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68화 (168/175)

168화. 청정 국가

* * *

회식이 끝난 후.

JH 그룹 인사들은 흩어져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룹 본사에서 이런저런 보고를 받고 있는 나는 잘 알고 있다.

회식은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일종의 각오와도 같았다고.

이제는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전생에 발병하던 시기는 약 두 달 뒤.

물론, 두 달 뒤에 코로나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뿐,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그냥 감기와도 같다고 여겼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갈 때.

전생과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원래, 코로나 전에는 그 존재를 크게 경고한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이번에는 미국이 코로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중국한테 해명을 요구했다.

- 저희는 중국이 무언가 감추고 있단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게 바이러스일 확률도 높고요. 숨기다 더 큰 일로 번지기 전해 중국은 즉시 우한 지역의 정보를 공개하고, 전 세계에 관련 내용을 전달해주기를 바랍니다.

무려, 미국 의원이 직접 나서서 한 말.

당연히 전 세계의 관심은 그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나라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복수라는 사람도 많았고, 또 다른 나라는 실제로 중국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에 존재를 알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나로서는 날벼락과도 같았다.

만약, 미국의 경고를 듣고, 조기에 코로나가 끝나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JH 그룹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물론, 큰 피해는 없겠지만…….’

그 피해가 JH 그룹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단, 이번 일이 틀어지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도대체 뭐가 바뀐 거지?’

어디서 나비 효과가 발생한지 모르겠다.

어느 한 부분을 짚기엔 그동안 내가 한 행동들이 너무 많았다.

가장, 간단하게는 대한민국 정부에 경고한 것.

그다음은 이번 중국 투어 때, 우한에 갔던 것.

그게 아니라면 미국의 국적을 둔 것.

모르겠다.

하나를 꼭 짚어서 말하기엔 그동안의 행적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좀 더 지켜봐야 되나?’

순간적으로 많은 고민이 오갔다.

이걸 지켜보고 있어야 되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조치해야 되는지 말이다.

늘 전생과 같이 흘러간 사건과 다르게 이번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려서인지, 순간적인 대처가 불가능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노선을 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조금이라도 피해를 수습해서 어느 정도 영향력까진 챙길 수 있을 거다.

‘대신 결정적인 영향력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지켜만 보면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와 사람들이 미국의 경고를 듣고, 코로나가 생각보다 일찍 종식되면 JH 그룹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완전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이런 선택을 하자니 반대쪽이 걱정이고, 또 다른 선택을 하자니 이쪽이 걱정이다.

‘지금은 전생의 지식이 아니라 내 판단에 맡겨야 될 때다.’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전생의 기억에 기대면 안 될 것 같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확실한 결단을 내린 뒤, 행동으로 옮겨야 됐다.

그로 인해,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그건 내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니.

전생과 달라진 흐름에 고민하던 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해 홀로 결정 내리기로 했다.

* * *

중국의 한 사무실.

사무실에는 여러 사람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정보가 어디서 샌 거야!!”

“…….”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의 호통에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아니, 호통이 아니더라도 답할 수 없었을 거다.

실제로 그들 역시 어디서 정보가 새었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어떤 줄 알아!? 안 그래도 국제적 사회에서 이미지가 안 좋은데, 바이러스까지 합쳐져 봐. 어떻게 할 거냐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계속 모른 체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정신이야? 미국이 주장하는 걸 봐. 어떻게 모른 척을 하냐고!!”

“…….”

하기야, 하루가 멀다고, 미국이 성명문을 요구하는데, 모른 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호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모른 척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이미지.

이대로 긍정의 답변을 건네는 순간, 지금보다 더 아래로 처박히기 때문이다.

모르쇠로 일관할 때보다 더욱더 말이다.

“사람들 반응은 어때.”

“사실 제가 모른 체 하자는 것도 사람들 반응을 보고 말한 겁니다.”

“… 한 번 자세히 말 해봐.”

“지금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무역 전쟁으로 인해 보복을 한 게 아니냐는 물음도 많습니다.”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한의 봉쇄에 있었다.

아직까지 바이러스는 우한에만 머물러 있었고, 사람들은 그 실체를 본 적이 없으니 실감하지 못하는 거다.

“계속 모르는 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그들이 우한을 찾아온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러니 변화를 줘야 됩니다.”

“변화를 줘야 된다고?”

“방금 말했듯, 지금 미국 반대 여론의 대부분은 보복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곧바로 본론이 나오지 않아서일까?

상급자의 표정이 굳어졌고, 곧바로 이유를 뒷받침하는 말을 이어갔다.

“당장, 우한의 봉쇄를 풀고, 해외에 나가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일부러 다녀오게 하는 거죠.”

