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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탈옥했다-4화 (4/237)

# 4

악몽

교도소를 빠져나와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논과 밭. 그리고 2차선 포장도로 양 옆으로 세워져 있는 가로수와 전봇대 같은 것들이었다.

바깥 세상에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양 옆으로 논밭이 펼쳐진 가운데, 꽤 먼 거리에 어렴풋이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사는 곳. 나는 잠깐 내 복장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이 근처에 흉악범을 수용하는 교도소가 있다는 이 근방 사람들이 모를리가 없다.

교도소에서 난리가 났는데 인근의 군부대가 출동도 하지 못할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맛탱이가 가버렸다고 봐도 좋지.

이런 상황에서 파란 죄수복과 까까머리는 '나는 교도소에서 빠져나온 흉악범이다. 건드리면 좆 될 줄 알아라.'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거다.

최소한, 당분간 사람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을거다. 계속해서 걸어가다보니 도로변 한 구석에 건축 자제 같은 것이 쌓여있는 창고 같은게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나 전봇대 같은 게 아니다. 바깥의 사람들이 지어올린 건물을 8년만에 마주했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맥이 탁 풀려 몸을 비틀거리다가 이마를 짚었다.

"하이고."

그러고 보니 몸을 너무 굴렸다. 긴장과 흥분이 풀리자 곧바로 근육의 통증과 피로가 몰려온다.

비틀거며 근처의 전봇대에 손을 올리고 있다가, 그 창고 쪽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창고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와, 그 옆에 연두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이 화장실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실이라."

그렇다면, 저 컨테이너의 역할은 뻔하겠지.

나는 그 컨테이너 쪽으로 접근했다. 벽에 귀를 가져가 한 동안 소리를 들어본 결과 안은 조용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당연히 덜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겨있다.

가까운 곳에 교도소가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던 모양인지, 컨테이너의 창문에는 쇠창살이 붙어있다.

사람이 저걸 맨손으로 뜯어 낼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창고 주변을 뒤지다가 가느다란 철사 몇 가닥을 찾아낸 다음 웃었다.

"창문은 좋았는데, 문도 조심했어야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들고 있던 칼로 철사를 잘라내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잠시 뒤에, 문이 열렸다. 나는 잠깐 철사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방 안에 잘라낸 철사를 집어넣었다.

계획살인과 충동살인. 둘 중에 나는 계획 살인을 저지를 새끼다.

나는 복수를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 그 중에는 당연히 문따기도 포함되어있다.

사람 죽이러 찾아가는데 술이랑 안주 들고 문 두들길 수는 없잖아. 뭐, 초인종 누르고 택배왔다고 할 거야?

"역시."

안에는 간이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밖에 굴러다니는 건축 자재들 중에서 각목 하나를 찾아 들고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문을 닫아걸고, 문고리 아래에 각목을 기대어 놓는다. 이제, 때려부수지 않는 한에는 열리지 않을거다.

그제서야 나는 약간 안심하고 배낭에서 영양바 하나를 꺼내다가,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사발면을 발견했다.

이 컨테이너에 머물 때 먹으려고 사놓았던 건가.

"교도소 나오자 마자 하는 짓거리가 문 따고 들어와서 남의 사발면 훔쳐먹기라니."

사회로 나와서 몇 분이나 지났다고 또 범죄를 저지르냐. 한심한 새끼.

하지만 그래야 하는 상황이다. 배낭 안에 들어있는 영양바의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명에 따르면 유통기한은 십년 단위라고 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건 나중에 먹어야지.

어차피 물을 끓일 수는 없을 것 같은 환경이니까. 나는 사발면을 뜯어서 생면을 라면 스프에 찍어 먹고는 잠깐 몸을 떨었다.

"세상에..."

8년 만에 먹어보는 라면은, 익히지 않은 생라면이지만 진짜 맛있었다.

면을 다 씹어먹은 나는 물을 좀 마시고, 그대로 침대에 픽 쓰러졌다.

몸이 나른해진다. 간이 침대라고 해도 교도소 매트리스보다 몇 배는 푹신하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간다.

***

화장실에서 뛰쳐나온 나는 바닥에 앉아서 발톱을 깎고 있는 누나를 보며 소리쳤다.

"아, 오나현! 내 면도기로 겨털 밀지 말라고!"

나는 누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쬐그만 방 안에서 누나가 나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그럼 뭐, 식칼로 밀까?"

나는 그 말에 울컥해서 바닥에 면도날을 탁 던지며 대답했다.

"면도날이 썩었잖아!"

내 말에 누나가 허허허, 하고 웃은 다음 손에 들고 있던 레몬 맛 막대사탕을 우물거린다.

슬쩍 옆을 보니 벌써 저 누런 레몬맛 사탕만 네 개째 까먹는 중이다. 에라이, 확 당뇨나 걸려라.

"자식, 여자 겨털이 면도날에 끼어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나는 그 말에 입을 떡 하니 벌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미친 소리 하네. 면도날에서 하수구 냄새 나잖아!"

