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산 찍고 건설 재벌-74화 (74/230)

74. 스승과 제자(2)

송 비서가 퍼뜩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네, 칼리드 님.]

[그대는 방금 강태수 덕분에 죽음을 면했다. 나 역시 그의 뜻을 높이 사, 그대를 고이 풀어 주겠다.]

[가,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송 비서가 크게 허리를 굽혔다.

태수 또한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칼리드 님. 하지만 고이 풀어 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네?]

송 비서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칼리드는 피식 웃었다.

[좋다. 연극까지 도와 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지.]

칼리드가 흔쾌히 태수의 뜻에 동참해 주었다.

[부하를 보내 호텔에 있는 트렁크를 가져오겠다. 아, 가져온 물건은 그냥 호텔에 두도록 해. 괜한 의심을 받는 건 좋지 않으니까.]

척하면 척이다.

칼리드가 말하면 태수가 받는다.

[건설부 장관에 돈 상자를 나르는 것은 이자가 직접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돈다발이 시원치 않으니 문전박대당하겠죠. 문지기에게 상자를 전하면 그만이겠군요.]

[그럼 더욱 좋지. 전보도 하나 보내야겠지?]

[물론입니다. ‘두 장관님께 무사히 배달 끝마쳤습니다. 다음 비행기로 귀국하겠습니다.’ 정도면 되겠군요.]

칼리드가 송 비서를 돌아보았다.

[그럼 이자는 어쩌지?]

[어쩌긴 뭘 어쩝니까? 칼리드 님이 말씀하신 대로 사막으로 보내야죠. 물론 사진부터 찍고요.]

[하하하, 자네는 그 와중에도 내 말을 빈말로 만들지 않는군. 좋다.]

그날 밤, 칼리드의 지하실에서 처참한 사진이 찍혔다.

끔찍하고 잔인하게 연출된 송 비서의 사진은 곧 유품과 함께 한청호에게 부쳐질 터였다.

칼리드의 경고가 적힌 서신과 함께.

“송 비서님, 혹시 전할 유품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요?”

“제 유품은 시계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송 비서가 손목에서 시계를 풀었다.

“이건 한청호가 직접 준 거니 알아볼 겁니다.”

“비싼 명품 시계군요. 아깝지 않겠습니까? 시계가 없으면 불편할 텐데요.”

“이건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들이 제 뜻을 알아줄 테니까요.”

송 비서가 나름 안배를 해 두었던 모양이다.

시계를 바닥에 놓고 망치로 두드려 깨고, 일부러 피를 묻혀 놓는다.

멈춘 시곗바늘을 돌려 특정 시각을 맞춘다.

‘뜻하는 바가 있나 봅니다. 철저하기도 하시지. 그런 점은 예전과 똑같습니다. 하나도 안 변했군요.’

송 비서는 서둘렀다.

건설부 장관에게 문전박대당하고 문지기에 선물 상자를 보내고 돌아온 송 비서는 커다란 트렁크 두 개를 받았다.

게다가 칼리드가 송 비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원한다면 차 한 대와 사막의 길잡이를 한 명 붙여 주지. 원하는 곳까지 간 이후 돌려보내면 될 거야.]

송 비서는 태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사우디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릅니다. 혹시 추천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가족들이 찾아올 때까지 어디 숨어 지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침 베두인족 마을도 사막 한가운데 있다.

외지인이 함부로 드나들기 어려운 사막이 보호막이 돼 줄 터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전부 이름난 사막의 전사들이다.

그보다 안전한 곳은 없을 터다.

“제가 공사하는 곳 근처에 마을이 있습니다. 숨어 지내기 딱 좋은 곳이죠.”

“제가 여러모로 폐를 끼치는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외국인이 혼자 함부로 나다니다가 큰일 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정말 어찌 갚아야 할지······.”

태수는 송 비서를 보며 웃었다.

“마음에 둘 것 없습니다. 송 비서님이 제게 먼저 베풀어 주신 게 있으니까요.”

“네?”

송 비서는 어리둥절했다.

기억을 아무리 뒤져도 강태수와 접점이 없다.

‘제게 베풀어 주신 가르침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태수에게 아무것도 없던 시절, 대가 없이 받았던 호의였다.

그 호의는 은혜가 되어, 지금의 태수를 만들었다.