“… 미친 겐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미국이 직접 우한에 오게 될 거고, 지금 우한의 상황을 보면 꼼짝없이 후폭풍을 맞게 되는 겁니다.”

“우한의 봉쇄를 풀어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그때는 미국이 주장하는 바가 들어맞지 않나.”

일반적으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할 때다.

“저희는 끝까지 부정하는 겁니다. 바이러스의 출원지는 우한이 아니다. 지금, 미국이 중국한테 보복하려고 음모를 꾸민거다라고 말이죠.”

“… 그걸 사람들이 믿는다 말인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물증이 사라진 게 중요하죠.”

“흠…….”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부하의 말을 듣고, 턱을 괸 채 고민한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생각이군. 우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누가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죄를 물을 수 있는 건 오직 주석님뿐이다.”

“맞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이 이상한 음모론에 피해자가 될 겁니다.”

“흠……. 그럴 순 없지. 이 자리가 끝나는 즉시 우한 봉쇄령을 풀도록. 단순한 감기인데 우리가 너무 과한 조치를 했어.”

“곧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상급자는 답이 없는 난제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았다.

그래.

답을 할 수 없다면 답이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되는 거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제시한 부하에게 일이 끝나는 즉시 포상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먼저 포상받은 뒤겠지만.

* * *

‘내 결단이 맞은 건가?’

현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던 나는 결정이 틀리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기 전에는 그 무서움을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내린 결론.

아무리 미국이 경고해봤자, 전생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될 거란 거다.

‘그게 적중했고.’

어떻게 일이 진행된 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처음은 소수였다.

갑자기, 오한이 들면서 목이 아프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별거 아니라고 여긴 사람 중 사망자까지 나타났다.

이때까지도 사람들은 심각성을 못 느꼈다.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만들려고 하니, 미국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면서 마스크를 거부했다.

‘당연히 코로나는 재유행했고.’

당연하게도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는 다시금 미국을 강타했고,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수는 고공행진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뒤늦게나마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늦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 덕분에 마스크는 한없이 수량이 부족했고, 미국 정부는 JH 그룹한테 손 뻗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도울 여력이 되고.’

그렇지 않아도 이전부터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로 마스크를 찍어냈다.

안 그래도 수량이 넉넉한데, 전 세계에 코로나가 심각한 와중에 한국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그러니, 충분히 수출할 물량은 넉넉했고.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와중에 한국만이 안전한 이유.

대통령이 강력하게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이 의문을 내놨을 때부터 정부는 곧바로 행동을 취했다.

공항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사람들을 격리한 뒤, 검사를 진행했다.

물론, 입국한 사람들의 반발이 무서울 정도로 거셌다.

덕분에 한참 올라가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점차 내리막을 걸었고, 그때는 지지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어할 때.

떨어졌던 지지율은 무서운 속도로 올랐고, 곧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 와……. 대통령 욕한 사람 머리부터 박아라. 일단 나부터 박아야 되니까, 반박 안 받는다.

- 님들 그거 암? 이거 JH 그룹이 정부한테 경고한 거래.

- 그거랑 행동으로 옮긴 건 천지 차이임. 다들 초반에 여론이 어땠는지 알 거임. 그걸 뚫고 완벽하게 방역한 건, 진짜 칭찬해야 됨.

- 소름 돋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데, 유일하게 청정 구역이라니. 절대 외국인 입국을 막아야 된다.

사람들은 대통령을 의심한 것에 대한 사과를 남겼고, 이전의 조치는 지금 대통령의 행동에 합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도 사람들은 뭐라 딴지 걸지 않았고,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보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대비하던 JH 그룹.

그야말로 이전의 성공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무지막지한 수익을 얻고 있었다.

일단, JH 인베스트먼트.

전 세계에서 돈을 갈퀴째로 쓸어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익이 기본 수십조라 했나?’

이것도 기본이다.

코로나가 2년 동안 지속된 걸 생각하면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

차근차근 코로나를 준비해서인지, 그 여파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았고, 오히려 경쟁 기업들이 휘청거릴 때,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아직, JH 그룹의 고공행진은 시작도 안 했다.

지금 각 나라로부터 들어오고 있는 마스크 수출 요구.

또 한 JH 바이오에서 곧바로 만들어 낸 자가 키트.

곧 있으면 만들어진다는 백신까지.

이 모든 걸 생각하면 전 세계가 JH 그룹을 원할 거란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슬슬 영향력을 다져야겠군.’

나는 이걸 이용해 다음 준비를 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준비를 마치는 순간, JH 그룹은 단순히 기업을 넘어, 한 국가나 다름없는 기업이 돼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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