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59화 (159/175)

159화

* * *

대학교의 한 동아리.

“야, 너 기사 봤냐?”

“뭐? 박제환 작가님에 대한 기사?”

“그럼 뭘 말하겠냐.”

“당연히 봤지. 근데 그거 잘못된 기사 아니야? 그냥 소문에 불과하다던데?”

동아리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모인 두 남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 주제는 요즘 말이 많은 박제환 작가에 대한 소식.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박제환 작가의 팬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내가 자세히 알아봤거든? 그거 어쩌면 기존 작품 외전일 수도 있다는데?”

“허……. 드디어 지크의 재림을 볼 수 있는 건가?”

“뭔 개 소리냐?”

“무슨 소리긴. 외전이 나오면 당연히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가 나오겠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아서일까?

질문을 던진 남성이 눈을 가늘 게 뜨며 무슨 헛소리냐는 듯 반박한다.

“상식이 있으면 생각해봐라. 너 같으면 주인공 중의 주인공다운 독고 준경을 놔두고, 뭐 한다고 그 작품을 쓰겠냐?”

“허……. 어이가 없네? 모두를 관장하는 지크가 당연히 외전 쓰기에도 좋겠지. 그리고 지크가 독고 준경보단 훨씬 멋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거기에 낭만이 있냐, 모험이 있냐? 「절대 음감」에는 남자의 심금을 울릴만한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어. 이야기를 더 이끌어나갈 힘도 충분하고.”

“얼씨구? 그렇게 따지면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를 써야지. 오죽하면 팬들이 패러디를 쓰면서 그 뒷이야기를 이어가겠냐.”

두 사람은 의견이 맞지 않는 듯, 대화가 이어질수록 서로의 언성이 높아져 갔다.

그리고는 서로가 답답하다고 느꼈는지, 대화하는 걸 포기하고 각자의 핸드폰만 바라봤다.

그러는 와중에 둘이 닮은 건, 그들이 완결까지 읽었던 박제환 작가의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는 거다.

“스읍……. 아무리 봐도 「절대 음감」인데…”

“허…….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가 맞는데.”

대화가 단절된 와중에도 서로의 의견이 합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 이거 봐봐…….”

서로 각자가 즐겨보던 작품을 다시 한번 보고 있을 때.

무언가 발견한 듯, 친구에게 확인해보라며 핸드폰을 내민다.

그걸 본 친구는 자신이 못 본 걸 봤다는 듯,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계속해서 확인한다.

“야, 내가 잘 못 보고 있는 거냐?”

“…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니까, 두 작품 전부다 디데이 걸려있는 거 맞지?”

“… 그러네.”

두 친구는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에 각각 디데이가 걸려있는 걸 확인하고 알 수 있었다.

굳이 싸울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하지만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두 작품 동시에 연재되는 게, 어쩌면 앞으로 더 싸울 일이 많아질 거란 걸.

“와……. 미쳤다…….”

“30일? 앞으로 숨 참고 기다려야겠는데?”

두 사람은 이내 현실을 인지한 듯, 서로를 붙잡고 함성을 질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 * *

“허……. 이거 미쳤는데?”

외전이 연재될 플랫폼에 디데이를 걸고, 반응을 확인하는 승호.

이건 미쳤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란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반응의 크기도 크기지만, 시기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디데이를 걸자마자, 여러 기사가 뜨기 시작했고, 우리 회사에 인터뷰가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지금 반응이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들려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 이 세 나라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인터뷰 신청이 밀려왔고, 각 나라에서도 관련 기사가 쏟아져 들어왔다.

인터뷰 요청뿐만이 아니다.

투자할 수 있냐는 요청과 사업적인 제안 역시 미친 듯이 쏟아졌다.

제환이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또 한 번 겪어보니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사장님, 지금 반응이 장난 아닙니다. 술집에 나가면 모두가 박제환 작가님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건가?”

“솔직히, 제 살아생전에 이런 광경을 볼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소설이 이 정도의 인기를 끌 줄이야.”

“… 미쳤긴 했지.”

승호는 비서의 반응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길거리를 나가보면 제환이 얘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도 연락이 오고,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질문을 한단 말인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식의 연락은 처음 받아본다.

“이건 뭐 2002 월드컵을 재현한 듯한 느낌입니다.”

“그때는 내가 어려서…….”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서는 뭐래? 이전처럼 서버가 다운되면 어떻게 하겠대?”

해당 플랫폼은 이전에 안 좋은 경험이 있었다.

「절대 음감」 작품을 런칭 할 때.

짧은 순간이지만,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었다.

혹여나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승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법적으로 명시했습니다. 만약 서버가 다운되면 그에 대한 책임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돈 좀 받고자 하는 경고가 아니잖아.”

“지금부터 서버도 증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다른 나라를 크게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 합니다.”

“저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거야. 더군다나 「절대 음감」이 중국에서 어떤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지?”

「절대 음감」 뿐만이 아니었다.

「절대 음감」이 아시아에서 무지막지한 관심을 받고 있다면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작품은 유럽에서 그와 비견되는 인기를 구사하고 있었다.

두 개가 동시에 런칭되는 그날은 이전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거다.

