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62화 (162/175)

162화. 끝없는 전쟁

* * *

대한민국은 지금 박제환 신드롬에 빠져있다.

어딜 가도 박제환 작가 작품에 대한 얘기가 가득했고, 술자리도 어떤 주인공이 더 낫냐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하……. 미치겠네. 다 좋은데, 하필 왜 열린 결말이냐.”

“그니까. 그것만 아니면 독고 준경이 더 나은 걸 증명할 수 있는데…….”

열린 결말이 아쉬운 이유.

어떤 작품의 결말이 더 나은지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본 사람들 모두가 왜 결말을 이런 식으로 지었느냐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재밌었고, 그다음 내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좋았기에 덮고 넘어간 거다.

“야, 근데 내가 소문으로 들은 게 있거든?”

“뭔데?”

“지금 박제환 작가가 외전 집필이 끝났는데도 작업실에 있다더라.”

“… 그게 진짜야?”

어떻게 보면 이들이 기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외전이 나오기 전에도 박제환 작가가 집필 중이라는 기사가 났었다.

그 기사의 근거는 박제환 작가가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하고 있다가,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에 열광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만 했다.

“근데, 더 쓸 거 없잖아. 둘 다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고…….”

“뭔 소리냐. 우리 박제환 작가님이 기존 작품만 쓸 거라는 보장이 어딨어?”

“… 야, 만약 네 말대로면 미친 건데?”

“나 장담한다. 우리 박제환 작가님이 새 작품을 쓰고 있다고.”

어쩌면 바램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소설에 처음 접한 건 박제환 작가의 작품.

그 때문인지, 소설을 보는 눈이 처음부터 높게 잡혀있었고, 다른 작품에는 박제환 작가 작품을 읽었을 때만큼의 전율을 느끼지 못했다.

만약, 새로운 작품을 쓴다고 하면 또다시 그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었다.

“야……. 방금 나 단톡방에서 소름 돋는 톡을 봤는데?”

“뭔데, 소름까지 돋냐?”

“… GL 엔터 홈페이지 들어가 보라는데?”

“… 에이……. 설마…….”

두 사람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GL 엔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야……. 이거 뭐냐…? 나 지금 몸에 닭살 돋은 거 보이냐?”

“… 장난치냐? 그걸 볼 겨를이 어딨냐? 나도 지금 정신없는데.”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GL 엔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보이는 글자.

디데이 100이 보였다.

동시에 옆에는 네모난 상자가 보인다.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진짜 가능성 있겠는데?”

“뭐라도 하려니까, 저런 디데이를 걸었겠지. 설마 외전을 저걸 써 먹어놓고, 아무것도 아닌 걸로 디데이를 걸었겠냐?”

“만약 그러면 GL 엔터 앞에 가서 시위한다.”

“야, 같이 가. 나도 가만 안 둔다.”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 인생에 있어서 박제환 작가의 작품은 한 줄기 빛이었다.

공부만 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살아가는 인생.

평생을 노동해도 집값 하나 벌기 힘든 인생.

그렇다고 한눈팔았다가는 금세 뒤처져 남들처럼 사는 것조차 힘든 그런 인생.

그런 인생에서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박제화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 와중에 말도 안 되는 걸로 디데이를 걸었다고 하면 그들은 단둘이서나마 시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야, 일단 이거 공론화 시키자. 그래야 GL 엔터가 말을 안 바꾸지.”

“그니까……. 만약 별 게 아니라도 우리 같은 사람이 여럿 있어야 다시는 저런 짓거리 안 하지.”

“내가 먼저 커뮤니티에 올릴게.”

“오케이. 난 그럼 언론에 제보한다.”

술을 마시며 작품에 대한 얘기로 다투던 그들은 서로가 하나 되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GL 엔터에 디데이가 올라가고, 한 시간 후.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추측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GL 엔터에 찾아가 진실을 규명하라며 시위까지 할 정도다.

“성공적인 거겠지?”

“맞습니다, 사장님.”

“정부랑도 이야기가 잘 됐고……. 이건 뭐 요즘 GL 그룹의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네.”

실제로 GL 그룹은 상한가를 치면서 재계 순위 10위를 넘보고 있었다.

더군다나 실질적 영향력은 그 이상이라고 봐야 됐다.

지금 대한민국의 재계 순위는 누가 더 JH 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느냐로 판별됐다.

제환이가 몸담고 있는 출판사의 모기업.

식품회사인 모기업은 단번에 요식업계 1위로 올랐다.

이게 다 제환이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자, 그럼 관심도 모았으니까, 슬슬 벗겨 내볼까?”

“천천히 벗겨내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GL 엔터 홈페이지에는 디데이 옆에 네모난 그림이 있었다.

네모난 그림 안에는 각 주인공이 대치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디데이가 줄어들 때마다 조금씩 네모를 지워나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안에 있는 그림도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할 게 분명했다.

“앞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더 높아지겠군요.”

“그렇게 만들어야지.”

비서 말이 맞았다.

지금의 관심?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디데이 옆에 있는 숫자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더 커져만 갈 테니까.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 디데이 옆에 있는 숫자는 점차 줄어들어 갔다.

디데이 90이 됐을 때.

네모난 사각형이 점점 줄어들면서 지크의 윤곽이 보였다.

그걸 본 사람들은 열광했다.

열린 결말로 끝이 났던 지크에게 무언가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동시에 독고 준경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시무룩해 있었다.

물론, 그들도 지크의 팬이긴 하지만 독고 준경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상을 지을 때.