"뭐 임마!?"

나는 누나한테 맞았다. 엄청 아프게 맞았다. 막 꺄르륵 거리면서 가볍게 때리고 마는게 아니라 진짜 주먹으로 후두려 맞았다. 무슨 힘이 저렇게 센지.

"..."

부어오른 뺨을 잡고 한동안 침묵하고 있는 나를 누나가 슬쩍 슬쩍 보다가 말했다.

"야, 오현석. 배고파, 라면 끓여."

아 씨발. 때려놓고 라면까지 끓이라고?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 누나를 노려봤다.

"집에 라면이 있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앞으로 만원짜리 한 장이 툭 떨어졌다.

"너 먹을거면 두 개 사오고, 면도날도 새로 사와."

"잔돈은?"

"니꺼 해."

나는 그 말에 얌전히 돈을 받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누님."

내 말에 누나는 문을 나서는 나를 보며 픽 웃고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지랄, 처맞고도 좋단다."

면도날, 사실 딱히 새로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라면이나 두 개 사 가야지. 간만에 생긴 용돈이니까 피시방이나 갈까?

라면을 고르던 눈에 레몬맛 썬x스트 사탕 봉지가 들어온다. 슬쩍 보니까 이틀 전에 사 놓은 사탕을 벌써 다 먹어치웠던데.

까짓거,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니까. 한 봉지 사다 주지 뭐.

라면과 사탕을 사고, 곧바로 집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었다.

"..."

열린 문 너머, 눈 앞에 보이는 건 목을 메달고 죽어 있는 누나의 시체였다.

파랗게 질린 얼굴과 길게 나와 있는 혀. 잔뜩 부른 배.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배에는 보기에도 지독한 피멍이 잔뜩 들어있다.

죽은 누나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양수가 섞인 피가 흘러내린다.

내 손에 들려 있던 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

"허억."

식은땀과 함께 눈을 뜬 나는 멍하니 컨테이너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간이침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이런, 씨발."

왜 갑자기 꿈은 꾸고 지랄이야. 그것도 하고 많은 꿈 중에서. 나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간이 침대에 있던 이불을 주먹으로 꽉 쥐고 있다가 창 밖을 바라봤다.

늦은 오후다. 얼마나 잔거지. 내가 잠들었던 시간이 오후 다섯시였고... 컨테이너 안의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를 꼬박 잔거야? 아직 살아있는게 용하네.

나는 머리를 흔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 동안 있었다.

강간, 그리고 원하지도 않던 임신. 누나는 강했다. 거기까지는 버텼던 모양이다. 심지어 그 아이를, 어쨌든 키우기까지 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숨겨놓았던 유아 용품이 죽고 난 다음에야 발견되었으니까.

하지만 누나의 뱃 속에 있던 아이는 죽었다. 그토록 모질게,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진 범죄 행위 속에서 누나를 무너뜨렸던 건 결국 뱃 속 아이의 죽음이었다.

배는 주먹 같은 걸로 맞은게 아니었다. 야구 배트나, 그 비슷한 둔기로 수도 없이 맞은 흔적이었다. 잘못 떄려서 유산한게 아니라, 유산 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였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군대에, 어머니는 원수 새끼의 집 가정부로 있는 시간 동안. 차마 말도 못하고. 혼자서 이를 악물고 견디다가, 그렇게 죽어버렸다.

"용서?"

입에서 흐흫,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절대 안한다. 용서 같은 소리 하네. 나는 양 손을 가지런히 합치고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최현우, 제발 몸 성히 살아있어라."

나는 그렇게 눈을 감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컨테이너를 나왔다. 꿈 떄문에 더 이상 쉴 수가 없다. 밖으로 나오자, 눈 앞에 문자가 떠올랐다.

[수행 가능한 미션이 추가되었습니다.]

나는 눈 앞에 떠오른 문자를 확인하고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

미션 : 전통과 역사의 도시로

목표 : 제 57 안전지대, 안동역에 도착

보상 : 50pt

///

"더럽게 짜네."

좀 더 얹어주지 50pt가 뭐냐 꼴랑.

"실제 보상은 포인트가 아니라 안전지대겠지."

안전지대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안전해 보인다. 최종 목적지가 서울이라고 해도 여기에서 서울까지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중간 경유지를 안동으로 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소량이긴 하지만 포인트도 받을 수 있으니까.

최우선 목적지는 안동으로 정해놓고 이동하자.

생각을 마친 다음 얼마나 걸었을까. 고개를 들어 사방을 바라보면 논밭밖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서서히 변한다. 읍내에 도착한 모양이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중얼거렸다.

"살벌하구만."

도시가 온통 피투성이다.

바닥의 피웅덩이, 박살난 상점의 유리와 문에 찍혀 있는 핏자국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독하게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건 안전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하니 소름이 으스스 돋을 지경이다.

여기에 온 목적은 하나다.

"지도."

