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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찍고 건설 재벌-57화 (57/230)

57. 가자, 한국으로(1)

다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은인, 이게 갑자기 무슨, 아니······.]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요.]

태수는 빙그레 웃었다.

[제가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은 끝난 것 같습니다.]

석회 광산도 잘 돌아가고, 시멘트 공장은 대박이 났다.

베두인족이 워낙 일을 잘하고, 체력도 좋은 덕분에 공사는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반에 어려움도 잘 극복했고, 앞으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저 대신 홀쭉이가 이곳에서 공사를 끝낼 겁니다.]

[그 깡마른 자······.]

다들 홀쭉이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다.

베두인족들과 어울려 친근하게 지내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다독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모두들 홀쭉이를 좋아했다.

물론 여자들만 빼고.

[나머지 공사는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 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태수는 웃으며 일어났다.

[그럼 그렇게들 알고 계세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분간 비밀로 합시다.]

수뇌부들은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태수와 함께 있던 시간들이 좋았다.

[다시 안 오실 겁니까?]

[조만간 돌아오시겠죠?]

[이대로 헤어지는 건 너무 섭섭합니다.]

태수 덕분에 서로 칼을 겨눴던 부족이 화해했다.

한 마을에서, 한 솥에 끓인 수프를 나눠 먹고, 함께 보초를 서고, 함께 공사를 한다.

가뭄 걱정 없이 우물과 수로 공사를 하고, 유조선 가득 물을 가져온 사람.

베두인족은 태수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태수가 곧잘 하던 한국식 인사였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곧 돌아올 겁니다. 그러니 반갑게 헤어지고, 반갑게 다시 봅시다.]

태수는 이번에도 배웅을 마다하고 천막을 나섰다.

그러자 태수의 뒤에서 슬쩍 허리를 감아오는 팔.

태수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팔을 두른 자를 제압해 바닥에 눌렀다.

[아파요.]

무희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수가 바닥에 쓰러진 무희를 안아 일으켰다.

[당신이었습니까?]

무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태수를 보았다.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건가요? 이렇게 빨리?]

[들었습니까?]

태수가 그녀에게 붙은 모래 먼지를 털어주는데도, 그녀는 가만히 태수를 본다.

예쁜 눈이 슬프게 빛나고 있다.

[마음이 상했습니까?]

태수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까 그녀가 태수에게 했던 그대로.

[오늘은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없습니까? 또 독수리 바위를 보러 갈까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말했잖아요.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면 들어준다고요.]

그녀가 태수에게 속삭였다.

[가지 말라고 잡으면 안 되겠죠?]

그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생긋 웃었다.

[그래도 오늘 밤은 가지 말라고 잡을래요. 그건 괜찮죠?]

[원하신다면.]

[내 천막으로 가요.]

[그러죠.]

태수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의 천막은 그리 멀지 않았다.

천막으로 가는 동안 태수는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녀가 원하는 걸 전부 들어주고 싶었다.

[그거 알아요?]

그녀가 태수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늘 내가 먼저 당신 입술에 키스한 거?]

그녀의 바람은 잡아먹을 것 같은 키스로 돌아왔다.

태수는 그녀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격하고 진한 키스로 되돌려 주었다.

털썩.

침대 위에 그녀를 눕혔다.

한참이나 계속됐던 격한 키스가 끝나자, 그녀가 한 번 더 속삭였다.

[늘 옷도 제가 먼저 벗었고요.]

그러자 태수가 단숨에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버린다.

그녀는 태수를 와락 끌어안았다.

[기뻐요. 당신은 늘 저를 행복하게 해주셨죠. 당신은 정말 특별한 남자예요.]

그녀가 태수의 손을 제 가슴 위에 얹으며 말했다.

[이 마음을 기억할게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어요.]

태수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말했다.

[오늘은 잊지 못할 밤이 될 것 같군요. 저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녀는 작게 웃었다.

[영광이에요.]

* * *

다음날.

도로 공사 현장까지 태수를 찾아온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있었다.

무장이 심상치 않은 게,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었다.

‘차기범이 차출한 특수요원들이 왔구나.’

특수요원들은 송창준의 안내에 따라 태수에게 다가왔다.

제일 앞에 섰던 남자가 말했다.

“코드 네임 캡틴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강태수라고 합니다.”

“차 실장님께 전후 사정은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얘기가 간단하겠군요.”

