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70화 (170/175)

170화. 극진한 초대

* * *

연신 성공을 이루고 있는 JH 그룹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JH 중공업에서 ‘클리너’ 개발을 마무리했다는 얘기.

전생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이룬 업적에 마음이 들뜬 나는 급하게 겉옷을 챙기고, JH 중공업으로 향했다.

이건, 과거로 돌아와 이룬 업적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업적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업적일지 모르겠다.

‘다행이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나비 효과가 일어나 ‘클리너’ 개발이 안 되는 줄 알고.

전생에 겪은 ‘클리너’의 효과.

방사성 폐기물을 90퍼센트 이상 정화시키고, 다른 오염수에도 꽤나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었다.

한 마디로 환경 문제와 직면한 전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물질이란 거.

드디어, 완성됐다는 소식에 안도감과 함께 희열이 느껴졌다.

JH 중공업으로 향하는 지금도 빠른 속도임에 불과하고,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JH 중공업에 도착하자, 마중 나와 있는 사장님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어 안내를 받고,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로 향하니, 여러 사람이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올리아.

올리아도 감정에 벅찬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고생했어요, 올리아.”

“아닙니다, 회장님. 알아봐 주시고 투자한 거에 대한 보답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한테까지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단 것도 알고요.”

JH 그룹에 주요 인원들의 소식은 매월 듣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누가 힘들면 비서실장님한테 시켜 최대한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최근에 올리아를 키워주시는 분이 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걸 발견한 내가 비서실장님을 통해 그룹 법조인을 보내드렸다.

그걸 듣고, 올리아가 고마움을 느꼈나 보다.

“당연히 해야 될 일입니다. 그룹을 위해 힘 써주시는데, 그 외적으로라도 편하게 해드려야죠.”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간단하게 설명 들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설명을 듣고 싶다는 말에 올리아의 표정이 다시 한번 밝아지면서 연구 과정을 말해 왔다.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원래는 한 가지만을 남겨두고, 연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그게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된 거고.”

“맞습니다. 그러다 어제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형사고 말입니까?”

이상했다.

분명, 성과가 나왔는데 어째서 어제 대형사고가 났다고 하는 걸까?

“마지막 연구원이 불을 끄고 가야 되는 데, 실수로 냉방 장치를 내려버리고 갔습니다.”

“…….”

“근데 아침에 와보니 물질에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알 수 있었죠. 마지막 한 가지는 온도였단 걸.”

“… 실수가 오히려 도움이 된 거군요.”

이건 행운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 성공을 불러오다니.

“실수한 사원은 알아서 해결하실 거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방사성 폐기물 100퍼센트 정화. 이 외에 오염수에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

결과를 들은 나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전생에서는 이 정도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나비 효과 인가?’

이상한 데서 나비 효과가 일어났다.

더군다나 훨씬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면서 말이다.

“미쳤군요…….”

“맞습니다. 그야말로 미친 결과입니다. 솔직히 저희도 90퍼센트 정도까지 바랬는데, 지금 얼떨떨해하고 있습니다.”

“일단, 관련 성과금이나, 상여금은 나중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죠.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네, 회장님.”

지금은 성과금 파티를 할 때가 아닌 결과물을 이용할 때였다.

관련 연구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충분히 전한 나는 본사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이용할 지 말이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방은 대통령.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점점 사용할 때가 정해진 것 같다.

‘자기들이 아직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클리너’의 가장 처음 목적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데 사용해야 될 것 같다.

* * *

박제환 회장의 전화를 받은 샘 헤임.

그는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들었을 때만 해도 납득은 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많으니까.

당연히 기자 회견에서도 과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업가들은 늘상 그러니까.

근데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떻게 이런 짧은 시간에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들고 오냔 말이다.

‘벌써 개발을 완료했다고?’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완제품을 만들었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간다.

‘국장님도 뒤집어지겠군.’

장담한다.

이 사실을 전하는 순간, 국장님도 뒤집어 질 거라고.

그만큼, ‘클리너’란 물질이 갖고 있는 위치가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온 세상의 돈을 쓸어 담을 정도의 물건.

JH 그룹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해도 세계기업순위가 바뀔 정도의 물건이었다.

전 세계가 찾고, 전 세계가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걸로 인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환경 규제로 진행하고 있지 못 한 사업들.

‘클리너’가 있다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이상은 자신이 생각할 게 아니라고 판단한 샘 헤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결과물을 가지고 국장님을 찾아갔다.

“자네가 말도 없이 웬일인가.”

“미쳤습니다.”

“그니까, 뭐가 말이야.”

“지금 당장, 이 파일을 보시죠.”

샘 헤임은 얼떨떨해하고 있는 국장님에게 파일을 넘겼다.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한 번 쳐다본 국장님이 조심스레 파일을 넘긴다.

