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자연재해
* * *
GL 엔터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숫자가 50을 가리켰을 때.
화이트 플랫폼에서 「끝없는 전쟁」이 런칭됐다.
사람들은 이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이날만을 기다려왔고.
언제나 그렇듯 박제환 작가 작품에 열광했다.
“와……. 미쳤는데? 이게 사람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인가?”
“… 이 정도면 영화 다섯 편 본 기분인데? 책 한 권에서 어떻게 이런 내용을 담을 수 있지?”
“미쳤다. 전작 등장인물들을 이렇게 보니까, 개 재밌네…….”
“와……. 소름……. 이번 작품 보면서 지크랑 독고 준경 둘 다 똑같이 좋아졌어.”
사람들은 박제환 작가를 명불허전이라며 칭송했다.
그가 내는 작품은 하나같이 발전을 거듭하고,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기는 일반인들에게만 통한 게 아니었다.
“이번에도 디즈니에 뺏기는 순간, 업계에서 뒤처지는 건 한순간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 돼.”
“방법이 없으면 만들어야 될 거 아니야!! 어떻게든 박제환 작가를 만나서 무릎을 꿇든 해서라도 관계를 맺으라고!!”
“이번 작품 못 봤어!? 저 정도면 영화화가 확정되는 순간, 흥행은 보증 수표라고!!”
“「끝없는 전쟁」 판권을 못 사면 하나의 에피소드라도 양해를 구해! 저걸 리메이크만 한다고 하더라도 흥행은 보장이다!”
영화 업계에서는 인제 와서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뒤처지는 자신들과 다르게 박제환 작가와 손을 잡은 이후로 고가도로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
그 둘의 차이점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업하지 않는 게 나을 정도였다.
뒤늦게나마 여러 가지 조건을 들고, GL 엔터를 찾아갔지만, 이미 배는 떠나고 말았다.
돈에 움직이지 않은 박제환 작가에게 메리트 있는 조건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리 움직이길 잘했군, 그렇지 않나, 라이언?”
“이게 다 저의 안목 때문이죠.”
“부정할 수 없겠군.”
“그럼 제 안목을 믿고 이참에 지크 파에 오시는 건 어떤지.”
“그것만큼은 긍정할 수 없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에 디즈니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경쟁 회사들과 이 정도의 격차를 벌린 적이 없었다.
이게 다 박제환 작가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그들은 고마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이, 이 회장. 이번에 사옥 이사 간다면서?”
“그렇게 됐어. 우리 승호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말이지.”
“뭐라고? 늙어서 치매에 걸린 겐가, 그게 아니면 내 귀가 이상해진 건가?”
“… 제환이 덕분에 사옥을 이사 갈 수 있었다. 됐나?”
“사람이 솔직해야지, 그러면 못 써.”
박대호 회장은 제환이의 성공에 또 한 번 자신의 친우인 이 회장을 놀릴 수 있었다.
물론, 놀림을 당하는 이 회장 입장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일평생을 받쳐서 키워온 GL 그룹.
당장, 박제환과 협업을 하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성공을 이뤄낸 박제환 작가.
그는 지금 상황을 인지하지 못 한 채, 글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서 복선을 더 넣고……. 이쪽은 떡밥을 회수한다.’
박제환 작가는 이번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장 치밀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지식과 복선, 그리고 떡밥까지.
모든 걸 활용해서 작품에 접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서 「끝없는 전쟁」은 결함 없는 작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작품이 지금은 약 250화가량 원고가 쌓여있었다.
‘이건 시즌별로 나누자.’
박제환 작가는 한 번에 이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 1은 300화까지 해서 끝마치려고 한다.
이번 작품의 제목처럼 끝없는 연재를 이어가려고 말이다.
‘집중하자.’
마지막 남은 50화.
박제환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집필에 들어갔다.
* * *
박제환 작가가 집필에 집중하고 있을 때.
새로운 작품을 본 사람들이 끝나지 않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새로운 작품도 나온 마당에 남아있는 디데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말이다.
사람들은 또다시 저마다의 추측을 이어갔다.
누군가는 또 하나의 작품이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누군가는 영화 제작 확정 소식이라는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 갔다.
그중에는 정답도 껴있었다.
슬슬 박제환 작가가 독자들 앞에 나올 때가 됐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박제환 작가를 지켜봐 왔던 사람들은 그게 현실로 이어지기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고, 순식간에 반대 의견에 진실은 파묻히게 됐다.
그러는 와중에도 GL 엔터를 제외하고, 진실을 아는 이들이 있었다.
* * *
“6개국은 어떻게 정했다고 하나.”
“GL 엔터가 국가 선정은 대통령님에게 양보한다고 합니다. 대신 GL 그룹에 혜택을 주라고 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이득이겠지?”
“당연합니다. 저희는 지지율과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 그것만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GL 그룹에서 국가 선정을 양보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대통령.
그는 순식간에 손익을 따져봤다.
과연, GL 그룹에 혜택을 주면서까지 관련 권한을 가져올 의미가 있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몇 분간 지속된 생각.
