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라이프 베슬 (1)
프레데릭이 물었다.
“언데드 사냥꾼이라고 하시니까 묻는 건데, 왜 갑자기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네크로맨서나 리치 때문입니다.”
“네크로맨서, 리치… 요?”
프레데릭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하긴 몬스터 대침공 이전에는 은밀히 힘을 키우느라 암약해서 모를 수도 있었다.
“죽음을 부리는 힘에 매료된 사악한 마법사를 네크로맨서라고 합니다. 시체로 언데드 몬스터를 만들어 내는 존재죠. 그중에서 불로불사를 탐해 언데드 몬스터가 된 존재를 리치라고 하고요.”
몬스터 대침공 시절,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타난 네크로맨서와 리치들은 어지간한 몬스터보다 더욱 골칫덩이였다.
몬스터들이 해친 시체를 모조리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네크로맨서와 리치의 상위종인 아크 리치가 있었다.
‘그 아크 리치가 부리는 언데드 몬스터들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드래곤과 필적할 정도였지.’
“그런 사악한 존재들이 있다니! 어서 잡으러 가죠!”
카엘도 잡으러 갈 생각이었다.
네크로맨서나 리치를 해치워 두면 아크 리치의 힘도 자연스레 약화하니까.
게다가 목표인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 있는 곳도 대략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그곳에 쳐들어가는 건 자살행위.
‘불로불사의 존재인 리치를 잡으려면 보통 방법으로는 안 돼.’
정면으로 상대하기보다는 유인해서 은신처에서 끌어내야 했다.
‘그러려면 네크로맨서부터 잡아야겠지.’
“근데 네크로맨서나 리치를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전의 사제님들은 언데드 몬스터를 퇴치하려면 기도를 해야 한다는 말밖에 안 하시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고위 언데드일수록 은과 성수만으로는 물리치기 어려우니까요.”
“음, 그렇군요. 그럼 사제님과 함께 나서야겠군요.”
고개를 끄덕인 프레데릭이 제안했다.
“그럼 신전의 협조를 구해야 할 텐데, 일단 함께 신전으로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엘은 냉큼 받아들였다.
신전은 몬티엘 백작의 톨레도성 내에 있었다. 매우 늦은 시각에 도착했지만, 프레데릭과 함께 온 덕분에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쉬시죠. 저는 주교님께 협조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신전 내에 번듯한 객실까지 내어줬다.
‘역시 도와주길 잘했네.’
* * *
다음 날.
카엘은 브로칸과 함께 성 근처의 산을 돌면서 목련을 찾았다.
아직 개화기 이전이라 꽃봉오리에는 황금색 털이 그대로 덮여 있었다.
“저 꽃봉오리들 보이죠? 저거 좀 따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브로칸은 군소리 않고 나무 위로 뛰어올라 가더니 자루 가득 꽃봉오리를 따 왔다.
“근데 이거 어디에 쓰시려고요?”
“마그놀리아라는 건데요. 브로칸 님의 후각을 고치는 데 쓸 겁니다.”
“네?! 이거로요? 이거라면 저희 산에도 많이 있는데…….”
브로칸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만으로는 잠시 나을 뿐이고요. 완전히 고치려면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 필요합니다.”
“아! 그래서 네크로맨서나 리치를 잡아야 한다고 하셨군요.”
“네.”
카엘은 대답하며 마그놀리아를 빻기 시작했다.
다 한 다음에는 불을 피워 마그놀리아를 끓였다. 한참 뒤 수분이 날아가고 끈적해졌다.
카엘은 그걸 작게 뭉쳐서 옆에서 구경하던 브로칸의 콧속에 불쑥 집어넣었다.
“으악, 매워.”
브로칸이 펄쩍 뛰었다. 카엘은 그런 브로칸을 잡아 코에 있는 게 빠지지 않도록 헝겊으로 둘렀다.
“낫고 싶으면 빼지 말고 잠시만 그러고 있으세요.”
“…네.”
“남은 건 차로 마시죠. 그럼 효과가 좀 더 오래갈 겁니다.”
카엘은 남은 거에 물을 부어 다시 끓였다. 그리고 한 컵 덜어서 브로칸에게 내밀었다.
브로칸은 건네받으며 감탄했다.
“이야, 향이 좋네요.”
