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67화 (167/175)

167화. 코로나 대비

확신이 생긴 나는 마음이 급해졌고, 빠른 속도로 해외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국가를 찾아준 거에 감사함을 표했다.

원래대로라면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럴 시간도 아니거니와 아직까진 여유도 있었기에 코로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바쁜 마무리를 짓고, 돌아온 한국.

한국도 물 밑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집필하느라 몰랐는데, 그 시기 동안 기업 총수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대한 얘기를 들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각 기업의 임원들이 매일 모여 회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나도 움직여야지.’

이제 작품도 시즌 1을 끝 맞췄겠다.

나 역시 바쁘게 움직여야 될 때다.

아마, 이번 코로나를 잘 막아내고, 곧바로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면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여유는 곧, 서아와의 결혼으로 다가올 거고.

그러기 위해선 코로나 대비가 우선적이었기에 입국한 나는 곧바로 대통령에게 만남을 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해외투어를 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만남을 청해서 놀랐습니다.”

“해외를 돌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이에 대한 의논을 나눠야 될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설마……. 러시아가…….”

“그건 아직입니다. 물론 물 밑에서 여러 공작이 오가겠지만,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건 조금 더 뒤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라는 나의 말에 대통령의 표정이 의아함을 가득했다.

“그럼 무슨 일 때문에…….”

“제가 중국에 갔다 온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이죠.”

“거기서 우한이라는 지역을 다녀왔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어떤…….”

계속해서 의아한 대통령의 표정.

이 이후부터는 크게 납득시킬만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내 심증만이 존재했기에 말하는 지금도 고민됐다.

과연, 심증만으로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지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건, 언제나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

미국의 이름을 빌리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곧 바이러스가 발병할 거라고 합니다. 범위는 전 세계적. 아마, 출원지는 우한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 그게 무슨…….”

“물론 미국도 추측할 뿐, 확신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그저 중국의 움직임을 보고,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

두루뭉술한 내 말을 듣고,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내, 생각에 빠지더니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회장님이 우한을 거론했다는 건, 회장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저 역시 조만간 바이러스가 창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저도 미래에서 온 게 아니니 잘 모릅니다. 단지……. 이번에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꽤나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에 고통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말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납득이 안 간다.

도대체 뭘 보고, 이런 예상을 할 수 있는 걸까?

“회장님이 그렇다면 대응책은 세워봐야겠군요.”

“… 믿어주시는 겁니까?”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한 귀로 듣고 흘렸을 겁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회장님이 보여주신 게 있다 보니 마냥 무시할 순 없겠군요.”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감적인 부분이라 어떻게 설명할지 곤란했는데.”

다행이다.

이때까지의 결과물이 쌓이고 쌓여서 대통령한테 믿음을 줬나 보다.

대통령 눈빛을 보면 빈말이 아닌 걸 알 수 있다.

“저희 JH 그룹도 만발의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대통령님이 해주실 건 발병 그다음입니다.”

“대처가 저희 정부의 역할이군요.”

“맞습니다. 마스크 구비는 필수고,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떻게든 격리해서 초기에 진압합시다.”

“이거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겠는데요?”

대통령 말이 맞았다.

과잉 대응은 언제나 원성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 여론이 바뀌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과잉 대응이 적절한 대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조금만 버티고, 해외가 코로나로 힘들어지면 그때부터는 지지율이 반등할 거다.

대통령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웃으면서 말하는 거고.

“이번에도 대통령님 공으로 돌려드릴 테니 최대한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허허. 또 어떤 걸 요구할지 벌서부터 두렵군요.”

“폭리는 취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다음에 만나도록 하죠.”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자주 만나면 또 정경유착이다 뭐다 시끄러울 테니까 말이죠.”

“그럼.”

다른 사람들이 보면 곤란해질 수 있기에 가벼운 경고로 끝낸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비서실장님에게 연락해 JH 그룹 인사들을 모아주라고 했다.

다들, 연락을 보낸 적이 많지 않아서인지, 곧장 모인다는 말을 전했고, 생각보다 이른 이틀 뒤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 * *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JH 그룹 인사들이 모인 이곳.

JH 그룹 본사였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따, 너무 안 불러서 당황했응께, 걱정하지 말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언제쯤 다시 모일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 중 무역 전쟁이라는 파티 이후로 좀 심심했거든요.”

갑작스러운 부름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의 말을 전하자, 다들 너스레 떨면서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이렇게 모두 모인 이유는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요? 어쩐지, JH 바이오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시더니, 뜻이 있었군요.”

“저는 무슨 마스크로 산을 쌓으려고 한 지 알았다니까요? 그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쓰고도 남을 양인디요.”

