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61화 (161/175)

161화. 이사 가자

* * *

‘잘 올라갔네.’

런칭 된 걸 확인한 나는 바로 인터넷을 껐다.

사람들 반응도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저번과 같은 실수가 없이 잘 올라갔는지만 확인했다.

괜히 반응을 확인해 들떠서 집중력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어느 정도 쓴 거지?’

한 달 동안 정신없이 집필하다 보니 원고가 쌓여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차근차근 내용을 되짚으며 분량을 확인하니 약 5권 분량이 나왔다.

5권을 웹소설 분량으로 나누면 약 125화.

하루에 4화 가까이 썼다는 거다.

이게 다 새로운 작품이 재미있기도 하고, 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쓴 분량.

아직 두 주인공이 만나지도 않고, 새로운 주인공과 조우한 얘기였다.

한 마디로 본 내용에 들어가지도 않았건만, 5권 분량을 썼단 얘기다.

저번 작품들도 꽤나 길게 끌고 갔지만, 이번 작품은 그것들보다 더욱 긴 초 장편 연재를 할 것 같다.

지금만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이 너무 많으니까.

‘유니버스면 도중에 빌런이랑 주인공을 추가해도 된다.’

이번 작품은 이전과 다르게 쓰고자 하는 내용을 추가할 수 있었다.

무협을 쓰다가 판타지가 쓰고 싶으면 판타지를 추가하면 되고, 미래 현실을 쓰고 싶으면 다른 우주로 넘어가 관련 내용을 쓰면 됐다.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 볼 예정이다.

‘최소 300화까지는 무난하게 나오겠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대략적인 분량으로 예상해보니 300화까지는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코로나가 발병하기까지는 넉넉히 버틸 분량이었고, 시기도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한 나는 300화까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쓸 예정이었다.

‘좀 걸리니까, 전화해놓자.’

300화까지 집필하면 못 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리는 시기.

그동안 승호와 연락이 잘 안될 거라고 여긴 나는 지금 전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중에 연락을 해야 되고 집중력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결정한 나는 곧바로 승호의 번호를 눌러 전화했다.

- 야!! 마침 잘 됐다!! 웬일로 먼저 전화한대?

“…….”

내 전화가 그렇게 반가운 건가?

전화를 받자마자 승호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잠시 쉬는 시간 나서 전화했다. 이제 다시 집중하기 전에 겸사겸사 전화 한 거지.”

- 안 그래도 전화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짜 다행이네.

“왜, 무슨 일 있어?”

- 너한테 묻고 싶은 것도 있고, 허락받고 싶은 것도 있고.

아무래도 나한테 용건이 있었는데, 자기가 한 말이 있어 전화를 못 걸었나 보다.

“뭐가 궁금한데.”

- 너 혹시 새로운 작품 어느 정도 모였냐?

“125화 정도.”

- … 벌써?

“글만 쓰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5권의 분량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

승호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혹시 이번에 한 디데이 GL 엔터 홈페이지에 또 한 번 써도 되냐?

“너희 회사 홍보하려 하는구나.”

- 크……. 한 마디에 바로 아네. 정답이다.

“마음대로 해라. 내 작품은 홍보가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의미 없잖아.”

- 글킨 하지. 혹시 이때까지 쓴 분량 좀 넘겨줄 수 있어? 거기에 맞춰서 홍보하게.

별로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125화는 퇴고도 끝난 원고였기에 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됐었다.

“전화 끊으면 바로 보내줄게.”

- 크……. 너 이번 반응 봤지? 지금 장난 아닌데, 이거까지 더해지면 난리 나겠네.

“반응 괜찮냐?”

- … 너 설마 반응 확인 안 했냐?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승호 반응을 보니 알겠다.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단 걸.

- 미쳤다. 지금 각국에서 너를 초대하기 위해 모금도 하고 있다니까?

“… 모금?”

