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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탈옥했다-95화 (95/237)

# 95

전투 파밍

며칠이 지나, 나는 부상에서 회복했다. 하지만 등에는 흉터가 남았다. 상관없다. 등에 난 상처가 검사에게는 수치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죽는 것 보다는 까짓 놈의 수치 한 번 당해주고 사는게 훨씬 이득이니까.

이미 휴식을 하면서 상점에서 필요한 스킬들은 구매한 상황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나는 능력치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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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36.

육체 : 52+20 체력 : 52+20

정신 : 37+27 마력 : 3+49

감각 : 82+27 기교 : 27+13

카테고리 : 반사신경 4단계, 마력 2단계

스킬 : 반사신경 카테고리(7), 전투 마법 카테고리(2)

수행 가능한 미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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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스킬의 숫자가 늘어나서 스킬 목록에 들어간 글자가 너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띄워본 정보창이 내용을 정리해주었다. 새로 배운 스킬은 세 가지고, 전투 마법이라는 카테고리가 생성되었다. 육체와 체력에 약간의 능력치 보너스를 주고, 마력에 큰 능력치 보너스를 주는 카테고리였지만, 서지현과 나눠 낀 반지로 올라간 스탯은 내 능력치고 쳐주지 않는 모양인지, 정작 마력 능력치는 별로 상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지현이 꾸준히 투자한 마력 능력치가 다시금 내 능력치를 높여주었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행위는 아니다.

[핸디 매직 : 간단한 손동작을 통해 발현되는 마법입니다. 핸디 매직 계열의 마법은 정통적인 마법처럼 강력하지는 않지만, 즉발성이고 정신을 집중해서 마력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현재 3가지 핸디 매직을 기억해두고, 필요 할 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핸디 매직에 등록된 마법은 성능과 활용법이 변동 될 수 있습니다. 핸디 매직으로 기억된 마법은 즉발성이라는 메리트를 받게 됩니다.]

750pt를 주고 구매한 다음, 850pt를 주고 강화한 스킬이다. 원래는 하나의 핸디 매직만을 등록시킬 수 있었지만, 스킬 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2가지를 더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쇼크(핸디 매직) : 마력을 이용해 강력한 전기충격을 만들어냅니다. 마력 능력치에 따라 위력이 변합니다. 핸디 매직으로 기억되어, 스킬의 성능이 변했습니다. 무기를 사용하는 중 정해진 손동작을 통해 무기 또는 신체에 전기충격을 부여하거나, 전방의 좁은 범위에 전기 충격을 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위력은 본래 최대 출력의 30%로 고정됩니다.]

마법의 위력이 본래 위력의 30% 정도로 고정된 건 아쉽네. 그래도 걱정하던 상황이 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손동작이라고 해서 혹시 뭐 나x토에서 나오는 것처럼 복잡한 수인을 맺어야 하는거면 어쩌지 했는데. 손동작이 딱 그거다. 플래밍의 왼손법칙 후 주먹쥐기. 이 정도의 간단한 손동작이라면 문자 그대로 번개처럼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다.

[배리어(핸디 매직) : 마력을 이용해 피해를 막아내는 방어막을 생성합니다. 마력 능력치에 따라 막을 수 있는 최대 피해가 달라집니다. 핸디 매직으로 기억되어, 스킬의 성능이 변했습니다. 손동작을 취한 이후 약 0.5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 유지됩니다.]

이건 성능에 제약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아주 잠깐만 유지되도록 변했다. 대신에 손동작은 쇼크보다 훨씬 쉽다. 한 손을 두 번 주먹쥐기. 주먹 꾹꾹 두 번 쥐면 순간적으로 내 몸을 감싸는 방어막이 생겼다가, 이내 사라진다. 약간, 패링 하는 느낌으로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쇼크와는 다르게 위력에 제한이 걸려있지 않아서 서지현 덕분에 50이 넘어가게 된 마력의 효과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나는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중얼거렸다.

"전반적으로 핸디 매직으로 등록되면 순간적으로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마법의 성능이 변경되는 모양이네."