“코를 막았는데도 냄새를 맡다니, 약효가 벌써 나타나나 보네요.”
“앗!”
브로칸도 방금 자신이 냄새를 맡았다는 걸 깨닫고 눈을 깜빡였다.
“자, 차부터 드시고 안에 있는 약을 빼죠.”
브로칸은 고개를 끄덕인 후 차를 들이켰다.
후룩.
“아, 뜨거워!”
식히지도 않고 한번에 들이켜는 바람에 입천장을 데었다.
그만큼 마음이 급한 거였다.
“이런. 괜찮으세요?”
카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브로칸의 코를 막았던 헝겊을 풀었다.
그러자 브로칸이 냉큼 콧속에 박혀 있던 약재를 빼냈다.
그러더니 눈을 감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흐읍!
그러자 다양한 꽃 냄새와 풀 내음, 새와 짐승들의 냄새는 물론, 나뭇잎 아래의 물비린내 등등.
온갖 냄새를 동시다발적으로 맡을 수 있었다.
“어때요?”
“고, 고쳐졌어요!”
브로칸이 지금 자신의 상태가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카엘은 웃으며 축하했다.
“잘됐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다 카엘 님 덕분입니다.”
브로칸은 그대로 지면에 엎드려 연신 인사했다.
“진정하세요. 아직 완전히 고쳐진 것도 아닌데.”
“잠시나마 다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습니다. 앞으로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스승도 억눌린 과거가 있는 라이칸스로프가 진심으로 따르는데 거절하면 더욱 큰 상처가 된다고 했지.’
회귀 전의 스승도 그래서 브로칸을 거둔 거였다.
이것도 카엘이 의도한 거였지만, 막상 브로칸이 저리 나오니 얼떨떨했다.
“다 좋아. 근데 은인이라니까 낯간지러운데. 차라리 이름을 불러.”
“네! 카엘 님!”
“맞다. 마그놀리아 좀 더 찾아서 돌아가자. 나중에 완치제 만들 때 필요하거든.”
“이미 어딨는지 냄새 맡아 뒀습니다.”
브로칸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는 달려갔다.
오랜 시간 잃은 후각이었지만, 되찾자마자 본능적으로 여러 냄새를 구분한 거였다.
* * *
카엘과 브로칸이 객실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레데릭이 다급한 목소리로 문을 두들겼다.
“카엘 님! 카엘 님! 큰일 났습니다! 또 언데드 몬스터가 나타났답니다!”
“어딥니까?”
“산속 초소를 스켈레톤이 습격했답니다. 지금 출동 준비 중입니다. 일단 신전으로 가시죠.”
“네.”
카엘은 브로칸과 함께 프레데릭의 뒤를 따라 신전 내부로 향했다.
거기에는 주교와 사제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응? 주교님이 가는 건 아닐 테고, 저 사제님이 같이 가는 건 아니겠지? 너무 늙었는데?’
주교도 나이가 지긋했는데, 사제도 연배가 주교와 비슷해 보였다.
“아, 이분이 프레데릭 경이 말씀하신 언데드 사냥꾼이시군요.”
“카엘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브로칸이고요.”
“반갑습니다. 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고행의 길을 걸으신다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흠, 흠. 주교님, 시간이 없습니다.”
“아, 프레데릭 경이 요청한 대로, 이곳에서 신성력이 제일 높은 형제, 프라우즈라고 합니다.”
주교의 소개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성호를 그었다.
심지어 얼마나 고행을 했는지 비쩍 말랐다.
그걸 본 카엘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니, 신성력이 높으면 뭐 해? 산에 가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그런데도 프레데릭이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물었다.
“어떻습니까?”
“프레데릭 님… 험지로 향하는 데다가 흉악한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데, 이 사제님께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거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제야 문제점을 깨달았는지 프레데릭이 낭패한 얼굴로 주교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다른 분을 추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다른 형제를 불러오죠.”
옆에 있던 프라우즈 사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노구를 끌고 언데드 몬스터와 싸우러 가야 할까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문제는 다른 사제들의 상태도 대동소이했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나?’
성직자는 대부분 신전에서 기도만 하며 지내니 허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신성력을 얻는다며 단식부터 채찍질 등 갖은 고행까지 하니, 신성력이 높을수록 더 허약한 경우가 많았다.
