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60화 (160/175)

160화. 누이 좋고, 매부 좋다

* * *

“자네, 당연히 박제환 작가 작품의 외전을 봤겠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희가 영화로 만들 내용인데 안 봤을 리가 있습니까?”

라이언은 디즈니 회장의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니고, 박제환 작가의 작품이다.

안 봤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람들 반응 봤나?”

“확인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로 전 세대를 아우를 줄이야…….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동감일세. 하기야……. 독고 준경의 재림이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겠지.”

“그게 무슨 소립니까?”

라이언 감독은 아무리 회장이라지만, 방금 말은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다.

이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건 어디까지나 지크의 재림이었다.

그런데 뭐라고?

어디서 은근슬쩍 독고 준경을 내민단 말인가.

“무슨 소리냐니? 설마 자네도 무슨 사이비처럼 등장한 지크 파인가?”

“그럼 회장님은 머리가 가벼운 사람들이 지지한다는 독고 준경 파입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 겐가!! 독고 준경이 한 번의 행동으로 어떤 이득을 얻는지 잘 생각해보게. 하기야, 멍청한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

“그렇게 따지면 지크가 마법 수식을 가르칠 때, 어떤 수학적 계산을 했는지 생각해보십쇼.”

라이언은 이번 대화로 인해, 심히 회사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 그룹의 수장이란 사람이 어찌 저런 불경한 생각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이게 언론에 들어가는 순간, 불매로 이어질 정도로 우매함이었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십쇼, 회장님. 하마터면 그룹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제가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지.”

“자네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말게. 하마터면 마블이 사라질 뻔했군. 후…….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흘러.”

“…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독고 준경을 좋아하겠죠.”

“그런가? 나도 이해하네. 그렇게 상황 파악을 못 하니까, 지크를 좋아하지.”

서로의 말을 내뱉던 둘은 얼굴을 마주하더니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두고 보게!! 자네는 알고 있겠지? 박제환 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뭘 쓰려고 하는 건지.”

“지켜보십쇼. 그 작품에는 무조건 지크가 메인 일 겁니다. 독고 준경은 조연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허……. 통탄스러운 일이로다. 이럴 때, 하나님을 찾으라고 종교를 다니는 건가?”

라이언은 이대로 가다간 대화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사이비에 빠진 회장님이라면 그 어떠한 말도 귀에 들리지 않을 테니.

이때 필요한 거.

바로 쇼앤 프루브였다.

다행스럽게도 라이언은 GL 엔터로부터 극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박제환 작가가 세계관을 합친다는 얘기.

아무리, 미련한 회장님이라 해도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면 인정하게 될 거다.

‘참나……. 무식한 독고 준경이나 좋아하고…….’

이래서 안 된다는 거다.

뭐든지 철두철미하게 행동하는 지크를 놔두고, 부딪히고 보는 독고 준경을 좋아하다니.

“아무래도 GL 엔터에 연락을 넣어야겠어. 불순한 사상을 갖고 있는 자네가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면 그것만큼 악재가 어디 있나.”

“… 지켜보시죠. 누가 이길지는 박제환 작가가 알려줄 테니.”

“허……. 그래,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 만약, 내 말이 맞으면 자네는 이번 영화 제작에 손 떼게.”

“좋습니다. 만약 제가 이기면 회장님도 절대 관여할 생각하지 마십쇼.”

라이언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영화 제작을 하는 데 계속해서 회장님의 입김이 작용하면 그만큼 지크 파가 불리하게 될 테니까.

“두고 보게!!”

“두고 보시죠!!”

서로 다투던 둘은 훗날을 기약하며 일차적인 다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 *

“후……. 미치겠네…….”

박제환 작품을 런칭한 후, 몰려오는 소식들에 승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이 이런 일로 힘들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떻게 사업가가 프로젝트에 성공했음에도 후회한단 말인가.

근데, 실제로 그런 감정이 들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 개를 한 번에 런칭하는 게 아니라, 두 번을 나눠서 런칭할 걸 그랬다.

적당히 인기 있어야지, 이건 뭐 고래 다툼에 새우등이 터질 것 같았다.

“누가 안 전하고 싶냐고.”

어떻게 된 게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난리란 말인가.

중국에서는 얼마든 마련해줄 테니 박제환 작가의 사인회를 열어달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그걸 들었는지, 절대적으로 자신들에게 먼저 기회를 달라고 한다.

아니, 자신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건 결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장본인이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있는 데, 사인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사인이 아닌, 단순 관광만 가라 해도 죽어도 움직이지 않을게, 그 대단하신 박제환 작가님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언장담하는 게 아닌데…….’

동시에 자신의 과거 행동도 후회가 됐다.

작품 쓸 동안 연락하지 않겠다는 장담.

진짜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하루가 흐르면 흐를수록 손이 자연스럽게 핸드폰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떨 때는 악마가 귓가에 속삭인다.

어차피 연락받을 일 없는데, 눈 딱 감고 전화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다가 새로운 작품에 몰입을 깰 수도 있겠단 생각에 욕망으로 끝내고만 있다.

“사장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한국 정부로도 연락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있나?”

“… 없습니다.”

“그러면 결정됐군. 대통령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쪽으로 넘기자고.”

“… 그래도 되겠습니까?”

“사실, 제환이는 한국의 유산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얘를 어떻게 해외로 보내겠어. 그건 한국의 손실이나 마찬가지니, 대통령님 보고 결정하라 해야지.”