큰 단점은 아니다.

애초에 반사신경 카테고리에 있는 스킬들 대부분은 짧은 타이밍을 포착해서 유리하게 사용하는데 특화되어있으니까. 타이밍을 잡아서 쓰는 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마법 쓰겠답시고 상대 앞에서 칼질하다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 정신을 집중하는 것보다는 몇 배나 쓸만하다.

게다가 양 손을 쓰는게 아니라 한 손 만을 사용하니, 손에 들고 있는 바람개비를 다시 집어넣거나 할 필요도 없고.

점프 스케어의 효과까지 받게 된다면 더욱 빠르게 사용 할 수 있겠지. 느려진 세상에서 나 혼자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손동작도 마찬가지니까.

유용해 보이는 스킬들을 습득하고 나자 남은 포인트는 1600pt 정도다. 이건 아껴두었다가 새로 장비를 장만 할 때 포인트가 부족한 경우가 생기면 사용해야지.

침대에 걸어앉아 있는 와중에, 내 등에 남은 흉터를 쓰다듬는 손이 느껴진다.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프네요."

서지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등에 남아있는 흉터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흉터가 남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아물었어요. 딱히 상처가 덧나거나 한 것도 아니고."

"훌륭한 간호사의 실력 덕분이지."

서지현이 웃으면서 내 어깨를 탁탁 두들기고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한다.

"알아줘서 눈물나게 고맙네요. 감동이에요."

이제 상처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비가 오면 갑자기 등이 쑤시는 식의 통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쌩쌩하다.

"오늘부터는 외출 준비를 하자."

내 말에 서지현이 대답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회복을 위한 휴식과 단순한 게으름은 다른 거니까."

물컵을 손에 든 나는 서지현을 향해서 물컵을 가볍게 흔들었다.

"레벨 50을 향해서."

서지현이 그 말을 듣고는 자기도 손에 물컵을 들고는 건배를 했다.

"그리고 더 좋은 장비를 위해서."

술 대신 물. 나와 서지현은 컵 안의 물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서지현은 양호실에서 나와 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아, 몸은 다 나은건가?"

김용천이 다른 생존자들에게 운동을 가르쳐주다가 우리를 보고는 인사를 했다.

"그래. 이제 슬슬 시작하려고."

김용천이 우리의 말에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잘 부탁한다. 이미 새벽 중으로 네 명 정도의 생존자가 주변의 정찰을 나갔어. 너희들은 어디로 갈 생각이지?"

우리는 미리 정했던 곳을 말해주었다. 놀이동산 쪽으로 향하는 터널.

"아, 거기 말이로군. 지키고 있는 녀석이 있었던 데다가 굳이 거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주변을 조사 할 수 있다는 판단 떄문에 굳이 교전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으니."

김용천은 말을 마친 다음에 우리와 눈을 한 번씩 마주치고 말했다.

"서두를 필요 없어. 목숨은 소중한거야. 살아있으면 다음을 생각 할 수 있지만, 죽어버리면 다음이 없지 않나. 살아있다면 만에 하나라고 하는 희박한 희망이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죽으면 그 희박한 기회조차도 오지 않는 법이니."

그래, 그건 나도 느끼고 있는 바다. 내가 그 망할 놈의 재벌 3세 새끼를 죽이는데 실패하고 경찰들에게 붙잡힐 상황이 되었다고 자살해버렸으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서지현을 만날 수 있었을까? 인연과 우연은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김용천과 내 차이라고 한다면... 김용천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귀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은 없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우리는 김용천과 인사를 마치고 학교를 나왔다.

"방침은 간단하죠?"

그래, 방침은 간단하다. 나는 서지현을 보고 말했다.

"터널로 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녀석들은 죄다 잡아 족쳐서 우리 경험치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터널에 도착하면 미션이 뜨는지 안 뜨는지 확인하고, 미션이 뜨면 족치고, 미션이 뜨지 않아도 족친다.

"눈에 보이는 괴물은 다 죽이며 전진. 오는 싸움 마다하지 않고, 없는 싸움은 만들어서 하는 거에요."