클리페우스성의 테오도르 사제 정도면 매우 건장한 편에 속한다고 할까?
“음, 이를 어쩐다.”
난감해하는 주교에게 카엘이 제안했다.
“그럼. 성수나 많이 챙겨 주십시오.”
“아, 그러면 되겠습니까? 그럼, 필요하신 걸 말씀해 주시죠.”
“네. 최대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주교와 프라우즈 사제가 반색했다.
위험하게 언데드 몬스터와 싸우러 가는 것보다 낫다고 여긴 거였다.
‘어? 이런 분위기라면…….’
카엘은 얼른 더 요구했다.
“맞다. 성수도 성수지만, 마기를 막기 위해서는 성물이 필요한데요.”
“그렇죠. 몇 개나 필요하시죠?”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귀한 성물을 달라는 데도 바로 이렇게 되물을 정도였다.
* * *
잠시 후.
카엘은 브로칸, 프레데릭과 함께 톨레도성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초소를 공격당해서인지 몬티엘 백작이 기사 하나와 병사 열을 지원해 줬다.
병사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담력이 센 자들로 엄선했다며 프레데릭이 자랑했다.
한참을 이동해 산 중턱으로 올라가는데, 선두에 선 병사가 저 너머에 초소가 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저 너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네요.”
브로칸이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희가 먼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카엘은 그렇게 말하며 브로칸과 함께 앞장섰다.
얼마 안 가서 높은 나무들 사이에 위치한 초소가 보였다.
주위를 살펴본 브로칸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저기 나무를 타고 가서 초소를 한번 살펴봐.”
“네!”
카엘의 지시대로 초소 옆 나무를 타고 올라간 브로칸이 말했다.
“어, 저기 초소 안에 스켈레톤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숨었다가 기습할 생각이었나? 먼저 살펴본다고 하길 잘했네.’
카엘은 브로칸에게 손짓했다.
“바로 해치워 버리자.”
“네.”
브로칸이 대답하며 초소 쪽으로 뛰어들었다. 스켈레톤이 뒤늦게 일어나려 하는 걸 철퇴를 휘둘러 공격했다.
이것도 출발하면서 지원받은 거였다.
펑!
철퇴를 맞은 스켈레톤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오! 카엘 님 말대로 효과 좋네.”
검은 뼈다귀에 걸릴 수도 있으니 둔기가 효과적이라 했는데 정말이었다.
덜그럭.
다른 스켈레톤은 아래에서 올라온 카엘이 철퇴로 무너트렸다.
한 방에 스켈레톤을 잡은 브로칸이 여유롭게 말했다.
“별거 아니네요.”
“그래도 처음 상대하는데 잘했어.”
“헤헷.”
카엘의 칭찬에 브로칸이 꼬리를 흔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근데 이상하군요. 기습할 게 아니라면 굳이 스켈레톤을 남겨 둘 필요가 없을 텐데.”
그때 아래에서 비명이 들렸다.
“으악! 괴물이다!”
내려다보니 어느새 프레데릭이 스켈레톤 무리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소초에 함정을 파고 양동작전을 펼친 거였다.
“겁먹지 말고 모두 응전하라!”
프레데릭이 부대를 독려했다.
그러나.
‘밀리는군.’
스켈레톤은 언데드 특유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뛰어난 내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움직임이 단순하고 느리다.
조금 훈련받은 병사라면 그리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언데드 몬스터를 처음 상대하다 보니 몸이 굳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프레데릭이 담력이 센 병사들을 엄선했다고 들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보였다.
‘이러다가 괜히 죽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시체를 제물로 삼아 네크로맨서가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하기라도 하면 더욱 혼란에 빠질 게 분명했다.
“브로칸, 어서 가서 도와주자.”
“네!”
카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브로칸이 초소 아래로 뛰어내리며 철퇴를 휘둘렀다.
“어, 위험합니다.”
한창 싸우던 프레데릭이 그걸 보고는 소리쳤다.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브로칸이 휘두른 철퇴에 스켈레톤이 터져 나갔다.
“어떻게 된 거야? 스켈레톤이 저렇게 약했어?”
“이야, 언데드 사냥꾼이라더니 정말 잘 싸우네.”
“거리만 잘 유지하면 별거 아닙니다!”