또다시 10일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었다.

“거 봐라!!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하는 거라니까?”

“참 나……. 그런 얘가 박제환 작가 찾아간다면서 난동을 피우냐?”

“… 그건 우리 작가님의 용안을 뵙고 싶어서 그랬던 거고.”

나중에 나타난 독고 준경을 보고 「절대 음감」 팬들은 주장했다.

비중이 높을수록 후에 나온다고.

지크의 팬들은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끝날 것만 같았던 다툼은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10일이 줄어 총 30일이 지났을 때.

두 사람이 마주 보는 구도 중간에서 게이트 그림이 나타났다.

그걸 본 사람들은 더욱더 흥분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게이트에 대한 추측성 글이 난무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 건지, 각종 매체에서도 관련 그림을 다루기 시작했고, 해외에서도 박제환 작가 팬들로 패널을 구성해 분석하는 방송을 내밀었다.

- 제 말은 두 사람이 게이트를 통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제야, 열린 결말로 끝낸 이유를 알 수 있겠군요. 역시 박제환 작가입니다. 이때까지 그 모든 게 떡밥이었단 겁니다!!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박제환 작가를 찬양했고, 침을 튀기며 관련 떡밥 하나하나를 짚어나갔다.

그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던 부분에서 힌트가 있단 걸 확인 할 수 있었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기다림을 잠시 멈추고,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어나갔다.

그리고 40일이 지났을 때.

- 이건 분명 새로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애초에 두 사람 중 한 명을 주인공으로 삼기엔 모호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항시 갖고 있었는데, 드디어 의문이 풀리는군요.

- 새로운 주인공이라……. 그는 어떤 인물일까요?

- 여기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게이트에 있는 문양이 새로운 캐릭터 손바닥에 똑같이 그려져 있는 걸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 확실한 건, 새로운 작품이 맞다는 거군요.

- 물론입니다.

사람들은 거의 다 드러낸 그림을 보고, 새로운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그다음에 주제.

새로운 작품은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새로운 주인공은 무슨 능력을 갖추고 있냐였다.

이 주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고, 모두가 각자가 맞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45일이 지났을 때…….

매번 박제환 작가 작품이 연재되던 플랫폼에서 디데이 5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야……. 이거 5일 뒤에 런칭 되는 거 맞지?”

“그런 것 같은데…?”

“그럼 남은 50일은 뭐냐?”

“… 그러게?”

사람들은 새로운 작품에 열광하는 동시에 의아함을 느꼈다.

도대체 5일 뒤에 런칭이라면 남은 50일은 뭐란 말인가.

물론 그 답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 *

D-DAY 51.

시간이 흘러, GL 엔터 홈페이지에는 51이란 숫자가 뜨고, 연재 플랫폼에는 1이 떴을 때.

그림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그 위로는 「끝없는 전쟁」이라는 글자가 타이핑돼있다.

박제환 작가 네 번째 작품의 제목이었다.

“어떨 것 같아, 김 비서…….”

“뭐, 긴장할 거 있습니까? 이미 트래픽 숫자 보면 평상시에 열 배를 가볍게 넘어섰습니다. 저희 홈페이지 같은 경우는 백 배를 넘어섰고요.”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군.”

“맞습니다. 이미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죠.”

승호도 비서에게 물었지만, 속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엄청난 성공을 이루고 있다고.

비서가 트래픽이 백 배 늘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알기로는 그 이상이었다.

해외에서 이번 일을 다루면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GL 엔터를 찾아왔고, 그 전에 각 언어로 홈페이지를 꾸며놨기에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축구로 따지면 월드컵 결승전에 단독으로 홍보한 거나 다름없는 효과였다.

“내일이며 5권이 런칭 되는 거지…….”

“맞습니다. 사장님도 이번 작품 봤습니까?”

“봤지…….”

“어떻게 보셨습니까? 저는 「끝없는 전쟁」을 읽고, 소름 돋았습니다. 박제환 작가의 한계를 모르겠습니다.”

승호 역시 저 말에 공감했다.

제환이가 보낸 파일을 읽자마자 들었던 생각.

이전보다 한 층 더 발전했다는 거다.

이전 작품이 부족한 게 아니다.

전 세계에서 제환이를 찾을 정도로 재미있던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궤를 달리했다.

각, 권마다 재미뿐만 아니라 추리하는 과정, 떡밥, 회수, 그 안에 기승전결. 그리고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까지.

이게 순문학이 아닌 장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인지 모르겠다.

장담한다.

이번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그 어떤 자서전이나 경제 관련 책을 읽는 것 보다 훨씬 사고 폭이 늘어날 거다.

‘제환이의 경영 철학을 소설에 담아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설에는 주제를 이용해 여러 가지 경고가 담겨있었다.

가장 충격받은 걸 뽑으라고 하면 미래 지구 에피소드를 뽑을 거다.

이대로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흘러가면 어떻게 되는지.

해당 에피소드에는 망해있는 지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제환이는 한 번 더 발전했어. 모두가 최고라 할 때, 그 이상을 바라봤던 거지.”

“저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이전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고. 와……. 사람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전개가 나올 수 있는 거죠?”

“4권 에피소드에는 미래에서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더라니까?”

“저만 느낀 게 아닌가 보네요. 저도 4권 읽고, 환경에 대해서 경각심 갖기 시작했잖아요.”

비서의 반응을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사람들은 내일 런칭되는 「끝없는 전쟁」을 읽고 어떤 평가를 내릴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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