“이거 또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요.”

바이러스란 말에 각각 다른 반응을 내놓는다.

그런 이들이 보인 반응의 공통점.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거다.

하기야, 어떤 자연재해도 미리 알고 대응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게 된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

초기 대응이 부족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전파됐다면 모르겠지만, 백신이 나오기 전.

그때만 확실하게 대응하면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도 설명이 된다.

‘코로나는 유례없는 성장 기회다.’

지금까지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가장 큰 기회를 고르라고 한다면 두 가지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가상화폐와 코로나.

어떻게 보면 두 가지를 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가상화폐 가치도 덩달아 올랐으니까.

‘이번 일로 세계 기업순위는 바뀐다.’

코로나만 잘 버텨내면 자신할 수 있다.

JH 그룹이 상장하는 순간, 세계 그룹 순위가 한 단계씩 밀릴 거라고.

단일 회사 하나하나가 대기업 전체에 버금갈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게 우리 JH 그룹이다.

이 상태에서 한 번 더 성장하면 당연하게도 세계 기업 순위 10위권 안에는 기본으로 들어갈 거다.

‘클리너까지 나오면…….’

그 순간.

JH 그룹은 단순한 그룹으로 남아 있지 않을 거다.

어쩌면 한 국가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출 수도 있겠다.

그만큼, 환경 오염 없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신이 내려다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생에서 올리나의 국적을 가진 나라는 ‘클리너’ 하나로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영향력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나만 아는 게 아니어서일까?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얼굴이 상기돼있었다.

“다들 이번 바이러스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대충은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최소 몇십조는 땡기겄는디…….”

“자동차 산업은 이전에 원자재 계약이 있어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군요.”

다들, 각자의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한다.

“제 짐작으로 보자면, 이번 바이러스. 최소 2년은 갈 겁니다.”

“… 2년이라고요?”

“허메……. 2년? 그 정도면 어디 한 군데는 작살 나겄는디.”

“상당히 길군요.”

2년이란 말에 누구 한 명이라도 의심할 법하건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계획을 수정한다.

역시, 이전에 보인 결과물이 중요한 것 같다.

“저희는 두 달 뒤부터 움직입니다. 그 전까지 최대한의 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좋네요. 근디, 이렇게 모인 것도 오랜만인디, 설마 이 말만 하고 끝나는 건 아니겄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분명, 회장님께서 미, 중 무역 전쟁 다음에 회식하자고 했는데, 설마 저번처럼 집필한다고 도망가겠습니까?”

“에이……. 이때까지 해 온 게 있는데, 설마 도망가려고요?”

그러고 보니, 미, 중 무역 전쟁이 끝나고 하기로 한 회식.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새로운 작품에 집필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회식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가 버렸다.

‘오늘은 같이 즐겨야지.’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오늘도 도망갔다간 지구 끝까지 찾아올 기세였다.

나 역시 이들과 어울려 음주를 즐기는 게 좋은 만큼, 오늘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회식을 즐기기로 했다.

* * *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알 수 있던 거지?’

박제환 회장의 행적을 조사하던 샘 헤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국가의 정보원이 모르던 정보를 개인이 먼저 알 수 있다는 게 자신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확신하고, 간 거다.’

안전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향한 박제환 회장.

그를 보고, 샘 헤임은 의문스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욱 시선을 집중시켰고, 그의 행적을 따라, 여러 가지 조사를 해 봤다.

그리고 우한에 도착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박제환 회장.

그 이유가 궁금한 샘 헤임은 우한을 전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유령 도시와도 같았다.’

무언가 숨기기 위해 철저히 통제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고, 있다 하더라도 오랜 지병을 앓는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쉴 새 없이 기침하는 사람까지.

이 모든 걸 종합하면 한 가지를 가리킨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겼다.’

박제환 회장의 행적을 뒤쫓다 보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1년 전부터 과하게 투자한 바이오산업.

해외에서 이름 있는 연구원을 과 투자해 스카우트하는 거까지.

또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마스크 공장.

마지막으로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대통령과 JH 그룹 인사들을 만난 것까지.

박제환 회장은 이 바이러스를 1년 전부터 예상했단 걸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윗선에 알린다.’

그래도 다행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에 이 사실을 알 수 있어서.

만약, 중국의 통제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면 그 순간, 세계는 대공항에 빠졌을 거다.

공황에 빠진 나라 중 미국도 피해 갈 수 없고 말이다.

지금도 늦은 것 같지만,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됐다.

‘지금 당장 말하자.’

지금은 보고하기 애매한 시기.

그럼에도 샘 헤임은 기다릴 수 없었다.

그만큼, 우한 조사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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