- 그래, 인마. 벌써 중국은 천억이 넘었어.

“…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 당연히 말이 안 되지. 그걸 네가 이뤄낸 거고

어느 정도 성공할 건 알고 있었지만, 승호에게서 구체적인 내용을 들으니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성공이 아닌 대박이 났다는 걸.

- 너 해외에 나갈 생각 없지?

“… 지금은?”

- 그럴 줄 알고 내 선에서 잘라냈다.

해외라…….

아직까지 작가로서 해외에 나갈 생각은 없었다.

한국에서도 그 흔한 사인회를 안 열었는데, 어떻게 해외에 나간단 말인가.

출국을 하는 일이 있어도 한국이 먼저였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한 번 가봐야 되긴 하는데…….’

300화 정도를 쓰고 나면 준비해야 될 코로나.

그때, 중국의 분위기를 살펴봐야 됐기에 한 번 나가기는 해야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독자들에게 보답할 겸 한 번 나가보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야, 일정 좀 짜 봐. 약 두 달 뒤에 해외로 나갈 테니까.”

- 지, 진짜냐?? 진짜 일정 잡는다?

“너무 많이는 말고. 한 여섯 개국만 뽑아줘. 그 이상은 몸이 지치니까.”

- 그, 그래. 내가 일정 잘 짜 볼게.

내 대답이 의외였나 보다.

얼떨떨한 승호의 반응이 들려온다.

이제 할 말은 전했다고 여긴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작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이 자식이 어쩐 일이지?”

전화를 끊은 승호는 얼떨떨한 감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원래라면 격렬히 거부해야 되는 게 제환이었다.

자신이 먼저 제안하지 않았음에도 해외로 향한다는 제환이를 생각하니 얼떨떨했다.

“뭐라고 하십니까, 사장님.”

“일단 허락은 받았는데…….”

“그러면 저희 홈페이지에 디데이를 걸어도 되는 겁니까?”

“응……. 근데 좀 길게 해야 될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상황이 바뀐 만큼, 홍보도 바꿔야 됐다.

이전에 디데이가 새로운 작품 런칭을 알렸다면 지금은 해외에 나가는 날까지 고려해서 디데이를 걸어야 됐다.

“디데이를 100일로 잡자고.”

“100일이나요? 아무리 새 작품 런칭이라고 해도 10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긴데…….”

“작품 런칭은 50일 남았을 때 할 거야.”

“그럼…….”

“100일 뒤에 제환이가 갈 만한 나라 일정 잡아봐. 조건이 가장 좋은 여섯 개국으로.”

승호의 지시를 들은 비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파악을 못 한 듯, 눈 만 깜빡거렸다.

그리고는 갑작스레 이해했는지, 두 손을 입에 모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설, 설마……. 해외에 나가실 생각이랍니까?”

“맞아. 나도 놀랐어. 갑자기 일정을 잡아주라 하네?”

“… 드디어 독자들에게 용안을 비추시려고 하나 봅니다.”

“… 갑작스러운 게 문제지.”

이번 일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완벽한 계산은 힘들지만, 규모가 막대할 거란 건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제환이의 발걸음 하나로 한 개국마다 천 억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단 말이다.

“이거, 정부랑 이야기 나눠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게 맞겠지. 제환이 이전 행보 보면 나라에 힘 좀 실어주려고 한 것 같은데, 우리도 도와야지.”

“미쳤군요…….”

“그리고 우리가 양보한 만큼, 정부도 우리한테 양보해야지. 공짜로 도와줄 순 없으니까.”

제환이야 정부에게 도움받을 수 있을 만한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GL 그룹은 달랐다.

정부에게 특혜를 받는 순간, 무지막지한 성장이 가능했다.

어쩌면 동성 그룹을 뒤따라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말이다.

“허……. 이거 성과금이 얼마나 터지려고 이런 건지…….”