그나마 다행인 점.

시선이 분산되고 있다는 거다.

자신들의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도 없다고 생각한 해외 사람들은 이제 노선을 틀어 한국 정부를 겨냥했다.

승호도 여기저기 소식을 듣고 있었다.

외교부에서 정식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어떻게 보면 동지가 생겼다는 생각에 좋기도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는 존재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어떤 소식?”

대화를 나누던 비서가 뜬금없이 소식을 들었냔 질문을 한다.

무슨 소식을 말하는 걸까?

궁금증을 느낀 승호가 반문했다.

“지금 해외에서 모금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 그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모금이란 단어를 들으니 기억났다.

런칭이 되고 나서 해외 사람들은 모금을 시작했다.

박제환 작가를 자신들의 나라에 초청할 수 있게 돈을 모으는 거다.

그때는 규모가 미비해서인지, 기억에 남진 않았었다.

“글쎄, 중국 같은 경우엔 네 자릿수라고 합니다.”

“… 그거 천만 원 말 하는 거 아니지?”

“천 억입니다.”

“…….”

역시 중국 인구에서 나오는 경제.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작가를 자국에 초대하자는 열망으로 천 억대를 모금하다니…….

“영국이랑 미국도 비슷합니다.”

“… 내가 가는 건 안 된대?”

“… 아마, 돈 대신 돌이 날아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순간, 매혹적인 액수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 돈을 꿀꺽하고 제환이가 아닌 자신이 가면 어떻게 될까.

비서의 말대로 돈 대신 돌이 날아올 게 분명했다.

“하……. 미치겠네. 그렇다고 제환이를 찾아갈 수도 없고.”

“제 생각에는 좀 더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박제환 작가님 스타일이라면 어느 정도 원고가 쌓였을 겁니다. 슬슬 홍보에 들어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제환이가 새 작품에 집필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안 그래도 집필하는 속도가 빠른 제환이다.

그런 제환이도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면 한 층 더 속도가 빨라졌다.

더군다나, 밖을 나가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필에 소요하고 있으니…….

‘최소 100화다.’

장담한다.

지금 제환이가 집필한 원고 분량은 최소 100화라고.

이 정도면 비서 말대로 슬슬 다음 홍보도 준비해야 됐다.

“새로운 작품 홍보는 무슨 방법이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온전히 작가님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이제 그걸로 인해 발아된 열매를 저희가 수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서가 좋은 방법을 생각했나 보다.

자신 있게 말 하면서 짓는 저 표정.

가히, 1,000퍼센트 이상의 성과금을 가져가도 될 표정이다.

“한번 말해 봐. 어떤 식으로 해야 우리 회사가 과실을 얻을 수 있는지.”

“별거 없습니다. 똑같이 디데이를 거는 겁니다.”

“…….”

착각했나 보다.

저건 무지함에서 나온 당당한 표정이었나 보다.

하도 자신만만하게 말하길래,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기존의 방법을 이용하잔다.

“그게 끝이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번에는 플랫폼에 디데이를 거는 게 아니라,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디데이를 거는 겁니다.”

“… 더 말 해봐.”

“그리고 홈페이지에 우리 소속 연예인들을 올리거나 사업을 홍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괜찮은 것 같다.

한 마디로 플랫폼에 양보했던 디데이 효과를 우리 회사가 똑같이 누리는 거다.

이전보다 더욱 거대해진 관심으로 말이다.

“그리고 디데이가 줄어들수록 약간의 정보를 조금씩 푸는 거죠.”

“그러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꾸준하게 들어오겠네?”

“바로 그겁니다. 그에 맞춰서 홍보할 걸 날짜별로 준비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돈을 아끼면서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죠.”

“좋은데?”

비서의 말을 듣다 보니 한 가지 의심이 든다.

어쩌면 지금 시기에 말하기 위해서 이전에 아껴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뭐가 됐든 GL 엔터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다.

“왜 그래? 김 비서, 1,000퍼센트 성과금이 부족해?”

“… 사실, 이사 가려고 열심히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내가 챙겨주는 건데.”

“하하, 다 같이 이사 가는 거 어떻습니까?”

다 같이 이사라…….

좋을 것 같다.

“저도 이사 가고, 사장님도 이사 가고, 우리 회사 건물도 이사 가고 말입니다.”

“하하, 이거 제갈량이 환생한 게 아닌가 싶은데?”

“과찬이십니다. 제가 제갈량이라면 사장님은 유비라는 말씀 아닙니까?”

“사실 삼국지에 대해서 잘 몰라. 그 관계가 맞긴 한 거야?”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유비가 제일 유명하길래 사장님 역할로 시켜드렸습니다.”

비서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아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던 해외에서의 반응들.

이제는 그게 다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직원들을 이사시켜줄 돈으로 말이다.

‘아 차, 대통령한테 관심이 쏠리기 전에 다시 가져온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관심이 분산되는 걸 막아야 됐다.

그러기 위해서 진행해야 될 것.

은근슬쩍 지도층에게 소식을 흘리는 거다.

박제환 작가가 준비하는 게 있어 시간이 안 난다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또 한 번 입소문이 날 거고, 제환이에게 향했던 관심은 곧 우리 회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제환이는 작품에 집중하고, 우리는 제환이가 귀찮지 않게 관심을 가져와 주고.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의 표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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