말을 마친 서지현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쪽 골목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기 과자 파는 애들 있다. 시비걸러 가자."

내 말에 서지현이 곧바로 배낭에서 에노테르를 뽑아들었다. 커다란 초콜릿 에끌레어가 우리에게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 어서오세요, 좀 드셔보세요. 방금 만들어서 따끈하고 신선해요. 달콤하고 맛도 좋...

길쭉한 에끌레어가 반토막이 나며 안에 들어있던 걸쭉한 커스터드 크림을 줄줄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오븐 트레이에 과자를 잔뜩 담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녀석들의 표정이 변했다.

"과자 말고 경험치 내놔."

"맞아요, 빨리 경험치 뱉어요. 시간 없어요."

에끌레어의 피살을 방아쇠로 날뛰기 시작한 우리는 차라리 한 쌍의 사이코 부부 연쇄 살인범 같았다. 과자니 살인범이라는 단어는 좀 이상한가. 어쨌든, 의미만 전달 할 수 있으면 되는거잖아. 순식간에 목적을 밝힌 우리는 녀석들을 자비 없이 도륙내기 시작했다.

"네놈의 빵조가리를 찢고 죽인다! 큰 덩치!"

"크림도 존나게 빵빵하겠지! 찢고 죽인다!"

컬트적으로 유명한 만화책의 명대사를 외치면서 나와 서지현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과자를 줘야 하는 과자들이 죽어버린 모습에 바닥을 굴러다니며 기브 미 쪼꼴릿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쏟아진 빵조각과 크림, 초콜릿 따위를 주워먹기 시작한다.

사람한테는 관심없다. 과자 내놔, 과자. 다 박살내버릴테니까.

과자들이 공격받으며 소란이 발생하자, 주변에 있던 과자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마침 맞게 나는 커다란 맘모스 빵을 손으로 잡아 들어올리고 그대로 몸을 반으로 찢어버리는 중이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그 뭐냐,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잘은 모르겟지만 예수님이 서큐버스 소굴이 된 교회를 청소한 것과 이 신성모독적인 행위를 쌤쌤으로 쳐서 용서해주시지 않을까? 아님 어쩔 수 없지.

- 어... 어...

몰려온 커다란 간식거리들이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나는 뺨에 묻은 잼을 문질러 닦고는 말했다.

"이야, 일용할 양식이 또 왔네."

너희도 빨리 우리 경험치가 되렴. 너희가 우리를 레벨적으로 살찌게 할 거야. 나는 한 녀석에게 달려들어서 그대로 빵덩이의 머리 부분을 썰어버리고, 옆에 있던 다른 디저트의 머리통을 뜯어내서 잘려나간 단면 위에 쑤셔박으며 외쳤다.

"받아 호빵맨, 새 머리야!"

이 광경이 과자들에게는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장면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하긴, 위에서 일어난 일을 사람에게 했다면 그 장면을 구경하던 사람들 중 90% 정도는 구역질을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을거다. 하지만 공포영화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도망친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보이는 과자에게 자비는 없다. 온 천지가 크림과 잼과 초콜릿과 빵 덩어리로 덧칠되기 시작했다.

설탕이 뿌려진 커다란 찹쌀 도너츠. 그 녀석의 배에 바람개비를 박아넣은 나는 곧바로 쇼크를 만들어내는 손동작을 취했다. 검을 타고 전류가 흐르며 녀석의 겉에 엉겨붙어있던 설탕이 카라멜로 변해버린다.

"내가 널 맛있게 만들었다!"

바라는 것은 세 가지다. 경험치, 경험치. 그리고 더 많은 경험치. 녀석들이 날린 날카로운 간식들이 내 쪽으로 날아온다. 주먹 두 번 꾹꾹, 만들어지는 방어막. 튕겨나가는 간식들. 그 뒤에 이어지는 건 과자를 더 맛있게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나와 서지현의 집중력은 그대로 파괴력으로 치환되어 태풍처럼 거리를 휩쓰는 인적재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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