도시 중앙의 성으로 들어가는데 레오폴드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자, 카엘. 이 도시를 손아귀에 넣었으니 이제 뭘 할 생각인가?”

‘응? 손아귀에 넣다니… 설마 이곳을 내게 넘겨줄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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