결론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거다.
어차피 박제환 작가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알게 모르게 GL 그룹에 혜택을 줘야 됐다.
더군다나 GL 그룹은 대기업 중에 깨끗하기로 유명한 그룹 중 하나였고, 혜택을 준다 해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다.
한 마디로 큰 리스크 없이 큰 리턴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일단, 처음은 미국이 맞겠지?”
“보좌관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중국은 이미 글렀어.”
물론, 정권 초기만 해도 너무나 높은 미국 의존도에 중국 쪽으로 붙으려 했다.
실제로 중국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을 때. 묘하게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우리나라가 노력하는 거에 비해 중국의 반응이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곤란함을 느끼고 있는데, 박제환 회장이 미국에 이중국적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속해서 이상해지는 분위기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박제환 회장과의 만남이 마음을 결정짓게 만들어줬다.
미, 중 무역전쟁.
거기서 박제환 회장은 미국편.
당연히 한국에게 압박이 들어올 건 뻔한 사실이었고, 결국은 미국 쪽으로 노선을 틀 수밖에 없었다.
‘박제환 회장 덕분에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었다.’
박제환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노선을 트는 과정에서 순탄치 않았을 거다.
누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한단 말인가.
다행히도 박제환 회장은 중간 역할을 잘 해줬고, 오히려 이전 정권보다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럼 미국을 첫 번째로 하고, 다음은 어디가 좋겠어?”
“그다음부터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영국, 일본, 독일, 중국, 우크라이나 순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마지막으로 뺀 이유는?”
“박제환 회장님의 개인적인 부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의아했다.
어째서 우크라이나를 마지막 순으로 넣은 건지 말이다.
원래, 처음이 아니면 마지막이 제일 가치 있었다.
그런 자리에 국제적인 관계가 적은 우크라이나를 넣었다고 하니 의아한 거다.
‘우크라이나면 6개국에 끼기도 힘들 텐데…….’
우크라이나 나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당장, 러시아만 해도 6개국에 자신들이 빠졌다고, 항의해 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사실,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박제환 작가는 러시아와 우크리아나가 전쟁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정확하게 말 해봐.”
아무래도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나 보다.
비서 입에서 나온 두 글자인 전쟁이라는 단어.
그 어느 단어보다 끔찍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대참사였다.
그런 대참사를 그 누구도 아닌, 박제환 작가가 예상하고 있다 하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 박제환 회장의 말을 모두가 의심할 때.
의심과는 별개로 모든 일들이 박제환 회장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지금의 JH 그룹이 만들어진 거였다.
“저희도 그 얘기를 듣고, 따로 조사를 해 봤습니다.”
“결과는?”
“가능성은 작지만 있다였습니다.”
“… 가능성이 있긴 하다는 건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제로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박제환 작가가 예측했던 일들이 다 맞아떨어진 걸 보면…….”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겠군.”
만약, 박제환 작가 말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공황이 올 거다.
지금 시대는 유례없는 평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전쟁과 같은 자연재해 같은 일들로 기득권에 있는 자들이 물러서게 되고, 부의 흐름은 계속 순화했었다.
하지만 평화가 지속돼서인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유례없을 정도로 긴 시간 이뤄지고 있었다.
즉,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경제는 더 어려워질 거고, 가난한 사람들은 어려워진 경제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게 된다는 거다.
당장은 그게 아무런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됐다.
‘사람들의 가계가 어려워지면 결혼율도 내려간다.’
경제가 망가진다면 작은 곳에서부터 물이 새게 된다.
맨 처음은 사람들과의 갈등이다.
예전 같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보고, 동경도 하면서 자신들의 목표로 세웠을 거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부자인 사람들에 흠을 찾아내 그들도 자신들과 같은 위치로 내리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렇게 작은 흠집도 크게 부풀리게 되면서 결국 사람들 간의 혐오감이 높아지게 된다.
그게 반복되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힘들다는 말을 외칠 거고 또 한 번 악순환된다.
악순환이 지속되면 결혼도 안 하게 되고, 곧 출산율도 떨어지게 될 거다.
당연히, 연금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를 지탱해줄 청년들이 사라지게 되고, 그와 관련된 직업들, 인력들까지 모든 게 붕괴가 될 거다.
결국,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해외인력을 불러올 거고,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거는 가볍게 여기면 안 되겠군. 지금 당장 가능성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한다. 그리고 만약……. 진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공황을 피해 갈 수 있는지 조사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조사는 보좌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이번에 동맹이 강화된 미국과 만나, 의견을 듣는 것.
그게 가장 시급한 일인 것 같았다.
‘일단은 러시아 의존도를 낮춰야겠어.’
막상, 전쟁이란 단어를 들으니 그동안 러시아에 투자한 게 아까워져 왔다.
그렇다고, 마냥 방관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진짜 전쟁이 일어나면 방관은 더욱 큰 피해로 다가올 테니까.
우선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
그리고 러시아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
조금씩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나라가 그로 인해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겠다.
‘늦지 않았어.’
박제환 회장이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거다.
그동안…….
최대한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