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모래의 도시
서지현이 이시은을 보다가 말했다.
"서지현, 간호사."
서지현의 말에 노트에 서지현의 이름을 써내려가던 손이 잠깐 멈칫했다.
"간호사라."
이시은은 잠깐 볼펜을 딸각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현재 안전지대에 있는 환자는 18명이야. 10명은 외상이고, 8명은 병에 걸렸어. 안전지대 마트 2층에 환자들이 있으니까. 이틀 뒤에 부터는 거기로 가서 일해. 거짓부렁을 했다면 이틀 뒤에 드러나겠지."
서지현이 그 말에 하, 하는 소리를 냈다. 이시은이 그 소리를 듣고는 서지현을 바라봤다.
"공짜 밥과 물은 없어. 당연히 일을 해야지. 제공되는 식량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이천삼백칼로리, 토요일과 일요일은 일이 없는 대신 이천 칼로리. 물은 언제나 1.5 리터."
이시은은 볼펜을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간호사라는 일이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하고, 구하기 쉽지 않은 인재라고 하지만 특별 대우는 없어. 이미, 호구 조사를 하기 전에 안으로 들여보내주고 내가 직접 조사하는 걸로도 충분히 특별 대우야."
말을 마친 이시은이 나를 바라봤다.
"너는?"
그 질문에 서지현이 대답했다.
"오현석, 회사원이었어요."
서지현의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댁한테 물어 본 거 아니야. 물어본 사람이 대답해."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오현석, 회사원."
내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어느 회사 다녔는데."
이야, 나는 그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중소기업인데."
내 말에 이시은이 다시 되물었다.
"회사에서는 무슨 일을 했지?"
"..."
대충 물어보는 기세를 보니 이미 의심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시은은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냐, 궁금하다 그거지?
"그냥 부드럽게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내 말에 이시은이 얼굴을 살짝 구겼다.
"좋은지 아닌지 판단은 내가 하는거야."
이야, 참 강압적이군 그래. 오냐,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말해주지.
"오현석,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직업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죄수였지."
내 말에 이시은이 굴리던 볼펜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오현석이라면, 그 연쇄살인범 본인이야?"
이시은의 말에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이시은이 잠깐 나를 바라보며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싸우고 피 보는 일에는 익숙하겠네. 우리는 주기적으로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서 물자를 챙겨오고 있어. 할당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틀의 휴식을 끝내고 나면,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은 밖으로 나가서 물자를 챙겨와. 매일 새벽 여섯시가 되면 오빠가 백화점 지하 1층에서 금일 밖으로 나갈 사람들을 확인하니, 그때 내려와서 오늘 나갈 거라고 말해. 아, 그리고 서지현 너도 한 달에 한 번은 나가야 해."
"안 하겠다고 하면 물과 밥은 없겠지?"
내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대답한 걸로 기억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등을 벽에 기댄채로 말했다.
"말하는 것만 봐서는 우리가 여기에 뭐하러 온 건지 알아차리기라도 한 기세네."
내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목숨줄 연명하려고 왔겠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게 목적이잖아. 나도 마찬가지고."
이시은의 말에 서지현이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서울로 가는게 목적인걸."
서지현의 말에 이시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와 서지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장님은 아닌 것 같은데, 수원으로 들어오면서 떠올랐던 미션은 봤겠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를 뜨는게 목적이라. 뭐, 랜드 클리어라도 시도 할 생각인 모양이지?"
이시은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은이 우리를 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싸우는 건 참 감명깊게 봤어.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이미 그런 식으로 당당하게 말하고 랜드 마크 쪽으로 향한 녀석들이 돌아오지 않는 걸 참 많이 봤거든."
이미 시도를 해봤던 적이 있다는 뜻이네. 저건 긍정적인 신호다.
"그래?"
"그래, 정확히 23명. 너희 둘이 가서 죽으면 25명이 되겠네. 위치가 궁금하겠지? 하지만 해당 업무는 내 관할이 아니야. 내 오빠를 찾아가서 물어봐."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모르는 눈치는 아닌데. 그냥 말해주면 되잖아."