* * *

태수와 라흐만, 그리고 송 비서까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출발한 왕실 전용기가 공항에 닿았다.

공항에는 라흐만을 마중 나온 시종이 한 명, 태수를 마중 나온 2등 서기관 송창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

[라흐만 님 덕분에 호사를 누렸습니다.]

부자 친구네 집에 간 덕분에 호의호식하며 며칠 쉴 수 있었다.

칼리드와 매일 밤 대책 회의를 하느라 귀가가 늦었다.

[아버님께서 특별히 공병 부대까지 보내 주신다니 병참 기지 건설이 제법 빨라지겠어.]

[열심히 한 손 보태겠습니다.]

안 그래도 전보를 받은 베두인족들은 공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강태수, 자네에겐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는군.]

[동맹이 아닙니까? 서로 도와야죠.]

[아버님께서 정치적 결단을 내린 데 자네 공이 무척 크다는 걸 잘 알아. 내 이 공은 절대 잊지 않겠네.]

[그럼 감사하죠. 그 마음을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좋아, 그럼 먼저 가겠네.]

라흐만이 먼저 차를 타고 떠났다.

2등 서기관 송창준이 그제야 슬쩍 다가온다.

“어째 제법 친해지신 모양입니다. 저 까다로운 왕족께서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시네요.”

“저 사람을 아십니까?”

“알죠. 아버지가 무려 국방부 장관님이 아니십니까? 외무부 장관님과 국방부 장관님은 친분이 깊으셔서 우리 대사님이 늘 쩔쩔매십니다.”

대한민국에 호의를 보내는 세 부서가 국방부, 외무부, 건설부라고 했던가.

송창준이 송 비서를 보았다.

“혹시 한국분이십니까?”

“네, 반갑습니다.”

사우디 수도에 다녀왔는데, 어떻게 한국인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송창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태수는 단단히 못 박았다.

“베두인족의 손님이 되실 겁니다. 제 손님이기도 하고요.”

“아··· 사우디 왕실 전용기를 타고 올 정도니 신분은 범상치 않으신 분이군요.”

“보다시피 신분을 노출하기 무척 꺼리시는 분이니 외무부에서도 절대 언급하면 안 됩니다. 뒷일을 감당할 자신이 있으시면 마음대로 하시고요.”

“뒷감당은 언제나 무서운 법이죠. 비밀로 하겠습니다.”

송창준이 입에 지퍼 채우는 시늉을 한다.

송 비서가 송창준을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한다.

“외무부에서 나오셨다는 분이 어째 비서의 자세가 몸에 익은 것 같군요.”

“아직 짬이 안 차서 그렇습니다.”

“짬에 비해서도 유달리 상관 모시는 자세가 능숙합니다. 가타부타 따지지도 않고, 그럼에도 슬쩍 궁금한 건 묻고. 알아서 척척 준비해서 미리 대기하고.”

하는 일이 그래서 그렇다.

대사님을 위해 사진 찍고, 전보 보내고, 스케줄 조정하고, 전화 받고, 수행 일정 따라다니고.

“비서의 재능이 타고나셨습니다. 제대로 한번 이쪽 일을 배워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

난데없는 스카웃 제의에 송창준은 개탄스러워하며 말했다.

“한 번 보면 알 정도로 제 몸에 잡무가 배었단 말씀인가요?”

“그 정도면 재능이라고 봐야죠. 암만 봐도 이런 일이 천직이신 분인 것 같습니다만.”

“내가 이러려고 외무부에 들어온 게 아닌데 말입니다.”

송창준은 태수를 슬쩍 보면서, 송 비서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제가 제대로 배우면 저분의 비서가 될 수 있을까요?”

숨겨 왔던 야망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송 비서는 씩 웃었다.

“그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수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보인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날 땐 반말하겠습니다. 스승으로서. 알았죠?”

“······.”

송 서기관은 태수를 슬쩍 본다.

송 비서는 태수에게 상관 모시듯 깍듯하다. 반말은커녕 극존칭이다.

송 비서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는 남자였다.

* * *

베두인족 마을에 도착했다.

모두 태수를 보면서 반가워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군요. 잘 오셨어요. 저녁 먹고 가세요.]