캡틴이 태수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당신이 들쑤신 일로 우리가 중동까지 파견 나온 겁니다. 우릴 번거롭게 한 대가는 치러야 할 겁니다.”

도발적인 언사였다.

“그건 오해입니다. 제가 당신들을 부른 게 아닙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보내신 거지.”

이미지 쇄신용으로.

언론 플레이하려고.

“캡틴,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내일 바로 귀국하시면 되겠군요.”

“뭐요?”

특수요원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무슨 뜻입니까?”

“어제부로 삼원 건설 수뇌부 12명, 전원 신원 확보했습니다.”

특수요원들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송창준이 일부러 말 안 했구나.’

태수는 송창준을 돌아봤다.

이미 어젯밤 차기범에게 전보를 보냈던 송창준이었다.

-실종되었던 삼원 건설 수뇌부 12명 전원 신원 확보했습니다.

-특수 요원이 도착하는 대로 함께 귀국시키겠습니다.

여태 송창준은 특수요원들에게 아무 말도 안 한 모양이었다.

‘차기범과 특수요원들을 내심 괘씸하게 생각하더니.’

태수의 눈길을 받은 송창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태수는 피식 웃으며 특수요원들을 돌아보았다.

“안 그래도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빨리 돌아가 봐야 한다고 하기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협조?”

“네, 여러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준비해뒀습니다. 이참에 중동에 타고 왔던 그 비행기로 돌아가면 되겠군요. 그럼 서두릅시다.”

태수는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말했다.

“송 서기관님, 한국행 비행기 출발 시각이 언제라고 했죠?”

“내일 오전 7시입니다.”

송창준이 얄밉게 덧붙였다.

“외무부에서 전적으로 서포트할 겁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여러분들의 비행기 표를 전부 예매해뒀습니다. 자, 받으세요.”

송창준이 그들에게 비행기 티켓을 준다.

진짜 내일 아침 출발 예정이다.

특수요원들의 안색이 달라졌다.

“지금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무려 몇 달이나 사막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수색하는 일입니다.”

“원래라면 불가능했겠죠. 하지만 제가 삼원 건설 수뇌부 12명의 신원을 전부 확보해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지금도 불가능합니까?”

캡틴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가 크게 외쳤다.

“일단 상황을 확인한다! 전원 탑승한다!”

캡틴은 몸을 돌렸다.

태수를 스치면서 몰래 태수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줬다.

쪽지였다.

“목적지로 이동한다!”

역시 훈련받은 특수요원은 달리기도 참 빠르다.

외무부에서 준비한 군용 수송 트럭에 벌써 올라탔다.

태수는 송창준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사진 잘 찍습니까?”

“아무렴요. 여기서 하는 주된 일이 뭐겠어요. 대사님 사진을 찍어서 신문사에 보내는 게 일인데요.”

믿음직하다.

태수는 캡틴에게 받은 쪽지를 몰래 펴보았다.

* * *

베두인족 마을에 도달했다.

“특수요원들이 중동에 납치된 자국민을 구출해 탈환하는 작전입니다.”

열심히 사진기 플래시를 터트리는 송창준이다.

저게 작전 수행의 증거가 될 것이기에 말리지도 못한다.

친절하게 안내하는 베두인족들을 뒤따라가는 특수요원들.

“이제 안으로 진입합니다.”

특수요원들은 천막을 걷었다.

12명의 삼원 건설 수뇌부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부스스 일어난다.

“어라? 진짜 왔네?”

“우리 그럼 이제 집에 가는 거예요?”

“저희 구출하러 오신 거예요? 대한민국 정부에서?”

특수요원들이 기뻐하는 삼원 건설 수뇌부들을 한 명씩 일으킨다.

개싸움의 여파로 봉두난발을 한 채, 여기저기 멍과 생채기, 코피까지 달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의 몰골을 확인한 특수요원들이 베두인족을 노려보았다.

“포로를 학대하다니.”

그러자 7명이 벌떡 일어나며 크게 외쳤다.

“어허, 큰일 날 소릴! 이건 우리끼리 싸우다가 생긴 상처예요.”

“여기 사람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사막에 조난당한 우리를 구하러 달려 와줬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극진하게 우리를 보호해주셨는데요! 얼른 사과하세요!”

한국에서 굳은 각오를 다지고 중동까지 왔다.

하지만 실상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가.

“캡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린 임무를 완수하러 왔다. 그리고 지금 무사히 임무를 달성했다.”

