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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재벌-155화 (155/175)

155화

그 후에도 대통령과 얘기를 더 나눴고, 나는 충분히 가능할 만한 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이뤄지기만 하면 확실히 한국을 고칠 수 있겠군요.”

“만약, 실패하면 조금 힘들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성공해야 되는 일이군요.”

“그래서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냐라…….

이건 물어볼 것도 없다.

생각할 게 아니라, 무조건 성공해야 될 일이었다.

“저는 동성 그룹 회장님을 설득하겠습니다.”

“저는 검찰총장을 설득해야겠군요.”

“제 보증이 필요하면 언제든 지 말씀하십쇼.”

“… 회장님의 도움이 있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대통령의 설득만으로 부족하다면 나 역시 가담해서 검찰총장을 설득할 의향이 있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설득 후에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저 역시 동감합니다.”

이 이상 우리끼리 이야기 해봤자, 달라진 건 없다고 느낀 나는 대통령과 헤어졌고, 곧바로 할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는 내일 이야기하자며 약속을 잡았고, 그 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그래서 어제 전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동성 그룹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을 말하는 게냐.”

“할아버지는 아직도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본론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알아봐야 됐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할아버지는 지독한 손자 바보였다.

아무리 동성 그룹에 이익이 없어도 내가 도와주라 하면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도와준단 말이다.

그건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할아버지가 원하면 참여하는 게 맞았지, 그걸 알면서도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이용하는 것 같아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때도 말 하지 않았느냐. 나는 한국이란 나라가 강해지면 당연히 좋지.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 행복함을 느끼고.”

“그렇게 말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우리 손자는 무슨 일 때문에 그런 질문을 했을꼬.”

할아버지에게 원하는 답변이 나오자, 안도감을 느꼈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고, 한 가지 부탁받았습니다.”

“부탁이라고?”

“검찰총장을 쳐낼 테니 동성 그룹의 침묵을 원했습니다.”

지금 검찰총장은 동성 그룹의 후원을 받던 사람이다.

한 마디로 일을 진행하기 전 동성 그룹의 주인인 할아버지의 동의도 필요하단 거다.

“이유는 무엇이냐.”

“현 대통령은 지금 지지율을 이용해, 악습을 뜯어고치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당연히 높았던 지지율은 곤두박질칠 거고, 다음 정권을 야당에서 가져갈 확률이 줄어들겠죠.”

“그리고?”

“지금 검찰총장을 억울하게 쳐낸다면, 다음 야당 대선 주자로 출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호……. 그렇게 되면 지금 정책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거구나.”

역시 할아버지도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일까?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핵심을 파고들었다.

“흠……. 괜찮을 것 같구나. 다음 정권 동안 우리 입맛대로 도움을 받진 못하겠지만, 한국은 강하게 만들 수 있으니.”

“… 저를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놈아, 내가 너 때문에 그런지 아느냐. 이 할아비도 애국 좀 하자꾸나.”

“혹시나 싶어 말씀드렸습니다.”

이걸로, 대통령의 역할만이 남았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만나, 잘 설득만 하면 웬만해선 계획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을 거다.

뭐, 도중에 흐트러진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걱정되지 않았다.

흐트러지면 다시 내가 나서서 정리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집필은 언제 하려는 게냐. 그때 이후로 영 소식이 없구나.”

“그렇지 않아도 이걸 마무리 짓고, 이제는 집필해야죠. 이후에 일은 대통령에게 맡기고요.”

“호……. 그때 내가 말했던 대로 하려는 게냐?”

“맞습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유니버스 형식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거 괜히 들어서 할아비를 힘들게 만드는구나. 기다리는 데 참 괴롭겠어.”

이번 일만 마무리 지으면 얼추 시간이 남을 것 같다.

코로나가 창궐하기까지 약 1년이라는 여유시간.

그 안에 1부를 마무리 짓고, 일하고, 그다음에 또 2부를 집필하면 될 것 같다.

“그럼 온 김에 하루 자고 가겠느냐?”

“좋습니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손자와 하룻밤을 같이하고 싶었는지, 넌지시 자고 가란 말을 전했고,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건넸다.

* * *

대통령도 검찰총장을 설득하는 데 완료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검찰총장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딜이었다.

그가 검찰총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역린이자 어쩔 수 없는 동성 그룹 덕분이다.

그런 동성 그룹도 합세해서 설득하니, 가만히 버티다, 욕먹을 바엔 확실히 뒤를 보장받고 물러나는 게 나았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건가?’

대통령이 아무런 문제 없는 검찰총장을 쫓아낼 수 없었다.

일단, 다음 대선도 생각해야 했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려면 무슨 명분이 있어야 됐다.

그 명분으로 결정지은 것.

검찰총장이 국정원을 향해 칼을 빼든 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정의로운 검사로 남을 수 있도록.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인식으로 남게 말이다.

당연히 그 후에 검찰총장에서 해임된 그는 야당에 입당했고,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규탄했다.