내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알아도 내 관할이 아니면 말해주지 않아. 내 관할이 아니라는 뜻은 내가 책임지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거든. 책임질 수 없는 사안에 함부로 대답을 돌려 줄 수는 없지. 이 안전지대 안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과 담당하는 업무가 있고, 상하 관계 하에서 이루어지는 지시에 복종해. 짜여진 조직과 엄격한 규율. 그게 어떻게든 이 안전지대를 유지시켜주는 힘이야."
서지현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민주주의는 타살당했네."
서지현의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그래, 민주주의는 우리 오누이가 죽여서 수원에 썩어 넘치는 모래더미에 파묻었어. 지금 코 앞에서 달랑거리는 현안은 생존이고, 의견 수렴과 투표라는 절차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든. 수원의 안전지대를 지배하는 이념은 전제주의야."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시은을 보다가 말했다.
"그래, 뭐 독재자들도 나름대로 핑계거리는 있다고들 하지."
"하,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러던가."
이시은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전지대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물이 부족한데도 더 많은 물을 먹고 목욕을 하고 싶어하지. 식량이 부족해도 배불리 먹고 싶어하고, 당장 눈 앞에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어해. 그런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나 하나 다 들어주다보면 손에 손 잡고 삼도천을 건너는거야."
그 와중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시은이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대답했다.
"나도 시간 정도는 알아. 조금 이따가 내려갈테니 준비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왔던 사람이 인사를 하고 돌아갔고, 이시은이 잠깐 불편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시간?"
내 말에 이시은이 대답했다.
"물 만들 시간. 나를 포함해서 상점에서 마력으로 물을 만들어내는 스킬을 배운 사람들이 있어. 마력을 쥐어짜내면 하루에 200리터 정도는 만들지. 물론, 그걸로 소비되는 물을 벌충하기에는 택도 없이 부족하지만."
나가려던 이시은이 잠깐 이따가 말했다.
"밖에서 신경질을 낸 건 미안. 구차한 변명을 조금 하자면..."
이시은은 문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을 잡는데 성공했다면 레벨업이었거든. 얻은 포인트를 전부 마력에 투자하면 10리터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었고, 추가 생산된 물로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물의 보급을 늘릴 예정이었어. 사실 너희들이 잘못한 건 없었는데, 도움을 받아 살아난 주제에 실망감이 더 앞서버렸어."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딱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나이 씩이나 먹고 사과를 받지 않으면 괘씸해서 밤에 잠을 못 자겠다! 같은 식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도 웃기잖아. 사과 같은 것 보다, 들어야 할 대답이 있다.
"네 오빠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볼 수 있지?"
"이 시간이면 주차장에 있을거야."
대답을 돌려준 이시은은 곧바로 문을 나섰다. 나와 서지현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 애, 좀 귀엽지 않아요? 그 뭐라고 하더라, 츤데레? 생긴 것도 이쁘던데."
"그래? 그럼 그런가보지."
뭔 성격이건 내 알 바는 아니잖아. 내 가족도 아니고. 그런 것 보다...
"좀 쉬었다가 이시은의 오빠라는 사람을 찾아가보자. 랜드 마크에 대해서 들어봐야하니. 우리 예상대로 랜드마크가 그 무지하게 커다란 거북이일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모른다. 보석을 통해서 확인했던 수원시의 모습과 지금 수원의 모습이 좀 다른 점도 마음에 걸리고. 만약에 아니라고 하면 더럽게 골치가 아파지게 되는데. 일을 두 번에 해야 하잖아. 원래 목적은 한 큐에 절혼도 따내고 랜드 클리어도 끝내는 거였는데.
"하긴, 생각해보면 파백을 얻은 것도 랜드 클리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
파백을 획득한 건 살점 공예가를 죽일 떄가 아니라, 마마 델리를 죽이고 난 다음이었다. 그리고 파백은 살점 공예가를 죽이고 랜드 클리어를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
절혼도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젠장, 이거 어쩐지 생각을 이어가면 이어 갈 수록 내가 보석을 통해서 본 그 거북왕이 랜드 마크가 아닐 가능성 쪽으로 상황이 기울어지는 것 같은데.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서지현은 내 손을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일어나 내 앞에 섰다.