[이번엔 뭘 그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 어머! 이번엔 애들 문구와 장난감이잖아요?]

[족장님, 빨리 나와 보세요! 귀인이 돌아오셨어요!]

여자들이 모여들어 태수가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받아 간다.

태수는 슬쩍 무희를 찾았다.

무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이랑 똑같군.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신기한 여자다.

밤이 되면 얼굴을 비추는 게 우렁 각시의 사우디 버전인 것만 같다.

홀쭉이가 손을 흔들었다.

“태수야!”

“어, 홀쭉아.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다들 잘 지내시지?”

“그럼. 할매도 만나 뵙고 왔다. 나중에 따로 읽어라.”

태수가 홀쭉이에게 편지를 건넸다.

할매 사진까지 잔뜩 찍은 걸 필름까지 동봉해 봉투째 홀쭉이에게 건넸다.

“할매가 손자 걱정이 대단하셔. 술 끓고 건강만 챙기라고 꼭 전해 달라고 하시더라.”

“할매도 참. 젊은 내가 걱정인가, 늙은 우리 할매가 걱정이지.”

한국에 두고 온 할머니 생각이 나는 홀쭉이였다.

족장과 장로들이 나와서 태수를 맞이한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오래 기다렸습니다.]

[저 없이도 공사는 잘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깡마른 자가 워낙 일을 잘합니다. 게다가 가기 전에 미리 의논했던 부분이 많아서 공사 자체는 수월했습니다.]

[그간의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들어오시죠. 보고 드리겠습니다.]

태수가 족장과 장로들의 회의실로 쓰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송 비서는 홀쭉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어? 한국분이시네요? 태수랑 같이 오셨어요?”

“그렇게 됐습니다. 강태수 씨랑 많이 친한가 보죠?”

“제가 태수 친굽니다. 편하게 말 놓으세요. 암만 봐도 제 아버지뻘 되시는 것 같은데요.”

넉살 좋은 말에 송 비서가 웃는다.

“그럼 그럴까? 그런데 사우디 사막까지 친구 따라온 거야? 대단한 우정이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태수의 등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송 비서가 흠, 하면서 홀쭉이를 위아래로 살펴본다.

“암만 봐도 경호원 타입이 아닌데······.”

“우리 태수가 일 맡길 사람은 많아도 등 맡길 사람은 없다고 했거든요?”

“아하,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만큼 믿는 친구라는 뜻일 터다.

송 비서는 홀쭉이를 보면서 슬쩍 웃었다.

“얼굴에 팔자 주름이랑 눈가 주름을 보건대 잘 웃고, 잘 놀고, 잘 어울리며 실없는 소리를 많이 하지?”

“제가 잘 웃고, 잘 놀고, 잘 어울리는 건 맞는데 실없는 소리는 안 해요.”

홀쭉이의 배를 슬쩍 본다.

“깡마른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술배가 나왔네?”

“모르시는 모양인데, 여기 왕(王) 자가 숨어 있거든요?”

“그건 갈비뼈겠지. 사우디에선 술 구할 길도 없고, 공사 때문에 열심히 몸을 움직여서 그렇지 평소였다면 술을 달고 살았겠어. 술 좋아해?”

“좋아하다 뿐입니까? 환장합니다.”

홀쭉이의 얼굴도 자세히 본다.

“눈이 잘 굴러가는 것을 보니 잔머리도 제법 쓸 테고, 초면에 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도 티 내지 않으니 낯도 두껍고.”

“머리 좋다, 피부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듣습니다.”

“알아서 적당히 잘 걸러 듣네. 불쾌한 말에도 웃으면서 상대를 대하는 것이 영업에 재능이 있어. 자넨 술상무 하면 딱이야.”

홀쭉이는 송 비서의 귓가에 똑같이 속삭였다.

“인제 보니 태수가 무당을 데려왔나 봐요? 사주 관상 좀 보십니까?”

“무슨 헛소리야? 내가 판단하는 근거 딱딱 대면서 짚어 주고 있는데.”

그건 그랬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라서 대충 보면 그 정도 견적은 나와.”

“무슨 일 하시는데요?”

“비서. 그것도 성질 더러운 상사 밑에서 개같이 구르면서 똥이나 치우는 뒤처리 비서일.”

“······.”