병사들이 감탄하는 걸 보고 초소 아래로 내려온 카엘이 독려했다.
카엘이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스켈레톤이 박살 나자 병사들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덤벼 봐, 이 자식들아!”
병사들이 공세로 전환하자 이십여 마리에 달하던 스켈레톤의 수가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불리한 와중에도 스켈레톤은 도망치거나 항복하지 않았다.
무기를 잃었으면 팔로 헤집으려 하고, 팔이 부서졌으면 깨물려고 했다.
다리가 부러져도 굼벵이처럼 기어서 덤볐다.
“아직도 움직이잖아, 끈질긴 녀석들.”
“어이! 물리지 않게 조심해.”
“지긋지긋하다, 정말.”
병사들은 굳은 안색으로 스켈레톤들의 마기가 흩어질 때까지 철퇴로 박살을 냈다.
그렇게 하나둘 마무리 지었다.
프레데릭이 주변을 살펴보더니 낭패한 얼굴이 됐다.
“네크로맨서는 도망친 거 같군요.”
사방에는 스켈레톤뿐 네크로맨서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브로칸이 추적할 테니까요.”
“이것들은 다 냄새가 비슷하던데…….”
자신 없어 하는 브로칸에게 카엘이 조언했다.
“잘 맡아 봐. 네크로맨서는 단순히 냄새뿐만 아니라 마력의 냄새도 흩뿌려 놓기 때문에 오히려 찾기 쉬울 거야.”
“아! 한번 찾아볼게요.”
브로칸이 가는 걸 본 카엘은 프레데릭에게 말했다.
“저희는 다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죠. 자칫 저주에 걸릴 수도 있어서요.”
저주라는 말에 한번 의식을 잃은 적 있던 프레데릭이 뜨끔했다.
병사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이런, 다들 겁먹었네.’
카엘은 얼른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래도 다들 작은 성물이나마 가지고 계시니 괜찮을 겁니다.”
놀랍게도 신전에는 언데드 퇴치에 나선 이들에게 주고도 남을 성물을 내줬다.
어디까지나 빌려준 거지만.
“알겠습니다. 어서 확인하죠.”
프레데릭도 굳은 얼굴로 동의했다.
카엘은 병사의 상처와 눈빛과 반응 등으로 상태를 확인했다.
긴장한 병사가 물었다.
“괘, 괜찮은 겁니까?”
“네, 괜찮습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도한 병사가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성호를 그었다.
그렇게 몇 명의 부상자를 살폈을까?
뒤편에 서 있던 몬티엘 백작의 기사가 투덜댔다.
“다 괜찮아 보이는데, 시간 낭비하는 거 아닌가? 프레데릭 경, 이럴 게 아니라 어서 갑시다.”
“어? 기사님도 다치지 않았습니까?”
“다치기는 무슨. 여기 조금 긁힌 것뿐인데.”
병사의 지적에 기사가 발을 들어 보였다.
쓰러진 스켈레톤이 마구잡이로 잡아 뜯고 긁었는지, 발목 위 철판이 떨어지고 잔뜩 해져 있었다.
그래도 상처는 기사 말대로 생채기에 불과했다.
‘근데 왜 저렇게 까맣지?’
카엘이 자세히 보려는 순간, 그곳에서 시커먼 마기가 치솟았다.
“으윽!”
기사가 자지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매우 괴로운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자네, 괜찮나?”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프레데릭이 걱정하면서 다가가려는 걸 카엘이 앞을 막았다.
“마기에 감염됐는데, 옮을 수도 있습니다.”
“헉!”
그 말에 모두가 기사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으, 으.”
놀란 프레데릭이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분명 성물도 지니고 있을 텐데.”
“품속에 넣지 않고 목에 대충 걸어 둬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성물 덕분에 이 정도로 그친 겁니다.”
카엘의 말에 기사가 고통을 억누르며 애원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수로 씻어 내면 되니까요.”
카엘은 그러고는 성수를 꺼내 마기에 뿌렸다.
시커먼 연기 같던 마기는 금방 사라졌다. 동시에 기사의 표정도 조금 편해졌다.
“이제 괜찮으십니까?”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기사는 대답하면서 성물을 품속에 꼭 챙겨 넣었다.
그때 브로칸이 돌아왔다.
“카엘 님!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