지금의 목적지인 안동이건, 최종 목적지인 서울이건 도착하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산간 벽촌의 읍내라고 하지만 지도 정도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겸사 겸사 잘 뒤져보면 뭔가 쓸만한 것들을 더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고.

나는 유리가 박살난 편의점을 슬쩍 살펴봤다.

안에 남은게 거의 없다. 나는 그걸 보고 탄식했다. 컨테이너 몰래 들어가서 사발면 하나 빼먹은 나는 경범죄 수준도 못 되는구만?

사람보다는 바퀴벌레의 멸종이 더 빠를 것 같다.

교도소 나오자마자 또 잡혀갈 일을 했다고 후회한게 바보같을 지경이다. 다들 적응력은 기가 막히네. 장수하겠어 아주.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안에 들어간 나는 중얼거렸다.

"남은게 없잖아. 무슨 메뚜기 떼도 아니고."

편의점은 깨끗하게 싹 비워져 있다. 있는 거라고는 바닥에 검붉게 말라붙은 핏자국이 전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로 피를 흘렸으면 이 자리에서 죽었겠는데.

"잠깐, 시체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멍하니 말라붙은 핏자국을 바라봤다. 사람 몸에서 포도주가 이렇게나 빠져나갔으면, 확실하진 않지만 여기에서 죽었다는 거다. 근데 시체는 온데간데 없다. 뜯어 먹히기라도 한 건가. 그럼 말이 되는데.

끈적하게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을 바라보고 있던 내 귀에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저리 꺼져, 이 더러운 새끼들아! 대가리 터지고 싶어?! 다가오지마!"

저 카랑카랑한 외침을 들은 나는 눈가를 매만졌다.

"아아아악! 이 씨발년이!"

남정네의 비명소리. 여자와 남정네들의 외침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여자는 다가오지 말라고 하고, 남자는 다가간다. 무슨 상황인지 안 봐도 뻔하다.

강간이겠지.

"여긴 낮에는 안전한 모양이네."

저기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여기에서 밤을 보냈을거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저렇게 소란을 피울 수 없다.

그런 확신을 가진 나는 이제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 꿈을 꾸고 난 다음인데 어떻게 저 소리를 그냥 지나가. 내 누나도, 어떻게 보면 강간 때문에 죽었는데. 게다가 오늘 꿈자리에서도 그 얼굴을 봤던 참이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세 명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였다.

남자 중 한 명은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자기 귓가를 붙잡고 있었다.

"말했지, 당장 꺼져! 다음에는 진짜 죽여버릴테니까!"

피가 흘러내리는 귀를 붙잡고 있던 중년이 눈을 벌겋게 하고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여자는 이를 꽉 물고, 중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쇳소리와 함께, 여자의 검이 남자의 검에 막힌다.

그리고 남자의 주먹이 여자의 배를 후려갈긴다. 여자의 입에서 커헉, 하는 소리가 나고, 바닥으로 검이 떨어진다. 여자는 배를 잡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꿈에서 본 누나의 배였다.

나는 내 종아리를 꽉 하고 꼬집었다. 미치겠네. 정신 차려 병신아.

그 사이에 여자의 배를 주먹으로 떄린 남자가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들아, 저 씨벌것 안 데려갈란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배를 잡고 앞으로 꼬꾸라져 있는 여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보쇼! 헤이!"

내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배를 붙잡고 있던 여자도 내 쪽을 바라본다.

남자 셋, 여자 하나. 네 명이 모두 하나같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파란 죄수복에 까까머리가 뭘 뜻하는지, 이 근방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다.

남자 세 명과 여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쫙 빠진다.

나는 검을 쥔 팔을 늘어뜨리고 일부러 칼이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녀석들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한창 바쁜 중에 미안한데. 그냥 가는게 어때. 이후에 일어질 일 두고 보기 역겨워서 그런데."

하얗게 질려 있던 남자들 중에서,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뭐라고 입을 연 것은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남자였다.

"이런 씨팔, 죄수 새끼가 뭐 대수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쪽으로 검을 겨누며 말했다.

"숫자 못 세냐? 하긴 뭐 대가리가 나쁘니 옥살이나 하고 있었겠지."

그 말에 뒤늦게 다른 두 명의 남자의 얼굴에 다시 서서히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래, 니들은 세 명이고 나는 한 명이다 그거지? 그나저나 머리가 나쁘다니. 그래도 간만에 들어보는 사람 목소리는 꽤 반갑긴 하네.

"듣는 사람 상처받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이래뵈도 감방 가기 전까지는 대학물도 먹고 있던 사람인데."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나와 녀석들 사이의 거리는 꽤나 가까워져 있었다. 서로 검을 휘두르면 맞는 거리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직까지도 검을 휘두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내 말에 귀를 붙잡고 있던 녀석이 슥 나를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대학 다니다가 감방을 가냐. 니 애미가 참 좋아라 했겠다. 하긴 뭐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자식 새끼 보니 애미가 어떨지 각이 딱 나오네."

내 입에서 웃음기가 사라진건, 그 말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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