“뭐, 그쪽 플랫폼 말로는 전 세계 인원이 동시 접속해도 버텨낼 수 있을 거랍니다. 어쩌겠습니까……. 믿어 볼 수밖에.”

“그 정도 호언장담이면 믿을 만하겠지. 그쪽도 제환이 덕분에 오른 주가가 얼마인데.”

“맞습니다. 이번에 실수로 저희가 플랫폼을 옮기기라도 하면 그 손해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어쩌면 제환이의 위세를 빌린 거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플랫폼 측은 철저한 을이였다.

우리가 다른 플랫폼에 선 독점을 주는 순간, 올랐던 주가는 이전보다 더욱 곤두박질칠 거고, 그걸 견딜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우리도 한 치의 실수 없이 진행하자고. 이번 일 끝나면 알지. 최소 성과금 1,000퍼센트야.”

“…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래야지. 나도 목숨 걸 거니까.”

GL 엔터는 다른 회사의 1,000퍼센트 성과금과 차이가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본급을 높게 측정했다.

JH 그룹과 협업을 하다 보니 그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고, 당연하게도 다른 회사의 1,000퍼센트 성과급과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방금 비서의 눈빛이 달라진 거고.

‘무슨 전쟁을 앞두는 장군 같군.’

저게 맞을지도 몰랐다.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일 들.

마치, 전쟁을 앞둔 시점처럼 최선을 다해 죽을 각오로 준비해야 됐다.

“자, 그럼 남은 30일 동안 최선을 다해 보자고.”

“네, 사장님.”

남은 30일.

이때까지 준비한 프로젝트와 비교될 정도로 사활을 걸어야겠다.

* * *

지이잉―

새로운 작품에 구상을 마치고, 집필을 이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이지?’

할아버지가 무슨 일로 전화 걸었는지 궁금한 나는 집필하던 걸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이세요.”

- 무슨 일 이긴 자슥아. 제환이 네 설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게야?

“… 무슨 날인데 그러세요.”

- 네 작품 올라가는 날 이잖아!!

“…….”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승호의 연락도 몇 번 왔던 것 같은데, 오늘이 연재되는 날인가 보다.

“얼마나 남았죠?”

- … 참……. 전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인데, 당사자는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다니……. 이게 판타지 소설이고만.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느라 시간이 없습니다.”

- 그러겠지. 약 두 시간가량 남았다.

두 시간 남았다는 할아버지 말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네 시인 걸 알 수 있었다.

런칭 되기로 한 시간이 여섯 시니 할아버지 말대로 두 시간가량이 남은 거다.

“어떻게 반응은 좀 괜찮나요? 일부러 찾아보지를 않아서…….”

- … 제환이 너 설마 새로운 작품 집필하는 동안 밖을 안 돌아다닌 게야?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다 해결했죠? 시간이 아까워서…….”

- 허……. 대담하다 해야 될지, 무신경하다고 해야 될지…….

도대체 무슨 반응이 있었길래, 할아버지가 저런 대답을 건네오는 걸까?

사실, 나 역시도 궁금한 마음이 컸었지만, 그 이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심리상 한 번 반응을 확인하면, 그 이후로도 계속 확인하게 된다.

반응의 장본인인 나로서는 더욱 심했을 거고, 작품에 피해가 가겠다고 단정 지은 나는 최대한 정보를 접하는 걸 피했다.

오죽하면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인터넷에 들어간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 내가 말 하는 것보다 직접 확인해 보거라. 그래도 런칭하는 날인데 오늘은 좀 쉬고 말이다.

“… 그러도록 할게요.”

할아버지 말대로 오늘은 좀 셔야 될 것 같다.

아무리 무신경한다 하더라도, 당일 반응은 챙겨봐야 되지 않나.

전화를 끊은 나는 곧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반응을 확인해봤다.

“…….”

할아버지가 왜 황당해 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들어가니 온통 내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오죽하면 검색 포털 사이트에 디데이 2시간이 걸려있다.

‘다른 나라도 난리인가 보네.’

그게 끝이 아니다.

기사를 확인해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런칭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시차가 다른 나라에서도 말이다.

- 고민입니다. 나는 어떤 작품을 먼저 봐야 될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박제환 작가는 너무합니다. 어째서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겁니까.

- 독고 준경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른 건 인정할 수 없지만, 박제환 작가만큼은 인정합니다. 그는 중국 그 어떤 무협 작가보다 무협을 잘 씁니다.

- 그가 영국에 들렀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작품의 인기는 보통이 아닙니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 새벽에도 잠을 자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히 해외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웬만해선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인정한다고 하니, 더 이상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 크……. 박제한 작가 작품 기다리면서 해외 반응 보는 건 진짜 힐링이다.

- 이게 국뽕 유튜브가 아닌 게 함정. 어떻게 국뽕 유튜브보다 현실이 더하냐.

- 전 세계에서 귀화를 원하는 그 남자. 박제환 작가는 누구인가. 누구긴 누구야, 한국 대표이지! 주모!!

- 샤타 내려! 더 이상의 국뽕은 치사량이다. 현생을 살아야 된다고!!

해외 반응 못지않게, 격렬한 반응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

저렇게 열광하고 있는 반응을 확인하니, 런칭 후 반응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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