“역대 규모 중에 제일 크게 나갈 거야. 물론, 그만큼 바쁘게 움직여야겠지만.”

“점점 이사 갈 집이 업그레이드 되는군요. 몸이 망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GL 그룹도 엔터 계열사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이사 가게 생겼어.”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것 중에 하나.

바로 제환이와 친해진 거다.

그리고 힘들 때 배신하지 않은 것.

이게 제환이와 지금처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대현 그룹을 봐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콧대 높던 대현 그룹이 단순에 망가질 줄을.

그게 다 제환이를 건드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일로 인해 성장할 GL 그룹을 생각하니 새삼 인생을 잘 살았단 걸 알 수 있었다.

“나가서 임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도록 해. 그리고 어떻게 진행하면 괜찮을지, 다들 생각해보라고 하고.”

“네, 사장님.”

이 소식을 자신만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승호는 비서에게 지시를 내린 후,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명, 이 소식을 들으면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거다.

동성 그룹이 순식간에 재계 순위 10위에 오른 걸 확인하고, 부러워하시지 않았던가.

- 웬일로 전화를 다 한 게냐.

“할아버지, 좋은 소식 들고 왔습니다.”

- 제환이 작품 외전 말이더냐? 그거 들었다. 고생했더구나.

“그거 말고도 좋은 소식이 더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번 외전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걸 확인했나 보다.

좋은 소식이란 말에 이번 일을 칭찬해주셨다.

- 더 있다고? 혹시 새로운 작품 말이더냐? 박 회장이 어찌나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지, 골프에 집중이 안 될 정도야.

“새로운 작품도 맞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 거 좀, 싸게싸게 말하지. 어째, 박 회장도 그러더니 왜리 뜸을 들이는 게야.

곧바로 말하지 않고, 뜸 들이는 게 불만이었을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할아버지가 살짝 언성을 높였다.

“할아버지, 제환이가 해외로 나갈 테니 저희보고 여섯 국을 고르라 하더군요.”

- … 그게 진짜야?

“그렇다니까요? 제환이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시잖아요. 저희 그룹에게 얼마나 이득인지.”

- 하…. 박 회장 고놈 또 한 동안을 골프 치자고 노래를 부르겠군. 당분간은 피해 다녀야겠어….

“할아버지?”

승호는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이번 소식을 전하면 할아버지 역시 기쁨을 느끼시고, 들뜨실 줄 알았다.

그런데 왜일까?

관련 소식을 전하자, 한숨부터 나오더니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

- 분명 좋은 소식이구나. 큰일을 했다, 승호야.

“근데 목소리 왜 그러세요?”

- 왜 그러냐고? 네가 나 대신 박 회장이랑 골프 한 번 쳐보겠느냐? 어째서 기뻐할 수가 없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게야.

“그게 무슨 말인지…….”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이상한 말씀하신다.

도대체, 이번 일이랑 박 회장님이랑 골프 치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그런 게 있으니까, 깊게 파고들지 말 거라. 안 그래도 머리 아프니까. 어쨌든 수고했다.

“네, 할아버지.”

- 정부랑은 이야기 나눠봤고?

“이제 나눠보려고 합니다.”

역시 할아버지였다.

별 정보를 건네지 않았는데도 정부와 협업할 거란 걸 눈치채셨나 보다.

- 많이 뜯어야 될 게야. 그래야 내 귀가 억울하지 않지.

“… 뭔지 모르겠지만, 한 번 열심히 협상해 볼게요.”

- 만약, 아쉬우면 각오하거라. 너랑 박 회장이랑 골프 하게 만들 테니까.

“… 네, 할아버지.”

승호는 계속 이상한 말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의아함을 느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상기시켰다.

정부에게 최대한 뜯어내라는 말.

안 그래도 승호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제환이 옆에서 배운 게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 말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불길하단 말이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 중, 박 회장님이랑 골프 하게 만든다는 말.

이유는 모르겠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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