송 비서는 씨익 웃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내가 그 망할 인간 밑에서 28년을 굴렀어. 무려 28년이나 안 죽고 버틴 거지.”

그뿐인가?

“내가 그 인간이랑 그 집 아들 뒤치다꺼리하느라고 오만인간 수발을 다 들어 봤고, 벌인 일 뒷수습한다고 별 거지 같은 인간들도 수시로 만나고 다녔어.”

생각할수록 이가 갈린다.

“후우- 위에서 까라는데 어떡해? 까야지. 그 인간은 명령만 하면 되지만 난 직접 해내야 된다고. 그러니 필사적으로 눈 뒤집고 일할 사람을 찾을 수밖에.”

지난 세월의 노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필요한 놈들 고르고 골랐어. 쥐꼬리만 한 재능이라도 있으면 어르고 달래면서 나쁜 버릇은 고치고 필요한 건 가르쳐 주면서 썼지.”

그래서 자신할 수 있다.

“넌 영업에 재능이 있어. 진짜라니까. 그 재능을 제대로만 키우면 그럴듯하게 인재 노릇 할 거야.”

재능과 경험은 사람을 키운다.

한청호 옆에서 많이 배웠고, 한청호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람 보는 눈이 좋아져 있었다.

“혹시 친구에 비해 좀 모자란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분할 때는 없어? 있지?”

홀쭉이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있지 왜 없겠어요. 친구는 펄펄 나는데, 저는 뒤에서만 지켜봐야 하는걸요.”

“내가 모자란 부분을 좀 채워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정말요?”

“어때? 배울 생각 있어?”

홀쭉이가 태수가 들어간 천막을 보았다.

“배우면 저도 태수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이제 보니 꿈이 참 큰 친구네.”

“······.”

대놓고 들어오는 팩트 폭격!

홀쭉이는 고개를 털고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태수처럼 되는 건 불가능할까요?”

“저분은 그냥 완성형 괴물에 가깝지 않나? 젊은 사람이 사우디 국방부 장관까지 한 손에 휘어잡던데. 그 높은 양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지?”

홀쭉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수, 저 친구는 그냥 봐도 거물이야. 재벌급 총수들이랑 어깨를 나란히 해도 안 밀릴걸? 일 처리 하나만 봐도 치밀하고 노련하더라고. 내가 입을 떡 벌렸다니까.”

한청호 옆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송 비서마저도 태수를 보며 감탄했다.

“그건 넘볼 수 있는 재능도 아니고, 따라잡을 그릇도 아니야.”

“에휴, 저도 태수 뛰어난 건 알아요.”

“그건 어쩔 수 없다니까. 하지만 포기하긴 일러.”

홀쭉이의 눈이 반짝인다.

“저도 가능성이 있나요?”

“물론이지. 대신 넌 수족이 돼야 해. 그것도 굉장히 유능하고 비범한 수족.”

“유능하고 비범한······. 마음에 쏙 드는 말이네요.”

“저분 곁에서 보조를 맞추려면 보통 비범한 사람으로는 힘들어. 네 목표는 거기에 맞춰야지.”

홀쭉이가 송 비서의 손을 꽉 잡았다.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저를 꼭 좀 키워 주십시오!”

제자를 자처하는 홀쭉이였다.

“배우려는 그 자세, 아주 만족스럽다. 훌륭하다.”

송 비서는 이번에도 태수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송 비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 *

밤이 깊었다.

길고 긴 회의가 끝났다.

천막 밖으로 나온 태수는 홀쭉이와 송 비서를 찾았다.

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둘이 벌써 친해졌나? 하여튼 홀쭉이, 사람 참 좋아한다니까.’

그때 천막 밖에서 태수를 기다리고 있던 족장의 부인.

그녀도 부족의 엘리트로,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초면에 부탁을 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귀인께서 무희를 말려 주시면 안 될까요?]

[무희?]

[무희가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고 해요. 아까부터 짐을 싸고 있어요.]

족장의 부인이 태수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왜 떠난다는 겁니까?]

[고향으로 돌아가겠대요. 이제 이 마을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면서요.]

[고향? 이 부족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모르셨어요? 그녀는 원래 우리 부족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왜 베두인족 마을에 남아 있었지?

그것도 가뭄으로 부족 전쟁이 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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