"갑자기 뭐해?"
"쉿."
그리고는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야, 야. 뭐하자는거야. 야! 내 바지가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멍하니 서지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서? 갑자기?"
머리 속에 물음표가 너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서지현은 별 다른 대답 없이, 팬티를 아래로 끌어내리며 말했다.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싫으면 그만 둘까요?"
싫을리가 있나. 싫은 건 아닌데.
"아직 대낮이고, 벽이 유리잖아."
내 말에 서지현이 대답했다.
"아래는 가려져 있어요. 제가 이러고 있으면 안 보일걸요."
내 얼굴은 보이잖아! 게다가 시선 돌려보면 지금 막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나중에."
"나중에는 국물도 없는데."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서지현의 입김이 내 아랫도리를 스치기 시작한다.
근데 이러면 나도 뭔가 해야 하는거 아닌가. 서지현 쪽으로 손을 가져가자, 곧바로 서지현이 내 손을 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씻지도 않았는데 그냥 바로 이러는 건.
뭐 그런 말을 하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생각한 말 대신 입에서는 흐으으, 하는 소리가 나왔다. 부드러운 혀가 불알에 닿고 그대로 핥아지는 느낌과 함께 빨리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눈 앞이 핑핑 도는데. 나는 몸을 흠칫거리면서 양 손으로 의자를 꽉 붙잡았다. 입에서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든다.
서지현은 내 몸을 잘 알고 있었다. 입이 닿는 곳과 손이 닿는 곳 어디도 기분 좋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혀로 내 물건을 핥으며 손을 움직이던 서지현은 그대로 입으로 내 물건을 삼켰다. 츄르릅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표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창 밖에 지금, 사람들 돌아다닌다고! 서지현이 양 손으로 내 다리를 잡고, 그대로 양 옆으로 벌린 다음에 입을 내 사타구니에 더 가깝게 붙였다. 서지현의 코가 내 음모에 닿을 정도로.
"흐읍..."
나는 몸을 흠칫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현아, 이제 그만."
나올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입 안에다가 그럴 수는 없잖아.
내 말에 서지현이 나를 올려다보면서 눈웃음을 짓는다. 야, 그렇게 올려다 보지마.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러면...!
서지현의 움직임은 방금 전 보다 훨씬 더 격렬해졌고, 뭔가를 빠는 것 같던 소리도 훨씬 격렬해졌다. 당연히, 나는 허리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감내해야 했고.
결국 나는 뜨거운 숨소리와 함께 서지현의 입 안으로 약 3억마리 정도 되는 내 새끼들을 쏟아넣어버렸다. 아니, 이건 3억 이상인것 같은데. 평상시보다 훨씬 더 내보낸 것 같아. 느낌만으로는 지구 인구수만큼 쏟아져 나온 것 같은데!
나는 재빨리 배낭 쪽으로 손을 뻗어 두루마리 휴지를 꺼냈다. 휴지를 꺼내들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서지현의 목울대가 움직이는게 보인다.
삼킨거야?
입 안에 내용물을 전부 삼킨 서지현은 잠깐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것 같더니, 다시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쭈욱 빨아들인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놓치고 몸을 떨었다. 혹시나, 안쪽에 남아있었을지도 모르는 것까지 방금 전 그걸로 죄다 빨려나갔다.
완전히 가라앉을 떄까지 입 안에 문 채로 빨아들이고 혀를 움직이던 서지현은, 마침내 내 사타구니에서 머리를 떨어뜨리고 팬티와 바지를 다시 입혀주었다. 그리고 나서, 바닥을 구르는 두루마리 휴지를 주워 입가를 닦고, 민트 캔디 하나를 꺼내 입에 문 채로 말했다.
눈가에는 기침 하면서 맺혔던 눈물이 약간 보인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맛이 없었어요. 사과맛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 이제 이시은의 오빠한테 가볼까요?"
감상평은 간단했다. 그게 맛이 있을리가 있나. 나는 잠깐 숨을 몰아쉬고 말했다.
"한 10분 정도만 더 쉬고 나서 찾아가자."
지금은 힘이 없어서 못 가겠다. 진이 쪽 빠졌네 아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