그리고는 쓰고 있던 안경을 치우고, 얼굴을 파일에 가까이 대며 살펴보기 시작한다.

종국에는 눈과 입이 커지며, 말도 안 된다는 듯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다.

“오 마이 지져스…. 여기 있는 일이 사실이란 말이야?”

“박제환 회장의 입으로 직접 들었으니 사실일 겁니다.”

“말이 안 되잖아!! 이게 가능키나 한 일 이냐고!!! 이건 금융이랑 전혀 다른 문제야.”

“하지만 박제환 회장은 JH 배터리를 만들어낸 성과가 있습니다.”

“오우….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을 다 해보는군…….”

샘 헤임은 국장의 반응이 이해 갔다.

충분히 놀랄만한 성과이기도 하고, 믿기 힘든 성과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보고하기 전까지, 이게 진실인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았는가.

“파급력이 엄청나겠군.”

“대신 러시아한테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터지면 어쩌려고.”

“국장님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러시아는 다혈질 같은 곰 이미지 뒤에 영리한 여우가 있다는 걸.”

남들이 보기엔 러시아가 난폭해 보이고,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러시아는 모든 상황을 준비한 뒤에 자신이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 움직이는 거다.

‘그리고 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 러시아는 중국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설마 하고 있겠지만, 미국만큼은 잘 알고 있다.

러시아가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단 걸.

단, 막을 수 있는 명분도 없었고, 물리적으로도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물리적인 방법 말고, 러시아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됐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가장 믿고 있는 것.

바로 천연자원과 가스에 있었다.

그걸 좀 더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건 원전 산업이었고.

“어떻게 보십니까, 국장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야.”

“역시…….”

“단, 모든 상황을 계획하기에 앞서 한 가지가 필요하지.”

국장님이 말 한 바를 알고 있다.

미국이 행동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

박제환 회장의 뜻을 아는 거다.

아무리 미국이 전쟁을 막는 데 이용하고 싶다고 해도, 박제환 회장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박제환 회장을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야지. 미국의 각 장관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눠야 할 사안이야.”

“어쩌면 오랜 골칫덩어리를 막아낼 수 있겠군요.”

“누군가는 전쟁이 돈이 된다고 좋아할 수 있어.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선 이것만큼 호재도 없지.”

미국이라고 무작정 전쟁을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전쟁이 참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되도록이면 전쟁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내가 기대하는…. 아니, 내가 생각하는 박제환 회장이라면 전쟁을 원치 않을 거야.”

“전쟁을 통해 세계 제일 부자가 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까?”

“이제 박제환 회장한테 돈은 중요하지 않아. 수단일 뿐이지. 그리고 ‘클리너’를 개발한 올리아. 그녀의 모국이 우크라이나란 걸 생각하면 더더욱 전쟁을 막아서겠지.”

“… 그러고 보니 올리아가 있었군요.”

국장님 말이 맞았다.

‘클리너’를 개발한 연구원의 모국은 우크라이나.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그녀의 모국은 망가지고 말 테다.

그녀가 상식적인 일반인이라면 그걸 원치 않을 거고.

‘박제환 회장이라면 자신의 사람 뜻을 따라주겠지.’

샘 헤임은 간절히 바랬다.

제발, 그녀가 전쟁을 원치 않기를.

그가 일하면서 봐왔던 전쟁으로 인한 참사.

고작 돈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끔찍했었다.

“일단, 나가보게. 나도 이걸 좀 더 알아보고, 보고해야 되니까. 자네랑 좀 더 이야기 나눠 보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그러니 이해해주게.”

“물론입니다.”

한가히 이야기 나눌 때가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샘 헤임은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고, 자신 역시 관련 조사를 이어 나갔다.

* * *

‘어느 정도 내 뜻을 알고 있는 건가?’

미국에서 입국해줄 수 있냐 부탁을 받은 나는 생각했다.

미국이 어느 정도 내 뜻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만약, 한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 초청받았다면 이곳 한국으로 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설령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화에는 단순히 한 사람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서도 각 정보국의 국장, 그리고 장관들까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 모든 사람을 한국으로 부를 수 없었다.

그게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인 내가 움직이는 게 맞고 말이다.

‘경호도 확실하고 말이지.’

더군다나, 미국이 나를 위해 준비해준 경호.

장담한다.

이건 한 나라가 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될 거다.

큰 비행기 주변으로 펼쳐진 전투기들.

그리고 주위에 포진한 경호원들까지.

이건 미국 대통령이 이동할 때보다 경호가 더 삼엄한 것 같다.

“어떻게 비행은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이번 만남이 기대될 정도로 말이죠.”

지금의 비행.

미국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과연, 그들은 어떤 말로 나를 설득할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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