만약, 일본 일로 인해 고공행진 하던 지지율이 아니었다면 필히 시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 근데, 국정원이 비리 저지른 게 있으니까 검찰총장이 나선 거 아님?

- 생각 좀 하셈. 국정원이 어떻게 법대로 처리함. 역대 대통령도 그 부분을 알고, 넘어간 건데 그걸 건드리니까, 문제 되는 거지.

-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검찰총장은 좀 억울하겠네. 대통령이 잘하는 것 같아서 지지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 지금까진 괜찮은 대통령인데……. 뭐 지켜보면 알겠지. 다음 정권을 생각해서 너무 무리하지 않기를.

이걸 본 국민들도 반응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든 거에 대한 적절한 조치였다.

누군가는 권력으로 찍어누른 최악의 사건이다, 등. 각 당의 지지자별로 반응이 달랐다.

그래도 확실한 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한다는 거다.

좀 더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을 매끄럽게 진행함으로써 사람들의 불만이 나오기 전에 처리했다.

더해서, 일을 처리하는 동안, 은밀하게 각종 법을 통과시켰고, 이것 또한 불타오를 수 있는 것을 해당 사건으로 덮어버린 느낌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

전부 다 좋은 법안들이었다.

정치에 깊게 관여하는 40·50대를 저격한 법안이 아닌, 후대에게 좀 더 편안한 삶을 살도록 세금을 투자한 법안.

만약, 이 법안이 좀 더 수면위로 드러났다면 핵심 지지층인 40·50대가 여럿 등 돌렸을 거다.

- 이번 일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님에게 바람을 넣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도와드려야죠.”

- 그때, 얼마나 회장님 앞에서 부끄럽던지요. 이제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될 테니, 지켜봐 주시죠.

“그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앞으로도 국정을 위해 힘 써주길.”

일을 진행하던 대통령은 내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연락을 마무리 지었다.

이게 딱 올바른 길이었다.

계속해서 연락을 진행하는 순간, 대통령은 은연중에 우리 그룹을 도울 수밖에 없었고, 그건 내가 원하는 국정운영이 아니었다.

대통령 역시 자신의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만큼, 나 역시 내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고 싶었다.

전생부터 바라왔고, 할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던 작가라는 직업으로 말이다.

* * *

오랜만에 작업실에 도착한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복귀했을 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스윽―

분명,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걸까.

이런 거 보면 확실히 나는 사업보다 글을 쓰는 게 천직인 것 같았다.

뭐를 더 잘하고, 적성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알겠다.

나는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았다.

반가운 마음을 느끼던 나는 의자를 꺼내, 책상 앞에 앉았고, 집필할 준비 했다.

‘제목은 뭐가 좋을까…….’

집필을 시작하기 전.

무슨 제목을 쓸까 생각해봤는데,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제목을 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1분 1초라도 빨리 집필하고 싶었다.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의 등장인물과 「절대음감」의 등장인물들이 어서 글을 써달라는 듯 재촉당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은 선물이 좋으려나?’

어떤 식으로 글을 이어갈지 생각하던 나는 기다려 준 독자들에게 선물부터 주기로 했다.

지금 당장, 각 작품의 등장인물을 한 작품에 출현시킨다고 사람들이 감정이입하고, 즐거워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몰입감이 깨진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

각 작품의 외전을 연재하면서 사람들의 몰입감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거다.

사람들은 외전을 통해 두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등장인물들에 반가움을.

그리고 새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기대감을.

그렇게 각각의 작품을 외전 형식으로 이어지다가 일정 부분에서 세계관을 합치는 거다.

그 순간에는 외전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으로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재밌는데?’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너무 재밌다.

그리고 조급함 마저 느껴진다.

어서 빨리 글을 쓰고, 나 역시 등장인물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무슨 작품을 먼저 진행할까 고민하던 나는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부터 건드리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절대음감」보다 더 긴 시간을 떨어져 있었기에 빨리 만나고 싶나 보다.

결정을 내린 나는 곧바로 간단한 플롯을 적으며 스토리를 이어갔다.

‘평화로운 세상에 이변을 주는 거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첫 작품의 마지막은 평화였다.

그런 작품에 곧바로 이변을 주는 건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선사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3화 정도는 평화를 더 유지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평화를 3화로 끝마치고, 몇 년의 평화가 지속된 걸로 또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평화에 갑작스레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다시 한번 주인공을 중심으로 뭉치는 등장인물들.

이 과정을 외전으로써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공이 감당할 수 없는 변화면 되겠군.’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외전.

그런 외전에 절대적인 주인공을 설정할 수 없었다.

무언가 이변이 발생했는데, 뭐든 해결할 수 있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존재한다?

그 이야기는 길게 끌고 갈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이번 소설 역시 길게 끌고 갈 예정인 나는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작품에 큰 이변을 선사했고, 곧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타닥타닥―

글을 쓰는 동안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이런 순수한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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