특수요원들의 안색이 변했다.

“캡틴, 지금 작전 종료를 선언한 겁니까?”

“그렇다.”

마침 태수가 금고를 들고 들어왔다.

“역시. 훌륭하십니다. 시원시원한 결단이 굿입니다.”

금고를 캡틴에게 넘겨주면서 말한다.

“여기에 저들의 여권이 전부 들어있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캡틴은 말없이 금고를 건네받았다.

잠시 삼원 건설 수뇌부들과 태수, 베두인족, 특수요원들을 살펴본 캡틴.

그가 태수에게 말했다.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적극적으로 작전에 협조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임무가 조기 종결되었으니, 특수요원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더욱 돋보일 겁니다. 각하께서 무척 만족하시겠군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빠른 작전 수행으로 피랍된 자국민을 안전히 구출하여 돌아오다!

박정환의 목표 타이틀을 확실히 달아 오면 그만이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중요한 법이다.

“강태수 씨 말대로군요. 내일 아침 비행기로 저희들은 귀국하겠습니다.”

그 말에 삼원 건설 수뇌부는 만세를 불렀다.

“드디어 집에 돌아간다!”

마지막 소원이 이뤄졌다.

캡틴이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간다.”

캡틴은 몸을 돌렸다.

태수 역시 몰래 캡틴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줬다.

쪽지였다.

* * *

숙소로 돌아온 특수요원들.

삼원 건설 수뇌부들을 데리고 당장 내일 아침 귀국하게 생겼다.

“캡틴, 어째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작전 수행하는 시간보다 짧군요. 농락당한 기분입니다.”

캡틴은 눈살을 찌푸렸다.

“시끄럽다. 작전은 무사히 종료됐다.”

캡틴은 각자에게 방 키를 나눠줬다.

“몇 시간 후 귀국한다. 그러니 다들 이만 방으로 돌아가라.”

“예, 캡틴.”

“시차 핑계대지 말 것. 늦잠은 용납할 수 없으니 일찍 자라.”

“예, 캡틴.”

모두 흩어져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소등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이 깊은 시각, 아직 잠들지 못한 자가 있었다.

‘이거 곤란한데. 당장 내일 귀국이라니.’

예정과 너무 다른 상황으로 인해 계획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임무를 속행하는 수밖에.’

그는 몰래 야행복을 입고, 검은색 복면을 뒤집어썼다.

‘강태수, 오늘 밤 넌 죽는다.’

그자의 목을 따러 이곳까지 왔다.

그는 한청호가 딸려 보낸 암살자였다.

‘계획대로라면 사막에서 해치워 파묻으면 됐는데.’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막에서 실종되곤 한다.

사막에 모래폭풍이 한바탕 휩쓸면 지형이 바뀌는데, 사람 시체 하나 감추는 것쯤이야.

하지만 예정과는 너무 다른 현재 상황이 문제다.

작전이 조기 종료되면서, 틈을 엿볼 기회 자체가 봉쇄되고 말았다.

‘금품을 노린 강도로 위장하는 것쯤이야.’

일단 죽인 후에 방을 잔뜩 어지럽히고, 돈과 귀중품을 가져가면 그만이다.

돈과 귀중품은 사막 어딘가에 버리면 끝.

‘간다.’

숙소를 몰래 빠져나가는 사람.

검은색 옷은 곧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 * *

태수가 머물고 있는 숙소.

태수의 방엔 아직 전등이 켜져 있다.

창문을 닫는 강태수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했다.

‘강태수, 잘 걸렸다.’

그는 어둠속에서 몸을 더욱 낮췄다.

전등이 꺼지길 기다렸다.

강태수가 잠들길 기다렸다.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움직인다.’

그는 몰래 벽을 타서 강태수의 창문까지 도착했다.

창문을 슬쩍 열었다.

다행히 잠겨 있지 않다.

‘됐다.’

그는 유령처럼 매끄럽게 방안으로 잠입했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목표.

“유감이야.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잘 가라.”

푸슉. 푸슉. 푸슉.

소음기를 달아서 소리는 크지 않다.

세 발을 연달아 쏜 후, 그는 이불을 들췄다.

숨이 끊어졌는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아직 안 죽었다면 정확하게 마무리한다.

“뭐야? 강태수가 아니잖아? 이 새끼가 눈치챘나?”

베개였다.

그때 잘 아는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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